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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너, 누구야! (41/92)


45. 너, 누구야!
2022.05.05.


해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 버렸다.

이상히 여긴 지훈의 얼굴에 의구심이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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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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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중요한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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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뭔가 불편해 보이는 얼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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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요? 나 지금 매우 불편한데.”

원인을 지훈에게 돌린 해인이 해맑게 웃었다.

뭔가 미심쩍었지만, 지훈은 의심을 거두고 해인의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아쉽지만 보내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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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다 식겠어요. 얼른 마셔요. 난 이만 내려가 볼게요.”

해인이 일어서자 지훈이 따라 일어섰다.

배웅이라도 하듯 문 앞까지 따라 나오더니 뭔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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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지하철 타고 다니던데 내가 출퇴근시켜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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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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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차를 하나 사 줄까? 면허는 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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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 뭐 해요. 서랍장 안에 고이 모셔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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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운전이야. 내가 연수시켜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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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네요. 아는 사람에게 연수받으면 다 싸운다던데, 난 지훈 씨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지하철이 더 편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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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런 사람 아니야.”

지그시 해인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사랑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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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해인이에게 화낼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어.”

다짐하듯 말한 지훈이 해인을 꽉 끌어안았다.

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탓에 해인은 그게 찡하면서도 이 남자가 또 왜 이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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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부탁할 게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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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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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렇게 진지해지지 말아요. 사람이 너무 그러면 지켜보는 사람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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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시간이 너무 아파서 그렇지.”

진지해지지 말라니까 굳이 더 드러내는 남자. 해인은 투정하는 것을 멈추고 잠시 지훈의 품에 가만 안겨 있어 주었다.

내려가야 하는데 이 남자의 몸은 왜 이렇게 따듯하고 포근할까.

이러다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잠시 감격에 젖어 안겨 있는데 그 감격을 확 깨는 한마디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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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직도 빨간 스포츠카 타고 다니는 건 아니지?”

그놈의 빨간 스포츠카는 아직도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지훈의 품을 빠져나온 해인이 눈을 가느다랗게 좁히며 놀리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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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이에게 연수나 받을……, 우읍.”

물론 말을 마치기도 전에 키스 세례를 받아야 했지만.

다시 시작된 키스는 끝날 줄을 몰랐다.

해인은 묻고 싶어졌다.

무슨 키스를 벌주듯이 하냐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하지만 잠시의 틈도 생기지 않아 질문은 포기해야 했다.

키스가 끝날 즈음에는 질문은 온데간데없고 환희만 남아 있었다.

* * *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해인이 핸드폰을 붙들고 앉아 한참을 고민했다.

퇴근하기 직전 안형준에게 한 번 더 전화가 왔었지만 받지 않았다. 회사에서 그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저 역시 할 말이 있으니 통화는 해야 했다. 결심을 굳힌 해인이 부재중 전화에서 그의 번호를 터치했다.

잠깐의 신호음이 울리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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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화를 안 받았어?

꽤나 성급한 형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받지 않은 것에 기분이 상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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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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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다 치고 아버지 생신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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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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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핸드폰 너머의 목소리에서 충격이 전해져왔다.

거절은 생각지도 못했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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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이러시면 아버지께 말씀드릴 거예요. 내 생각엔 안 사장님과 나눈 대화 내용 같은데 그걸 녹음해서 나를 협박한다고. 형준 씨 아버님께서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오히려 형준 씨를 나무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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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제 와서 그런 말이 통할 것 같아? 약속까지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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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아니었죠. 정확히는 생각해 본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역시 아닌 것 같아요. 한 가지 물어볼게요. 나를 오라고 하는 것에 정말 순수한 의도만 있나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나요. 보통 부모님 생일잔치면 결혼할 사람 데려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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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부모님께 널 소개하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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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봐요. 형준 씨도 약속이 다르잖아요. 그렇다면 계속 만나야 한다는 의미인데.”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해인은 형준이 이성적으로 생각해 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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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할지 알고 그렇게 나오는 거야? 나한테 뭐가 더 있는지 넌 모르잖아.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격앙되어 있었다.

뭐가 더 있다고?

해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여태 이런 양아치를 상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치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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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준 씨, 여기서 더 나가면 범죄자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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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네가 이러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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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상대하기 싫으니까 이제 그만 하세요. 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을 때 그만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참는 것도 여기까지니까.”

할 말 다 했다 싶은 해인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핸드폰이 다시 울렸지만, 전원 버튼을 눌러 아예 꺼 버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자신에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혼자 어떤 마음을 키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마저도 딱히 신경 쓰기 싫었다.

무작정 그에게 끌려다닐 수만은 없는 일.

일단은 아빠에게 이 일을 알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었다.

안성 모직과는 그래도 나름 좋은 관계였으니 형준의 부친은 그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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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미국 다녀온 이후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것만 같았다.

일찍 퇴근을 한 해인은 샤워를 한 후 지훈이 사준 빨간 슬립으로 갈아입었다.

이걸 정말 지훈이 골랐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와의 헤어짐을 결심하고 그냥 버리려고 했는데 이제 버릴 필요가 없어졌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선 해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몸 여기저기에 붉은 열꽃이 피어 있다.

제 몸을 이렇게 만든 남자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어느새 손가락으로 입술을 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가 그리운 것이리라.

지훈으로 인해 이 외로움은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았다. 집으로 들어온다는 그를 막았으면서도 오히려 그를 그리워하는 제 처지가 우스웠다.

문득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화장대 서랍을 열어 엄마의 사진이 있는 작은 액자를 꺼냈다.

빛바랜 사진 속에서만 웃고 있는 엄마.

엄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 궁금했다.

자존심을 굽혀서라도 사랑하는 남자와 이어지는 것을 택했을까. 아니면 도망치듯 헤어졌을까.

여전히 웃고 있는 엄마의 미소가 오늘따라 더 가슴을 울렸다.

마치 어떤 선택이든 네 뜻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듯 느껴져 뭔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사진을 다시 서랍장에 넣고는 가운을 걸쳐 입고 테라스로 나왔다.

이래저래 오늘은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가을밤은 쌀쌀했지만 시원하게 볼에 와닿는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얼핏 초인종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아무도 올 사람이 없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테라스에 계속 서 있는데 난데없이 큰 소리를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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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아! 주해인.”

지훈이었다.

운동을 하다 왔는지 기능성 셔츠 차림의 그가 거실 한가운데 서서 저를 부르고 있었다. 테라스에서 거실로 들어온 해인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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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어쩐 일로…….”

지훈은 놀라움 반, 의아함 반 정도의 표정을 담고 해인을 바라보았다.

초인종은 예의상 누른 것이고 혹시나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곧장 문을 열고 들어온 참이었다.

그런데 해인이 멀쩡히 가운 차림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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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왜 꺼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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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에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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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화한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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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사장실에서 헤어지기 직전 같이 저녁 먹자는 말에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다며 거절했었다. 그러자 지훈이 저녁에 전화한다고 했고.

해인의 시선이 테이블에 있는 핸드폰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지훈이 몸을 움직여 핸드폰을 들었고 이내 꺼져 있음을 알았다.

손수 전원 버튼을 눌러 핸드폰을 켜고는 해인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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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꺼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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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요. 터치를 잘못했나 봐요.”

로딩을 마친 핸드폰 액정이 환해졌다.

부재중 전화 열한 통.

그중 일곱 개는 지훈이었고 나머지는 형준이었다.

집착으로 치자면 제 남자가 한술 더 뜨는 상황이었다.

이 두 남자가 만나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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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연락이 안 돼서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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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잖아. 내 전화 기다리고 있을 텐데. 꺼져 있으니까. 그새 내 목소리가 듣기 싫어졌나, 아니면 그새 또 어디로 떠날 생각을 하고 있나, 또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 헤어지려고 하는 건 아닌지…….”

아! 해인은 그제야 지훈이 이렇게 달려온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더니 아직도 미국에서 사라진 충격의 여파가 남은 듯했다.

해인이 먼저 지훈의 품으로 안겨들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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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이제 어디 안 가니까. 늘 이렇게 여기 있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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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제발 좀 사람 놀라게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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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니까 지훈 씨도 통화가 안 된다고 때때마다 놀라고 그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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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받을 수도 있긴 하지. 근데 아예 전원이 꺼져 있잖아. 분명히 내가 전화한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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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앞으로는 잘 체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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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인이가 이렇게 먼저 안겨서 예쁜 말만 해 주니까 참 좋다. 뭔가 달콤한 사탕을 먹는 기분이야.”

어느새 말투가 살짝 끈적해져 있었다. 생존을 확인했으니 뭔가 따로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처럼.

해인이 고개를 들어 올려 지훈의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이미 뜨거워진 눈동자가 제 어깨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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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립은 왜 입은 거야?”

지훈의 손이 순식간에 가운을 잡아 내렸다.

가운이 힘없이 밀리며 어깨에 걸쳐 있는 빨간 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더불어 뽀얀 어깨도 함께.

그럼 그렇지. 윤지훈은 생존만 확인하고 그냥 갈 남자는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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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그냥 입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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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워서 입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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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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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어.”

단언하듯 말한 지훈의 눈동자가 짙어졌다.

시선은 목 아래쪽 어딘가에 꽂혀 있다. 그 어딘가에 아직 열꽃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 아마.

이제 적응이 될 만도 하건만 아직은 그의 노골적인 시선이 부끄럽기만 했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해인이 먼저 그의 입술로 다가갔다.

기다렸다는 듯 마주 다가오는 입술이 거칠기 그지없었다. 농밀하게 타액이 섞이며 거친 숨소리들이 이어졌다.

숨이 차오르는 듯 해인이 잠시간 그의 입술에서 멀어지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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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보고 싶은데 핑계 댈 건 없고, 그래서 전화가 꺼져 있다는 핑계로 때는 이때다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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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때는 이때다 싶어 얼른 달려왔지. 오니까 좋잖아. 덕분에 이렇게 달콤해지고.”

이렇게 되니 침대로 가는 시간도 아까웠다.

셔츠를 벗어 던진 지훈이 곧장 가운의 허리끈을 풀어버렸다.

빨간 슬립에 둘러싸여 있는 몸.

아직은 안전하다 싶은 해인이 보란 듯이 웃었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훈이 이내 어깨끈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밑으로 내려버렸다.

다시 키스가 이어졌고 점점 뒤로 밀린 해인은 어느새 소파에 눕혀졌다.

포기하듯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던 찰나였다.

테이블 위에 있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놀란 해인이 벌떡 일어나 보았으나 핸드폰은 이미 지훈의 손에 들려 있었다. 번호만 떠 있는 액정을 본 지훈의 미간이 흠칫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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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줘요.”

해인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지훈은 그대로 통화버튼을 눌러 핸드폰을 제 귀에 대었다.

핸드폰 너머로 다짜고짜 성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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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핸드폰을 끈 거야? 내 연락 피하면 좋을 일이 없을 텐데…….

남자라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심지어 말투가 협박에 가까웠다.

하! 뭐, 이런 새X가 다 있어. 감히 뭐가 어째?

소파에서 일어난 지훈이 매섭게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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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야! 뭐 하는 놈인데 감히 그따위 말을 지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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