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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 메탈하신다-103화 (103/110)

103화. 믿어?

“이 씨! 나는 꼰대가 아니야!”

칠죄종 탐욕, 조민웅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침을 튀겼다.

단탈리온은 그저 코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수하의 뒤에 숨어 기회만 엿보는 파렴치하고 비겁한 어른을 꼰대라 하느니. 자네는 인간계에 있으면서 그런 것도 모르는 것인가.”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

“그럼 왜 물었는가.”

“내가 지금 인마! 누구 때문에 여기 나타났는데!”

조민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고는 검지를 들어 단탈리온을 가리키며 으르렁댔다.

“너 때문이잖아! 너!!!”

“그렇겠지. 내 도발에 응한 건 그쪽이니까.”

“그래!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나왔다고! 너! 바로 너!!!!”

“그러니 누가 꼰대질을 하라고 하였는가. 얌전히 본인이 직접 나왔다면 꼰대의 유물이 되지 않았을 것이거늘.”

단탈리온의 말에 조민웅의 이마에 실핏줄이 새겨졌다.

“너, 너너, 너 진짜 두고 보자.”

“두고 보거라.”

단탈리온이 마음껏 봐도 좋다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뭣하면 그대에게 감상의 시간을 허하도록 하지. 어떠한가.”

“이…… 이……!”

조민웅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는 단탈리온을 향해 부웅 휘둘렀다.

“어이쿠. 위험하구나.”

“너, 너는 진짜!!”

“쯧쯧. 쉽게 흥분하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칠죄종 탐욕이여.”

지금 마왕 단탈리온이 칠죄종 탐욕의 앞에서 거만하게 웃을 수 있는 이유.

그건 칠죄종이 기존의 마계의 악마들과는 다른 지점들 덕분이었다.

“오래간만에 세상에 나온 감상은 어떠한가.”

“…… 다 좋았는데 너 때문에 망쳤어.”

“흐음. 그대가 이 몸의 공무를 방해하였기 때문이지 않은가.”

“공무?”

“시치미 떼지 말거라.”

“……쳇.”

조민웅이 고개를 까딱 움직이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냥 장난 좀 쳐 보고 싶었다. 됐냐?”

“쯧. 사과 한마디 없구나.”

단탈리온이 조민웅에게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하찮은 필멸자들도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사과를 하거늘.”

“……응?”

“이 몸의 밴드, 기타리스트 앤디를 보고 배우거라.”

“……나?”

앤디가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벙쪄 있을 때.

조민웅이 키득, 웃었다.

“나보고 인간을 보고 배우라고?”

“그러하다.”

“미쳤냐? 저딴 필멸자들을 보고 뭘 배워?”

“쯧쯧. 그러니 그대가 꼰대의 화신이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꼰대의 화신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이 튀어나오자 조민웅이 발악하듯이 이빨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소리쳤다.

“젠장! 좀 닥치라고!!!!!”

칠죄종 탐욕의 마기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단탈리온이 손을 휘저어 마기가 밖으로 뻗어져 나가지 않도록 결계를 형성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힘을 키워 왔는데! 왜 네가 훼방을 놓는 거냐고! 너야말로 마왕이 인간계에서 뭐 하는 거야!”

조민웅, 탐욕이 씩씩대며 소리를 질렀다. 잔뜩 화가 난 채로 눈을 부라리고 있는 칠죄종 탐욕을 보면서 단탈리온은.

“…….”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야.”

“…….”

“…… 야!!!”

“…….”

“이게 이제 날 무시해!!!??”

“음? 닥치라고 한 건 그쪽이다.”

단탈리온이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며 빈정거렸다. 그러자 탐욕이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크크큭, 웃었다.

“좋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한다는 게 바로 이 상황이로구나. 탐욕이여, 아직도 모르겠는가.”

단탈리온이 한숨을 쉬며 조민웅의 입술을 붙잡고는 그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잘 들어라.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의 정체가 탄로 날 수도 있다.”

“뭐……?”

“프린시펄리티와 결탁한 자네다. 천계의 메타트론이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천계에서도 비상 명령이 떨어진 지금이었다.

프린시펄리티, 비록 하품천사에 불과한 녀석이지만 악마와 결탁했다.

과거 성마전쟁 때의 루시퍼 같은 녀석이 나타날 수도 있는 일.

따라서 천계도 지금의 일을 내버려 두고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탐욕의 정체가 발각되면 조민웅에게로 메타트론이 강림할 수도 있었다.

마기 방출을 막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할 때. 프린시펄리티와의 결탁 과정을 설명하면 이 몸이 도움을…….”

단탈리온의 말에 조민웅, 탐욕이 두 눈을 끔뻑거렸다.

“…… 프린시펄리티가 누군데?”

* * *

단탈리온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새겨졌다.

“마왕님, 어떻게 됐어?”

조민웅과 1:1로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온 단탈리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응. 뭔데?”

제인이 궁금하다며 단탈리온을 재촉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탈리온의 말에.

“엥? 진짜로?”

앤디는 물론이고.

“그 사람, 아니 악마? 도 악마 아니었어? 뭔가 말이 이상한데.”

“제인 님 말씀이 맞습니다. 탐욕님도 악마. 그런데 어째서…….”

제인과 오로바스도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단탈리온은 모두의 의문을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칠죄종 탐욕은 프린시펄리티를 모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탐욕은 천계와 조우한 일이 전혀 없었으며, 이 몸이 인간계에서 밴드를 하고 있는 사실도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게나 마계 시사에 관심이 없는 악마야?”

제인의 물음에 단탈리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본래 칠죄종 악마들은 일반적인 마족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그들은 마계의 일은 물론이고 인간계의 일이나 천계의 일에도 관심이 없지.”

“그럼 뭐에 관심이 있는데?”

“오직 그들의 존재 이유다.”

칠죄종.

그들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뜻 그대로.

“예를 들면, 칠죄종 중 하나인 질투의 레비아탄 같은 경우는 수하의 부하들 몇 명을 데리고서 누군가의 성공을 깔아뭉개려고 하지.”

“남의 성공을 질투해서 그러는 거야?”

“그렇다. 실제로 최근 있었던 일들도 탐욕이 아니라 질투의 장난질일 것이라 여겼었다.”

실제로 라이징 밴드 촬영장에서 나타났던 상급 악마 가고일은 질투의 레비아탄의 수하였다.

“게다가 칠죄종은 마계와는 소통하지 않지만, 칠죄종들끼리는 주기적인 회합을 가질 정도로 친분이 높다.”

“주기적으로면 한두 달에 한 번, 이런 건가?”

앤디가 물었다.

인간들의 기준이라면 주기적인 회합이면 아무리 없어도 몇 달에 한 번은 해야 하는 법.

때문에 그 말을 들은 오로바스가 이상한 일이라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렇다면 탐욕 님이 단탈리온 님의 공무를 모를 리가 없습니다. 저는 하급 악마라 잘은 모르지만, 칠죄종 님들의 주기적인 회합이 그 정도로 자주 있다면…….”

“진태 말이 맞아. 뻥 아냐?”

“녀석들의 회합은 10년에 한 번이다.”

그 말에 앤디가 뭐라 말을 이어 나가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 그치. 너희 악마지 참……. 시간 개념이 다르겠다.”

“10년에 한 번이면 악마들 입장에서는 꽤나 자주 모이는 것이다.”

단탈리온의 설명에 RRR 밴드 두 사람과 한 악마가 침묵했다.

“그럼 결과적으로 저 조민웅 씨에게 빙의되어 있는 탐욕 씨는 우리를 방해하던 작자가 아닌 거네?”

“그렇게 되느니.”

“조민웅 씨 몸에서는 나간대?”

“그러겠다고 하더구나.”

허나.

단탈리온이 그 뒷말을 이었다.

“저 몸에 빙의한 지금이, 우리가 탐욕을 지휘할 기회이기도 하도다.”

“무슨 소리야?”

앤디의 말에 단탈리온이 조민웅을 바라봤다.

그는 스탭진들과 출연자들로부터 커피 차를 보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고 있었다.

탐욕은 아주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한 번씩 이쪽을 힐끔 쳐다봤다.

그 눈빛이 ‘쓸데없는 소리 하면 나중에 두고 봐!’로 보이기는 했지만.

어디 그런 걸 신경이나 쓸 단탈리온이었던가.

단탈리온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이미 거래를 하고 왔도다.”

“거래?”

“그렇다. 저 탐욕이 깃든 조민웅은 라이징 밴드 결선 무대에서 우리의 게스트로 나올 것이다.”

그 말에 앤디, 제인, 오로바스 모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라고!?”

“마왕에 악마에 칠죄종……?”

“다, 단탈리온 님! 그래도 괜찮은 것입니까!?”

모두가 의문을 가질 만했다.

저 탐욕이라는 자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거기서부터 시작이었으니까.

그들의 우려에 단탈리온은 세워 둔 마이크 스탠드를 접으며 가볍게 웃었다.

“그래. 걱정이 될 만도 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단탈리온 님! 칠죄종 님들은 마계에서도 망나니들! 선비라고는 하나 제멋대로인 경향이 강해 통제가 불가능한……!”

“오로바스여.”

“핫!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 넘게!”

쿠웅!

무릎을 꿇은 오로바스를 바라보며 단탈리온이 양팔을 벌려 모두를 한 공간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들 잘 듣거라.”

꿀꺽.

오로바스가 침을 꼴딱 삼켰다.

‘이렇게 긴장할 정도인가……?’

‘진태 씨한테서 압박이…….’

“다름 아닌 칠죄종 탐욕이다.”

마왕보다도 한 단계 위로 평가받고 있는 마계의 선비들.

때로는 망나니처럼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예측 불허인 존재들.

그런 존재 중 하나인 탐욕이었다.

라이징 밴드는 아니었지만, 뮤지션 비긴즈에서 훼방을 놓으려 했던 것도 사실이기도 했다.

“그런 탐욕과 같이 무대를 꾸민다고? 당연한 의문이다.”

단탈리온 역시 탐욕에게 무대를 함께 꾸미자고 제안을 하고 왔고.

탐욕도 순순히 그걸 받아들인 후, 뮤지션 비긴즈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약속을 받아 왔다.

하지만.

“칠죄종은 본디 독불장군과도 같은 녀석들.”

“독불장군……?”

앤디가 의문을 표했다.

“인간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그렇군. 지들 X대로 하는 놈들이다.”

“……표현이 확 와닿네.”

제인이 칭찬처럼 이야기했다.

“훗. 이 몸이 그만큼 인간계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

“알았어. 그래서?”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는 앤디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단탈리온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탐욕의 말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프린시펄리티가 누군지 모른다고?

거짓말이다.

탐욕이 누구인가.

자신의 바라는 바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움직일 녀석이다.

“이 몸의 상황을 모르고 왔다는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마계 일보가 칠죄종의 거처로도 발송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칠죄종 중 나태라면 신문을 보지 않으니 그럴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건 탐욕이다.

“그 어떤 존재보다도 더 욕망을 갈구하는 자가 마계 일보를 보지 않을 리가 없다.”

신문을 봐야만 어떤 욕망을 새롭게 발현할지 고민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시사 상식에 밝은 녀석이 칠죄종 탐욕이었다.

“때문에, 이 몸은 탐욕을 믿지 않는다.”

“……의심할 만해.”

“악마가 뻥 친 거지 그러면?”

“역시! 단탈리온 님!”

“그러니 그대들도 믿지 말거라.”

그것은 단탈리온으로써.

한때 칠죄종과 절친했던 전우로서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었다.

* * *

탐욕이 깃든 인간.

조민웅이 뮤지션 비긴즈 출연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숨을 돌리는 시간.

“죄…… 죄송합니다!”

커피 차 바리스타가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내가 그렇게나 신중하게 하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말이지.”

“죄, 죄죄, 죄송합니다! 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땡. 더는 기회가 없습니다.”

조민웅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 몰수하도록 할게.”

“미, 미미미, 민웅 님!!! 제발 그것만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취했던 그 힘. 돌려받습니다~”

“아아아아아아……!!”

커피 차 바리스타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온몸이 쪼그라들었다.

바리스타의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조민웅의 손바닥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조민웅은 그걸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퉤.”

인간의 영혼인데 왜 이리 맛이 없지.

조민웅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반납까지는 시키고 먹을 걸 그랬네.”

생각해 보니 이 커피 차, 어떻게 운전해야 하냐.

뒷머리를 벅벅 긁던 조민웅의 시선이 뮤지션 비긴즈 촬영을 하고 있는 출연자들에게로 향했다.

“저 녀석도 이제 수하로 못 써먹겠군요.”

잠시 기절해 있다가 정신을 차린 신태정.

녀석의 몸에는 이미 악마의 손길이 사라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다시 자신의 손길을 투입하자니.

“쓰읍. 귀찮게시리.”

단탈리온이 저기서 마력을 온몸으로 휘감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눈이 살짝 호선을 그렸고, 입에도 웃음기가 보였지만.

“……악마가 악마를 믿는다니, 인간들 말로 하면 ‘어불성설’이라고 하면 되려나.”

칠죄종 탐욕, 조민웅이 씨익 웃었다.

“어디, 누가 더 장난질을 제대로 치는지 겨뤄 볼까.”

조민웅이 혀를 할짝 내밀어 입맛을 다셨다.

“옛 전우, 단탈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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