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님, 메탈하신다-13화 (13/110)

13화. 전국 노래 장기발표회 (2)

“주제는 쓰레기다.”

본선이 있기 며칠 전, 나는 PC방 아르바이트 때 있었던 일들을 꺼냈다. 이야기를 듣던 앤디가 말했다.

“쓰레기를 어떻게 노래로 하려고?”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못해 쓰레기 왕국이 되어 가는 과정을 인간들이 쓰레기라는 주제의 메탈 펑크로…….”

“으아아아! 안 될 게 뻔하잖아!!”

앤디가 내 말을 황급히 막으며 말했다.

“왜 안 되는 것이냐.”

“그, 메탈 앨범으로는 괜찮은데 이런 대회에서는 그러면 안 돼! 어르신들도 많이 오신다고!”

“매우 아쉽도다.”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러자 잠시 침묵하던 앤디가 말했다.

“쓰레기라는 주제 자체는 좋아. 분리수거 장려로 갈 수도 있고.”

“오호.”

“마포구에서 하는 행사니까 마포구 분리수거,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볼까?”

“아주 좋은 아이디어로다! 귀공은 아이디어뱅크로구나!”

“헤헤, 고마워. 그럼 난 작곡, 넌 작사?”

“옳은 역할 분담이다.”

서로 역할을 정하자마자 나는 작사를, 앤디는 작곡을 했다. 기타를 계속 뚱땅거리면서 앤디는 이게 맞나 저게 맞나를 고민했다.

자가자가, 자가자장.

“음…… 이게 아닌데.”

땅~다당, 땅~땅.

“이것도 아니야.”

“앤디여.”

나는 고뇌하고 있는 앤디에게 종이를 스윽 내밀었다.

“이런 가사로 하려고 하는데 어떠하냐.”

내용을 천천히 읽은 앤디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용 자체는 괜찮은데……. 야, 이거 진짜 괜찮을까?”

“무엇이 말이더냐.”

“이거 메탈로 부르는 거.”

“그게 우리들의 존재가치 아니더냐. 메탈을 부흥시키는 것.”

그 말에 앤디가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을 펴고 나머지 손가락을 안으로 말아 넣었다.

“그래. 우리는 락 스피릿! 락으로 통한다!”

“앤디 어디 다쳤는가? 손가락이 왜 그런가?”

“뭐야 이것도 잊어버렸어? L.O.V.E and P.E.A.C.E. 락의 정신이잖아.”

앤디의 말을 들은 나는 급격한 분노로 미간이 크게 꿈틀거렸다.

“매우 마음에 안 드노라.”

“잉? 뭐가?”

“악마를 숭배하는 밴드의 일원이 어찌 천계의 단어 따위를 논하는가!!”

“……뭔 개소리야. 이건 락의 상징이나 다름없으니 너도 외워 두는 게 좋을걸.”

“흥! 이 몸은 이 몸만의 방식대로 할 것이다.”

“그래라~ 니 맘대로 하세요~.”

앤디의 빈정거림을 뒤로 하고 나는 앤디가 만든 멜로디에 맞춰서 노래를 연습했다.

부족한 노래 실력은 시전자의 감정전달력을 열 배로 강화시키는 ‘펜시 인텐시키온’으로 보충할 생각이었다.

잔여마력량: 4590

마력진이 깃든 귀걸이를 착용한 뒤로, 마력량은 5천에서 조금 모자란 수준까지는 항시 충전이 되었다.

‘이거라면 노래 한 곡 정도의 시간 동안 충분하다.’

펜시 인텐시키온의 지속을 위해서는 충분한 마력을 남겨 두어야 한다. 그리고 노래 실력도 부족하니 이를 위한 버프 효과도 만들어야 한다.

‘노래와 함께 흑마법 준비도 열심히 해 두어야겠구나.’

* * *

그리고 현재.

노래 시작 전 단탈리온의 눈이 붉게 빛나며 ‘펜시 인텐시키온’이 발동되었다.

[한강변의 나루터, 마포구에서]

[쓰레기산의 위용을 본 적 있는가!]

[마포여 미안하구나.]

[쓰레기가 넘쳐흘러와아아!!!]

[비닐로 제발 딱지 접지 마~~~]

[너네도 분리수거 안 하고 있지!]

[뼈다귀는 일반쓰레기이~~~~]

[마포구청 죄송합니다아 아아, 아아아!!!!]

[재활용은 분리수거통!]

[분리분리수거통! 분리분리수거통! 통!!]

[재활용은 분리수거통!]

[플라스틱 비닐 유리 캔 일반쓰레기! 기!]

[글자도 못 읽냐 멍청이들아아아아아아!!]

[분리수건 마포 분리수거통!]

쓰레기 분리수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

강렬한 기타 사운드와 세션들의 트럼펫 섞인 연주가 뒤섞여 완전한 락이라기보다는 트로트의 감성이 혼합된 리듬.

‘이런 미친……!’

박해는 RRR밴드의 공연을 들으면서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완전히 그들에게 지배를 당한 것만 같았다.

마치 어린 시절, 헤비메탈 밴드의 공연을 보면서 심장을 불태웠던 그때처럼.

“분리수거는 마포 분리수거통!!!! 오와아아아아아아!!!!”

보컬이 숨을 한 번 고른 뒤 손을 활짝 펼치며 뒤에서 연주 중인 기타리스트를 가리켰다.

“기타 앤디!!!!!!!”

‘나왔다!!’

헤비메탈, 락 하면 기타 솔로 파트. 처음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했던 얌전한 기타리스트가 앞으로 점프하며 달려 나왔다.

지지징~ 지지지징, 따다다 따다다다다!

앤디의 연주는 고동치기 시작한 심장에 엑셀을 밟아 넣은 듯 계속해서 속도를 가미해 주었다.

자자자장, 키잉, 따다다라 따다다다당 쟈라라, 키이이잉~

앤디의 짧지만 화려한 기타 솔로가 끝나고 다시 단탈리온이 앞으로 나왔다. 관객들을 쭉 훑어본 단탈리온은 이를 한껏 드러내고 괴랄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위로 확 젖혔다.

[전통 따윈 갖다 버려!]

[이제부턴 쓰리알의 시대!]

[지금부터 원 투 쓰리!]

[쓰리알이 외치는 리사이클!]

[마!마마마! 마포 리사이클!]

[마포구를 재활용해!]

[마!마마마! 마포 리사이클!]

[분리수거는 마포 분리수거통!]

[마!마마마! 마포 리사이클!]

[쓰레기 아무데나 버리지 마아아아아이예아!!!!!!!!!]

쟈가쟈쟈쟝 지이잉, 따다다 따다다다

“예이야아아아아아!!!!! 분리수거 해에에에에에에에!!!!”

후욱.

발광을 하던 보컬이 마이크를 번쩍 위로 들었다.

헤비메탈 밴드의 퍼포먼스, 마이크 스탠드 세우기였다.

“분리수거는 마포구. 하!!!”

빠바, 빠바, 빰!!!!

두두둥.

콰아아앙!!

RRR밴드가 노래를 마치고 한 손을 번쩍 들었다. 기타리스트 앤디는 한쪽 무릎을 꿇고 기타를 쥐고 숨을 헐떡였다. 보컬 단탈리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 관객들이 앉아 있는 방향을 내려다보았다.

무대를 보고 있던 박해는 노래와 연주가 모두 끝날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건 다른 관객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노래가 끝난 뒤 한동안 적막이 흐르던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찢었다……!”

“우와아!!! 여기서 락을!!!”

“가사 웃긴데 팩폭이야!”

“기타 속주 멋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해는 자신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욱 후욱……MC 양반.”

“핫.”

“실로폰은 어찌 된 건가.”

단탈리온의 말에 박해가 황급히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딩동댕동-!

“RRR밴드의 파워풀한 무대! 정말 잘 감상했습니다!

관객들의 연령대는 분명 높았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 많은 프로그램.

그렇기에 이들의 메탈 장르 선택은 사실 모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자리에 앉은 사람들 중 누구 하나 이들의 음악을 소음이라 생각한다거나,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다.

펜시 인텐시키온의 효과로 혼신을 다한 단탈리온의 목소리가 메탈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심어 준 것이다.

“훗. 이 몸의 감정전달력은 초기보다도 몇 배는 더 높아졌도다.”

관객들의 환호성을 들으면서 단탈리온은 한쪽에 던져두었던 트렌치 코트를 걸쳤다. 그 모습이 마치 망토를 덮는 것 같아, 뱀파이어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우와아! 드라큘라 백작 같아!”

“꺄악! 보컬 멋지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감히!! 누구인가! 감히 누가 이 몸을 그딴 상급 마족 따위와 비교하는가!!”

눈물을 글썽인 채 연신 허리를 굽히며 감사 인사를 하는 앤디와 달리 관객들을 향해 마구잡이로 삿대질을 해대며 발광하는 단탈리온이었다.

“야! 가자! 데스맨! 빨리 나와!”

“기다리거라! 지금 예의라고는 밥 말아 먹은 인간놈이 감히 마왕인 이 몸을 드라큘라 따위와……!”

“됐으니까 닥치고 나오라고!!”

결국 단탈리온은 앤디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끌려나갔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뒤, 박해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정말 감명 깊은 무대였습니다. 메탈이 이렇게나 멋진 장르였다는 걸, 오래간만에 느끼네요.”

박해의 말에 과거, 락에 빠져 있었던 사람들도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거기에 가사도 참 인상적입니다.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는 마포구민들을 아주 대놓고 저격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분리수거 잘 해 주고 계시지요?”

박해의 말에 사람들이 한 번 더 빵 웃음을 터트렸다. 모든 사람들이 RRR의 무대를 보고 난 후 한층 열기를 끌어올렸다.

“참, RRR밴드! 어? 벌써 들어갔나? RRR밴드?”

“하여간 내가 너 때문에…… 네! RRR 여기 있습니다!”

무대 뒤에서 단탈리온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던 앤디가 부리나케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너무나 멋지고 강렬한 음악 들려주어서 고맙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컬분도 노래가 정말 와우, 기가 막혔습니다. 잠깐 인터뷰를…….”

“그래. 옳은 생각이다. 내 지금 당장 나를 뱀파이어 나부랭이와 비교한 인간을 찾아 그 입을 찢어 버려…….”

“아, 아하하! 저희가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화장실이 급하네요! 죄송합니다!!”

무언가 말을 이어 나가려던 단탈리온을 앤디가 막아섰다. 순식간에 무대 뒤로 사라진 RRR밴드를 보면서 박해가 아쉬움에 침을 삼켰다.

* * *

“네 이놈! 왜 자꾸 이 몸을 막아서는 것이냐!”

“미쳤어?! 너가 마왕이라는 걸 동네방네 알리려고?”

앤디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괴로워했다.

“제바알, 우리는 네 미친 짓거리를 다 봐 왔으니까 믿는 거지! 누가 널 마왕이라 생각하겠냐!”

“뭣이? 내 당장 이 몸의 마법으로……!”

“마력 없다며! 마력 거지라며!”

“……앤디, 오늘따라 참으로 밉도다…….”

마력이 없는 거야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남의 약점을 멋대로 들쑤셔서야 되겠는가.

“조용히 있다가 가는 거야. 이따 수상이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지?”

“지극히 마땅하였다.”

“아니아니! 아니지! 이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지! 아까 연습했잖아!”

“흥. 감히 미개한 인간놈들 따위에게…….”

“자꾸 그러면 상 안 받는다.”

“이런 상을 주……주셔서……가……감사하다…….”

“잘 하네.”

“흥, 이 몸은 절대 굴복한 것이 아니니라.”

나는 불만이 가득 찬 표정으로 다리를 꼬았다.

* * *

박해는 심사 위원 중 한 명인 마포구청장 김문구와 함께 앉았다.

“어떠셨어요?”

“허어…… 참가자분들의 실력이 뛰어나서 고민이 됩니다.”

“역시 그렇지요?”

박해는 김문구 마포구청장과 함께 고민했다. 옆에 앉아 있던 작곡가 임일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은 되는데, 저는 한 팀은 무조건 추천합니다.”

“어디인가요?”

“RRR밴드.”

과거, 자신도 대학생 시절에 밴드를 했었다며 추억에 잠겼다.

“제가 젊었을 때 말이죠, 유명했던 밴드로 유다의 성직자라는 그룹이…….”

“아, 예, 아무튼 RRR을 추천하신다는 거군요.”

“커흠, 그렇습니다. 물론 전통대로 수상은 어려운 장르겠지만, 일단 한 표 행사합니다.”

“저는 합창을 했던 팀도 좋았습니다.”

“대학생들의 아이돌 노래 편곡도 괜찮지 않았나요?”

박해, 임일수, 김문구는 고심을 이어 가던 중 결국 최종 결론을 내렸다.

* * *

“그럼 이제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모든 행사가 끝난 마포구 전국 노래 장기발표회. 박해가 큐시트를 잡고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댔다.

“인기상!”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나도 몰라요’를 부른 임성필 씨!”

“우와아아! 감사합니다!”

수상자가 기뻐하며 달려나왔다.

“인기상은 상금 50만 원이 주어집니다. 축하드립니다!”

참가자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부러운 표정으로 연신 박수를 치는 앤디와 달리 단탈리온은 고고하게 고개를 치켜든 채 서 있을 뿐이었다.

“부럽다. 인기상이라니.”

“앤디여, 한심한 소리 말거라.”

“왜?”

“자고로 마왕의 부하라면 그릇 또한 커야 하는 법. 고작 인기상 따위를 부러워해서는 아니 되느니.”

“……그래, 너 잘났다.”

“다음은 우수상!”

그렇게 수상자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었고, 앤디는 긴장감에 손에서 땀이 났다.

“이제 최우수상입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제발…… 제발 RRR……!”

“최우수상은 최고의 합창을 보여 준 ‘나합창팀!’”

“이야호오!”

“상금 150만 원과 상패를 드립니다!”

그렇게 최우수상이 결정되었다. 앤디는 맥이 풀려 허탈하게 단탈리온의 손을 잡았다.

“고생했다, 데스맨.”

“자네도 고생이 많았다, 앤디.”

단탈리온이 웬일로 친절하게 대답하자 앤디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웬일이냐?”

“무슨 소리냐.”

“아니야. 들어갈 준비나 하자. 아……제인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머리를 벅벅 긁는 앤디였다. 반면, 단탈리온은 여전히 고고한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대상입니다! 대상은 상금 200만 원과 상패가 주어집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너 설마…… 대상 기대하는 건 아니지?”

“대상은 당연한 것이다.”

“뭐!? 우리 메탈이잖아. 될 리가 없다니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한다고 하지 않느냐.”

“안 대도 확인할 수 있는 거도 있어. 꼭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봐야 알아?”

“나는 먹어 봐야 안다. 인계에 사는 생물체들의 분비물은 실제로 본 적이 많이 없으니까.”

“이게 무슨 미친 소리…….”

“대상은 초강력 샤우팅과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준 RRR밴드!”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지금은 대상 소감이 먼저니라.”

“뭐? 대상?”

박해가 마이크를 들고 RRR밴드를 찾았다. 수상자 이름을 듣지 못한 앤디와 달리 단탈리온은 고고하게 박해의 앞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절제되었지만 절도 있는 걸음걸이. 마치 귀족이 걸어가는 듯한 규칙적인 걸음으로 무대에 올라간 단탈리온.

그리고 드라큘라가 추종자들을 치하하듯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마땅히 나의 것인 상이노라.”

그리고 그는 오른손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에 앤디에게 배운 락의 상징을 표현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엄지와 새끼 손가락, 그리고 확신에 가득 찬 또 하나의 손가락이 곧게 세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ROCK AND ROLL!!!!!!!!!!!”

이를 목격한 앤디와 관객들, 심사위원에 MC까지,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야 이 미친놈아!!!!”

단탈리온의 중지가 핀 조명을 받아 유독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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