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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우리 이혼해요. (1/92)

01. 우리 이혼해요.2021.12.02.

지금껏 가장 많이 본 남편의 모습은 바로 뒷모습이다. 그게 싫다는 말은 아니다. 차라리 그게 마음 편했다. 가장 여유롭고 느긋이 그를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 언젠가는 그 듬직한 등에 기대볼 수 있을까 나름의 희망도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창밖을 바라보던 해인은 몸을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열한 시. 평소에도 늦게 들어오는 남편은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낮에 받았던 전화 때문에 종일 머리가 지끈거렸다.

16549611960826.jpg‘너는 네 아버지가 사돈에게 무릎을 꿇었는데도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거냐? 네가 윤 회장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해서 자금난을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어떻게 네 아빠에게 그 짓을 하게 만드니.’

새엄마는 마치 자신이 아빠를 무릎 꿇리게 한 것처럼 말했다. 모르는 일이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 아무리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도 어떻게 사돈에게 무릎을 꿇을 생각을 하셨을까. 얼마 후 여동생에게도 전화가 걸려왔다.

16549611960831.jpg‘언니 너는 결혼했으면 다야? 네가 네 능력으로 형부랑 결혼한 거 아니잖아. 어떻게 그렇게 가만있을 수가 있어? 언니가 형부에게 말해봐. 돈 융통해달라고 부탁 좀 하라고. 너 혼자 잘 먹고 잘살지 말고.’

언니도 아니고 툭하면 네가, 라고 부르는 이복동생. 피가 섞이긴 했으나 혈육의 정 같은 건 딱히 느낄 수가 없었다. 아빠의 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새엄마 모녀 덕분이었다. 모녀의 갑질이 언론을 타고 세상에 알려지며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로 명성을 날린 엘브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로 인해 잘나가던 회사가 휘청거리며 자금난이 생겼다. 동생의 말처럼 혼자 잘 먹고 잘살려고 하지도 않았다. 작년엔 새엄마의 요청으로 남편에게 투자를 부탁한 적도 있었다. 큰 도움이 되었다며 고마워하는 아버지를 보며 나름 안도했지만 남편에게 자신은 짐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치 않았다. 후우.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한 후에도 가족들에게 휘둘리고 시댁에 부담을 주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었다. . . . 얼마나 더 거실을 서성였을까. 도어락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검은 슈트에 포마드 스타일로 머리를 쓸어올린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가끔은 설레고 가끔은 떨리고 그래서 더 서운하고 미웠던 남편 윤지훈. 뚜렷한 이목구비에 선이 곱고 부드러워 미소년처럼 보이지만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 탓에 몇 번 경험하면 오히려 쉽게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었다. 지난 4년을 그랬듯 해인은 잠잠히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16549611960836.jpg“다녀왔어요?”

고개를 끄덕인 지훈 역시 형식적으로 덧붙였다.

1654961196084.jpg“그래. 늦으면 먼저 자. 굳이 기다릴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지훈은 나른히 타이를 풀어내며 거실로 향하는 통로를 지나갔다. 우연히 마주친 시선은 머무는 법 없이 그저 스쳐 간다. 때때로 물을 마시러 다이닝룸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그마저도 필요치 않아 보였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으니 이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일만 남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점점 멀어지는 지훈의 뒷모습을 보던 해인이 다급히 말했다.

16549611960836.jpg“할 말이 있어요.”

발걸음을 멈춘 지훈이 돌아보았다. 좀처럼 없던 일이라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1654961196084.jpg“무슨 말?”

해인은 이 긴 어둠의 터널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감한 남자의 등을 바라보는 일도, 친정의 요구를 들어주며 그의 발목을 잡는 일도 이제 그만이다. 그게 서로를 위해서 최선일 것이다.

16549611960836.jpg“우리, 이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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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잖아도 조용했던 집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지훈은 처음엔 뭔가 잘못 들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기엔 앞에 있는 해인의 표정이 너무나 결연했다.

1654961196084.jpg“지금 내가 들은 말이…….”

16549611960836.jpg“…….”

1654961196084.jpg“이혼이 맞아?”

16549611960836.jpg“맞아요. 이혼.”

정확한 발음에 정확한 단어. 매사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지훈은 충격을 뒤로하며 재차 확인을 시도했다.

1654961196084.jpg“그러니까 그 이혼이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16549611960836.jpg“맞아요. 그 이혼.”

1654961196084.jpg“지금 말하는 그 말의 의미가 내가 아는 사전적 의미로서의…….”

16549611960836.jpg“맞아요. 그 의미가.”

1654961196084.jpg“그러니까 그 이혼을 지금 나한테 요구하는 것도 맞…….”

16549611960836.jpg“맞아요.”

몇 번이나 되물어본 지훈은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혼 앞에 선 제 현실도 당황스럽지만 더욱 의외인 것은 따로 있었다.

1654961196084.jpg“혹시, 말을 끊는 게 취미…….”

16549611960836.jpg“미안해요. 제가 좀 급해서.”

지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유독 서두르는 듯 말을 끊더니 그 이유가 이혼이 급해서란다. 이건 대체 뭘까.

1654961196084.jpg“이혼이 급하다니, 무슨 사정이라도 생겼나?”

16549611960836.jpg“사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한 번 말할 때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어요.”

먼저 이혼이란 말을 꺼내 미안하기는 했지만 해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바쁜 사람이라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몰랐다. 빨리 이혼을 해야 자신의 집안 때문에 남편의 회사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1654961196084.jpg“분명하게라……!”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지훈이 손목 단추를 풀며 최대한 담담하게 물었다.

1654961196084.jpg“우리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어?”

일단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나름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잘살고의 의미가 일반적이지는 않았지만 피차 그것을 원했고 서로 귀찮지 않은 선에서 원만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혼이라니……. 지훈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보았다.

16549611960836.jpg“아니에요. 전적으로 내 문제예요. 당신에겐 아무 잘못이 없어요.”

1654961196084.jpg“내가 잘못이 없다는 건 나도 잘 알아. 근데 난 당신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데…….”

16549611960836.jpg“아, 그게 잘잘못의 문제는 아니고…….”

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지훈이 반문을 예상 못 한 해인이 난처한 듯 지훈의 시선을 회피했다. 사실 이혼이란 말을 꺼내면서도 그의 반응을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두 사람이 정상적인 부부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지난 3년 동안 별다른 대화도 없이 살아왔기에 한편으론 홀가분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일단은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16549611960836.jpg“죄송해요. 이렇게 불쑥 꺼낼 이야기는 아닌데, 정말 당신과 마주 앉을 시간이 별로 없어서.”

1654961196084.jpg“그래. 그건 이해하겠는데, 갑자기 이혼을 말하니 나로선 참,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16549611960836.jpg“갑자기 아니에요. 충분히 고민한 일이에요. 정말 이혼하고 싶어요. 꼭 해줬으면 해요.”

어쩐지 간절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오는 말 만큼은 담담했다. 충동적으로 한 말이 아니라 충분히 고민한 일이었다. 그와 3년을 살았다. 2년은 그의 사랑을 갈구했고 나머지 1년은 그 사랑을 포기하며 이혼을 고민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이혼을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훈에게 이혼은 여전히 갑작스러웠다. 이혼이라는 것이 이렇게 몇 마디 말만 주고받고 결론 낼 일은 아니지 않은가.

1654961196084.jpg“일단 잠시 앉았으면 좋겠어.”

지훈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기라도 하듯 먼저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맞은 편에 앉은 해인을 본 그가 차분히 물었다.

1654961196084.jpg“이혼을 이렇게 다급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갑자기는 아니라고 했으니 오랜 시간을 고민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있을 거 아니야.”

해인은 그저 미안한 마음만 앞설 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를 좋아했으나 외로웠던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 그에게 민폐가 될 뿐일 결혼생활. 그건 우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16549611960836.jpg“그저 제 삶을 찾고 싶을 뿐이에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1654961196084.jpg“내가 그걸 찾지 못하게 하는 거야?”

16549611960836.jpg“그게 아니라…….”

1654961196084.jpg“…….”

16549611960836.jpg“어쨌든 지금은 자유롭지 못하니까…….”

1654961196084.jpg“내가 자유를 억압한 적은 없는데.”

16549611960836.jpg“…….”

1654961196084.jpg“결국 그 말의 숨은 뜻은 나와 부부의 인연으로 매여 있기 싫다는 말인가?”

지훈의 씁쓸한 물음에 해인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말을 해도 결론은 결국 그것이었다. 부부의 인연을 끝내자는…….

1654961196084.jpg“오늘은 밤이 늦었으니까 일단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했으면 해.”

마치 자신이 채근하는 듯한 상황이 되어버리자 지훈이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홀로 방으로 돌아온 그는 대략 난감했다. 지훈의 집안이 운영하는 신온 그룹은 패션을 주력으로 가방과 스카프, 목걸이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였었다. 그리고 현재는 제주도에 호텔을 신축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잘나가던 숙녀복에서 적자를 보기 시작했고 위기감을 느낀 부친이 먼저 엘브의 주 사장에게 손을 내밀었었다. 인수합병을 추진하려 했던 계획이 점차 계약 결혼으로 발전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피차 결혼의 이유가 분명했었다. 자신은 늘 결혼을 종용하는 어머니를 피할 명분이 필요했고 해인은 새어머니와 여동생을 피할 그늘이 필요했었다.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된 후 대화는 물 흐르듯 흘렀고 결혼이라는 상황 자체를 수단으로 여겼기에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각자 서로 알아서 살기로 하고 한 결혼이었는데 이제 와서 왜 이혼을 요구하는 걸까. 게다가 그 이혼이 급하단다. 단순히 자유라는 말로 이혼의 이유를 결론짓기엔 뭔가 애매했다.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물론 전혀, 라고는 볼 수는 없었다. 어차피 형식적인 부부 관계였기에 언제 깨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관계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그날이 이렇게 빨리, 그것도 불시에 찾아올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평소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니 뭐든 그러해야 옳지만, 갑자기 이혼을 요구당한 입장에서 분명해지기는 어려웠다. 머리라도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다. 최대한 침착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담담한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했다. 진정한 포커페이스는 이렇게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티를 내면 안 되는 것이다. 세상의 그 무엇도 자신을 동요하게 할 수 없다 생각하며 살았다. 기회의 때나 위기의 때나 심지어 실패와 고난과 역경이 온다 한들 평정을 잃지 않으리라. 그러니 지금의 이 상황도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 머릿속에선 이혼의 이유가 될 만한 다른 사정이나 이유들이 스쳐 갔다. 오늘 장인어른이 회사로 찾아와 부친을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 혹 그때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일까. 곧장 핸드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만에 연결된 전화 너머로 꽤 귀찮은 듯한 음성이 들려온다.

16549612077626.jpg-상무님. 들어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전화십니까?

1654961196084.jpg“알아봐 줄 게 있어.”

16549612077626.jpg-노동법에 따르면 귀가 후에…….

1654961196084.jpg“시끄럽고. 장인어른이 오늘 회사에 찾아오셨었잖아. 그때 혹 무슨 일이 있었나 알아봐 줘.”

16549612077626.jpg-예? 갑자기 그건 왜요?

1654961196084.jpg“해인 씨가…….”

16549612077626.jpg-…….

1654961196084.jpg“됐고, 일단 그냥 한번 알아봐.”

16549612077626.jpg-그게 사실은 일부러 상무님께는 말씀 안 드렸는데요. 실은 주 사장님이…….

비서에게 전해 들은 내용은 이혼 요구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아버지 앞에서 장인어른이 무릎을 꿇다니……. 설마 그 일을 전해 듣고 자존심이 상한 걸까. 장인의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은 지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무릎까지 꿇는 일이 생길 줄이야. 서둘러 방을 나온 지훈이 해인의 방으로 걸어갔다. 이미 밤이 늦은 시각.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 뭔가가 어색했지만 이대로 밤을 지내기엔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해인의 방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노크를 하기 위해 주먹을 쥐고 손을 들어 올리긴 했지만 두드리기는 쉽지 않았다. 노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시 그녀의 얼굴을 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장인어른의 일로 자존심이 상했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그러나 그녀는 모르는 일일 수도 있었다. 자신도 이제야 알았으니 이혼은 전혀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않은가. 가령 그냥 자신이 너무 싫어져서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다고 한다면? 뭐, 그렇다면 깔끔히 이혼을 해줘야겠지. 혼자서 자문자답을 하던 지훈이 순간 울컥해졌다. 그런데 내가 왜 싫어? 내가 좋지는 않아도 도무지 싫어할 수 없는 남자이지 않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 불쑥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나는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형식적 부부라지만 어쨌든 아내의 방인데 왜 이렇게 망설이는지, 지훈은 그런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때, 안에서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오려던 해인이 그대로 멈칫하며 놀란 눈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16549611960836.jpg“어머. 왜 여기…….”

1654961196084.jpg“아, 그게…….”

순간 멍해진 지훈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해인을 바라보기만 했다. 갈 곳 잃은 주먹은 여전히 허공에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꼭 누구라도 칠 것처럼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가 있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16549611960836.jpg“저기, 한 대 칠 거 아니면 그 손은 좀 내려주실래요?”

멍해 있는 정신을 깨운 건 낭랑한 해인의 음성이었다. 한 대 칠 거 아니면, 이라니……. 아무리 이혼을 요구당했기로서니 내가 여자를 때리는 그런 남자로 보였나? 내가 어딜 봐서 그런 남자야. 솔직히 지금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사람은 바로 나라고. 이혼을 요구당한 순간부터 마음의 평정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훈은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으며 담담히 손을 거둬들였다.

1654961196084.jpg“미안. 때리려고 서 있었던 건 아니야.”

지훈의 사과에 해인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 남자, 사과에 진심이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어느 때보다 진지한 지훈의 눈빛을 바라보는 해인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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