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5. 혼자 있을 때 그렇게 입고 있어? (5/92)

05. 혼자 있을 때 그렇게 입고 있어?2021.12.16.

그렇게 해인의 몸이 나른하게 옆으로 미끄러질 때였다.

16549612840181.jpg“귀신 아니야.”

다시 들려오는 전남편의 목소리. 귀신이 아니라니, 그럼 진짜 사람? 하기야 귀신이어도 큰일이다. 비몽사몽이던 해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우려던 몸을 반드시 세우고 눈까지 크게 뜨고는 앞에 있는 남자를 샅샅이 살핀다. 자세히 보니 제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전남편 지훈이 분명했다. 막상 깨닫고 나니 이 상황이 더욱 의아하다.

16549612840235.jpg“어떻게 여기…….”

16549612840181.jpg“문이 열려 있던데? 혹시나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얼른 들어왔지.”

문이 열려 있어? 아까 우영이 때문에 열었던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까?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16549612840235.jpg“내 말은 그게 아니라 미국에…….”

16549612840181.jpg“방금 들어오는 길이야. 습관적으로 오다 보니 그만.”

습관적으로? 우리가 이혼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한국에 있을 때도 실수 한 번 하지 않던 남자가 습관적으로 여기를 왔다고?

16549612840235.jpg“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16549612840181.jpg“솔직히 갈 곳이 없기도 했고.”

갈 곳 없다는 남자의 태도가 참으로 태평했다. 해인은 그야말로 어이 상실이었다.

16549612840235.jpg“본가도 있고 호텔도 있는 남자가 갈 곳이 없다는 말을 믿으라는 건가요?”

16549612840181.jpg“엄밀히 따지면 둘 다 내 소유는 아니니까.”

멋쩍게 말한 지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인을 내려다보았다. 조도가 낮긴 했으나 해인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살결이 보이는 붉고 매혹적인 슬립 차림. 결혼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옷차림이었다.

16549612840181.jpg“원래 혼자 있을 때 그렇게 입고 있어?”

해인은 그제야 자신의 옷차림을 자각했다. 어깨는 끈으로 되어 있고 가슴골은 브이 자로 깊게 파여 있다. 하! 이런 꼴로 전남편과 재회하다니. 아니, 그러니까 저 남자는 왜 이 시간에 나타난 거냐고.

16549612840235.jpg“혼자 있을 때 뭘 입든 내 자유니까요.”

해인이 새침하게 대꾸했다.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솔직히 민망해 죽을 것 같다. 일단 이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일어나 안방으로 걸어갔다. 설마 자기가 사준 옷이라는 걸 아는 건 아니겠지. 그때 분명 내용물은 모른다고 했으니까. 슬립 위로 가운을 걸쳐 입은 해인이 문고리를 잡고 잠시 멈춰 섰다.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출장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어쩌다 벌써 돌아오게 된 걸까. 그가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같이 떠났던 그 여자도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냈다. 이미 남남이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선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아니라 생각하며.  

16549612856844.jpg

  . . . 해인이 다시 나왔을 때 지훈은 불을 밝게 한 후 테이블을 치우고 있었다.

16549612840235.jpg“그냥 둬요. 내가 치울 거니까.”

16549612840181.jpg“이걸 혼자 다 먹은 건가?”

16549612840235.jpg“친구들이 왔었어요.”

결혼 전에는 없었던 일이었지만 지훈은 그러려니 했다. 자신이 상관할 일은 아니라는 듯. 가볍게 손을 털어내며 소파에 앉는데 해인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16549612840181.jpg“뭘 입든 자유라며.”

16549612840235.jpg“밤이라 그런지 살짝 추운 것 같아서요. 그리고 지금은…….”

16549612840181.jpg“…….”

16549612840235.jpg“혼자가 아니니까.”

16549612840181.jpg“그렇군.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게 됐네.”

16549612840235.jpg“그보다는…….”

해인은 부러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마주 앉았다.

16549612840235.jpg“지금 이 상황에 관해서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16549612840181.jpg“한국에 돌아왔어. 미국 일정은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고. 그건 그렇고, 나도 궁금한 것이 있는데…….”

16549612840235.jpg“…….”

16549612840181.jpg“공항에선 어떻게 된 거야?”

16549612840235.jpg“아! 그건, 별……일 아니었어요.”

16549612840181.jpg“그렇지는 않아 보였는데…….”

지훈이 의문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통화로 하지 않고 공항까지 온다고 했을 때는 뭔가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았었다. 그래서 출국 시간이 다 되도록 밖에서 기다렸지만 해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내내 그 일이 마음에 걸렸었다. 그런데 별일이 아니라니, 그럴 수도 있나.

16549612840235.jpg“정말이에요. 그, 그냥 당신 방에 시계가 있어서 돌려주러 간 거예요. 꽤 비싸 보여서.”

해인은 생각나는 대로 대충 둘러댔다.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었던 일이 그의 입에서 나오니 가슴이 불규칙하게 오르내린다. 서재 서랍 속에 시계가 있었던 건 사실이고 돌려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명품 시계라 돈으로 환산하면 꽤 비싼 물건이니 갖고 있을 수도 없었다. 믿을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지훈에게는 그런 시계가 여러 개 있었으니까.

16549612840181.jpg“그건 안 쓰는 거라서 그냥 둔 거야.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 버려도 상관없다고 했었잖아.”

16549612840235.jpg“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아서 가다가 돌아왔어요. 전화는 무음으로 되어 있어서 몰랐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옭아매듯 해인을 바라보는 지훈의 눈동자. 의심의 기색이 다분했기에 해인은 그 눈동자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믿지 않을 거면 당장 나가라고 해버릴까.

16549612840181.jpg“믿어 줄게. 그리고 한 가지 더. 아까 말한 그 나쁜 놈이 나야? 내가 나쁜 놈이 된 이유는 뭐지?”

16549612840235.jpg“아!”

아까 헛것인 줄 알고 중얼거린 말을 떠올린 해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도 그 말이 의외이긴 하다. 솔직히 지훈이 나쁜 놈일 이유는 없었다. 법적으로 남남인 상황에서 그가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자유니까. 그런데 은연중에 다른 여자와 함께 떠난 것이 원망스러웠나 보다. 그렇다고 이 말을 할 수도 없고.

16549612840235.jpg“아니에요, 당신. 다른 사람이에요.”

16549612840181.jpg“다른 사람 누구?”

16549612840235.jpg“그게, 음, 대학교 때 돈 빌려 가서 안 갚은 놈이 있는데 한 번씩 생각나거든요. 그래서 그놈인 줄 알고.”

생각나는 대로 대충 둘러냈는데 나름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액수는 많지 않지만 그런 놈이 하나 있기는 했었다.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우스웠지만, 지훈의 물음을 피해가려면 어쩔 수 없다며 해인은 애써 상황을 합리화시켰다.

16549612840181.jpg“어이없는 놈이네.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16549612840235.jpg“내 말이요.”

16549612840181.jpg“근데 그놈이 꽤 잘생기고 체격도 좋았나 봐?”

해인은 대답 대신 피식 웃고 말았다. 전남편의 잘생김에 동조하기도 민망하고 돈 떼먹은 놈을 잘생겼다고 하기도 싫고. 저 남자가 저런 말도 할 줄 알았나 싶고. 그렇게 잠시 웃던 해인이 돌연 표정을 굳혔다.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는 탓에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못 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한가하게 이런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16549612840235.jpg“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해인이 대화의 주제를 다시 짚으려 할 때였다. 지훈이 선수를 치듯 먼저 말을 꺼냈다.

16549612840181.jpg“갑자기 나타나서 미안하긴 한데, 당분간 여기서 신세 좀 질게.”

누구 맘대로? 황당한 마음에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참아넘겼다. 명의변경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이 집엔 지훈의 지분이 상당히 있는 듯 여겨졌기에. 결혼하면서 혼수를 해오긴 했지만 이 집값에 비하면 턱없는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지훈이 이 집을 제게 준 것은 성북동으로 돌아가기 껄끄러운 자신을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그런 세심한 배려까지 해준 사람인데 인간적으로도 이제 내 집이라며 무작정 쫓아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남남이 된 남자를 집안에 들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시간도 늦었고, 오늘 하루 정도면 큰 무리는 없을 것 같기는 한데…….

16549612840235.jpg“좋아요.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까 쉬고 가도록 해요. 더 오래 있는 건 피차 불편할 거니까 어디든 지훈 씨 편한 곳으로 갔으면 해요.”

지훈은 지그시 해인을 응시할 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마중을 나왔던 비서가 어디로 갈지를 물었을 때 늘 가던 곳이라고 말했었다. 알아서 호텔로 갈 줄 알았던 그가 자신을 내려준 곳은 이곳이었다.

16549612901235.jpg‘형수님께 하루 신세 지세요. 갑자기 연락받아서 제가 미처 예약을 못 했다고 하시고.’

비서의 그 제안이 싫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비서는 유쾌한 성격에 간혹 엉뚱한 제안을 하곤 했다. 아무리 하룻밤이라고 하지만 이혼한 사이에 이래도 되는 건가 싶으면서도 결국 이끌리듯 이곳으로 와 버렸다. 해인의 입장에선 불청객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쫓겨난다 한들 하룻밤 잘 수 있는 숙소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살던 집이 주는 편안함인지 집에 들어와 해인을 마주한 순간, 여기에 있고 싶었다. 일단은 쫓겨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16549612840181.jpg“오랜만에 만났는데 술이나 같이 할까? 안주도 남은 것 같은데…….”

16549612840235.jpg“아뇨.”

16549612840181.jpg“왜?”

16549612840235.jpg“피곤해요. 비행기 타고 와서 지훈 씨도 피곤할 텐데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해인이 냉랭히 되물었다. 이미 들어와 버린 사람을 쫓아낼 수가 없어 재워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마주 앉아 술을 함께 마실 사이는 아니었다.

16549612840181.jpg“알았어. 그럼, 먼저 잘게.”

인사를 건넨 지훈이 이혼 전 자신이 쓰던 방으로 향했다.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지 모르니 쫓겨나기 전에 얼른 들어가 봐야겠다는 심산이었다. 해인은 멍하니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훤칠한 체격과 여전히 멋진 슈트핏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그가 사라진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해인은 서둘러 시선을 돌리고 테이블 정리를 하는 척했다. 지훈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짐짓 태연하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16549612840235.jpg“무슨 할 말이 더 있나요?”

16549612840181.jpg“내 방에서 누가 자고 있는데?”

16549612840235.jpg“누가…….”

놀란 해인이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상에 설마 우영이 아직도 안 간 거야? 달리듯 그의 방으로 가보았다. 그곳엔 불이 켜진지도 모르고 세상 모르게 자는 우영이 있었다. 아! 진짜 미칠 노릇이구나. 재빨리 달려간 해인이 우영을 흔들어 깨웠다.

16549612840235.jpg“야! 빨리 안 일어나? 너 집에 안 간 거야?”

갑자기 흔들어대는 바람에 잠에서 깬 우영이 비몽사몽 간에 일어나 앉는다. 꿀잠 자다 말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이었다.

16549612915928.jpg“아, 진짜. 내가 자고 간다고 했잖아.”

16549612840235.jpg“정신 차리고 얼른 일어나.”

해인은 손수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재킷을 집어 우영에게 들려주었다. 어느새 따라온 지훈이 문 앞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 우영 역시 지훈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이 집에 자신 말고 남자가 또 있었나. 우영이 졸린 눈을 비비고는 뚫어져라 남자를 보며 물었다.

16549612915928.jpg“누구냐. 저 사람은?”

16549612840235.jpg“일어나서 가기나 해.”

해인은 대답도 하지 않고 재차 종용했다. 우영의 의아한 시선이 한동안 지훈을 향했다. 자세히 보니 모를 수가 없는 남자. 바로 해인의 전 남편이었다. 미국으로 떠났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가 왜 여기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지훈을 바라보는 우영의 눈빛에 경계심이 가득 들어찼다.

16549612915928.jpg“저 남자가 갑자기 왜 여기 있냐.”

16549612840235.jpg“…….”

16549612915928.jpg“혹시 나 쫓아내는 이유가 저 남자 때문인 거야?”

16549612840235.jpg“너는 내가 아까부터 가라고 했잖아.”

해인은 이 상황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아닌 밤중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16549612915928.jpg“그럼 저 남자는?”

16549612840235.jpg“사정이 있어서 그래.”

사정은 무슨 사정. 우영은 서운하다는 듯 해인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을 했으니 이제 남남이었다. 나가야 한다면 둘 다 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 대체 무슨 사정이길래 자신은 쫓아내고 저 남자는 재워준단 말인가. 아무리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 밤에 해인을 찾아온 전남편의 의도가 의심스럽기만 했다.

16549612915928.jpg“무슨 사정? 보아하니 이혼한 전처의 집에 갑자기 찾아온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 너도 난처하고. 그럼 더더욱 친구가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16549612840235.jpg“야! 너 오늘 왜 이러니 진짜.”

16549612915928.jpg“자다가 깨니까 짜증 나서 그러지. 자다가 깨는 게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 줄 알아? 나 그거 제일 싫어하거든.”

우영이 평소답지 않게 생떼를 부렸다. 지훈 때문에 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은데 우영이 그럴수록 해인은 이 상황이 민망할 뿐이다.

16549612840235.jpg“알았으니까 내가 미안해. 오늘은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가 줘.”

16549612915928.jpg“전남편은 재워주고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27년을 알아 온 친구는 안 되는 거야? 그런 법이 어딨어? 아! 이 집을 전남편한테 받아서? 얼마면 돼? 그거 내가 줄게.”

16549612840235.jpg“너 정말 계속 이럴 거야?”

해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자 거침없이 뱉어내던 우영이 잠잠해졌다. 그는 자신이 간섭할 수 있는 선이 딱 여기까지임을 알았다. 여전히 전남편보다 못한 존재인가 싶어 서운했지만,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다.

16549612915928.jpg“알았어. 간다. 가. 가면 되잖아.”

우영이 주섬주섬 침대를 내려와 성큼 걸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지훈과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며 부러 스치듯 걸어서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 사이에 별말은 없었지만 긴장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적의라고도 할 수 있는 매서운 긴장감이었다. 신발장 앞에 서서 감춰둔 신발을 꺼내 신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서운한 건 서운한 것이다. 우영이 배웅하러 나온 해인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16549612915928.jpg“나 또 올 거야.”

서운함이 짙게 밴 그 목소리에 해인의 마음도 가라앉는다. 그러게 가라고 할 때 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우영을 보낸 해인이 거실로 돌아왔을 때 지훈도 방에서 나와 있었다. 피차 어색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지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었지만 속마음은 착잡했다. 한밤중에 남자 둘 여자 하나. 전쟁 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는 걸 저 여자는 알고 있을까.

16549612840181.jpg“친한 친구였나 봐?”

16549612840235.jpg“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서 격이 없어요.”

16549612840181.jpg“너무 없어 보이네.”

단순히 전 아내의 친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저를 경계하는 눈동자였다. 그 눈빛을 마주하며 괜스레 가슴에서 불이 일었다. 그저 흔한 전투 본능이려니 생각한 지훈이 별일 아니라는 듯 툭 내뱉었다.

16549612840181.jpg“그냥, 그렇다는 말이야.”

16549612945089.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