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님, 메탈하신다-90화 (90/110)

90화. 성검, 엑스칼리버의 최후 (2)

RRR 밴드의 노래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기보성은 RRR의 노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저기 PD님……?”

“…….”

“PD님?”

“아, 왜! 지금 집중하잖아!”

“집중하실 게 아니라, 저거 수위 괜찮겠어요?”

조연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보성이 손을 휙 저었다.

“저 정도는 괜찮아! 직접적인 표현 없잖아!”

“아니, 발가벗는다던가 박는다던가……. 고꾸라졌다거나 뭐 그런 거, 다 위험…….”

“어허. 그러니까 RRR이고 메탈인 거야. 너, 메탈 몰라?”

기보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여간, 이래서 젊은 것들은…….”

“아니, 메탈이고 뭐고 방송 심의는요!?”

“가벼운 조크라고 해!”

“그게 될 리가 없잖아요!”

“아니면 뭐, 가사 내용이 불편하기라도 하냐? 아직 젊어서 그런 거 모르잖아 넌!!”

그리고 말을 마친 기보성은 자신의 아랫도리를 슬쩍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 모습이 지나치게 처연해 보였기에.

조연출도 딱히 더는 태클을 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숙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 * *

처음에는 그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었다.

-핑거링만으로는 메탈 사운드를 내기 어렵긴 해.

평범한 락이라면 괜찮지만,

메탈만의 뜨겁고 찢어지는 강렬한 사운드를 내기에는 사실 핑거링만으로는 부족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핑거링만으로는 기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게 현재 앤디가 지닌 실력의 한계였다.

-시간이라도 있으면 연습이라도 해 볼 텐데…….

그렇게 고민 중이던 앤디에게 단탈리온은 이렇게 말했다.

-다섯 손가락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그게 바로 앤디 자네가 수락한 방법이다.

-응? 뭐가?

-핑거링 말이다. 한 손으로 부족하다면, 손을 늘리면 될 일이 아니더냐.

그랬다.

마왕이라는 이 미친놈이라면 그런 발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특훈을 받아들였었고.

“으아아오아아아아아아아아!!!!!”

지금, 그 특훈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천수관음 주법……!!!!!!”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 전설로만 남아 있는 천수관음 주법.

수십 개의 손이 모여들어 동시다발적으로 현을 튕길 수 있게 되어, 한 번에 6현을 모두 연주할 수 있는 궁극의 비기.

“이, 이런 미친 속주가……!!!”

“저게 진짜 실존했다고……?”

피크 연주로는 할 수 없는 기술.

앤디는 그걸 심사 위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해내고 있었다.

“너무 속도가 빨라서 잔상처럼 보이는데요!”

“미친 속도다……. 이걸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윤상하를 비롯한 심사 위원들은 입을 떡 벌리며 앤디의 연주를 감상했다.

그렇게 모두가 그 연주에 감탄하며 RRR의 음악에 빠져들고 있을 때.

“으으……. 끄으윽……!”

심사 위원 중 한 명에게서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단탈리온의 입가에 히죽, 미소가 번졌다.

* * *

‘슬슬 물게 되겠군.’

수도 없이 방심하게 만들었던 수 싸움.

드러머가 뼈다귀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

당연히 가장 두꺼운 걸 고르겠지만, 신중하게 하나하나 골라 보는 모습을 통해 저 녀석들 뭐 하는 거지? 싶게 만들었다.

‘바로 그게 악마식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기타리스트가 초반부에는 잠시 빠져 있다가 곡의 인트로가 지나고서야 나타난다.

게다가 피크도 없고, 통기타를 매고 있다.

기타리스트에게 피크가 없고, 통기타를 들었다?

그러면 포크송만 할 줄 알았겠지.

저 밴드 녀석들이 뭘 하는 건가?

그렇게 미심쩍게 바라보고 있는 사이, 터져 나오는 앤디의 연주.

“앤디의 메탈 연주가 그대의 귓가를 사정없이 후려갈기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노래 가사는 일부러 상대가 싫어할 만한 단어들을 넣어두었다.

엑스칼리버의 최후, 성검의 몰락 등.

그들은 내가 부른 이 노래의 가사를 아주 모욕스럽게 생각할 터.

“으아아아아아아오오아아아아!!!!”

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쟝!!!

그렇게 상대를 향한 사운드 공격이 펼쳐지면서, 그 반동이 지금 저 앞의 남성에게서 나타나고 있었다.

“훗.”

주먹을 꽉 쥐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가슴 앞을 퉁퉁 두 번 치며 말했다.

“거기 숨어 있지 말고 나타나거라.”

나의 시선이 유독 앤디의 연주에 괴로워하고 있는 심사 위원을 향해 내리꽂혔다.

마지막 수 싸움은 내가 2절 가사를 던지며 울부짖는 것.

“이 몸 앞에 무릎을 꿇을 때다.”

쿠웅!!!

나는 바엘로부터 받은 마(魔)이크를 바닥에 내리꽂고, 최후의 클라이막스로 달려갔다.

[등 뒤에 발가벗은 너를 두고]

[이제 떠나가는 우리들]

[꺾여진 성검은 애처롭게]

[네 몸에 덜렁덜렁 달려 있네]

[비참하게 주저앉아]

[벌거숭이 춤이나 추는 게 어떤가]

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쟈쟝쟈쟈쟈쟝따라다다단다다당따다당

[조용히 눈을 감고 춤을 추며]

[부러진 성검이나 만지작거려라]

[과거나 추억하며 성검을 곧추세워 보겠지]

[오오오 그래 봤자 너는 이제 늙은이!!!]

[망가진 엑스칼리버를 믿고 설쳐 대며!!!]

[때려!!!]

[박아!!!]

[후계자나 찾는!!!]

[찔러!!!]

[넣어!!!]

[어리석은 기사의 삶이여어어어어!!!]

내 목소리와 제인의 코러스가 공명을 일으켰고, 앤디의 기타 연주를 타고 무대 위를 찢어 나갔다.

그 아래를 오로바스의 드럼이 하나가 된 사운드가 흩어지지 않도록 꽉 잡아 주었다.

그렇게, 공간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심사 위원들의 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인 메탈 노래가 흘러들어 갔을 거고.

상대에게는.

“제발 그마안!!!!!!!!!!”

훗.

미끼를 물었는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괴로웠겠지.

나는 심사 위원 중 한 명을 향해 마력을 끌어올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주먹을 한 번 쥐며, 마치 눈앞에 있는 존재를 억지로 멱살을 잡고 끌어오듯이 앞으로 당겨 냈다.

그러자.

쫘아아아아악!!!!!!!!

“끄, 끄아아아아아!!!!!”

심사 위원, 유열희.

그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그림자 하나가 변형된 슬라임처럼 쭈욱 늘어지더니.

촤아아악!!!!

벽에 달라붙은 스티커가 떼어지듯 유열희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 짧은 시간에 빙의를 하려 했는가.”

빙의를 할 정도의 시간은 충분했을 터.

단순히 숨어 있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나, 이 몸의 책략 앞에서는 그 역시 무용지물이니라.”

방심에 방심을 거듭하게 만들어 패하게 만드는 책략.

“이것이 바로 경적필패(輕敵必敗) 니라.”

바닥에 무릎을 꿇은 남자.

금발에 짧은 머리를 하고, 검은색 스텝 모자를 뒤집어쓴 남성이 분한 듯 입술을 꽈득 깨물었다.

나는 그런 남성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마이크를 다시금 잡았다.

[We are shadow! 고꾸라진 성검이 기울어진!]

[박아!!!]

[꺾어!!!]

제인과 오로바스의 코러스가 겹쳐지고, 내 목소리가 마이크 스탠드의 마력이 담겨 남성을 향해 내리꽂혔다.

“그…… 그마안……!!!”

[자네의 성검이나 쥐어 잡고 사라지도록 하거라]

그동안 난 붉은 안광을 빛내며 남성을 저 무대 뒤쪽으로 뻥 걷어찼다.

[We are shadow!!!!!!!!]

[쉐쉐쉐!!!]

[도도도!!!!]

[우우우!!!!]

그리고 무대 뒤로 날아간 남성을 바라보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숨어서 변태하지도 못하는 삶]

[후계자나 찾으며 사그라지거라]

[때려!!!!!]

[박아!!!!!]

두두둥

둔두두둔

쟈쟝, 따다다다 키이잉!!

[갖다 박아!!!!!!]

[고꾸라져 버려어어우어어이예아아아아아아!!!!!!!]

쟈쟈쟝!

둔두둔! 챵!!!!

그리고 사그라지는 연주.

그 사이로, 제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는 힘이 사라진 성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노래의 마지막을 알려 갔다.

[더는 매력 없는, 죽어 버린 검집.]

제인의 청아한 목소리가 앞선 나의 거친 목소리와 대조되면서, 성검을 잃은 화자를 더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가사와 목소리로 만들어 내는 연출에 심사 위원들이 입을 떡 벌렸고.

두둥!

챠챠챵!

따다다쟈쟝~쟈쟈쟌!!

파팟.

나는 마이크 스탠드를 천장을 향해 세우며 노래의 마무리를 알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미친 연출!!! 마지막에 봤어요!? 들었어요!?”

“돌았다, 이게 메탈이다!!!!!”

“천수관음 주법이라니!!!! 이 진귀한 걸 여기서!!!”

잠시 어리둥절해 있던 유열희를 포함한 심사 위원들 네 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락의 상징을 표현했다.

““ROCK AND ROLL!!!!!””

“아니 아니지! 중지! 중지!!!”

“아! 맞네!!!”

““FUCK AND ROLL!!!!!!””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바라보며 나는.

-…… 믿기지 않는 결과군요.

-그게 현실이다. 절대 놓치지 말거라.

마력을 갈무리하며 마이크 스탠드를 정리했다.

-이 몸이 가기 전까지는 반드시 붙잡아 두어야 하느니.

무대 뒤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도미니온에게 전음을 보내고는 심사 위원들의 반응에 호응해 손을 번쩍 들었다.

“FUCK AND ROLL!!!!!!!”

* * *

“젠…… 장……!!”

단탈리온에게서 몸이 뽑혀져 나간 존재가 분한 듯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쾅!!

그 천박한 가사!!!!!!

그 가사 때문이다!!!!!

다른 건 참을 수 있었다.

멍청한 드러머의 모습?

쟤네가 저렇게 무식한가? 싶었다.

뼈다귀로 드럼을 연주한다고? 말이 되나?

그런데 결정한 뼈다귀가 제일 큰 거야?

‘그딴 걸로 연주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눈을 의심하며 녀석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기타리스트의 연주도 충격적이었던 것은 맞다.

천수관음 주법이라고!?

듣도 보도 못한 주법이다!!!!!

그런 게 진짜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그 천박한 가사들!!!!!’

거기에 그건 뭐냐고 대체.

때려 박아? 넣어? 곧추세운다고? 고꾸라졌어? 발가벗고 춤이나 추라고?

‘일부러 외설적인 가사로 나를 도발한 거야!’

그렇기에 더더욱 분했다.

그걸 알고 있었음에도 대처하지 못했으니까.

“여기까지야.”

그의 앞으로 금발의 긴 생머리를 찰랑이며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외모로 주변 일대를 물들이고 있는 여성이 나타났다.

“…….”

“왜…… 그런 거야?”

이대로 붙잡히면 정말 끝장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이었다.

콰당!!

“크헉!!”

도미니온의 술법이 상대의 다리를 포박했다.

일어나려던 그의 몸이 앞으로 철퍼덕 엎어졌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으으……. 끄윽……!”

도미니온의 눈에 살기가 담길 정도로 매서워졌다.

천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나운 눈빛.

당장이라도 눈앞의 존재를 철저하게 벌하겠다고 다짐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도미니온의 앞으로.

“어리석구나.”

지금 엎어진 사내가 여기 있도록 만든 원흉.

단탈리온 데스맨이 걸어왔다.

매우 고고하게.

그리고 절도있게.

엎어진 사내를 하찮은 벌레를 바라보듯이 눈을 내리깔면서.

“놀이는 만족하였느냐.”

단탈리온이 상대를 발로 걷어차며 몸을 뒤집었다.

“하품 천사 프린시펄리티여.”

“……젠 ……장……!!”

프린시펄리티가 배를 보이며 바닥에 쓰러졌고, 단탈리온이 그의 손을 발로 꽉 밟았다.

“끄아아!!”

“고하거라.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느냐.”

바로 말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모진 고문을 가할 것이다.

단탈리온이 마력을 생성해 길다란 창을 만들었다.

“큭…… 말할 것…… 같냐?”

“어차피 패배한 자. 바른대로 고하면 쉽게 죽여 주마.”

“시…… 발……. 그게 포로한테 할 말이냐고……!”

프린시펄리티가 천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욕을 입에 담았다.

“개썅놈의 새끼. 너, 일부러 그딴 가사로 노래했지?”

“훗. 역시 성검과 엑스칼리버를 모욕하는 건 천계에게는…….”

“시발 그런 외설적이고 천박한 가사가 나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난 천사잖아!!!”

단탈리온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천계는 천박한 단어에 민감하기에 그랬는데. 역시나로군.”

약간 의도했던 바와는 달랐지만, 단탈리온은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젠장…… 역시 도발에 걸려든 거였어……!”

천사의 본능만 아니었어도 그럴 일은 없었을 텐데!!!

“……혹시나 해서 묻는데 성검과 엑스칼리버 가사는 어땠는가.”

“시발, 성검 그거 뜻 모를 줄 알고? 인간 남자 생식기를 비유해서 말한 거잖아!”

“어머!!”

뒤에서 듣고 있던 도미니온이 화들짝 놀랐다.

그녀도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

“선배는 안 괴로웠어요?”

“……괴로웠어.”

사실 프린시펄리티처럼 생각하지는 못했기에, 도미니온은 괴롭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선배된 도리로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하기가 민망해서 그냥 그랬다고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썅……. 선배도 그러면……!!”

단탈리온이 서슬 퍼런 눈빛을 하고는 창을 들었다.

“혀가 길구나.”

그 창이 프린시펄리티의 입으로 내리꽂히려는 순간.

파아아앗!

복도 일대가 한없이 밝아지며, 새로운 기운이 감지되었다.

“이, 이 기운은!?”

빛이 발현되는 곳을 바라보던 도미니온이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프린시펄리티는 그 빛을 보며 망연자실한 채 몸을 벌벌 떨었다.

“아아……. 아아아……!!”

단탈리온이 눈을 찡그리며 못 볼 걸 봤다는 듯 중얼거렸다.

“천계의 더러운 빛이로군.”

주변 일대의 어둠을 모조리 삼키겠다는 듯, 갑자기 튀어나온 황홀한 빛이 한데 모아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눈보다도 새하얀 백색 날개가 펼쳐져 나왔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천사의 깃털.

우아하게 움직이는 날개.

그리고 그 안에서 몸을 드러내는 사내.

“지금부터는 제가 맡겠습니다.”

천계의 대천사 중 하나.

“대천사 메타트론 님을 뵙습니다!!”

도미니온이 메타트론을 향해 예를 갖추며 말했다. 메타트론이 날개를 접고 빛을 갈무리하며 단탈리온을 바라봤다.

“저 녀석을 데려가기 전,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고하거라.”

“혹, 그대는 리온 님의 후계자가 아니신지…….”

그 질문에 단탈리온은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메타트론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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