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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 메탈하신다-51화 (51/110)

51화. 반야심경 rock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라이징 밴드’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다.

다행히 악마 단탈리온의 습격을 받은 천사 밴드, ‘탑엔젤스’도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노래를 해 나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천사들이었기에, 처음에는 인간이 이상한 짓을 해서 당황했지만, 곧장 태세를 정비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이어진 공연의 결과는.

“와…….”

심사 위원들의 입을 동시에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대박.”

“진짜…… 천사 강림 밴드 같은데?”

“거 봐. 내가 말했지?”

장도민, 하현주, 윤상하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중얼거렸다.

기타, 베이스, 드럼의 안정적인 연주.

거기에 ‘Sweet Switch’ 노래 가사에 어울리는 귀여우면서도 연인을 향한 사랑을 건네는, 애틋한 감정을 담은 청아한 목소리의 보컬.

이 모든 사항이 조합되어 ‘탑엔젤스’ 밴드의 실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드디어 괜찮은 밴드 하나 나왔네.”

“실력이 엄청 뛰어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나름 스타성이 있을 거 같아요.”

“천사에 딱 어울립니다. 밴드 이름도 잘 지었네요.”

사실은 도미니온의 백마법으로 연주 실력, 노래 실력을 강화해 두었다는 건 아무도 알지 못한 채였다.

단탈리온에게 마법을 들킨 시점에서, 도미니온은 그보다 더 효과가 약한 주문을 걸었다.

그래서 연습할 때보다는 실력이 덜 나온 게 사실이었지만.

본선 1차를 경연을 통과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행이다…….’

만약 이 백마법마저 제지당했으면, 광탈했을 터.

도미니온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멤버들과 함께 무대 뒤로 걸어갔다.

“……어?”

“……!?”

그러다 도미니온은 다음 참가자의 기운을 감지하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도미니온의 기운을 느낀 건 참가자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아미타불.”

짧다 못해 아예 없다시피 한 머리를 하고 있는 세 사람이 도미니온을 향해 합장을 했다.

“아……. 네, 아미타불.”

얼떨결에 똑같은 자세로 인사를 한 도미니온의 시선이 참가자들을 향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저들까지 여기에 왔지?

이것도 메타트론 님의 전략인가?

아니면 저들이 스스로 움직인 건가?

온갖 생각들이 들었지만, 도미니온은 일단 무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도미니온.

“네, 메타트론 님.”

-단탈리온 데스맨을 예의 주시해라.

그 말에 도미니온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인간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겠습니다. 가급적 친밀하게 접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공연이 끝났으니 대기실로 들어가 볼까.

대기실은 참가자들의 합동 대기실이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이들은 모두 한 자리에서 대기하게 된다.

그 자리에 RRR 밴드가 있다면 먼저 접촉해서 정보를 얻어 낸다.

그리고 가급적 단탈리온 데스맨과의 친분을 키워 나간다.

‘긴장되네요……!’

도미니온이 마른 침을 삼키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갔다.

* * *

“시틀라여.”

[예, 단탈리온 님.]

“저들을 예의 주시하거라.”

단탈리온은 무대 위로 올라가는 세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들에게서 미묘한 기운이 감지되느니.”

[알겠습니다. 바로 조사에 착수하겠습니다!]

시틀라의 힘찬 답변을 들으며 단탈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

“때가 다가왔다.”

“존명!”

“지금부터 그대들은 나를 대신하여 시틀라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거라. 아직 우리들의 공연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괜찮도다.”

단탈리온의 지시를 받은 오로바스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단탈리온으로부터 저주를 받았다.

“이 몸의 저주를 받들거라.”

“위대하신 단탈리온 님의 이름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스탭들은 드디어 저 밴드가 컨셉에 미치다 못해 환장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고.

“밖에 싸돌아다니지 말고 제발 안에 있으라고!!!”

앤디의 강요에 의해 다시 대기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대신 하나의 생명체만은 예외로 두고서 말이다.

* * *

두리번두리번.

단탈리온과 오로바스가 앤디에게 덜미를 잡혀 대기실로 끌려가고 있을 때.

킁킁킁킁.

방송국에 몰래 들어온 시루베로스는 코를 연신 킁킁대며 인상을 썼다.

“꺙!”

어딘가 매캐한 매연 냄새 같은 게 올라왔다.

마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마력.

순수하고도 맑은 마력인, 백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마력, 신성력이었다.

“끼잉!”

그 냄새가 지독하다못해 불쾌하기까지 한 시루베로스가 눈을 찡그리며 뒷발을 들어 얼굴을 벅벅 긁었다.

팍팍팍팍!

시루베로스의 모습을 발견한 방송국 스탭이 두 손을 가슴께에 모아 소리쳤다.

“꺄아! 귀여워! 너 누구 강아지니?”

“끼양! 꺙!”

시루베로스가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며 맹렬하게 짖었다. 그러나 그 모습조차도 너무나 작은 강아지였기에 귀엽게만 보였다.

“어머, 작가님, 얘 어디서 왔대요?”

“출연자분 강아지 아닐까요?”

“오늘 강아지랑 같이 온 팀이 있었나?”

“어? 없어요? 어라 쟤 도망간다!”

시루베로스는 틈을 놓치지 않고 후다닥 코너를 돌아 다른 길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작은 몸을 최대한 활용해 주변의 엄폐물로 몸을 숨겼다.

[시루베로스.]

“!!”

[나다. 시틀라다.]

[나는 만티코어다.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구나.]

시틀라와 만티코어의 음성이 들리자 시루베로스가 얌전히 앉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우리 쁘띠케르베로스! 기특해 기특해!]

[자식 사랑이나 할 거면 통신 끊어라 만티코어.]

[어흠, 커흠! 그냥 인사 한번 한 것 가지고 쪼잔하게 왜 그러나!]

[쪼잔이라고 한 대가는 나중에 치르라고 하고. 아무튼, 시루베로스. 출연자들의 냄새는 다 저장하였느냐?]

“낑! 낑!”

시루베로스가 고개를 살짝 들고는 위아래로 목을 움직였다. 그러고는 입을 살짝 벌려 마력 주머니를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오늘 라이징 밴드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냄새들이 각각의 주머니에 담겨서 모아져 있었다.

[어차피 보여 줘도 아직은 볼 수가 없다. 어쨌든, 다 했다는 뜻이겠구나.]

“꺙!”

[좋다. 그럼 다음 임무는 오로바스에게 하달하겠다. 이후에는 오로바스와 함께 행동해라.]

[쁘띠케르…… 아니, 시루베로스. 단탈리온 님은 우리 마계의 진정한 주인이시다. 주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온몸의 뼈가 부서지도록 뛰어다니거라!]

“꺙! 꺙! 꺙!”

[……뭐라고 하는 거야?]

[존명 존명 존명 이라고 하는군.]

[충직하구나. 훌륭하다. 오로바스에게로 돌아가거라.]

통신을 마친 시루베로스가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방송국 스탭들은 물론이고 인간들에게도 들키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짐한 채.

시루베로스가 조용히 엄폐물을 벗어나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다음 참가자는 누구죠?”

탑엔젤스의 공연이 끝나고 악기 세팅을 하느라 잠시간 쉬는 시간이 생겼다. 하현주가 길게 기지개를 피며 하품을 했다.

“후아암……. 역시 밴드 오디션은 오래 걸리는군요. 다들, 오늘은 다른 스케쥴 다 비워 두셨죠?”

하현주가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하현주 덕분에 잠시나마 분위기가 풀어졌는지 심사 위원들이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하 선배님은 탑엔젤스 어떠셨어요?”

“스타성이 있다고 생각했지.”

“스타성이요?”

윤상하의 말에 하현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얼굴도 예쁘고, 연주도 좋았다.

프로가 가질 수 있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고 판단이 될 정도로 좋은 실력이었다.

“설마…… 예쁘다는 거 하나 때문은 아니죠?”

“이게 진짜.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 스타성을 갖추고 있는 걸 뭐,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설명이라도 해 줄까?”

윤상하가 쯧, 하며 미간을 좁혔다. 하현주도 딱히 더 할 말은 없다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해요.”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이자 인기 듀엣그룹인 ‘장난감’의 멤버, 유열희가 중얼거렸다.

“탑엔젤스, 어쩌면 우승 후보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우승 후보라고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하현주와 장도민이 동시에 그건 좀…… 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유열희는 한층 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다들 이 프로그램, ‘라이징 밴드’의 목표를 아시지 않습니까?”

이번에 JB 방송국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라이징 밴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은 세계로 뻗어나갈 밴드를 선정하고, 양성하고자 했다.

“만약 지금 팀이 영 그렇다면, 좋은 멤버들끼리 새로운 밴드를 꾸리는 것도 허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렇지요?”

유열희는 이번 라이징 밴드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탑엔젤스의 공연을 꼬집었다.

“세계로 뻗어나갈 밴드. 그런 밴드는 첫 번째는 실력, 두 번째는 대중성, 세 번째는 외견입니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건가요?”

장도민의 질문에 유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외모도 경쟁력이지요.”

그런 점에서 탑엔젤스의 외모와 스타일, 연주 실력은 꽤 높은 편이었다. 자작곡이 아니었기에 실력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겠으나.

“이번 본선 1라운드에서는 그 정도까지만 파악해 둔 것만으로도 성공이지요. 저는 저 밴드를 주목하겠습니다.”

유열희의 말에 다른 심사 위원들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유열희 프로듀서.”

“네, 윤상하 선배님.”

“당신이 볼 때 저 팀도 외모적으로 꽤 경쟁력 있지 않나?”

윤상하가 손가락으로 다음 참가자를 가리켰다. 그들의 무대 세팅이 마무리되어 가는지 각자 악기를 들고, 마이크를 잡고서는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어……. 저 밴드는 아무리 그래도 음…….”

“사, 상하 선배!? 아무리 그래도 저 팀으로 그런 이야기는……!”

“진짜 악마다 악마. 선배는 악마예요.”

유열희, 하현주, 장도민으로부터 한마디씩 들은 윤상하가 내가 뭐? 하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면 저 팀도 경쟁력이 있지. 그 어떤 팀도 저런 외모는 안 할 거다.”

윤상하가 무대를 준비중인 다음 참가자를 바라보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저런 빡빡이 밴드가 또 있겠냐?”

“와…….”

“진짜 인성…….”

“……저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후배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 * *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 올라선 세 명의 스님을 바라보며 단탈리온이 미간을 좁혔다.

‘저들의 마력은 분명…….’

천사들의 마력과는 또 다른 마력이다.

인간들이 종교라는 것을 토대로 신앙심을 끌어올리고, 이를 힘으로 바꾸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들의 경우에도 그러한 형태의 마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려는가.”

마력이 강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마력을 숨기고 있지도 않았다.

이는 즉, 이들의 마력 운용력이 뛰어나지는 못하다는 증거였다.

그들의 어깨 위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마력 줄기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숙련된 마법사라면 허투루 버리는 마력 따위는 없는 법이지.’

그러나 무대 위의 세 사람은 한껏 본인들의 마력을 밖으로 꺼내고 있었다. 마치 수도꼭지가 고장 나서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도 고치기는 해야겠구나.”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고친다고 해 놓고 아직도 바구니로 물을 받고만 있었다.

오늘 본선 1라운드가 끝나면 전화를 해 봐야겠군.

잠시 집안일을 걱정한 단탈리온이 다시 세 명의 스님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나무아미타불…….”

리더로 보이는 수행자가 마이크를 붙잡고는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스님들끼리 모여서 형성한 밴드인 ‘열반 밴드’입니다.”

심사 위원석에서 우렁찬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색다른 모습인데요? 스님들의 밴드라니.”

하현주의 말에 가장 격하게 동의하고 있는 사람은, 역시나 기보성PD였다.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도 그림 하나 나오게 되었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음, 음! 역시 스님들이야! 임팩트가 있어!”

“……누가 저 PD 입 좀 막아 봐.”

윤상하가 양쪽 관자놀이를 꾸욱 꾸욱 누르며 중얼거렸다.

심사 위원들에게 인사를 한 ‘열반 밴드’가 공연을 시작했다.

“저희가 보여 드릴 곡은, 반야심경의 Rock버전입니다.”

“응?”

“그런 게 가능하다고?”

하현주와 유열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열반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피크를 움직였다.

쟈쟈쟝-

둥둥- 타탁! 둥둥- 탁!

쟈쟝-쟈쟈쟝!

[마하반야바라밀다]

[마하반야바라밀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평범한 간주에서부터 반야심경이 이어졌다.

임팩트가 딱히 없네? 싶던 심사 위원들을 향해 열반 밴드의 보컬리스트가 외쳤다.

[반, 반, 반야심경, 반, 반, 반야심경]

그리고 이어지는 하이라이트에서.

[바바, 바바반야, 반야시시시, 심경!!!!]

[반야심경, 반야심경, 바바바바반, 반야, 시시시심, 반야심겨엉.]

톡! 탁! 톡! 탁!

보컬리스트 스님이 오른손을 휙 들고는 허리춤에 달린 목탁을 들었다. 그러고는 목탁을 반복적으로 내리쳤다.

반복되는 목탁과 기타, 드럼 소리에 심사 위원들은 물론이고 스탭진들까지 모두 열반 밴드의 반야심경 락 버전에 심취하는 순간.

“하등한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단탈리온의 한 마디가 보컬리스트 스님의 손을 허공에서 멈추게 만들었다.

카앙-!!!!

“!?!?”

“요즘 수행자들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모양이로군.”

단탈리온이 무대 뒤편에서 마력을 끌어올렸고.

“어디 뚫을 수 있으면 뚫어 보거라.”

그의 온몸이 호신 마기로 휘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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