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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곱게 안기면. (45/92)


49. 곱게 안기면.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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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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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닌지 지훈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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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런 것 같다고요. 지훈 씨가 이렇게 부드럽게 대해 주니까 정말 하나도 화가 안 난 것 같아요. 몰랐는데 지훈 씨는 참 긍정적인 사람 같아요. 멘탈도 진짜 좋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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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런 식으로 빠져나간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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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정말 감동했어요. 많이 화났다 싶어서 오늘은 연락 안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지훈 씨가 이렇게 집에도 먼저 와 주고 밥도 해 줘서 진짜 감동받았어요.”

갑자기 칭찬이 포대로 쏟아졌다.

입에 발린 칭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훈은 더없이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넘어가 줄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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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충격을 안 받은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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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그게 대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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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별로 다정하기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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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러면 일관성이 없어지잖아요. 지훈 씨는 이렇게 듬직하고 든든한 것이 어울려요.”

이건 여우일까, 그냥 순진한 토끼일까.

여우와 토끼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여우든 토끼든 간에 모조리 잡아먹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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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화난 건 화난 거야.”

어림없다는 듯한 지훈의 목소리에 해인이 몸을 돌려 앉았다.

소파 끄트머리에 엉덩이가 닿아서 떨어질 듯했지만 지훈이 몸을 잡아주고 있는 덕분에 그럴 일은 없었다.

어떻게 지훈의 마음을 풀어야 이 밤이 덜 괴로울까 생각하던 해인은 그냥 배시시 웃었다.

딱히 무기랄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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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도 소용없어. 오늘은 우리 해인이가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남자를 속인 죄인의 신분.”

하지만 지훈은 의외로 완강했다.

그런데 사랑? 그러고 보니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물론 오랜 기간의 짝사랑도 그렇고 지난 며칠의 뜨거운 밤도 그렇고 이제 와서 사랑을 부인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그래도 제 짝사랑을 지훈은 모를 텐데 사랑이라고 확신해서 말하는 게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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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그땐 우리가 미국 가기 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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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미국 가서 쓰레기한테 제대로 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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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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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쓰레기를 속인 죄인의 신분.”

아무래도 빠져나갈 길은 없는 것 같았다.

일단 오늘은 속죄가 먼저이니 지훈이 부리는 투정을 다 받아 주고 원본 파일은 진지하게 날을 잡아서 들려줘야겠다. 그놈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해인은 모든 것을 포기하듯 몸에서 힘을 빼 버렸다. 자연스럽게 지훈에게 기대어졌고 지훈은 그런 해인을 더 바짝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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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훈 씨는 죄인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하는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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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같이 있으면서 괴롭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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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늘도 집에 안 가겠다는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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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똑똑해. 그럼 이제부터 곱게 안기는 거다.”

하나, 둘, 해인의 블라우스 단추를 푸는 지훈의 손길이 여유로웠다.

뒤로 안겨 있으니 꽤 손쉽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앞섶이 풀어지든 말든 해인은 그저 곱게 안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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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안기면 괴롭힘의 강도가 줄어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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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뭐든 줄어들 일은 없을 거야.”

단호히 말한 지훈은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해결해나갔다.

그 순간 해인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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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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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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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지훈 씨가 오해한 거라면 그땐 지훈 씨가 죄인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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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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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사건의 진실에 뭔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래서 지훈 씨가 쓰레기라는 것에 상처를 받은 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거라면 우리의 처지가 달라지나, 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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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지훈의 대답을 들은 해인이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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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럼 적당히 해요. 나는 뭐든지 내가 받은 두 배로 돌려주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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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더 기대되는데?”

지훈이 히죽 웃으며 점령하듯 해인의 입술을 삼켜 버렸다.

뭔가 또 다른 진실이 있는 건가. 그게 뭘까 궁금하면서도 지훈은 두 배로 돌려주는 것에 은근 기대가 되었다.

그럼 오늘은 더 정성스럽게 모셔 주어야겠네.

더욱더 뜨거워질 우리의 밤을 기대하며.

소파 아래로 해인의 옷들이 차례로 떨어져 내렸다. 지훈의 옷이 떨어진 것은 끈적한 소리들이 한참이나 이어진 후였다.

해인의 몸은 이미 울긋불긋해졌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흐트러졌으나 지훈은 땀만 흘릴 뿐 아주 말끔한 모습이었다.

견디다 못한 해인이 침대로 가자고 했지만, 그것도 한참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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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괴롭힘은 지속적인 학대를 동반한다.

늦은 밤 사랑에도 이런 예시가 가능할까.

해인은 제 몸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체는 두 팔에 갇히고 하체는 두 다리에 둘러싸인 채 밤을 보냈다.

지훈과 얼굴을 마주 본 채로 몇 번인지도 모를 키스 세례도 받고 있었다.

물론 그 입술이 종종 온몸을 덮치는 경우도 있었다.

괴롭힌다는 말이 장난이 아니었음을 실감하며 해인은 온전한 파일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을 살짝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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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가지 이상한 것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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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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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라고 했던 그 음성 파일 말이야. 분명 해인이뿐만 아니라 나까지 저격한 느낌인데…….”

두 번째 음성 파일은 마치 지훈더러 들으라고 준비한 듯했다. 지훈은 내내 그것이 의문이었다.

처음엔 그날 밤 전화를 받아 뭐 하는 놈이냐며 말했던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결국 피해를 본 사람이 해인이었다.

난영 모녀가 해인을 노렸다면 굳이 자신을 가리켜 쓰레기라고 했던 파일까지 공개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그 파일을 공개하기로 한 놈은 분명 그놈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 그것은 제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는 있으나 딱히 그놈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위신이 상한 해인의 심기만 자극할 뿐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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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자고 했을 때 해인이가 생각해 본다 했잖아. 근데 왜 그 파일을 공개했을까? 아무리 나를 저격하는 것이 목적이라도 그러면 득이 될 것이 없을 텐데. 그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해인이도 난처하게 하는 거잖아. 그놈 생각이 뭔지 모르겠어. 이건 앞뒤가 맞지 않거든. 그렇다고 세나와 장모님이 저질렀다고 하기엔 일이 너무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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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해인이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눈치는 없지만 사건을 분석해내는 능력은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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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이는 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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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죠.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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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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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어요. 나중에 다 말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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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해 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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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말고요. 하지만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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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는데? 진실이 뭘까.”

지훈이 의뭉스럽게 물었으나 해인은 답해 주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이미 피곤할 대로 피곤해졌다. 지금은 그저 잠들고 싶을 뿐이었다. 지훈의 괴롭힘에 잠이나 잘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사실 투정을 부리는 지훈의 모습이 좀 더 보고 싶기도 했다. 나날이 지훈을 알아가는 재미에 들뜬 탓인지 해인은 그의 모든 것이 새롭기만 했다.

지훈은 잠들어가는 해인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제 품에 안겨 잠이 드는 그 자체가 아직은 비현실적이었다. 돌아온 길이 아프고 힘들었기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해인이 힘들지 않도록 꼭 지켜 주리라 다짐하는 지훈의 얼굴에 비장함이 흘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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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봤어?”

다음날, 지훈은 상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물었다.

점심시간이 갓 지나서 찾아왔으니 적어도 밥 먹었냐는 안부 인사 정도는 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상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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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었냐고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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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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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먹었죠. 아직 소화도 못 시켰는데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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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는 위장이 알아서 하겠지. 얼른 대답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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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 업체에 연락해 확인해 본 결과 기획팀 한승미 차장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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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미? 연락해서 당장 올라오라고 해.”

한승미 차장이라!

어쩌면 그녀는 세나와 난영 모녀가 심어 놓은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녀가 파일의 유일한 남자인 그놈을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여러 이유로 그녀는 회사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 이가 버젓이 회사를 활보하게 놔 둘 수는 없었다.

상진이 나간 얼마 후 한승미 차장이 부사장실로 왔다. 지훈은 소파 상석에 앉아 들어오는 그녀를 매서운 눈으로 훑었다.

차이니스 칼라 투피스를 입은 그녀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남의 뒤를 캐서 치부를 까발릴 만큼 대범해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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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습니까, 부사장님.”

한 차장이 지훈을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딱히 부사장이 자신을 찾을 이유가 없는데 무슨 일로 불렀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보일 듯 말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지훈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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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요.”

고압적인 말투였다. 잠깐 마주했던 시선 또한 무척이나 싸늘했던지라 한 차장은 왠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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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일을 했습니까?”

한 차장이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지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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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라뇨?”

한 차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익명으로 올린 그 일을 벌써 알았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또한, 부사장이 헤어진 전처에 대해 어떤 감정이 남았을 것이라고도 미처 알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난영은 지훈에 대해 그놈이 내 회사를 꿀꺽하러 왔다며 상도덕도 없는 놈이라며 욕을 해댔었다.

한 차장이 지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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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비열한 짓을 했으면서 사태파악 같은 건 전혀 못 하나 봅니다?”

이어지는 싸늘한 말에 한 차장의 표정이 흠칫 굳어졌다.

지훈이 하는 말로 미루어볼 때 혹시나 파일 올린 것을 말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설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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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신지…….”

하지만 그 일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설마 정말 그 일에 대해 안 것인가.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부사장이 왜 전처의 일에 열을 낸단 말인가.

어쩌면 그런 파일을 올렸다는 자체를 탓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익명을 원칙으로 하는 게시판인데 이렇게 빨리 알았다는 것은 어플 업체와 직접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부사장도 당당할 일만은 아니었다. 한 차장이 빠르게 표정을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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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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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능숙하게 표정을 바꾸는 그 찰나를 지훈은 놓치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알면서도 잡아떼는 것이니 좀 더 궁지로 몰 필요가 있었다.

지훈이 몸을 소파에 기대며 조롱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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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개가 사람을 잘못 물었다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되려나?”

다리를 외로 꼬고는 보란 듯이 히죽 웃어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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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미쳐서 사나워진 개가 주인을 물었나?”

지훈이 더욱 매섭게 몰아붙였다. 지훈의 입장에선 회사를 잘 키워서 해인을 주려고 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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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그런 말을…….”

한 차장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나름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지훈의 위압적인 태도에 절로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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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장 당신이 한 짓은 단순한 내부 고발이라고 볼 수가 없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사생활을 허락 없이 까발렸는데, 그 개인이 하필 오너 딸이야. 만일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질 땐 그러잖아도 오너 일가의 갑질로 타격을 입은 회사의 위신은 또다시 추락하겠지. 회사 내의 분란은 당연한 거고. 그런 면에서 볼 때 당신은 그저 주인집이 장사를 하지 못하게 날뛰는 사나운 개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는 그 순간이 살얼음과도 같았다. 그 정적을 뚫고 지훈이 심판관처럼 냉혹히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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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인으로서 그 사나운 개를 죽여야 할 의무가 있고.”

한 차장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런 일을 벌일 때 이런 상황을 전혀 예측 못 한 것은 아니었다.

그게 사장이 아니라 부사장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한 차장은 여전히 지훈이 이 일에 저렇게 분노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말려들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며 이를 앙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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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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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주세나와 그 어머니 빼고 남은 한 놈, 그놈이 누군지.”

세나와 그 어머니가 저지른 짓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에 지훈은 단도직입적으로 그놈에 관해 물었다.

물론 한 차장이 그저 넘겨준 파일만 올렸다면 그놈에 대해서는 모를 것이긴 했다.

그렇다 해서 압박의 강도를 약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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