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마님, 메탈하신다-106화 (106/110)

106화. 라이징 밴드 결선 1라운드 (1)

“응? 사전 인터뷰?”

라이징 밴드 결선에 대한 공지문이 나오고 며칠 뒤.

RRR 밴드의 멤버들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역시 결선쯤 되니까 이런 거도 생기는구만!”

“어째 평소보다 의욕이 많아 보인다?”

어쩐 일이냐며 제인이 물었다. 그러자 앤디는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아니, 뭐랄까. 아무래도 이제는 좀 보여 줘야 할 거 같아서.”

“뭐를?”

“뭐긴 뭐야. 라이징 밴드에서 내 존재지.”

앤디의 말에 제인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저번에 천수관음으로 임팩트 팍! 보여 줬잖아? 오히려 존재감은 내가 없지.”

“제인 넌 미녀 베이시스트로 인기 엄청 많은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그러자 제인이 킥 웃었다.

“그건 어떻게 알았냐?”

“아오, 재수 없어. 너도 데스맨 닮아 가는 거 같다.”

“주목이라면 마왕님이 제일 많이 받았지. 연출도, 노래도 다 데스맨이 하잖아.”

RRR 밴드의 유명세는 대부분 단탈리온의 연출 기획 덕분이 컸다.

멤버들 개개인의 실력도 물론 뛰어났지만, 그걸 강렬하게 인식시키려면 나름의 전략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전략의 대부분은 단탈리온이 제안한 전략들이었다.

“정신 나간 전략들도 많기는 했지만…….”

“은근히 잘 먹혔단 말이야. 그치.”

앤디와 제인이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게스트도 부를 수 있다며. 난 그게 제일 걱정이야.”

어떤 게스트를 데리고 와야 하는가.

섣부르게 아무나 데리고 올 수는 없다.

게다가 이번 라이징 밴드에 참가하는 이들은 모두가 무명 밴드.

그렇기에 알고 있는 뮤지션도 적다.

“루시드 드림은 바쁘겠지?”

“네가 물어봐. 팬클럽도 가입했으면서.”

“일개 회원이 어떻게 물어보냐 그런걸?”

“그냥 해 본 소리지 뭐.”

“아니면 탑엔젤스나 열반 밴드 스님들을……?”

“탈락자들도 아닌데?”

“홀리오라방돌이…….”

“그나마 그쪽이 나을 거 같은데……. 우리한테 졌다고 앙심 있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렇게 쪼잔할까. 아니지…… 데스맨 때문에라도 안 도와줄 거 같아.”

“게다가 반각성인가 뭔가, 아무튼 상태 이상했었다며. 불안해 아무래도.”

“으으음…….”

“흐으음…….”

그렇게 앤디와 제인이 그렇게 라이징 밴드 결선 준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두 분, 왜 그리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계십니까.”

“아, 오로바스.”

“진태 씨 왔어?”

앤디와 제인이 음료수를 들고 들어오는 오로바스를 반겼다.

“데스맨은?”

“잠시 용무가 있다 하셔서 조금 늦으실 겁니다. 먼저 저희끼리 논의를 하고 있으라 하시더군요.”

“걔가……?”

그 단탈리온 데스맨이 용무가 있어서 합주 시간을 지각한다?

“……설마 우리 몰래 먼저 인터뷰 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렇지?”

앤디와 제인의 눈이 슬그머니 오로바스를 향해 돌려졌다.

“단탈리온 님께서는 중요한 미팅이 있다 하셨습니다.”

“미팅?”

“예. 그 미팅의 결과가 어찌 되는지에 따라, 우리의 라이징 밴드 결선 1라운드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오로바스가 표정을 굳히고는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는 인간은 아닙니다만…….”

“인간? 혹시 게스트 만나러 갔어?”

앤디의 물음에 오로바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스맨이 알만한 게스트…… 루시드 드림은 아닐 거고.”

“뮤지션 비긴즈 출연진 중에 있나?”

“아, 아니면 그때 약속한….”

그렇게 단탈리온이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멤버들은 오로바스가 들고 온 음료수를 하나씩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 * *

다른 멤버들이 한창 라이징 밴드 결선무대를 고민 중일 때였다.

단탈리온은 도심 속의 산을 찾아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여기가 적당하겠구나.”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어?”

단탈리온의 뒤를 따라오던 남성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냥 근처 카페 같은 곳에서 이야기해도 되잖아. 굳이 이런 으슥한 곳에서…….”

“자네는 이 몸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모양이로군.”

단탈리온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하긴, 하등한 인간들의 눈이라면 이 몸의 존재는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 그 자체. 그들의 눈이 돌아가는 것도 이해는 되느니.”

“……이건 뭔 신종 나르시스트냐. 아무튼, 왜 여기까지 왔는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하고 있는 남성, 조민웅이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렸다.

“앞으로의 방침, 뭐 이런 거 논의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러하다. 자네는 툭하면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흑마법을 써 버리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괜히 도심에서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 소동의 결과가 조민웅, 칠죄종 탐욕이 빙의한 인간이라면 사건의 파급력이 더 커질 터.

‘그러다 나까지 휘말려 들면 최악이지.’

이미지가 망가지면 라이징 밴드 결선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고, 여태껏 어렵게 쌓은 명성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단탈리온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탐욕, 조민웅을 으슥한 도심 숲으로 데리고 간 것이었다.

“……부정은 못 하겠네. 나 성질 더러운 건 너도 알 테니까.”

“바로 그 지점이다.”

단탈리온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라이징 밴드에서 이 몸을 돕거라.”

“……널?”

“그러하다.”

잠시간 눈을 멍하니 뜨고 있던 탐욕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뒤틀렸다.

비웃는 것 같기도, 그저 웃는 것 같기도 한 입꼬리를 만든 탐욕이 이빨을 드러냈다.

“지금 이 몸, 칠죄종 탐욕에게 고작 마왕인 네놈을 도우라고 명령하는 것이냐!!!!!”

고오오오오

탐욕의 몸, 조민웅에게서 강력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변의 식물이 서서히 말라 갔고, 나무에 매달려 있던 곤충들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모여 있던 개미들은 움직임을 멈추고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 갔다.

이 모든 것이 칠죄종 탐욕의 주변에 일어난 일이었다.

평범한 인간이 그 옆에 있었다면 이 기운을 받아 혼절하고, 그대로 영혼이 빨렸을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단탈리온은 평소처럼 고고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친구라고 생각해서 편의를 봐줬더니 아주 기어오르는구나! 마왕은 칠죄종을 선배로서 떠받들…….”

“아둔하구나, 칠죄종 탐욕이여.”

그 말에 탐욕이 입을 다물었다.

단탈리온이 몸에서부터 작은 기운을 끌어올리더니 손바닥을 위로 향했다.

“이게 무엇인지 보이는가.”

“……이게 뭔데.”

“천사와 결탁한 인간이 갖게 된 마기다.”

손에 들린 기운은 바로 탁기공의 일부였다.

홀리오라방돌이 밴드의 드러머, 유예찬으로부터 뽑아냈던 탁기공.

그 일부를 보여 주자 탐욕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래서?”

“쯧쯧. 이래서 자네가 고작 칠죄종인 것이다.”

“이게 진짜! 뒤질…….”

“이것 보거라. 조금만 도발하면 발끈하는 모습이 최하급 악마와도 수준이 같구나.”

“너……! 후…… 알았어. 들어나 보자. 뭔데?”

탐욕이 마력을 죽이고는 선글라스를 벗은 채로 단탈리온을 노려봤다. 단탈리온은 여전히 감정 없는 눈동자를 하고는 탁기공 주변으로 손가락을 돌렸다.

“보이지 않는가.”

“뭐가?”

“이 기운에 담긴 존재의 정체가 말이다.”

그 말에 탐욕의 두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걸 놓치지 않는 단탈리온이었다.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말하거라.”

“……칫.”

“레비아탄의 기운. 자네는 들은 게 있는가.”

이전, 가고일은 분명 칠죄종 중 하나인 질투의 레비아탄의 수하였다.

같은 칠죄종이라면 서로 교류도 많이 하고 있는 편인데다가.

“자네와 레비아탄은 또한 절친이지 않은가.”

녀석들은 질투와 탐욕.

비슷한 성격을 가진 녀석들답게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단탈리온은 살짝 떠보는 형태로 물었다.

“……레비아탄은 모르는데.”

탐욕이 일부러 시선을 돌렸다.

이 자식. 뭔가 알고 있군.

“레비아탄의 행방은 모르는가, 탐욕의 벨제부브.”

진명이 불린 탐욕의 눈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너……. 내가 그 이름 싫어하는 거 알고 있…….”

“질문을 던진 건 이 몸이다.”

뚜벅.

단탈리온이 앞으로 한 걸음 이동했다. 그가 신은 구두가 바닥과 마찰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레비아탄의 행방은 모르는가.”

“……몰라 그딴 년.”

그딴 년?

던탈리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랑싸움이라도 했는가.”

“시, 시끄러! 네가 알 바 아니잖아!”

“참으로 가련하도다.”

단탈리온이 한숨을 쉬었다.

인간도 아니고 악마들끼리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자네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는가.”

“뭐, 뭐! 싸우는 게 어때서!

“역시 싸웠군.”

“헉……! 레비아탄에게는 내가 말했다고 하면 안 돼! 비밀이야!”

“이 몸을 도와주면 생각해 보도록 하마.”

씨익, 단탈리온이 입꼬리를 올렸다.

탐욕, 벨제부브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도와……?”

“이 기운을 만들어 낸 악마를 잡을 것이다.”

“어떻게 잡으려고?”

“그래서 자네가 필요하다.”

무언가 불만스럽다는 듯 뾰로통하게 있는 탐욕, 벨제부브를 보며 단탈리온이 입을 열었다.

“악마와 결탁한 천사를 찾고, 천사를 이용해 배신자 악마를 잡아낼 것이다.”

“싫다면?”

“훗. 거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단탈리온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탐욕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며 탐욕도 혀를 찰 뿐, 아무런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딱히 거절할 만한 명분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냥 거절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탐욕은 어쩐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었다.

거절했다가는 더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탐욕의 주위를 감쌌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단탈리온이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거절하면 자네의 행적을 마계일보에 몽땅 제보하고 레비아탄에게도 친서를 보내 지금의 찌질한 모습을 모조리 공개해서 수치사를…….”

“그, 그만!!!!!! 할게!!! 한다고!!!!”

“옳은 판단이로다.”

* * *

역시, 고자질 만한 게 없지.

탐욕과 질투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게 녀석을 움직이게 만들기 가장 적합했다.

예상대로, 탐욕이 발작을 일으키듯 마구 팔을 휘젓고는 당황한 채 식은땀까지 흘리며 내 팔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 했다.

휘익-

“이익……!”

“얄팍한 수에 당할 거라 생각하였는가.”

보통은 방금 전 탐욕의 반응을 보면 이겼다고 생각하고는 방심하게 된다.

녀석도 내가 그럴 거라 예상했겠지.

하지만 이 몸은 정신의 지배자, 신중의 아이콘 단탈리온이다.

언제나 경계심을 내려놓고 있지 않았다 이 말이다.

“자네에게 접촉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치사하게 이르기나 하고!”

“악마라면 응당 치사해야 하는 법. 그렇지 않은가? 자네도 방금 이 몸을 기습하지 않았는가.”

“……씨바.”

결국 욕을 내뱉은 탐욕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알았어! 할게! 한다고! 뭐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방법은 이쪽에서 다시 연락하도록 하지. 그러니 칠죄종 탐욕, 조민웅이여.

나는 녀석을 스윽 바라보며 손가락을 들었다. 그러고는 검지로 탐욕의 이마를 가리켰다.

“그 대가리로 잘 고민해 보거라.

“이게 진짜……!”

“그대의 인간계 삶의 로드맵은 언제까지일 것인지.”

내 말에 녀석이 입을 다물곤 상기된 얼굴을 하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뭐야……?”

“할 말은 여기까지다. 연락을 기다리거라.”

“어? 야, 잠깐! 단탈리온!!”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숲을 빠져나왔다. 산책로로 돌아온 후 합주실을 향해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치열하게 고민해 보거라.”

탐욕이 부르거나 말거나.

작게 마법진을 만들어 낸 나는 원형 웜홀을 통해 사라졌다.

* * *

“이 나쁜 새끼!”

탐욕이 이를 뿌득 갈았다.

감히 마왕 주제에 칠죄종을 능욕해?

게다가 저 웜홀.

“마력 없는 게 아니잖아……!”

꽈득.

탐욕의 주먹이 거세게 쥐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가 바스라졌다.

“하찮은 하품 천사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어, 역시.”

탐욕이 고개를 들었다. 이빨을 살짝 드러내고는 스산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럼 내 식대로 해야지. 안 그래 레비아탄?”

그리고 그 시각, 웜홀 안으로 사라진 단탈리온은.

슥슥-슥

<칠죄종 탐욕, 조민웅 게스트 참가신청서>

<역할: 조연>

“마음껏 발버둥 쳐 보거라.”

스슥-스슥-

“자네의 발버둥은 어차피 이 종이 위를 벗어나지 못할지니.”

볼펜을 쥔 단탈리온의 손이 조연, 이라고 적힌 부분의 아래로 향하고는.

단어 하나를 더 적어 내려갔다.

<역할: 조연/악역>

이번 라이징 밴드 결선 1라운드.

거기에 함께할 게스트를 방송국에 알리기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단탈리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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