의무병의 환생 244화
도시의 중심을 기점으로 생겨난 거대한 균열.
그와 함께 주변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는 때, 대원들이 다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모두 대피해!!"
"태자님, 공작전하! 이쪽으로 오세요!!"
레온이 황급히 태자를 포함한 지도층을 보호하려 했으나, 붕괴의 속도는 갈수록 가속화되가고 있다.
하물며 안젤라와 질리언은 쇠약해진 상태. 그들이 나아가는 길목에 무너지는 잔해를 피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코델리아 양!!"
그를 인지한 순간 울려 퍼지는 고함에 반응한, 마법반에 속해있던 코델리아가 전방으로 나서며 왼팔을 거세게 휘둘렀다.
8써클이 집약된 왼팔은 순수한 물리력만을 다룰 수 있을지언정, 방대한 힘을 즉발적으로 다룰 수 있게 만들어주니.
-우우웅!
그로부터 제어되는 물리력에 거리 전체를 덮는 잔해가 공중에 떠오르며, 부대원들이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었다.
"붕괴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서두르세요!!"
코델리아의 고함에 뜀박질에 박차를 가하는 이들.
그렇게 제어되는 무수한 무더기를 응시하던 알랭이 감탄을 흘리며 케이미를 돌아보았다.
"참 대단한 마법사군. 블레이즈 출신이라 했던가?"
"머지않아 단장님과 식을 올린다 하더군요. 이 참에 주례를 맡아서 마탑과의 연줄을 돈독히 다져보는 건 어떤가요?"
"호오~ 그거 참 반가운 소식이로군. 그 관계를 통해 교단과 마탑의 화합을 유도한다면…."
"지금 태평하게 대화 나눌 때가 아니잖습니까!!"
훗날을 대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당장 살아남지 못하면 무의미한 고민이 아니겠는가?
이윽고 무너진 현장을 벗어나는 데에 성공한 이들이 숨을 몰아쉬며, 자신들이 거쳐 온 장소를 다시 되돌아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허억!?"
그 순간 한 병사의 입에서 내뱉어진 격한 숨소리.
그저 지나온 길목이 모두 무너져 내렸기에 내뱉은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 너머에 보이는…….
도시의 중심부에 돌연히 나타난 것에 압도되었기에.
"저, 저게……. 뭔가요?"
"나, 나도 몰라. 저게 무슨……."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키르슈타인의 성.
바빌론이 무너져 내리고, 그 위로 거대한 검은 안개가 소용돌이치며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고 있다.
그로부터 비롯된 안개가 천장을 메우듯 퍼지고.
이윽고 영지에 자리한 별과 달빛마저 지워가기에 이르렀다.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
그래, 그것이 너무나도 터무니없게 느껴졌으니.
"……아니, 끝났어."
차마 그 현실을 감당하지 못한 병사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끝났다니, 뭐가……."
"재앙."
도시 전체의 붕괴는 그 자체로 재해나 다름없으며, 그 현상을 초래한 힘은 지상을 넘어 하늘에까지 다다르고 있다.
그로부터 펼쳐져가는 어둠은.
감히 언데드들을 만들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절망감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저게 재앙이 아니면, 대체 뭐라는 거야?"
그래, 이 순간 그들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한낱 인간은 거스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공포를…….
그러한 심정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그 광경만을 멍청히 쳐다보기만 할 뿐.
"…쟈드 브링시커."
그에 모두가 예외 없이 절망을 흘리는 가운데, 폐허더미 위에 주저앉은 알랭이 한 여인의 이름을 입에 담아 불렀다.
"그곳에 있나?"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어느덧 그 자리에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그 또한 상대가 제 부름에 반응하여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에 불과할 뿐.
"루미네라고 불러. 그 이름은 버린 지 오래니까."
이런 상황에도 여전히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뒷세계의 주민.
그런 존재가 이 지독한 땅에까지 와준 것은, 태자의 입장에선 천운이라 해도 무방한 일이었다.
"그대에겐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다. 그대가 없었다면 나는 지하에서 내 아비의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 시체들에 둘러싸여 비참히 최후를 맞이했을 테니."
기척을 숨기고 미행을 하는 건 그녀에겐 무척이나 손쉬운 일.
그 존재감은 자신과 함께 나아가던 이조차, 감히 인지하지 못하기에 이르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그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이 미행하던 이에게 제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괜찮겠나? 그를 지키러 가지 않아도."
그래, 어디까지나 그를 뒤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그의 뒤를 따르지 않고 자신을 지키려고 한 것일까?
"…난 그저 그 여자의 명령을 따를 뿐이야."
"명령이라니, 그를 미행하는 게 명령이 아니었나?"
"교섭하기 좋은 대상이 새로 나타난다면 그 쪽에 관심을 둬야겠지. 그 여자는 늘 그래왔으니까."
"……결국 본인의 판단이란 거로군."
그가 아닌 자신을 지키기로 한 것이.
그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알랭이, 더욱이 먹으로 덮여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을 흘려갔다.
"하지만 아무리 고용주의 명령이 중요하다곤 하지만, 그는 자네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나?"
"소중하긴 무슨. 그냥 소꿉친구일뿐인데……."
"에버그린에게 부탁하여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하게 해달라 했던 것도 자네가 아니었나? 또 블레이즈까지 미행하여 그의 정체를 파악한 것도 자네의 공이었다 들었다만……."
"…망할, 그 빌어먹을 여자가 대체 어디까지 알려준 거야."
작별인사 후 몇 년 간 스토킹을 했다는 사실까지 남에게 알려주다니.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뒷세계의 거물로써도 수치로 여겨지는 일이었지만, 에버그린은 언제나 자신에게 득이 되는 상황에만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이다.
그런 성향을 알기에 자신 역시 그의 미행을 관두고 태자의 보호에 힘을 썼던 것.
"어쨌든 그렇게 줄곧 지켜봐왔지 않은가?"
하지만 역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앞으로 곧 망할지도 모르는 나라를 이끌 수장과, 그렇게 모든 게 무너진 세계에서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남자.
어느 쪽에 가치가 있는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일 테니.
"……괜찮을 거야."
그럼에도 루미네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대답했다.
"오빠는, 분명 이런 상황에도 답을 찾을 테니까."
시작만은 우연이었을지언정.
그 동안 지켜봐온 모습들은, 평생을 뒷세계에서 누벼온 이에게마저 신뢰를 가지게 만들었으니.
* * *
그리고…….
-쿠궁!!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는 희미한 진동.
그와 함께 무너졌던 천장의 구멍이 더욱 벌어지며, 그 잔해가 셰인의 옆에 추락하였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낙석조차도 치명적이다.
이미 한계를 넘어선 만큼 전력역시도 2써클로 하락시킨 상태.
지금의 전투는 오롯이 그런 저열한 경지로, 거의 발악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루어가는 것이었다.
-까앙!
전방에서 뻗어져 나온 검은 인영. 그 손에 쥐어진 십자가가 셰인의 손과 충돌하며 불씨를 터트렸다.
그 빈틈을 노려 휘두른 절개술에 도륙 내어지는 검은 몸.
그를 응시한 토머스가 목주를 쥔 손에 다시 힘을 실어 넣어, 그 형체를 재구축시켰다.
"……쿨럭."
다시금 형체가 바로잡힌 순간 입에서 내뱉어지는 각혈.
그로 인해 주변에 자리한 세 명 남짓한 심문관들의 형상이 어그러지며, 이윽고 셰인이 공격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주었다.
그래, 그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미 한계에 달했으니까.
하지만 신성력에 의해 최소한의 체력이 보장되는 자신과 달리, 토머스는 자신보다 굳센 신앙이 있음에도 회복될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고 있었다.
'이미 적응이 크게 진행된 건가.'
심문관으로 활동하며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와서?
정말 그렇다면, 지금 그 육체는 신성력을 통한 자가치유도 큰 의미를 가지진 못할 것이다.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하지만 토머스가 신경을 쓰는 건 제 몸이 아닌 셰인의 반응이었다.
힘겨이 손을 뻗어 제 앞에 또 다른 심문관을 구현하는 토머스. 그 손에 쥐어진 전동톱 역시 눈에 익었다.
조금은 반가움마저 느껴지는 그림자…….
"놀라다니, 뭐가?"
대충 그런 감상을 마치며 그림자를 후려친 셰인이, 이윽고 그 빈자리에 있는 토머스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제가 이끄는 이들은……. 통상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존재죠. 기이하기로 치면, 육신이 존재하는 언데드들보다 더하니 말이죠."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으니까."
언데드처럼 시체에 남아있는 기록이 아닌, 술자 스스로의 기억에서부터 비롯된 존재들.
셰인은 과거 그러한 기억을 통해 구현된 신자들을 본 적이 있으며, 그 근간은 토머스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의 희생자들이 고결한 신자로써 자라났다는 '만약'을 상정한 게 아닌.
이미 죽어버린 심문관들을 추모하고자 하는 기억에서 파생되었다는 차이만이 있을 뿐.
"왜."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국엔 외도에 들어선 힘이 아닌가?
"당신 정도 되는 사람이 그런 힘에 손을 뻗은 거야?"
아무리 심문관이라 한들 신앙의 근간을 뒤트는 힘을 다루다니.
"……시작은 타의였습니다."
그 물음에 토머스가 입에 묻어난 피를 닦아내며 대답했다.
"타의?"
"사교도의 실험체였죠. 무수한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저만이 교황님에게 거두어져 교단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
"……당신이 보았던 자도 그런 식으로 이 힘을 손에 넣은 거겠지요."
강제로 주입 당했다는 점에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아야 한다……. 당신이라면 납득할 거라 생각합니다."
토머스는 제 사연에 대해선 길게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고,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하기에 이 길을 고수한다는 입장만을 밝힐 뿐.
"셰인 골드리안. 당신은 왜 이곳에 온 겁니까?"
이윽고 대치가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토머스가 셰인을 향해 힘겨이 물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왜 당신은, 이런 시대에서나마 고대인들의 의지를 이으려는 것이죠?"
더욱 나아가 그렇게나 몸이 망가지고도,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막아 세우고자 하는지.
"그건……."
"당신의 속에 들어있는 존재."
그에 대해 답을 하기도 전.
토머스가 입에 고인 피를 토해내어 말을 끊고, 제 질문을 마저 이어갔다.
"그는 아마도 200년 전의 전쟁을 겪었던 인물이겠지요?"
"……."
"……이름을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거듭되는 물음.
그로부터 셰인은 적잖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질리언과 사샤…….
두 사람을 제외하고 제 정체가 밝혀진 경우는, 특유의 정보력을 이용해 직접 파헤친 에버그린 정도가 고작이었으니.
'하지만 상대는 심문관이다.'
그들은 이 편협한 시대에도 줄곧 비상식을 접해온 존재.
그 중에서도 심문관들을 이끄는 자라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짐작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카일 페터슨. 들어본 적 있어?"
"아뇨, 공교롭게도."
"그러시겠지."
애초에 그 본인도, 그리고 그 자를 기억해줄 이들도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니까.
"하지만 당신은 이전에 구현되었던 검사를 안다는 듯 말했죠."
하지만 추측할 여지는 분명 존재한다.
볼레로 라인하르트.
자신이 구현한 수백의 심문관들조차 단신으로 쓸어버린 그의 위용은, 가히 '1인 군단'이라 해도 무방한 존재였다.
하지만 제 앞에 있는 자는 한계를 돌파했다곤 하나 그를 밀어붙인 자.
그건 사전에 그의 존재를 접하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제국의 검을 감명시켰던 이름 없는 야만족……."
그로부터 비롯된 추측이, 이윽고 토머스에게 한 가지 결론을 내리게 만들었다.
"그래요, 그 역시도……. 제국의 검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겐 숭배의 대상이었다는 거겠지요."
"무슨……."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의문에 대한 답을 대신하는 건 자신의 경험담이었다.
심문관으로 활동하며 겪은 경험의 일부.
"제국 곳곳에 숨어있는 사교도는, 신성력을 뒤틀어 만들어낸 윤회력을 연구하며 그 힘을 통해 과거의 존재를 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과거 대륙 밖으로 도망쳤던 황제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연구.
공식적으론 수치스럽다 알려져 있지만, 지금 이 시대까지 그 의지를 이어받은 이들은 음지에나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황실의 핏줄인 예슈아를 환생시키고자 하였죠. 현 제국의 어리석음을 꾸짖는다는 이유로, 교단조차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성자를 부활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허허."
어처구니없는 시도에 헛웃음이 절로 나오고 만 셰인.
"그래서, 당신이 그걸 전력으로 막았다는 거야?"
"막아야 했었죠. 그들이 하는 건 명백히 이단이니……."
"이단이라 해도 교단이 섬기는 성자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건데 말이지."
"……."
"……그래, 이미 구시대의 사람이 강림한다 해도 좋을 건 하나도 없겠지."
아무리 기존의 체제를 고집하려 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계는 필연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마당에 구시대에 존재하는 우상이 현재에 구현된다면, 변화된 세상에 살아가는 이들은 그 존재를 결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숭배의 대상은 우상으로만 남아야만 의미가 있는 법.
그 우상이 무언가를 주도하려 든다면, 기존에 권위를 쥔 이들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성자를 부활시키겠다고 하는데 그 시도를 가차 없이 저지했다면 그런 이유도 적지 않았으리라.
"뭐, 어쨌든……. 결국 그들을 막아내는 데에 성공했다는 거지?"
"……네, 그들의 목적은 실패했죠."
스윽, 토머스의 시선이 어느 한 곳으로 향해졌다.
"하지만 그 구전만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지금도 대륙 어딘가에서 은밀하게 공유되고 있겠죠."
질펀하게 피가 묻어나있는 장소. 제레프가 제 육신을 제물로 바쳐, 제국의 검을 소환했던 곳이다.
"그리고 그 구전을 누군가는 발전시켰겠지요. 그저 형태만을 흉내 내는 게 아닌……. 아직은 자아가 갖춰지지 않은 '신생아'에게 특정한 인물의 기억을 전승하는 식으로."
"……."
"…그래요, 셰인 골드리안."
이내 설명을 마친 토머스가, 제 말에 대한 결론을 입에 담아 그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스스로를 '카일 페터슨'이란 인물로 소개하는 건, 이전에 교황 성하가 행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다른 점은 자아가 불분명한 신생아의 정신에 깃들어, 그 기억을 바탕으로 육체를 성장시켜갔다는 것.
그러니 언데드나 다른 윤회력의 침식자들과 달리 기억은 갱신되겠지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주입된 기억만은 그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올랐을 것이다.
망자의 영혼이 200년의 시간을 넘어 제 몸에 깃든 것도 아닌, 그저 그 기억만을…….
성경에도 나타나있는 '이름 없는 야만족'을 숭배한 누군가의 믿음을 빌어, 이 순간 이 자리에까지.
"그것을 행한 것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의 부모일지도……. 혹은 어딘가에 있는 이들의 기도에 반응해, 우연히 귀족가의 서자에게 깃들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 상황에 주동자 같은 게 중요할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근간이.
이제껏 믿어오고, 그 믿음을 가지고 행해온 모든 행동이 사실은 '제 의지'가 아니었다는 것이건만.
"셰인 골드리안. 당신은 카일 페터슨이 아니에요. 당신은 그저……."
그런 잔혹할지도 모르는 진실이 내뱉어진 순간.
"그러한 인물의 기억을 이어받은 채 성장한, 한 명의 제국인에 불과할 뿐입니다."
줄곧 그를 쳐다보던 두 눈이, 이윽고 밑으로 서서히 떨어져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