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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님, 메탈하신다-105화 (105/110)

105화. 결선 준비

“저는 당분간 수련을 떠납니다. 결선 전까지는 돌아올 예정이지만 그 사이에 사건이 생기면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여러분은 제 편지에 담겨 있는 신성력을 보호막으로 삼으셔서…….”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제인과 오로바스도 도미니온의 전언이 담긴 편지를 받아 들었다.

“이게 뭔 소리야?”

“나도 모른다.”

“엥? 너 아까는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았어?”

“미천한 천사 앞에서 모르는 척을 할 수 있겠느냐. 모르면서도 아는 척을 해야 하는 법이다.”

“……잘났다 아주.”

앤디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어쩌려고?”

“도미니온은 수련을 떠났다고 하지만, 급하게 움직이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보이는구나.”

단탈리온의 말대로였다.

지금 도미니온은 무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설프게 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히려 공연을 망치는 수도 있다.

“그러니 몇 년이 걸리더라도 수련을 제대로 끝내고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흐음……. 그냥 천사가 없어야 공연하기 편해서 그런 거 아냐?”

“제인은 아주 총명하구나. 그 목적도 매우 크도다.”

“역시나.”

“당연하다. 이참에 그냥 RRR이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한 삼십 년은 수련하고 오는 게 좋겠군!”

단탈리온이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솔직히 천사가 있어서 불편했다. 흑마법도 마음대로 못 쓰고 말이다!”

주먹을 꽉 말아 쥐는 단탈리온을 보며 오로바스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단탈리온 님! 흑마법만 맘껏 쓰게 되면 라이징 밴드 따위 한 번에 쌈 싸 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진태 씨. 그 말은, 우리 실력이 마법이라는 기술에 기대야만 오디션 평정이 가능하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예?”

“봐. 마왕님도 기분이 한껏 나빠졌잖아.”

고오오오오오.

“다, 다다다, 단탈리온 님! 그, 그 뜻이 아니오라……!”

“자네에게 축복의 찬양을 내려야겠구나.”

“죄, 죄죄죄 죄송합니다!!!”

시끌벅적한 합주실의 중앙에서.

딱 한 사람.

앤디만이 합주실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참 평화롭구나…….”

그 미소가 어쩐지 초연한 듯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은 합주실에 모여 있는 멤버 중 유일하게 시루베로스만이 느끼고 있었다.

“꺙!! 꺙꺙!!!”

* * *

단탈리온과 RRR이 합주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71위 마계에서는 여전히 마법진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진짜 답 없는 거야?”

시틀라가 에키드나에게 물었다. 에키드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면서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없어. 칠죄종 분들 종적 찾기 힘든 것도 맞고, 마법진이 복잡한 것도 맞고.”

“아스테리오스는?”

“내가 볼 때도 그렇다. 이건 마왕님이 아니라면 파악하기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군.”

아스테리오스가 머리 위에 난 두 뿔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작은 마력이 뿔의 끝으로 올라오더니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마력을 흘려보내도 마찬가지야. 추적 금지 정도는 쉽게 걸어 두시겠지.”

“흐음……. 하긴, 칠죄종이니까.”

시틀라의 말대로.

지금 그들이 쫓고 있는 존재는 칠죄종이었다.

칠죄종의 행적을 쫓아가서 그들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

그게 바로 단탈리온에게 하사받은 명령이었다.

“이대로는 수확 없이 돌아가는 건데…….”

시틀라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답답하기는 에키드나와 아스테리오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우리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시 돌아가서 마법 도구들을 챙겨 오는 게 어떠한가.”

“나도 아스테리오스 의견에 찬성이야.”

“돌아간다 한들, 새로운 마도구가 있는 건 아니잖아.”

시틀라의 솔직한 지적에 에키드나와 아스테리오스가 침묵했다.

침묵을 깬 건 무언가 억울하다는 눈빛의 에키드나였다.

“나, 나 아니다? 나 마도구 안 썼어.”

“에키드나. 이렇게 발 빼려는 거냐. 나와 같이 마법진 연구하는데 사용한 완드만 열다섯 개다.”

“아니 그걸 말하면 어떡해!?”

“이것들이 진짜……!!”

시틀라의 온몸이 마기로 가득 뒤덮였다. 에키드나와 아스테리오스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아, 아하하, 시틀라, 그게, 진정해. 응? 마력도 회복되고 있으니까 우리도 투자를…….”

“투자 좋아하네! 어디 그 투자 나도 좀 해 보자! 내 당장 너희들을 천국 구석탱이에 처박아서……!!”

분노에 가득 찬 시틀라의 주먹이 마계의 땅바닥에 꽂히려는 순간이었다.

-그러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을까.

“누, 누구!?”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시틀라가 화들짝 놀랐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작게 균열이 일어나더니 공간이 찢어졌다.

마치 지퍼를 열고 나오듯, 목소리의 주인공은 긴 창을 어깨 위에 들쳐메고서 걸어왔다.

“여기들 있었는가.”

“아, 아몬 님!?”

7위 마계의 지배자 아몬.

악마 같은 창병, 창의 창시자.

쿠웅!

다른 마계의 마왕이어도 마왕은 마왕.

시틀라를 비롯한 모든 악마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아몬을 향해 예를 올렸다.

“71위 마계의 시틀라가 아몬 님을 뵙습니다!”

“아몬 님을 뵙습니다!”

시틀라들의 힘찬 경례를 받은 아몬이 히죽 웃으며 손을 휙휙 저었다.

“됐어, 됐어. 내가 격식 차리는 악마도 아니고. 다들 일어나.”

‘안 하면 안 한다고 지X하면서!’

시틀라가 속으로 욕을 했지만, 겉으로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71위 마계에는 어쩐 일로…….”

“음. 바엘이 나의 친우 단탈리온에게 무기를 선물했다고 들었다.”

아몬의 말에 시틀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 설명을 했다.

“네 맞습니다. 바엘 님이 마이크 스탠드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래. 그런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단 말이지.”

아몬도 단탈리온의 친우.

마성전쟁 때 단탈리온의 도움을 크게 받은 마왕이었다.

때문에 그로서도 단탈리온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

“그렇다고 내가 직접 내려갈 수는 없잖아. 나도 우리 마계 지키고 있어야지.”

“하지만 저번에 광물도 지원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걸로도 충분히 저희는 도움을…….”

“지금 이 몸에게 반기를 드느냐?”

아몬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붉은 안광을 마주한 시틀라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그렇지 않습니다!”

“흥. 괜찮다. 그냥 나는 바엘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감히 나랑은 아무런 의논도 없이 단탈리온에게 지원을 해 줘?

“그것도 다른 게 아니라 무기를! 무기가 전쟁에서 제일 많이 주목받을 거 아냐!”

그가 길고도 늠름한 창을 들고 다니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전장에서 눈에 띄어야 마왕이다.

“마이크 스탠드라니! 게다가 이름이 ‘청아한 음색의 마이크’라고? 그런 멋들어진 이름까지 갖추고 말이야!”

아몬은 진심으로 질투가 난다며 말했다.

“그래서 나도 도움을 좀 주려고.”

“네? 어떤…….”

“너희들, 마법진 때문에 애먹고 있지 않느냐?”

아몬의 말에 시틀라와 에키드나, 아스테리오스의 어깨가 살짝 떨려왔다.

“그럴 줄 알았다. 칠죄종은 마왕들도 쫓아가기 힘든 존재다. 칠죄종은 내가 쫓으마.”

“아, 아닙니다. 이건 저희가……!”

“시틀라.”

아몬의 두 눈동자의 떨림이 멈추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그의 얼굴에 시틀라도 결국 자신의 의견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아몬 님.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래. 단탈리온에게는 내가 칠죄종 쫓고 있다고 전해 줘. 그리고 말이다.”

아몬이 주머니에서 작은 양피지를 꺼내더니 시틀라를 향해 휙 던졌다.

“이, 이건……?”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스크롤이다. 마법진 형성은 물론이고, 마력 유지에도 도움을 주는 스크롤이지.”

“이 귀한 물건을……!?”

아스테리오스가 양피지를 펼쳐보며 감탄했다.

“이 재질, 이 촉감, 이 냄새! 최상급 양피지가 아니라면 맡을 수 없는 이 마력의 향기! 역시 아몬 님의 스크롤!”

“하하하하! 그렇게 추켜세우지 않아도 괜찮아!”

“아닙니다! 아몬 님이시기에 가능한 이 양피지 스크롤! 감사히 사용하겠습니다!”

“에이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니까. 하하하하!”

아스테리오스의 칭찬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아몬이 껄껄 웃다가 말했다.

“크흠! 어쨌든, 그 스크롤은 정말 비상시에만 사용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래. 예를 들면…….”

아몬이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하며 말했다.

“단탈리온이 정말 위험해졌을 때, 라던가 말이다.”

“!!”

“!?”

“……!?”

시틀라, 에키드나, 아스테리오스 모두 긴장한 채 침을 꼴딱 삼켰다.

다른 이도 아닌, 아몬의 말이었다.

전장의 분위기를 가장 잘 읽는 마왕.

7위 마계의 지도자 아몬.

그가 이렇게 말을 했다는 것은.

“서, 설마 단탈리온 님의 신변에 위험이……!?”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말이지.”

아몬이 뒷말을 삼키며 쓰게 웃었다.

라이징 밴드에 나타나는 인간들과 천사들.

천사와 결탁한 악마.

상급 가고일의 소멸.

희생되는 악마들과 칠죄종의 빙의체의 등장.

천계의 지배자 메타트론의 강림.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는 않다.”

아몬으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래서 아몬은 칠죄종의 흔적을 쫓아 사라졌고.

시틀라, 에키드나, 아스테리오스는 양피지 스크롤을 든 손의 주먹을 꽉 쥐며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를 일들에 대비해 나갔다.

* * *

시틀라들과 아몬이 움직이고 있을 때.

단탈리온은 멤버들과 함께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음…….”

단탈리온이 심각하게 고뇌하더니 결연한 의지를 담아 손에 담긴 물체를 위로 던져 올렸다.

탁 탁, 데구르르.

“네 칸이다.”

“하나, 둘, 셋, 넷.”

제인이 단탈리온의 말을 잡고 앞으로 옮겼다.

“아쉽네요, 뒤로 두 칸 이동! 무인도 당첨!”

“이런 부조리한!!!”

단탈리온이 주사위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저 주사위에 마력이 담겨 있는 게 분명하다! 어찌하여 계속 이 몸의 수하만이 고통받는단 말인가!”

“그게 운이야 운. 넌 운이 너무 없어.”

앤디가 키득거리며 말을 옮겼다.

“자, 이번에도 내 승리다!!”

“……인정할 수 없도다.”

“못하면 어쩔 건데. 자, 저녁은 데스맨이 쏜다!”

앤디와 제인이 신이 나서는 배달 어플을 뒤적거렸다. 그들을 보며 단탈리온은 허망한 눈빛을 하고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참으로…… 공허한 하루로다…….”

그렇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단탈리온의 앞으로 박은환이 뿅 튀어나왔다.

“데스맨 씨!”

“어찌하여……. 이 몸의 행운은 그 정도는 아닐 터이거늘…….”

“데스맨 씨 무슨 일 있어요?”

“밥값 내기에서 연속 세 번 다 졌거든.”

“아하…….”

박은환이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은환 씨는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아! 아무래도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기쁜 듯 미소를 머금고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낸 그녀가 화면을 펼치고 보여 주었다.

“이거 보세요! 라이징 밴드 결선 정보가 왔어요!”

“으응? 그게 왜 은환 씨에게?”

앤디가 이게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제작진에서 저한테 연락하던데요? 팬클럽 관리자가 매니저 역할도 한다고 들었다면서.”

“……돈 많이 벌어서 밀린 월급들도 다 드릴게요, 정말.”

앤디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단탈리온은 이내 정신을 다시 차렸는지 앤디의 어깨에 손을 툭 올렸다.

“행정병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도다. 공식 팬 1호여.”

“헤헤, 감사합니다! 저도 이게 좋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무튼, 라이징 밴드 결선 정보는 무엇이더냐.”

단탈리온의 말에 박은환이 노트북 화면을 보여 주면서 내용들을 읊었다.

“<라이징 밴드 결선에 대해 안내 드립니다. 결선은 완전 라이브로 진행될 예정이기에 올림픽공원 체육대경기장에서 진행됩니다. 티켓팅은 이 메일을 받으시고 이틀 뒤부터 오픈되며, 자리는 사전에 미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각자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해 하기 사항을 꼭 유의하시면서 무대를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합니다!”

“오, 오오, 올림픽 공원!?!?”

“진짜!? 우리가 거기 선다고?!”

아니 아무리 라이징 밴드가 유명해졌다고 해도, 거길 빌릴 정도인가?

앤디와 제인의 입이 떡 벌어졌다.

“와……. 무조건 1등 해야겠다 이거.”

“여기서 언제 또 해 봐. 그치.”

“저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콘서트의 명소라는 이야기가 많은 곳이더군요.”

오로바스도 그곳에서라면 우리의 무대를 보여주기에 적절하다며 주먹을 쥐었다.

한껏 들뜬 멤버들을 바라보며 단탈리온이 히죽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마왕군이 진격하기에 아주 최적의 장소로다.”

라이징 밴드의 결선 무대를 위한 준비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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