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중요한 임무는
도미니온은 빠른 걸음으로 후다닥 복도를 빠져나갔다.
나온 곳은 방송국의 창고.
“선배, 설명 좀 해 주실 수 없어요?”
“함정을 깔아 놨어.”
“함정……? 아하!”
도미니온은 자신이 방송국 복도와 대기실, 창고 등에 온갖 함정을 설치해 두었음을 설명했다.
“당연히, 마기가 있는 존재에게만 반응하는 거야. 일반인들이 다치면 안 되니까.”
“하긴, 그렇죠.”
“그래서 너한테도 반응을 안 한 거겠지. 넌 마기가 없으니까.”
“흐음, 아까 너, 뭐야? 라고 했던 게 그런 의미였군요?”
부끄럽게도.
그게 맞았기에, 도미니온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응. 아까는 미안했어.”
“아니에요, 선배. 저도 메타트론 님이 들키지 않도록 임무를 수행하라 하셔서 숨겼으니까요. 얼른 가죠, 범인 도망가기 전에요.”
고개를 끄덕인 도미니온이 속도를 높였다.
신성력으로 신발에 하얀 구체를 달았다. 그러자 평소의 걸음의 두 배는 되는 속도로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프린시펄리티도 도미니온의 백마법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마력을 발산했다. 그 역시도 속도를 높여 도미니온의 뒤를 따라갔다.
도미니온이 설치한 함정에 누가 걸려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 * *
미치겠군.
나는 눈앞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존재를 조용히 응시했다.
“크큭……. 크흐흐흐……!”
“……벌써 실성했는가.”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안쓰러운 생명체를 바라봤다.
녀석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어떻게든 다리에 걸린 신성력 덫을 빼내려 안간힘을 썼다.
“크…… 아아아아!!”
어찌 된 일인가 싶을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10분 전쯤.
나는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함정들을 모두 파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작은 함정이지만, 어쨌든 저 함정에 걸리면 골치 아파질 게 뻔하다.
그러니 피하기보다는, 아예 부숴 버리는 걸 택한 것이었다.
이 남자를 만난 건, 파괴를 하며 전진하기를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히익!
-음?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반대편을 향해 마구 달려갔다.
그 모습이 다소 수상했지만, 굳이 쫓아가지는 않았다.
“……그렇군.”
바로 그곳에 설치되어 있던 덫.
거기에 남성의 다리가 결박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챠캉!!!!
“끄, 끄아아아아아!!”
그렇다.
저 남성이 덫에 걸렸다는 건.
“악마인가.”
바로 마기를 보유하고 있는 악마.
그렇기에 신성력 덫이 반응을 하였다.
“꺼흡……. 끄헉…….”
신성력이 몸 안을 파고들어서 아주 괴롭겠지.
게다가 녀석의 상태를 보아하니, 많이 쳐준다면 상급 악마 수준으로 보였다.
“자네는 가고일이군.”
“!!??”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한가.”
나는 마이크 스탠드를 그의 머리에 겨누고는 말했다.
“이 몸의 마력이 그대를 파악하는 데는 찰나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도다.”
“다, 다다, 단탈리온, 니, 니임.”
남성의 등에서 가고일의 날개가 하나 피어올랐다.
펄럭-!
그러나 그 펄럭거림도 잠시.
가고일의 날개는 신성력에 의해 천천히 불타올랐고, 결국 날개는 뼈만 남은 채로 앙상한 형상을 만들게 되었다.
“커헉……!”
“이름을 말할 기회를 허하겠다.”
녀석은 죽어 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속과 이름을 알아 두어야 추후 장례라도 치러줄 수 있을 터.
게다가 이 녀석은, 72위 마계와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였다.
“그대는 72위 마계와는 결을 달리하는군.”
“……!!!!”
“이런 마력의 보유자는 72위 마계, 어디에도 없느니.”
그렇다면 72위 마계에서 퇴출당해 인간계를 떠돌아다니는 악마이거나.
“칠죄종의 악마.”
“!!??”
“질투의 레비아탄의 수하인가.”
72위 마계가 관리하는 세계를 벗어나.
독자적인 생존을 취하고 있는.
악마 중에서도 이질적인 존재들.
7개의 거악.
칠죄종.
그중에서도 질투의 화신인 레비아탄.
“레비아탄이 굳이 인간계로 수하를 내려보내다니. 참으로 기이하구나.”
“끄헙…….”
“말할 기운도 없는 건가.”
나는 녀석을 향해 동정하지도, 연민을 갖지도 않았다.
녀석이 탁기를 발산하는 범인은 아니었다.
탁기는 기본적으로 마기를 원인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신성력이 잘못 발현되어 나타나는 것이 탁기.
그걸 잘 모르는 천계의 멍청한 녀석들은 탁기가 악마들로부터 나온다고 알고 있지만.
지난 유예찬의 사건에서도 강조했던 것처럼.
결국 탁기가 발생하는 이유는, 천계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가고일은 탁기를 발산하는 범인이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이 녀석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법.
“시간이 얼마 없으니, 마왕에게 직접 고할 영광을 주겠다.”
“크흡……!”
“탁기의 정체를 알고 있는가.”
그렇기에.
나는 녀석에게 탁기의 정체를 물었다.
칠죄종이 갑자기 자신의 수하를 인간계로 내려보낼 리가 없다.
분명 무언가 꿍꿍이가 있기 때문일 터.
게다가 교묘하게.
이 몸을 방해하면서도 견제하고, 천계에게도 도발을 걸어 버리는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니.
“고하거라.”
“처…… 천사……입니다.”
“멍청한 것.”
나는 녀석의 목을 꽉 움켜쥐었다.
“크허헉……!”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더냐.”
한 번 더 녀석에게 물었다.
“누구더냐.”
“처, 천사…… 남자…… 금발의…….”
“금발의 천사인가.”
천사들은 대부분 금발이었다.
남녀 비율도 비슷.
“죽는 순간까지도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죄, 죄송합니, 다, 마, 마왕, 님…….”
“허나 죄송해할 필요는 없느니라.”
그렇다.
녀석이 레비아탄의 수하라면.
응당 마왕을 위해 마지막을 장식할 각오도 되어 있겠지.
게다가, 봐라.
이미 녀석은 소멸 직전이었다.
“레비아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세.”
나는 눈을 살짝 찡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세?”
“…… 레비아탄 님…… 만세…….”
마지막까지 자신의 주인을 위해 경례를 올리다니.
녀석은 악마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았고.
“……감사합니다.”
“자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
나 역시, 녀석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희생할 수 있는 영광을 선사하도록 하지.”
“가, 감사…….”
나는 가고일이 말을 마치기 전에,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녀석을 들어 올리고는 앞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콰콰콰콰콰콰쾅!!!!
“끄, 끄아아아아아아아!!!!”
“버티거라. 입에 피가 터지도록. 그래야만.”
이미 몸을 축 늘어뜨리고 기절해 버린 가고일을 향해.
나는 조용히 읆조렸다.
“마왕을 위해 희생하는 영광을 안고 갈 수 있을지니.”
* * *
도미니온은 프린시펄리티와 함께 함정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다른 방송국 스텝진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었기에, 지나치게 속력을 높일 수는 없었지만.
“어? 도미니온 씨……이!?!?”
“죄송해요, 지나갈게요!”
이미 거의 달리기나 다름없는 수준의 걸음이었기에.
사람들도 의문을 품고서는 두 천사를 바라보곤 했다.
“선배, 너무 눈에 띄는 거 아니에요?”
“저쪽까지만 가면 괜찮아!”
도미니온의 말대로였다.
외길로 꺾이는 부분의 복도는.
대부분의 스텝진들이 방송 촬영 현장으로 이동해 있었기에, 인적 자체가 드문 장소였다.
누군가가 숨기라도 한다면 더없이 좋은 환경.
게다가 그 시끌벅적한 라이징 밴드의 공연 소리도.
이곳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악마가 걸린 함정이 있는 장소가 이 앞이다.
드디어 범인을 잡아냈다는 기쁨에 도미니온이 발을 옮기는 순간.
콰콰콰콰콰콰쾅!!!!
“우왓!!!”
“꺄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방송국 복도에 자욱하니 먼지가 가득해졌고.
뚜벅.
쿠웅-!!
“끄헙…… 꺼헙…….”
“참으로. 치졸하기 짝이 없구나.”
단탈리온 데스맨이, 한 남성의 멱살을 잡고는 땅바닥에 내다 꽂아 버렸다.
“누구인가.”
그리고 서늘한 눈빛을 던지며.
“누가, 이따위 흉계를 꾸몄단 말이더냐.”
눈앞에서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두 천사.
도미니온과 프린시펄리티를 이글거리며 바라봤다.
“자네들은 알고 있는가.”
“……네?”
“허억.”
뚜벅.
“악마와 손을 잡은 천사의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
그 말에 도미니온이 입술을 달싹이며.
“지…… 지금, 뭐, 뭐라 하셨…… 습니까?”
“악마와 손을 잡은 천사에 대해 물었다.”
단탈리온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러하다.”
단탈리온이 바닥에 널브러진 채, 조금씩 소멸하고 있는 남성을 가리켰다.
“저 자의 증언이니라.”
“저 자……?”
도미니온이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남성을 바라봤다.
등에는 두 날개가 있었지만, 이미 뼈만 남아 있는 상태였고.
다리에는 자신이 설치해 둔 신성력 덫이 달려 있었으며, 온몸에 신성력 화살이 박혀 있었다.
그뿐인가, 얼굴은 타오르다 못해 흉측하게 녹아 버려서 뼈의 마디마디가 모두 드러나 있었고, 두 팔은 신성력 바늘에 찔려 온 손등에 구멍이 나 있었다.
자신이 설치한 함정의 결과였지만, 도미니온은 저도 모르게 숨을 헙, 삼켰다.
“……가고일이군요.”
도미니온의 옆에서 남성을 지켜보던 프린시펄리티가 중얼거렸다.
“저 자가 탁기의 발신인입니까.”
심각한 얼굴을 하는 프린시펄리티의 옆으로.
단탈리온이 순식간에 다가가서는 혓바닥을 낼름 내밀었다.
“무, 무슨 짓입니까!?”
“가만있거라.”
단탈리온의 기세에 프린시펄리티가 몸이 마비된 듯 움찔거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단탈리온은, 프린시펄리티의 목을 혓바닥으로 할짝 핥았다.
“왜, 왜왜, 왜 이러세요!”
그에 기겁한 프린시펄리티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변태였습니까, 당신!!”
“……변태는 자네 같군.”
단탈리온이 태연한 얼굴로 프린시펄리티를 향해 말했다.
“자네는, 이 라이징 밴드에 참가하였는가.”
“제가요……?”
“이 몸은 세 번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탈리온이 한 걸음 더 가까이, 프린시펄리티의 앞으로 다가왔다.
“참가하였는가.”
“……아뇨, 저는 관계없습니다.”
“그러한가. 허나, 이상하구나.”
지금 프린시펄리티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이 기운.
“어찌하여 그대의 몸에서, 음공의 기운이 느껴진단 말이더냐.”
“!?!?”
그 말에 프린시펄리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고.
“으, 음공!?”
도미니온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며 프린시펄리티에게 재차 물었다.
“너,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음공이라니!?”
“아아 그게, 음……. 그 스님들 있죠? 제가 그분들이 너무 딱한 거 같아서 저번에 마법을…….”
“미쳤어!? 일반인에게 무슨 짓…….”
프린시펄리티를 나무라려는 도미니온이었지만.
“선배.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프린시펄리티가 먼저 선수를 쳐서 그녀의 입을 막아 버렸다.
“……뭐가?”
“이 사람, 이상하잖아요.”
단탈리온 데스맨.
그는 어째서 이런 걸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그거’라서 일까요?”
“너, 지금 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니, 방금 그 가고일에 대해서 말인데요. 어떻게 잡아낸 거죠?”
“혀가 길구나.”
더는 들어줄 수 없다는 듯 단탈리온이 마이크 스탠드를 쿵 내리찍었다.
“감히 이 몸의 앞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
“……제가 누군지나 알고 그러시는 건가요?”
“물론이다.”
단탈리온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
“악마와 손을 잡은 천사가 있다.”
단탈리온의 미간이 한껏 좁혀졌다.
“그 천사로 인해 라이징 밴드에서도 두 번이나 탁기가 발현되었다.”
“설마……!”
단탈리온의 고개가 살짝 움직였다.
“그들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탁기를 발산하는 인물의 정체.
바로, 악마의 힘을 빌리고, 천사이기를 포기한 존재.
“타천사의 농간이 시작되고 있다.”
라이징 밴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해하려는 자들.
그들을 막지 못한다면.
“그대들의 상관도 그대들을 처분할 생각일 것이다.”
도미니온과 프린시펄리티가 잠시간 침묵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바로 프린시펄리티였다.
“감히 메타트론 님을 모욕하면.”
고오오오.
“설령, 당신이라 해도 용서치 않겠습니다.”
“그러니 말하지 않았더냐.”
끌어올려지는 신성력을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단탈리온은 그저 꼿꼿하게.
자세 하나 바꾸지 않고, 오히려 평소보다도 더 결연한 의지를 표하고자 허리를 펴고, 거만한 눈동자로 프린시펄리티를 바라봤다.
“지금 자네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손가락을 들어 라이징 밴드 무대 방향을 가리킨 단탈리온이.
두 천사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곳에서 날뛰고 있는 타천사를 잡는 것이다.”
“……타천사?”
“……!!”
의문을 품은 프린시펄리티와 다르게.
우웅-
촤락!
순식간에 신성력을 폭발시킨 도미니온의 몸이 옅게 빛나며 평소보다도 더 긴 머리카락을 만들어 내며 모습을 변화시켰고.
파팟! 파파팟!
백마법으로 각력을 강화하고는 단탈리온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서, 선배, 같이 가요!”
그 뒤를 프린시펄리티가 뒤늦게 쫓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