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님, 메탈하신다-76화 (76/110)

76화. 목표

“흐응~ 흐흥~”

벌컥!!!

“꺄악! 깜짝이야!”

“우리 은영이 뭐 하고 있나 했더니, 여기서 콧노래 부르고 있었네?”

스틸러블리의 멤버들 전원이 화장실에 뒤따라 들어와 김은영을 보며 키득거렸다.

“방금 완전 공개 고백처럼 받았던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정말! 언니도 나 놀리기만 할 거야?”

김은영이 스틸러블리의 보컬리스트, 이자연을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이자연의 손길이 김은영의 머리 위로 향했다.

“꺅! 헤어했어! 만지면 안 돼!”

“에이 뭐 어때~ 또 만져달라 하면 되잖아.”

너무 귀여워 미치겠다며 이자연이 열심히 김은영을 괴롭히는 사이.

그 옆으로 스틸러블리의 베이시스트, 윤아민이 다가왔다.

“우리 은영이가 화장도 메탈스럽게 안 하니까 예쁘기는 하지.”

“아민이 너도 그런데 뭘.”

“나도 알아……. 내가 나쁘지 않은 거……. 근데…….”

윤아민이 고개를 푹 떨구고는 마치 한탄스럽다는 듯 과장되게 소리쳤다.

“내 아름다움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찌하리오!!”

“으응?”

“은영이 넌 좋겠다. 그런 꽃미남, 짐승남이 너 좋아한다고 공개 고백도 해 주고.”

“윤아민 너 정말!”

그렇게 스틸러블리 멤버들이 김은영을 열심히 놀렸고, 화장실 안쪽이 떠들썩해졌다.

스텝진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왜 이걸 화장실에서 이야기했냐면서 아쉬워했을 정도로.

지금 김은영은 스틸러블리 멤버들의 공공의 적이 된 것마냥 마구 놀림을 받았다.

“이제 그만 놀려! 나 무대 준비해야 해!”

“그치 그치. 이제 왕자님이랑 같이 공연하러 가야지.”

“아오, 정말!”

마지막까지 얄미운 소리를 던지는 윤아민을 향해 김은영이 살짝 쏘아붙이듯, 그러나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날렸다.

“저렇게 웃으니 남자들이 좋아하…….”

“제발 그만해~!”

“아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게, 그만.”

윤아민이 두 손을 휙 들며 항복 제스처를 취했다.

“정말, 내가 왜 언니랑 아민이 안 오나 했다.”

“그래? 우리보다 유나가 더 신기하지 않아?”

“유나 언니?”

그 말에 김은영이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정유나가 자신의 기타, 레드 홀스를 등에 매고는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언니도 있었어!?”

“……응.”

그런데 정유나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눈빛.

“어, 언니? 왜 그래?”

“……조심해.”

“응?”

정유나가 레드 홀스를 향해 손을 뒤로 뻗고는 기타 가방을 매만졌다.

“……여차할 땐, 드럼만이 널 지켜 줄 거니까.”

“언니 또 이상한 소리 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냐. 별일 없으면 제일 좋지.”

“? 그치 뭐. 아무튼 고마워. 참, 휘낭시에 먹었어?”

“그럼. 우리 은영이 예.비. 남친이 주신 건데 당연히 먹었지~”

이자연이 또 놀리듯 말하자 김은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 이제 갈 거야. 그만 놀려, 알았지?”

“그래 그래~ 3라운드 꼭 통과해!”

스틸러블리 멤버들은 모두 다른 팀으로 편성이 되었다.

정유나는 A팀.

이자연은 C팀.

김은영은 E팀.

윤아민은 F팀.

완전히 갈라진 멤버들이었기에, 이번에는 각자 알아서 생존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라운드에서는 다시 합류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잘하고 올게!”

김은영이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들어올렸다.

스틸러블리 멤버들이 모두 그 주먹에 대고 외쳤다.

“강철! 스틸! 훔쳐! 스틸! 러블리! 메탈! 락앤롤!!!”

스틸러블리의 공식 구호를 복도에서 외친 그녀들이 각자의 대기실로 흩어졌다.

* * *

이번 라이징 밴드 본선 3라운드는 팀의 알파벳 순서대로 공연하지 않았다.

알파벳은 그저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실제 공연 순서는 MC한석주의 제비뽑기로 정해졌다.

그렇게 정해진 결과는

“첫 번째 공연은 E팀입니다!”

김은영과 오로바스가 속한 E팀이 첫 번째.

두 번째는 정유나와 앤디, 제인, 도미니온이 속한 A팀.

세 번째는 단탈리온과 열반 밴드 멤버들이 함께하는 D팀이었다.

“그럼 E팀의 공연을 시작으로, 라이징 밴드 본선 3라운드! 그 뜨거운 경연의 현장으로 달려가겠습니다!”

한석주의 신호에 맞춰 참가자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특히나 이번에는 나름 영상팀에서도 준비를 해 둔 덕분에, 대기실에서 현장의 영상을 꽤 직접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단순히 참가자들이 다른 팀의 공연을 보도록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는 어떤 식일까?’

‘저 기타 솔로, 단독캠으로 보고 싶은데.’

‘드럼 세팅이 특이한데? 더 가깝게 찍어 주진 못하나.’

나름의 니즈들이 있었기에, 영상들을 보여주었을 때 참가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함도 있었다.

그래서 참가자들도 대기실의 변화에 매우 기뻐하며 각자의 순서에 맞춰 준비를 했다.

“오늘 진행하는 3라운드는 첫 번째 순서가 아무래도 가장 중요하겠죠.”

MC한석주가 심사 위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윤상하 프로듀서!”

한석주의 질문에 윤상하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렇지요. 아무래도 팀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기에, 첫 번째 팀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팀 변경 후 첫 번째 평가. 어떻게 보면 이들이 평가 기준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윤상하에 이어서 하현주도 의견을 보탰다.

그 말대로, 이번 3라운드에서 첫 번째 순서는 전체 경연 진행에 있어 매우 중요했다.

“쉽게 말해, E팀의 어깨가 무겁다는 뜻이군요!”

한석주가 싱긋 웃으며 마이크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자, 그럼! 세팅을 모두 마친 E팀은 어떤 노래를 들고 왔을지! 오늘의 첫 번째 순서, E팀의 공연. 시작합니다!”

번쩍!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면서 E팀 멤버들이 들어왔다.

당연하게도, 오로바스와 김은영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힘내라, 김은영!”

“박진태 파이팅!”

이제 참가자들도 서로의 안면을 익히고 친해지기 시작한 터라, 참가자들을 순수하게 응원해 주었다.

응원의 소리를 들으면서 오로바스가 드럼 스틱을 가볍게 손에 쥐었다.

‘가볍다.’

어쩐지 드럼 스틱이 이전보다 손쉽게 손 안에 감겼다.

김은영과 한결 사이가 가까워진 덕분일까.

‘이 컨디션이라면 가능하다……!’

김은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전보다 괜히 기분이 더 업된 상태.

그래서 평소보다 더 기합이 들어간 상태로 심벌을 한 번 내리쳤다.

챠앙!!!!

김은영의 심벌을 신호탄으로 삼아, E팀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매끄럽게 이어지던 공연이 1분쯤 지났을까.

보컬리스트가 잠시 숨을 고르고 연주가 이어지는 간주 구간으로 이어졌다.

그 구간을 들어가기 위해 김은영이 스네어를 내리치는 순간.

‘……!!!’

-…… 구하는가.

‘누구지……?’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더니.

빠각-!

김은영이 쥐고 있던 드럼 스틱이 부서졌다.

“왜……!?”

그리고 그 파편이 김은영의 눈동자로 날아들었다.

‘안……!’

파캉!!

스틱의 잔해가 방향을 바꾸어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자, 잠깐……!!”

너무나 놀란 나머지, 김은영이 숨을 헐떡이며 부러진 드럼 스틱을 한 번, 바닥으로 떨어진 파편을 한 번 바라봤다.

세게 내리치지는 않았다.

게다가 쉽게 부러질 스틱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하물며, 그 파편이 눈으로 날아들었던 것도 처음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실명할 수도 있었던 순간.

“괜찮으십니까!”

상황을 파악한 오로바스가 김은영을 향해 달려갔다. 김은영은 그저 입을 뻐끔거리며 오로바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놀라셨겠습니다.”

심사 위원들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다들 웅성거렸다.

“뭐, 뭔가요?”

놀라기는 한석주도 마찬가지였다.

기보성도, 조연출도 황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

“안 다치셨어요?”

“아, 네, 괜찮…… 아요.”

그때 김은영의 몸이 휘청, 기울었다.

털썩.

옆으로 쓰러지는 김은영의 몸을 받은 오로바스가 주변을 둘러싼 이들을 보며 말했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그, 그렇지, 의료팀! 의료팀 불러!”

“우리가 의료팀이 어딨어요?”

“그럼 119라도 불러! 가스 사고에 이어서 이런 일까지 또 터지면 안 돼!”

“119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오로바스가 김은영의 얼굴을 한 번 매만지며 말했다.

“긴장이 풀려서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하, 하하, 다행, 다행입니다. 하하…….”

그렇게 E팀의 공연은 순식간에 마무리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김은영이 정신을 차리면 한 번 더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 방송사가 그나마 줄 수 있는 혜택이었다.

* * *

“단탈리온 님.”

오로바스가 내 앞에 산산조각이 난 나무 조각을 들고 왔다.

“역시나더냐.”

“그렇습니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나무 조각을 전달한 오로바스가 한쪽 무릎을 쿵! 꿇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흐음.”

김은영의 조각난 드럼 스틱.

그게 왜 갑자기 날아들었는가.

그걸 파악하기 위해 오로바스에게 곧장 통신을 넣어 조각을 챙겨 오도록 명령했었다.

“이상하구나.”

“예. 대체 왜 김은영이 그랬을지…….”

드러머가 스틱을 부러뜨리는 일은 자주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연습할 때의 이야기.

본 공연 때는 새 스틱을 사용한다. 무대에서도 여러 곡을 공연하면 부러질 수는 있겠지만, 겨우 한 곡 공연하는 라이징 밴드에서 스틱이 부러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데스맨 씨!”

왔군.

“도미니온 씨……?”

오로바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금발 미녀, 도미니온을 보며 물었다.

“무대 준비는 어쩌시고…….”

“방금 전 사고 때문에 잠깐 중단되었어요. 진태 씨, 은영 씨 지켜 주셔서 고마워요.”

도미니온이 꾸벅 인사를 하며 오로바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로바스도 그 감사 인사가 나쁘지 않았는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데스맨 씨, 방금 전에, 그거 들으셨어요?”

“……그러하다.”

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도미니온이 역시, 하며 천천히 말했다.

“데스맨 씨도 느끼신 것처럼, 은영 씨가 드럼 스틱을 내려치기 전에 묘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목소리가…… 말입니까?”

오로바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도미니온에게 물었다.

“저는 바로 옆에 있었지만 듣지 못했습니다.”

“네, 그 목소리가 들리려면…….”

도미니온이 무언가 설명을 이어가려다 멈칫했다.

나는 그녀가 말을 더 이어 가기 전에 내 의견을 이야기했다.

“특정한 조건이 필요하겠지. 허나, 도미니온, 자네도 들었다는 것 아닌가.”

“……선명하지는 않았지만요.”

사실 정말 김은영의 귓가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는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몰랐다.

그저 도미니온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줬을 뿐.

그런데 오로바스도 듣지 못했다는 걸 보니.

‘조건 중 하나는 신성력과 비슷한 맛의 마력을 지닌 자일 수도 있겠군.’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도미니온만이 그걸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방금 김은영에게 방어막을 쳐 준 것도 자네로군.”

끄덕.

방금 전, 김은영의 드럼 스틱이 부러졌을 때.

드럼 스틱이 김은영을 다치지 않도록 해준 건 도미니온의 백마법이었다.

사전에 이미 나와 이야기를 나눈 사안이었기에 가능했던 대처.

“데스맨 씨가 먼저 이야기 안 해 주셨으면…… 저도 방심했을 거예요.”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느니.”

이전, 홀리오라방돌이에서 탁기에 휩싸인 인물은 드러머, 유예찬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드러머에게 접촉할 거라고 예측했다.

이번에는 다음 공연 차례인 A팀이 무대 뒤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기에.

도미니온에게 대비를 부탁한 것.

“은영 씨는 괜찮으시데요. 진태 씨 말씀처럼 잠깐 정신을 잃은 거였어서…….”

“그럼 그 뒤는 어찌될 거라 생각하는가.”

김은영이 무사하다면 그걸로 되었다.

오로바스가 속한 E팀이 추후 곧 공연을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설령 김은영의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사고가 있었던 팀이었으니 일부 봐주는 걸 기대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이어지는 공연은 A팀.”

이제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누구에게 다가갈 것인가.

적어도 도미니온은 아니다. 그녀는 이미 주천사 도미니온의 힘이 깃들어 있으니까.

앤디와 제인도 아니다.

그 둘은 마력이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필멸자니까.

정유나는 마력이 있을 듯 말 듯 한 수준이었지만, 과연 그 정도의 마력을 취하기 위해 상대가 움직일까?

이미 김은영에게 접근하면서 한 번 실패를 겪었다.

그렇다면 분명 녀석은.

“목표는 A팀이 아니라 D팀이겠군.”

“네?”

그게 무슨 뜻인지 묻는 도미니온을 향해, 나는 굳이 긴 설명을 하기보다는 내 추리의 결과를 말했다.

“열반 밴드가 위험하다.”

“스님들이!!!???”

“단…… 데스맨 님! 그게 무슨 말씀……!”

그러고는.

쿠웅!

“…… 이 몸도 준비를 해 두어야겠구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열반 밴드가 탁기에 잠식당할 테고

그렇게 되면 D팀은 광탈이다, 광탈!

그렇기에 의지를 다질 수밖에 없다.

라이징 밴드에서 이 몸의 무기.

시커먼 마이크 스탠드를 굳세게 쥔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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