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님, 메탈하신다-97화 (97/110)

97화. 종교를 알고 있는가

삐-

“한나절 언니의 <배드보이즈 송>.”

삐-

“온이유의 <라즈베리파이>.”

삐-

“포틴스보이즈의 <뮤지컬쇼>.”

머엉-

참가자들의 눈이 빠르게 단탈리온을 훑었다.

뭐 하는 인간이지 저거?

다들 그 눈빛이었다.

“이게 전부인가.”

반면, 단탈리온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PD와 작가들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사악 올렸다.

“고작 이 정도인가, 하등한 필멸자들이여.”

“!!!!!???”

그리고 서민유를 비롯한 제작진들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서민유 PD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런 적이 없는데!?’

뮤지션 비긴즈는 노래의 첫 부분 1초만 들려주고 무슨 노래인지, 가수와 제목을 맞추는 퀴즈가 유명했다.

악명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게 또 인기가 많았다.

1초 정도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으로 어렵다고 평하는 게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

왜냐고?

뮤지션 비긴즈에서 출제되는 노래는 대부분 원히트원더 가수의 노래 중에서도 망하고도 망한 노래였으니까.

때문에 어지간한 출연자들은 10개의 문제를 출제해도 한 개나 맞추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출연진이 너무 어려워하기만 하면 욕을 먹기 마련이니 유명한 가수의 곡들도 한두 개 섞어 내서 승자가 가려지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 퀴즈는 악명 높다는 것을 콘셉트으로 잡고, 출연자들이 문제를 못 풀어서 분노하고 제작진과 티키타카를 보이는 걸 웃음 코드로 잡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그러다 보니 이 퀴즈에서 비싼 상품을 걸어도 제작진이 회수해 가는 일이 훨씬 많았다.

제작비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매번 비슷한 상품을 돌려 막기 하고 있는 것.

그러는 와중에 재미도 챙기고, 출연자들의 매력도 보여 주고, 제작진은 열린 마음으로 참가자들과 함께 노는 음악 예능.

그게 바로 뮤지션 비긴즈였거늘.

“무엇이더냐. 긴급총회라도 하는 것인가.”

단탈리온이 긴급회의를 하고 있는 제작진들을 비웃으며 입꼬리를 슥 올렸다.

‘저 남자는 대체 뭐지!?’

‘이것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나온 지 십 년이 넘었고 차트에는 들어오지도 않았고, 광고에도 안 나온데다가 케이블 방송에서 딱 한 번 나왔을 뿐인 가수의 노래를 대체 어떻게?’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쳐 보시지요. 그래봐야 어한단입니다!”

“어한단……?”

“어차피 한우는 단탈리온 님의 것입니다!”

오로바스가 마치 신을 추종하듯이 말했다.

서민유의 미간에 작은 실핏줄이 새겨졌다.

“좋습니다! 이건 제작진에 대한 정면 도전! 받아들이겠습니다!”

“훗. 파이팅 넘치는 인간은 싫어하지 않는다.”

단탈리온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도전을 받아 주도록 하마.”

* * *

“통신 상태! 체크!”

“통신 상태! 전체 양호!”

“사운드 감별! 체크!”

“사운드 플레이어! 양호!”

“0.01초 단위로 쪼개서 분석해라! 단탈리온 님께 퀴즈 우승의 영광을 안겨 드려야 한다!!!!”

“존명!!!!!!!”

71위 마계의 인원들 수백 명이 실시간으로 퀴즈 정답을 추출하고 있었다.

““위대하신 단탈리온 님의 이름으로!!!!””

71위 마계에 모인 군단장들과 휘하의 행정병들이 분주히 손가락을 놀렸다.

“음파를 분석해라! 리듬을 집어넣어라! 이 싸움은 시간이 생명이다!”

“예!!”

“그리고 단탈리온 님께 한우라는 명품 고기를 선사해 드리는 거다!”

시틀라가 지팡이로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것이 바로! 위대하신 마왕님의 저주에 보답해 드릴 수 있는 길이다!”

삐빅-

“아홉 번째 곡 판명! 동윤스패밀리의 <나랑 점 보러 갈래?> 입니다!”

“점 따위에나 의지하는 노래라니. 하등한 필멸자의 노래답다. 당장 단탈리온 님께 알리거라!”

“존명!!!!”

시틀라가 눈을 부릅뜨고는 귀를 집중했다.

“나온다!”

“다음 노래 나옵니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아 다음 곡은 발라드일 확률이 78.2%!!”

“음파 분석! 임창경의 <맥주 1만cc>입니다! 단탈리온 님의 뇌파로 전송 완료!”

그렇다.

지금 그들은 단탈리온에게 직접 메시지를 쏘기보다는.

“수신 완료! 단탈리온 님, 정답을 외치셨습니다!”

-저…… 정답.

흑마법과 마력 경로를 통해 단탈리온의 뇌파로 직접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 덕분에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정답이 전달되었고.

결과적으로 단탈리온은 빠르게 정답을 외칠 수 있었다.

‘모든 건 단탈리온 님의 계획……!’

애초에 퀴즈가 나온다고 했을 때부터 계획했던 것이었다.

단탈리온 님을 보좌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을 때.

-이 몸의 뇌파로 마력을 보내거라. 흐름의 경로는 만들어 두었느니.

‘이 싸움, 속도가 생명임을 파악하시고 바로 뇌파를 열어 두셨다……!!’

시틀라는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느낌을 받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추가 문제는 없느냐!”

“현재 대기 중입니다! 하나…… 둘…… 셋…… 이, 이건!?”

행정병 악마가 소리를 질렀다.

“끝났습니다!”

“끝났다고?”

“예!! 단탈리온 님의 승리입니다!”

“만점! 만점으로 승리하셨습니다!!!”

우와아아아아!!!!!!!!!

71위 마계의 프로젝트 집행실 천장이 악마들의 환호성 덕에 진동했다.

* * *

삐빅-

-임창경의 <맥주 1만cc>다.

딩동댕동-

-저…… 정답…….

총 10개의 문제가 다 나올 때까지.

단탈리온은 몽땅 정답을 외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민유 PD는 단탈리온의 살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 사람은 뭐 하는 인간인가……?

“놀랐는가, 하찮은 필멸자여.”

“……네.”

솔직히 놀랐다.

이게 말이 되나?

마지막이야 좀 유명한 사람 노래를 기습적으로 던졌다 쳐도.

나머지는 전부 원히트원더. 아니, 정면 승부로 들어왔을 때부터 히트곡 하나 없는, 1집 무명 가수의 노래도 세 개나 출제했었다.

그런데 이걸 다 맞춘다고?

진짜로?

“허나 이걸로 끝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말한 단탈리온이 앞에 놓여 있던 한우 모둠 세트를 품에 안았다.

“이 영광은 우리 마왕군 전체에게 돌리도록 하마.”

단탈리온의 눈이 앤디, 제인, 오로바스에게로 향했다.

“와……. 콘셉트에 진심이라고는 들었는데.”

“평소에도 이러는구나…….”

“마왕군에게 바친다…… 은근 멋진데?”

참가자들이 단탈리온을 부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니 이게 부러운 건가?’

서민유는 의아한 눈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봤다.

‘지금 이쪽은 속이 쓰려 미칠 지경이구만!’

“크흠! 아무튼, 이번 퀴즈 대결 승자는 단탈리온 데스맨 씨입니다!!”

팡파레가 울리면서 폭죽이 터졌다. 단탈리온은 그저 양팔을 옆으로 갈게 뻗으며 폭죽에서 쏟아지는 종이 가루를 만끽하고 있었다.

“좋겠다……. 오늘 RRR은 한우 회식하시겠네요!!”

“저희도 껴 주시면 안 되나요?”

참가자들이 너 나 할 거 없이 부럽다는 시선을 보냈다. 앤디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하……. 그러게요. 간만에 고기 파티네요.”

“바잇 미트 바잇 미트 해야겠는데?”

제인도 웃으면서 농담을 건넸다.

“그래서, 오늘 이거 먹을 거면 아빠한테 연락할까?”

“응? 무슨 소리더냐.”

“가게에서 구워 먹어도 되냐고 여쭤보는 거지. 어차피 집에서는 못 구워 먹잖아. 연기 나니까.”

“구워 먹어……?”

단탈리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응. 오늘 안 먹어? 냉장고에 안 들어갈 걸? 저 정도 크기면.”

“무슨 소리냐. 이 한우는 이 몸의 것이다.”

“응. 이따 먹을 거 아냐?”

“그러하다.”

“아니, 야 잠깐. 너 설마…….”

눈을 가늘게 뜨고 단탈리온을 노려보던 앤디가 손가락을 들어 한우를 가리켰다.

“너 혼자 다 먹을 거냐!!!”

“……? 당연한 것을 묻는구나.”

이 상품은 단탈리온의 것. 단탈리온이 정답을 맞혀서 얻어 낸 상품.

“그러니 이것은 온전히 이 몸의 것이다.”

“아니 그래도 같이 먹으면…….”

“이 전투에서 앤디 자네의 공로는?”

“……어?”

앤디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맞춘 정답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없지.”

“제인은?”

“나도 없네, 쩝.”

“그런 지점이다.”

단탈리온이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먹고 싶으면 마왕에게 고개를 조아리거라. 하등한 필멸자들이여.”

“아오, 약 올라!”

“내가 진짜 치사하고 더러워서!”

“고개를 숙입니다.”

“먹고 싶습니다, 마왕님.”

단탈리온이 크큭,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부하들을 치하하듯 고개를 거만하게 꺾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오로바스가 뒷짐을 진 채 앤디와 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12군단장님과 13군단장님은 이참에 단탈리온 님에 대한 충성심을 키우실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 지극한 충성심을 보여 주십시오!”

“……진태 씨도 신났구나.”

“대답해 주십시오!”

“예! 한우를 위해서라면!”

단탈리온이 고개를 저었다.

“존명, 이니라.”

“……존명!!”

앤디와 제인, 그리고 단탈리온의 티키타카가 카메라에 담겼고.

서민유는 비록 상품은 넘겨야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좋은 영상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보성 PD님처럼 나도 덕 좀 봐야지!’

서민유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 * *

뜨거웠던 퀴즈 승부가 끝나고.

뮤지션 비긴즈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저번에는 작곡하는데 예능을 하게 되었다니까요.”

싱어송라이터 신태정이 최근 있었던 황당한 에피소드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갑자기 들어오니까 너무 놀라 가지고. 저 그날 씻지도 않고 작업 중이었거든요.”

“그쵸. 그러면 진짜 당황스러운데. 예능도 선을 좀 지켰으면 좋겠어요.”

다른 참가자들도 신태정의 말에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RRR 밴드는 밴드가 아닌, 평범한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기에 귀를 열어 두고만 있는 상태였다.

“RRR분들은 어떠세요? 밴드 활동은 저희처럼 단독 활동하는 사람들하고는 다를 거 같은데.”

신태정이 RRR에게 질문을 건넸다.

이번 뮤지션 비긴즈에 처음 들어온 밴드.

게다가 예능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이들을 챙겨 주고자 말을 건넨 것이다.

“아, 저희는 예능은 이게 처음이니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비교해 본다면 라이징 밴드 때려나? 지금까지 진짜 사건 사고 많았는데.”

그 말에 사람들이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 보니 가스 누출 사고 있었죠? 그때 큰일 없어서 다행이었잖아요.”

라이징 밴드 방송이 벌써 4회까지 나간 지금.

관련 기사도 많이 나왔고, 방송에서도 사과의 메시지가 송출되었었다.

때문에 대중들도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가스 누출 사고가 아님을 알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홀리오라방돌이의 드러머, 유예찬이 탁기를 발현하면서 반각성자가 된 사건.

그리고 그 사실은, 이 자리에 있는 RRR 밴드 멤버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때 어떠셨어요? 사고 현장에 계셨으니까 무슨 일이었을지 궁금해서…….”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사고였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는 약간의 무용담처럼 말이 나올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신태정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모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RRR 밴드 멤버들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부담을 느낀 앤디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어, 네……. 그때 좀 놀랐죠. 설마 사고라도 있었겠어? 했었거든요.”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처음에는 약간 가스 냄새 같은 게 나는 거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언제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냄새가 점차 심해졌으니까요.”

앤디, 제인, 오로바스가 각각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모든 건 비밀로 해야만 하는 일.

만약 악마니 천사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또 장난스럽게 말한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

그래서 셋 모두 당시 사건은 적당히 둘러대면서 화제를 전환하려 했다.

“악마와 천사가 결탁해서 썩은 내가 진동하는 와중에, 누군가 우리 마왕군을 공격하려 하였기에 이 몸이 정화하였다.”

“야, 너 무슨……!!!”

“훗. 마왕군에게 그 정도 냄새로 공격을 가하다니. 아무런 문제 따위 없었느니라.”

단탈리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와……. 이걸 또 콘셉트으로 살리시네.”

“진짜 콘셉트에 진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네요.”

사람들이 대단하다며 단탈리온을 바라봤다.

“자, 자, 다음 촬영 준비하시죠! 이제 버스킹 준비하러 갈 겁니다!”

서민유PD의 말에 참가자들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섰다.

여기저기로 각자의 짐을 챙기기 위해 흩어지는 인원들.

그리고 단탈리온은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분주히 움직이는 뮤지션 비긴즈의 싱어송라이터들을 스윽 훑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 유독 움직임이 뻣뻣한 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군.”

“……네?”

“그대는 무언가를 알고 있군.”

단탈리온의 손이 입을 살짝 벌리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 한 남성에게로 향했다.

“알고 있는 것을 모두 고하거라.”

뚜벅.

“그대는 칠죄종의 종교를 알고 있는가.”

“!?!?!?!?”

단탈리온에게서 질문을 받은 남성, 싱어송라이터들 중에서도 가장 고참.

신태정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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