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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 메탈하신다-100화 (100/110)

100화. 파멸의 불청객 (2)

조민웅의 이미지가 새겨진 굿즈들이 모조리 박살 나고 있었다.

왜 이렇게 하느냐고?

여기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감히 칠죄종 탐욕이 스스로, 혹은 녀석의 힘에 기대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 안에 깃든 마기를 파괴하고 칠죄종을 도발하기 위함이다.

감히 먼저 인간계에서 활동 중이었던 이 몸, 마왕 단탈리온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칠죄종을 응징하리라.

“훗. 더욱 내리치고 연주하거라.”

“존명!!!!”

“……난 존명이라고 하기 싫은데.”

“네이, 마왕님!”

앤디와 달리 신이 난 제인이었다.

단탈리온은 멤버들을 바라보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마이크 스탠드를 들고,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가져갔다.

[워우예아아아아아아!!!!!]

도입부 중에서도 일부, 초반 샤우팅까지만 부른 단탈리온이 마이크를 다시 세웠다.

“흠.”

“왜?”

노래를 중단한 단탈리온을 향해 앤디가 물었다. 단탈리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묘하구나.”

오로바스는 퀘르포 타쿤으로 신체 강화를 받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저 스티커 정도는 가볍게 파괴하고, 마기를 부숴 버릴 수 있을 터.

게다가 단탈리온의 마력이 담긴 샤우팅이었다.

그걸 맞았다면 스티커의 마기가 폭발하거나 산산이 부서져야 정상.

허나 저 마기는 부서질 듯하더니 다시 공중으로 흩어졌다.

마치 돌아갈 곳이 있다는 듯 도망을 친 것이다.

“무슨 장난질인지 확인해 봐야겠구나.”

단탈리온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우리는 더욱 강렬한 사운드를 만들어야 하느니.”

“지금 기타 리프 괜찮지 않았어?”

“좋았어. 베이스로 시작하면서 기타가 들어오는 걸로.”

“드럼은 어떻게 할까?”

“저는 계속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쳐…….”

“그러면 드럼 소리가 안 나잖아 진태 씨.”

“이 몸은 조민웅, 칠죄종 탐욕을 조져 버리기 위한 가사를 다시금 강구하겠다.”

“오케이.”

“화이팅.”

“믿습니다, 단탈리온 님!!!”

그렇게 RRR 밴드가 다시 음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서민유는 눈을 슥슥 비비며 중얼거렸다.

“……방금 조져 버리겠다고 한 거 맞지?”

“맞는 거 같은데요……. 근데 눈 비비는 게 아니라 귀 후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조연출의 태클에 서민유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게 중요해? 쟤네 일낼 거 같으니까 예의 주시하고 있어.”

“네?”

“라이징 밴드가 아니라 여기서도 사고 칠 거 같다고. 그것도 시청률 높이는 대형 사고!!”

서민유가 가진 PD의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쟤네, 오늘 일낸다!

“그거 제대로 못 찍으면 다들 나한테 죽을 줄 알아!”

“네!?”

“나도 찍을 거니까 너희도 찍으라고!”

“자, 잠시만요. PD님!”

급기야 자신의 개인 핸드폰을 삼각대에 꽂고 RRR 밴드에게 달려가는 서민유였다.

* * *

‘이건 미쳤다! 이건 대박이다!’

그 인기 가수, 싱어송라이터 조민웅을 조져 버리겠다고 하다니!

오늘 커피 차를 보냈으니 나중에 인기로 깔아뭉개겠다! 다음 커피 차는 우리가 조민웅에게 보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겠지!

‘신인이면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그럼 그럼!!’

그에 비하면 다른 이들은 어떤가.

다들 맥 빠지게 사랑 노래나 흥얼거리고 있고 말이야!

얘네처럼 인기 많은 선배를 단숨에 따라잡겠다거나 하는 패기는 보여 줘야 신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라고!

그런 점에서 RRR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패기의 완전체!

패기의 총 집결체!

‘왜 보성 선배가 그렇게 열광했는지 알 것 같아!’

선배, 기보성이 RRR에게 열광하는 이유.

서민유도 직접 체험을 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RRR, 그들은 신이야!’

기보성과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을 들고 RRR을 향해 달려가는 서민유는.

쿵!

“꺅!”

“우왓!”

똑같이 RRR을 향해 뛰어드는 신태정과 맞부딪혔다.

“죄, 죄송합니다, PD님.”

“아뇨 괜찮아요. 태정 씨도 괜찮으세요?”

서민유가 핸드폰을 다시 부여잡으며 신태정에게 물었다.

출연자 중에서도 가장 고참이고, 출연료도 비싼 사람이다.

그렇기에 지금 그가 다치기라도 하면 촬영에 큰 지장이 생긴다.

서민유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은 신태정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네, 괜찮습니다.”

“다행이에요, 휴…….”

“저 다치면 촬영 지연될까 봐 걱정되셨죠?”

“네!?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진짜 걱정이…….”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언제나의 신태정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서민유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가볍게 인사를 했다.

“RRR 찍으려고 가려다가…… 죄송해요. 남은 시간도 잘 부탁드릴게요!”

“네 PD님, 걱정 마세요!”

신태정이 힘차게 답했다. 서민유는 신태정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RRR을 향해 달려갔다.

“으……. 저 밴드가 좋은 건 좋은 건데, 왜 이렇게 자꾸 흥분되지?”

자신이 흑마법에 당하고 있는 사실도 모른 채, 신태정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흥분되는가.

“네, 저 밴드 진짜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렇게나 열정적으로…….”

-저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단 말인가.

“네? 지금 메탈스러운 노래를 만들고 있…….”

그리고 말을 이어 가려던 신태정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없어?”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방금 전에 들려온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

신태정이 숨을 크게 삼켰다.

-우리의 주인께서 실망하고 계시다.

“주…… 인……?”

목소리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지켜볼 것이다.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마치 귀를 간지럽히는 듯한 목소리가 신태정의 귀에 가볍게 호흡을 던졌고.

신태정은 그 호흡을 받아들이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니 전파하거라.

“…….”

-우리의 주인에 대해서.

“…… 주인.”

신태정의 눈이 불안한 듯 덜덜 떨렸다.

* * *

원형 홀 중앙에 걸린 대형 교회 종이 흔들거렸다.

데엥- 데엥-

흠칫.

원형 홀에서 홍차와 쿠키를 먹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던 메타트론이 눈을 부릅떴다.

툭.

“움직였나.”

메타트론이 천장에 달린 종을 바라봤다.

종은 언제 울렸냐는 듯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 방금 전에는 원형 홀의 공기를 조종할 정도로 큰 소리를 냈다.

“도미니온.”

메타트론의 호출에 도미니온이 답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삐. 툭.

답하고 바로 통신을 끊어 버렸다.

“……도미니온.”

-삐. 툭.

삐쳐도 단단히 삐쳤다, 이건가.

아니면 아직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메타트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언제까지 풀 죽어 있을 거냐.”

-…….

“그것도 아니면, 이제 천계의 일을 접을 테냐.”

-…….

천계의 자부심까지 건드려 보았지만.

도미니온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후배인 프린시펄리티의 문제는 도미니온, 자네 혼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

“결국 녀석의 정체와 불신의 행위를 빠르게 눈치채지 못한 내 잘못이다.”

상급이나 최상급 천사도 아니다.

고작 하급 천사, 하품 천사였다.

그런 급의 천사가 벌이는 악행을.

천계의 지배자 메타트론이 알아차리지 못했다.

“천칭이 기울기 시작한 건, 그런 천사들이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

“그러니 도미니온, 자네가 필요하다.”

지금 시점에서 인간계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천사.

그건 바로, 라이징 밴드에도 참가 중인 도미니온이었다.

“게다가, 라이징 밴드 준비도 해야 하지 않느냐.”

-…….

“그래야 단탈리온 데스맨과 함께할 수 있지 않겠느냐.”

-…… 그것은, 감시입니까.

드디어 도미니온이 입을 열었다.

메타트론은 그 사실에 감사해하면서도 절대 안도하지 않았다.

조금만 잘못 말했다가는 그녀가 다시 심지를 꺾어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메타트론은 단탈리온 데스맨을 감시하라고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가 용사가 아닌, 용사의 동료였던 리온의 후계자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 지금은.

“아니, 감시가 아니다.”

단순히 옆에서 지켜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조력자가 되거라.”

-……!!!

“그리고 그를, 리온의 후계자일지도 모르는 그 남자의 목적을 도우거라.

메타트론이 고개를 들어 천장에 매달린 종을 바라봤다.

“천계의 종소리가 비주기적으로 울리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인간계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 하면, 어찌하여 천계가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까.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우리엘 님이나 라파엘 님 같은 최상급 천사들은 움직이지 않습니까.

“도미니온.”

-지금 천계는 오직 인간 한 명에게 모든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천사의 문제, 천계가 관리하는 인간계의 문제임에도 말입니다!

통신 너머로 분노와 좌절, 그리고 수치스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린시펄리티는, 그 녀석은 하급 천사였으니, 별일 아니라고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도미니온. 그만하거라.”

-대답해 주십시오 메타트론 님. 저는, 주천사 도미니온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도미니온이 입술을 깨무는 소리가, 통신 너머로도 들려왔다.

-이 무력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 이해한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메타트론 님은 그저…….

“아니,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

메타트론이 가장 무력감을 느꼈던 시기.

그때는 정말이지.

대천사여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

“성마전쟁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하지만 구전에 따르면……!

“거짓이다.”

메타트론이 짧게 침음했다.

그로서는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았던 사실.

최상급 천사가 아니면 모두 알지 못하는 진실.

상급 천사들부터는 모두 거짓된 사실로 전파되어 있는 일.

“그렇기에 나는, 도미니온 자네에게 단탈리온 데스맨과 함께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 그런 거짓말을 믿으라고……!

“도미니온. 구전은 거짓이지만, 적어도 나 메타트론은 대천사로서 그 거짓 이후 단 한 번도 거짓을 말한 적이 없었다.”

메타트론이 쓴웃음을 지었다.

“반쪽짜리 천사라도, 나를 믿어 주면 좋겠구나.”

-…… 그렇다면 한 가지를 허용해 주십시오.

드디어 의욕이 생긴 것인가.

메타트론이 보이지 않는 도미니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거라.”

-천계의 건반의 소지를 허해주십시오.

“…… 감당할 수 있겠느냐.”

-감당해 보겠습니다.

메타트론이 눈을 잠시 감고는 고민에 잠겼다.

그러나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지금, 라이징 밴드에 나가고 있는 주천사 도미니온이 아니라면.

누가 그 건반을 사용하겠는가.

“허락하겠다.”

-…… 감사합니다.

“단, 조건이 있다.”

메타트론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서 수많은 음표가 생성되더니 공중에서 흩어졌다.

“특훈을 하거라.”

-하지만 시간이……!

“천계의 건반은 잘못 사용하면 주변의 인간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

“그러니 보내 준 음계부터 시작하거라.”

-……알겠습니다.

“특훈 제한 시간은 2주다.”

그때라면, 라이징 밴드 결선 전에 마치고 연습도 할 수 있는 시간이 남는다.

“그때까지 보내 준 곡들을 완벽하게 해내거라.”

-……위대한 천계에 영광 있으리.

그때 또다시.

데엥- 데엥- 데데데뎅-!!!

“!!??”

-이건……!!

천계의 종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메타트론 님!

“잠시…… 기다리거라.”

메타트론이 눈을 감고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인간계로 향했다.

“인간계에서…… 마기와 마기가 충돌하고 있다.”

-네!?

그 말에 도미니온이 황급히 말했다.

-제가 지금이라도 내려가겠습니다! 건반을 소지하고 가면……!

“멈추거라, 도미니온! 지금 네가 가 봐야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냐!”

멈칫.

도미니온의 발걸음이 중간에 멈추었다.

“지금은 특훈에 집중하거라.”

-하지만……!

“그가 정말 리온의 후계자라면.”

메타트론의 눈에서 밝은 빛이 쏘아졌고, 그 앞에 영상이 나타났다.

“이번 일 역시, 그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 * *

이 정도면 충분히 도발이 되었겠지.

칠죄종을 향한 도발로는 차고 넘친다는 생각에 단탈리온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오로바스가 짓이겨 버린 스티커.

박살 내 버린 컵 홀더.

마기를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녀석을 꾀어내기에는 적절하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본인이 등판하지는 않겠지.”

칠죄종이 어떤 놈들이던가.

마계에서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녀석들이다.

그들의 마법진은 불규칙했고, 행적은 종횡무진.

그야말로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녀석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칠죄종 탐욕이 직접 나타나지는 않을 터.

나타난다면.

“인간들 사이에서의 추종자일 터.”

단탈리온이 망토를 촤락 둘렀다.

“어디 마음껏 활개 쳐 보거라.”

그의 두 눈이 붉게 빛나며 마력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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