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환장의 콜라보 (3)
“후…….”
홀리오라방돌이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 채권사는 마이크를 붙잡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와아아아아-!!
버스킹에 모여 든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 수는 약 20명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홀리오라방돌이 밴드의 코어 팬들이었기에 함성 자체는 주변 일대를 뒤흔들 정도로 거대했다.
“오늘도 이렇게 저희 홀리오라방 밴드의 버스킹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채권사가 고개를 살짝 돌리고는 윙크를 날렸다. 단탈리온의 멘트와 달리 홀리오라방돌이 밴드 멤버들은 자신들을 잘 가꿀 줄 아는 이들이었다.
그 덕분인지 여성 팬층도 두터웠고, 특히 이들이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는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았다.
“꺄악! 권사 오빠!!”
“간사 오빠!! 사랑해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여러분!”
채권사, 나간사가 손을 흔들며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드러머 유예찬이 히죽 웃으면서 드럼스틱을 휘릭 돌렸다.
투다당, 챵~!
“예찬이 멋지다!!!”
드러머를 향한 칭찬까지 끝나자 잠시 좌중이 조용해졌다.
“여러분, 저희가 이번에 하나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채권사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바로 JB방송의 ‘라이징 밴드!’ 다들 알고 계시죠?”
팬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1회 봤어요!”
“예고편도요!”
팬들은 홀리오라방돌이 밴드가 1회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 예고편에서는 더더욱 이들의 활약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예고편으로 올라온 영상들 모두 보셨다고 하시니 말씀을 드리자면…….”
채권사가 억울하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는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편집은 악마의 편집입니다! 저희는 다른 밴드를 폄하한 적이 없어요!”
실제로 그들은 RRR 밴드를 비하한 적이 있었다.
기보성PD와의 1:1 인터뷰 때.
-그런 컨셉질이나 하는 밴드에게 질 수는 없죠!
-예의도 없더군요. 무례한 밴드입니다.
-무개념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어요? 하하하.
그런 인터뷰를 했었다.
기보성은 그 이야기에 기반해서 단탈리온에게 알려 주었을 뿐이고.
다만, 예고편에서는 홀리오라방돌이 밴드가 먼저 대놓고 RRR 밴드를 저격한 것처럼 편집이 되어서 나왔다.
“그래서 JB방송국 PD에게 정식으로 항의를 할 예정입니다.”
당연히 그럴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그들은 RRR 밴드를 무시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를 공격하려 하는 RRR 밴드에게도 사과를 요청하려 합니다.”
당연히, 이건 실제로도 이야기를 해 보려 하고 있었다.
다른 때도 아닌, 본선 2라운드에서.
‘무대 위에서 이야기하면 편집될 일도 별로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채권사가 눈을 감고는 말했다.
“저희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다니,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희가 RRR 밴드에게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채권사는 두 손을 가슴께로 모으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여기 계신 여러분들만큼은 오해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그런 악질 밴드가 아니지 않습니까!”
채권사의 말에 팬들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교회 오빠들이 그럴 리가 없다!”
“우리 오빠들 지키자!”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채권사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버스킹, 첫 번째 노래로…….”
그때 홀리오라방돌이 밴드의 앞으로 작은 생명체가 걸어왔다.
“꺙!! 꺄꺄꺄앙!!!! 꺄꺙!!”
갈색 털을 가지고 목에는 검은색 목걸이를 달고 있는 토이푸들이었다.
* * *
단탈리온으로부터 특명을 받은 시루베로스는 곧장 행동을 개시했다.
[시루베로스. 우선 지역부터 탐색하자!]
“꺙!”
71위 마계의 7군단장, 만티코어의 지시를 받은 시루베로스가 연심 주변의 냄새를 킁킁 맡았다.
“끼양!”
[오? 찾았나!]
시루베로스가 홀리오라방돌이 밴드의 냄새를 맡은 장소는 단탈리온을 비롯한 RRR 밴드들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장소.
바로 홍대 근처인 신촌이었다.
[의외로 본거지는 가까운 곳에 있었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이야기인가.]
[그건 다른 의미야 만티코어. 여기서는 등잔 밑이 어둡다 가 맞겠지.]
단탈리온을 따라 인간계의 문화를 열심히 공부중인 두 악마, 만티코어와 시틀라였다.
시틀라는 시루베로스에게 통신을 보내며 시루베로스에게 명령했다.
[시루베로스. 신촌 부근이면 지하철역 근처나 대학교 근처를 찾아봐라.]
“꺙!!”
시틀라의 명령을 받은 시루베로스가 열심히 신촌 주변을 뛰어다녔다.
목줄 없이 혼자 다니고 있는 강아지를 보면서 사람들이 의아하게 쳐다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리는 받은 거 같은데?”
“잃어버렸나?”
“아가, 주인 잃어버렸니?”
심지어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루베로스는 그때마다 빠르게 도망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끼잉……. 낑.”
(해석: 아오……. 귀찮아.)
사람들이 자꾸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니 시루베로스도 답답해했다.
[아무래도 지원군이 필요하겠군.]
[인간들의 문화에서는 마물을 혼자 산책시키는 일이 없는 모양이야.]
[오늘도 하나 배우는구만.]
만티코어, 시틀라가 마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시루베로스가 한참 신촌 주변을 배회하게 되었고.
약 한 시간 동안 탐색을 거친 결과.
“안녕하세요, 여러분!!!!”
홀리오라방돌이 밴드의 버스킹 현장을 찾아낼 수 있었다.
“끄르르…… 끠끠잉!”
(해석: 이 자식들…… 찾았습니다!)
[드디어! 이 싸가지 없는 놈들! 감히 단탈리온 님께 허접스럽다고 말했겠다!]
[경을 쳐야 할 것이야! 경을!!]
만티코어와 시틀라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시루베로스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며 이빨을 드러내며 앞에서 공연을 준비 중인 홀리오라방돌이 멤버들을 노려봤다.
[허나, 아직이다 시루베로스. 오늘은 정찰이 목적이다.]
시틀라의 말에 시루베로스가 이빨을 숨기고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옳지. 좋아, 이제 방금 오로바스가 챙겨 준 눈알을 꺼내거라.]
시루베로스가 등에 매고 있던 가방 안에서 작은 눈알을 꺼냈다.
시루베로스용으로 만든 소형 감시 눈동자였다.
“꺙!”
[좋아. 이제 그 눈동자로 현장을 확인해 보겠다.]
시틀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감시 눈동자로 마력이 흘러들어왔다. 시루베로스가 고개를 똑바로 들었고, 감시눈동자가 시루베로스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그럼 오늘 버스킹, 첫 번째 노래는…….”
“꺙!! 꺄꺄꺄앙!!!! 꺄꺙!!”
생각보다 더한 아픔에 시루베로스가 비명을 질렀다.
[거의 다 되었다, 시루베로스여!]
서둘러 마력 운용을 마친 시틀라가 말했다.
[이제 눈을 떠 보거라.]
파앗!
시루베로스가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눈앞에는.
“어머 얘는 누구 강아지야?”
“귀엽다. 버려졌나?”
“이렇게 예쁜 애를? 에이 설마.”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깨달은 시루베로스가 화들짝 놀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끄르르르……!”
(해석: 다가오지 마……!)
[시루베로스! 진정해라!]
그때 시루베로스의 몸이 위로 번쩍 들어 올려졌다.
“꺙!?”
“정말 귀여운 강아지가 와 줬네요!”
홀리오라방돌이의 리더인 채권사였다.
‘강아지가 와 주다니 좋은 기회다!’
‘라이징 밴드’는 최종 선택에서 팬들의 투표도 중요하다.
게다가 지금 이 버스킹은 라이브 방송도 겸하고 있다.
그런 버스킹인 만큼 자신들의 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강아지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밴드!’
동물 우호적인 밴드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면, 더욱 따뜻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을 터!
채권사는 양 입꼬리를 활짝 올리면서 시루베로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오구오구. 여기 이런 귀여운 토이푸들이 어떻게 왔을까나~?”
“꺄앙!! 크르르 꺙!”
(해석: 이거 놓아라 하등한 인간 놈아!)
“응? 이 동네 마스코트 강아지라고?”
채권사는 들리지도 않는 강아지 소리를 들린다는 것처럼 연출을 했다.
이것 역시 밴드의 노래로 이어지기 위한 연출.
왜냐하면 오늘 첫 번째로 행할 노래 제목이 바로.
“마침 지금 막 하려던 노래가 ‘내 친구 루시’였는데 잘됐네요! 이 강아지가 와 주니 루시가 생각납니다!”
홀리오라방돌이 밴드의 대표곡, ‘내 친구 루시’.
채권사의 부모님이 키우던 강아지를 보면서 만든 노래였다.
강아지를 사랑한다거나 그런 마음이 담긴 건 전혀 아니고, 대중적인 밴드 노래를 만들기 위해 강아지라는 소재를 사용한 노래.
그 노래를 부르려던 순간 시루베로스가 나타났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채권사의 입장에서는 이게 웬 떡이냐 싶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구, 이 귀여운 녀석. 조만간 시골집에 내려가야겠…….”
“꺙!!!!! 끼야아아아아앙!!!!!!”
(해석: 꺼져! 꺼지라고!!!)
시루베로스가 맹렬히 저항을 했다. 그러자 채권사도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하, 강아지들이 저를 항상 좋아하는데 이 녀석은 깍쟁이네요!”
“그러게요. 정말!”
“아하하하!”
홀리오라방돌이의 팬들도 가볍게 웃으면서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오직 시루베로스만이 그들을 노려보며 이빨을 드러내고 있을 뿐.
“뽀뽀, 우움~뽀뽀뽀…….”
“크르르릉…… 끼양!!!! 꺙!!!!”
그때.
채권사의 몸이 서서히 젖어갔다.
“……응?”
“…….”
방금 전까지 맹렬히 짖던 시루베로스가 침묵했다.
그리고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해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본 채권사는 코를 찌르는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확인한 채권사는.
슈우우…….
시루베로스의 몸 중앙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노란 액체를 보며 기겁했고.
“으아아아악!!! 이거 산 지 얼마 안 된 명품인데!!!”
모든 볼일을 마친 시루베로스는 후련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끼낑!”
(해석: 맛이 어떠냐!)
“씨X!!! 이 미친 개새X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권사가 시루베로스를 힘껏 내던졌다. 보는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시루베로스를 받아 내려 했다.
그러나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집어 던져진 시루베로스는 공중에서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돌고는 바닥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크르릉…… 끠끠꺙!! 꺄앙!!! 크컁!! 캬컁!!!”
(해석: 감히 필멸자 주제에 켈베로스님에게 덤비느냐!!!)
“싸가지 없는 새X!!! 오늘 뒤졌다 새X야!!”
채권사가 몸에 묻은 시루베로스의 오줌을 묻히지 않으려고 한껏 몸을 수그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팬들도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반응이 있었다.
“미쳤나 봐……. 동물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집어 들면 나라도 놀라겠다.”
“기본적으로 강아지를 모르는 거 같은데?”
팬들은 물론이고 무슨 소란인가 싶어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까지.
홀리오라방돌이의 리더, 채권사의 행태를 두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망할 개새…….”
“채권사! 그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유예찬이 채권사에게 주의를 줬다.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게 된 채권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아하하하……. 아무래도 갑자기 들어 올려서 놀랐나 봅니다. 내가 미안해~”
최대한 성질을 참고는 있었지만, 누가 봐도 화가 잔뜩 났다는 걸 보여 주고 있는 채권사의 모습이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흘러 나가고 있었다.
* * *
“크크…… 크크큭…….”
시루베로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기 직전.
단탈리온은 합주실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산한 웃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앤디가 아무래도 불안하다며 물었다.
“야, 데스맨. 너 또 뭔가 했어?”
“그게 무슨 소리냐, 크크큭. 아무 것도 키키킥, 안 했느니라.”
하지만 말과는 달리 여전히 웃음을 짓고 있는 단탈리온이었다. 단탈리온은 앤디에게 들리지 않도록 시틀라와 통신을 나누었다.
“시틀라여. 상황은?”
[지금 시루베로스가 신촌에서 허접스러운 X망 밴드를 찾았습니다!]
시틀라의 보고를 받은 단탈리온은 시루베로스에게 달린 감시 눈동자를 통해 홀리오라방돌이를 노려봤다.
그리고.
“만티코어. 자네에게 맡기겠다.”
[예!!!! 위대하신 단탈리온 님의 이름으로!!!]
단탈리온의 명령을 받은 만티코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루베로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로 시루베로스가 채권사에게 안아 올려졌을 때였다.
[지금이다!! 싸질러라 시루베로스!]
[아니 만티코어, 너무 경박한 표현은 좀…….]
[무슨 소리냐 시틀라! 마물은 직설적으로 명령하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한다! 시루베로스! 지금이다! 네가 똥오줌 못 가리는 꼴을 보여 주는 거다!!!!]
“크르르릉…… 끼양!!!! 꺙!!!!”
(해석: 네 만티코어 님!!! 싸지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단탈리온은 시루베로스의 오줌으로 옷을 모조리 묻힌 채권사를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이제 녀석은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기 위해 근처의 샤워장으로 이동할 터.”
단탈리온이 오른손을 살짝 들고는 손가락을 까딱 움직였다.
“오로바스여. 대기하고 있거라.”
[예! 위대하신 단탈리온 님의 이름으로!]
샤워장 1회 이용권을 판매하고 있는 서갑수의 헬스장, H&B 헬스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오로바스가 뼈를 우두둑 풀며 채권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