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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 메탈하신다-101화 (101/110)

101화. 파멸의 불청객 (3)

껌을 씹으며 정면에 위치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조민웅은, 갑자기 폭발하는 자신의 모니터 속 신호들을 바라보며 기겁했다.

“응? 뭐지?”

콰앙!!!!

콰앙!!!!

퍼엉!!!!

“우왓! 깜짝이야!!”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조민웅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모니터 속 신호들을 확인했다.

그러고 있자, 갑자기 자신의 몸으로 마기가 흘러들어 왔다.

“왜, 얘네가 다시……?”

분명 자신의 마기를 담아 둔 굿즈가 모종의 이유로 분실되거나 손상되면, 그 마기가 다시 돌아오도록 설정을 해 두기는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마기가 들어오는 수는 말도 안 되잖아!

“……사고라도 당했을까요?”

오늘 보낸 커피 차가 교통사고라도 났다면, 거기 실어 둔 굿즈들이 파괴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민웅의 낙관적인 생각은 곧 산산이 부서졌다.

콰앙!!!!

“엇!”

또다시 굿즈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마기가 다시 돌아왔다.

지금 패턴을 보았을 때, 이건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부수고 있는 것이었다.

담아 둔 마기는 매우 미세한 양이었기에 다시 돌아온다 한들 유의미하게 힘을 더 키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조민웅은 무엇이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있는 걸까.

“후…… 후후…….”

조민웅이 스산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단탈리온……. 이렇게 또 예상을 깨고 나타난다 이건가?”

이전의 단탈리온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

“신중하기만 한 그가 무력을 행사한다 이거군.”

그렇다면, 이쪽도 생각해 둔 게 있다.

“이런 식으로 나를 도발하면 내가 직접 달려가서 현장 확인이라도 할 줄 알았냐?”

칠죄종 탐욕이 깃들어 있는 조민웅.

그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파괴되어 가는 굿즈들의 신호를 향해 킥, 웃었다.

“난 여기서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

조민웅이 두 손을 들고는 손가락 열 개를 까딱, 움직였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이라도 하듯이.

그의 손가락에서 마력이 담긴 투명한 실이 뻗어져 있었다.

“역시 요즘 세상은 아바타를 써야지.”

* * *

“자, 슬슬 시작할게요!”

서민유가 참가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참가자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신태정이 마이크를 들었다.

“하하하. 이제 제가 나설 차례군요!”

우웅-

그때, 신태정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러기를 잠시.

“태정 씨……?”

“아? 아, 네?”

“괜찮으세요?”

서민유가 신태정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물었다. 질문을 받은 신태정이 거칠게 호흡을 내뱉고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후우……. 괜찮습니다. 오늘 먹은 게 소화가 잘 안 되나 봐요.”

평소처럼 밝게 웃은 신태정이 정말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서민유는 여전히 그가 걱정되었지만, 촬영이 더 지연될 수는 없기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혹시 또 안 좋아지시면 말씀하세요. 쉬셔도 괜찮아요.”

“네. 고맙습니다, PD님.”

“그럼 10분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서민유의 걱정을 받으며 신태정이 밝게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 걸린 입꼬리는 평소의 신태정과 달리 다소 불안해 보였다.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서민유가 멀어지는 걸 확인한 신태정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신태정의 의식 저편에서 또 다른 자아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듯, 그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RRR을 죽여라.

“!!!!”

-그게 자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니.

“하, 하지만……!”

-걱정 말거라. 넌 그저 노래를 하면 된다.

의식 속 목소리가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머지는 내가 행할 것이다.

“그, 그런…….”

-그것마저도 하지 못하겠다면.

의식의 목소리가 신태정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의 성대에 붙들려 있는 악마의 손길.

손가락 한 번만 튕기면 그는 악마에게 성대를 바쳐야 한다.

‘아, 아…….’

그렇다.

그런 계약이었다.

갑작스럽게 신태정의 인기가 치솟은 이유.

<뮤지션 비긴즈>를 통해 인기가 급상승한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의 노래가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고, 콘서트 티켓도 완판되었던 이유.

이미, 신태정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있었다.

-우리의 조물주께서 자네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의식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신태정이 머리를 푹 숙이고는 애꿎은 자신의 통기타를 매만졌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노래를 하라고?

그 말인즉,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하면, 그게 RRR 밴드를 공격하는 어떠한 매개체가 된다는 뜻이었다.

어떤 방법인지, 어떤 원리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신태정의 머릿속에는.

RRR이라는 밴드에 대해 팬심을 가득 담고 있는 자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 가득했다.

흑마법의 영향일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 신태정은 흑마법이 아니라 다른 마음가짐이 그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렇다. 무엇보다도.

“……제 노래가 다른 이들을 해치게 되다니요.”

평생을 바치며 노래를 하고, 노래를 만들고. 연주를 하며 관객들과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던 그 행위가.

이제는 사람을 해하게 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그것을,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과연 용납할 수 있을 것인가.

“절대…… 못 합니다……!”

신태정이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 그렇게 놔두지는 않겠다.

설령 이 몸이 악마에게 집어삼켜지는 한이 있더라도.

신태정은 마음속으로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며 정면에서 촬영을 준비 중인 뮤지션 비긴즈의 참가자들을 바라봤다.

“후배님들의 공연을 방해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 * *

“흐음. 왜 저리 혀가 길까.”

상황실에 앉아 신태정을 지켜보고 있던 조민웅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한다고 하면 될 것을.

왜 성대를 잃는다는 각오까지 해 가면서 저러고 있을까.

“그냥 목숨을 앗아 가야겠네.”

단순히 성대를 빼앗는 게 아니라 영혼을 흡수하려면, 조금은 귀찮아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뒤탈이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조민웅이 키득 웃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레이더망에는 수많은 굿즈들이 파괴된 덕분에, 이제는 몇 개의 신호밖에는 남지 않은 상태였다.

“단탈리온……. 감히 마왕 주제에 이 몸을 방해하겠다는 건가.”

마왕과 칠죄종은 애초에 태생 자체가 다르다.

칠죄종은 자유로운 악마인 반면, 마왕은 마계에 종속되어 있는 존재.

게다가 상위 마왕도 아니고, 고작 71위 마계의 왕이지 않은가.

그런 존재에게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조민웅, 칠죄종 탐욕으로서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냥 서로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갔으면 참 좋았을 텐데.”

탐욕이 혀를 내밀고는 할짝, 입술을 핥았다.

“어디 마음껏 발버둥 쳐 보라고.”

* * *

“마음껏 발버둥 쳐 보거라.”

단탈리온이 앞에서 연주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앤디에게 말했다. 앤디는 천수관음 주법을 할 때처럼 팔을 촤락! 펼치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깨에 메고 있던 기타를 휙, 한 바퀴 돌리고는 연주를 시작했다.

쟈쟈쟈쟝쟈쟈쟈쟝키이잉쟈쟝쟝쟝!!

강렬한 메탈 비트에 주변 참가자들의 시선이 모두 앤디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러나 앤디는 몇 번 연주를 지속하더니 손가락을 들어 현을 뮤트시켰다.

“이게 아닌데.”

“훗. 그대의 한계는 고작 그 정도군.”

“아주 속을 긁어라 긁어.”

“앤디여, 자네는 한 가지를 잊고 있도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앤디를 향해 단탈리온이 손가락을 들었다.

“그 손가락은 누구의 것인가.”

“이거? 당연히 내 거지.”

“틀렸도다. 그 손가락은 마계의 것이다.”

“……잉?”

“천수관음 주법을 하기 위해서는 흑마법이 발동되어야 하느니.”

“아하. 그러니까 흑마법을 쓰려면 손가락의 소유주가 내가 아니라 마계라고 인식해야 한다거나 그런 거야?”

단탈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다. 그래야 이 몸 없이도 마법을 발현할 수 있도다.”

“……어쩐지 마법 강연처럼 되었는데, 만약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면 나는 안 할래.”

“그것도 괜찮다. 이 몸의 힘을 빌려야만 천수관음 주법을 행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도다.”

“이거도 은근 기분 나쁘네.”

투덜거리는 앤디를 향해 피식 웃어 보인 단탈리온의 시선이 이번에는 오로바스에게로 향했다.

“오로바스, 진태여.”

“네! 단탈리온 님!!!!”

“스틱은 강화하였느냐.”

오로바스에게 일러둔 숙제.

그건 바로, 드럼 스틱의 강화였다.

지금의 스틱은 그저 나무 조각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내구성도 좋지 않고, 소리도 악마스럽게 나오지는 않았다.

“예! 은영 씨와 함께 드럼 스틱의 강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좋다. 적군과는 항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느니. 그 또한 전쟁의 전략 중 하나니라.”

단탈리온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로바스가 감격에 겨운 채로 납작 엎드렸다.

“단탈리온 님의 은총에 감사드리옵니다!!!”

“……일어나 좀.”

제인이 옆에서 오로바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제인도 조언을 원하는가.”

“난 됐어. 지금으로도 충분해.”

하긴, 베이스 담당인 제인은 지금까지 팀의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 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정도의 위치만 고수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단탈리온도 제인에게는 그저 가볍게 격려의 말을 던질 뿐이었다.

“자네도 천수관음 슬랩이 필요하면 언제든…….”

“그 징그러운 주법은 절대 안 할 거거든!?”

그렇게 RRR 밴드가 각자의 강점을 키워 가며 뮤지션 비긴즈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이제 곧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신태정이 마이크를 들고 힘차게 외쳤다.

“우선, 촬영 순서상 뮤지션 비긴즈의 선배인 제가 먼저 한 곡 보여 드릴 겁니다.”

그 말에 RRR을 제외한 다른 참가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렀다.

“태정 씨 공연을 코앞에서!”

“꼭 보고 싶었어요!”

“신태정! 신태정!”

그 정도로 신태정의 인기는 꽤나 높은 편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신태정이 조금은 불안한 얼굴을 했다.

그러자 옆에서 다른 참가자가 장난스레 물었다.

“태정 씨도 긴장되시나요?”

“네? 아, 네, 그렇죠! 후배님들께 좋은 공연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잖아요 하하하!”

신태정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이마에서 작은 물방울이 몽글 맺히더니 주륵, 흘러내렸다.

‘어쩌지…….’

지금 여기서 자신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면 RRR 밴드 멤버들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칠죄종 탐욕은 그에게 그것을 명령했다.

저들을 죽여라.

음악으로 죽이게끔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나의 연주와 노래.

그래서 신태정은 망설였다.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그의 망설임을, 칠죄종도 모르지 않았다.

“흐음. 왜 또 고민 중일까.”

조민웅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히죽,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대로 밀어붙여.”

그의 명령을 받은 수하가 몽롱한 눈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주하라.

‘!!??’

-그렇지 않으면 성대뿐이 아니라.

이어지는 악마의 수하의 말에 신태정의 몸이 흠칫 떨려 왔다.

-그대의 삶을 모조리 바쳐야 할 것이다.

삶을 바쳐야 한다.

그의 지금까지의 노력을 모두 담은.

노래와 작곡을 해 왔던 모든 경험을 모조리.

악마의 힘을 빌어 노래를 해 왔던 덕분에 쌓아 온 이 모든 명성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살아야 한다.

이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래를 해야 한다.

기타를 들어야 한다.

손가락을 들고, 현을 잡아야 한다.

입을 열어 악마의 힘이 깃든 성대를 풀어내야 한다.

‘젠…… 장……!’

애초에 왜 악마 따위와 거래를 했을까.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었지만.

칠죄종 탐욕에게 자신을 맡기면서부터.

신태정의 실력이 놀랍도록 향상했다.

그 결과를 직접 보고, 느끼고, 수익까지 높아지니 눈에 뵈는 게 없었던 것이다.

‘멍청했지. 내가 어쩌다가…….’

결국, 악마에게 인생을 맡긴 결과는 이거였다.

다른 이를 해쳐야 한다.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짧은 기간 동안의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그렇기에 그는.

-그저 나에게 몸을 맡기면 된다. 의식을 풀어라.

칠죄종 탐욕의 수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의식 속을 울리는, 깨질 듯이 날카로운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안…… 돼……!”

흐릿해지려는 의식을 부여잡기 위해 힘썼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의식을 풀어라.

이대로 의식을 악마에게 맡길까?

그러면 훨씬 편해질 수 있다.

그것 역시 하나의, 살아남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큭……!”

-…… 끝내 저항하는가.

칠죄종 탐욕의 수하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몰수하겠다.

“!!??”

“태, 태정 씨!?”

서민유의 말이 들려왔다.

하지만, 시야가 또렷하지 않았다.

어쩐지 하늘을 향해 고개가 젖혀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이렇게 내 삶이 끝나는구나.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기타와 노래와 함께해 왔던 인생이.

‘아니, 내가 만든 건 아닌가.’

악마가 만들어 온 거나 다름없기도 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신태정이 속으로 비웃음을 날렸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자기자신을 향한 비웃음이었다.

‘그 삶도 지금 여기에서, 맥없이…….’

키이이이이잉!!!!!!

그때.

어디선가 일렉 기타의 크레몰로암을 조작한 것과 같은 유리 긁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윽고.

콰앙!!!!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그 소리는 신태정의 귓가를 파고들어, 그의 의식 속에 깃든 악마의 지배를 공격했다.

“…… 헉!!!”

“아……!!”

여전히 정신이 혼미한 신태정을 다른 참가자들이 부축하러 달려왔다.

그리고 흙먼지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처럼.

“흥. 순서 따위 어기라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떤 귀족보다도 고고해 보이는 남성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는 망토를 촤락 펼쳤다.

“진격이다. 파멸의 불청객.”

두둥! 두둥!

키이이잉-!!!!!

단탈리온 데스맨이 마이크 스탠드를 하늘 위로 솟구쳐 들은 채로 초고음 샤우팅을 내질렀다.

[불청객은!!! 꺼져 버려어이예이야아아아!!!!!]

그리고 그걸 본 서민유 PD는.

“누가 쟤네 먼저 하게 냅 뒀어!?!?!??!”

촬영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 사실을 깨닫고는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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