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 불길한 예감. (65/92)


65. 불길한 예감.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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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에 올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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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의논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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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말아요. 이미지 파일, 시간별로 클라우드에 전부 저장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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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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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걸 밝히면 이제 그쪽에서도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놔야 할 텐데, 아마 그럴 수는 없겠죠?”

해인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훈이 자세를 바로 하고 두 손으로 박수 세 번을 쳤다. 그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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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 해인이야. 안형준 이놈, 이젠 자기네 매거진이 표절 아니라고 주장해야 할 판이네. 그건 그렇고, 그 이미지는 어떻게 유출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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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한 차장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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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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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시하고 있었고, 그때 회의실에 이미지 두고 갔을 때 다녀간 적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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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구나. 그럼 일단 지켜볼까? 뭐라고 더 지껄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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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우리가 별다른 증거를 내밀지 못하면 때는 이때다 싶어 더 공격하겠죠. 안형준이 무슨 수작을 하는지 한번 지켜봐요. 아, 근데 한 차장은 미리 포섭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자수할 기회도 줄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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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상진이에게 맡길게. 일 처리를 참 잘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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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런 일이 대중에게 큰 이슈는 아니지만 이쪽 업계에서는 충분히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안형준은 해인의 커리어에 흠집을 내고 싶었겠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내심 걱정했던 지훈은 안도하며 옥상을 내려왔다.

그러나 막상 부사장실로 돌아온 지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사실 지훈은 옥상에서 해인과 우영이 하는 말을 거의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영이 해인을 좋아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이미 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문이 열려 있었고 문 뒤에 서서 그의 고백을 들었지만, 왠지 나서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잠시 멈춰 서 있었다.

그때 고백과 함께 이어졌던 말들이 내내 명치 끝에 걸려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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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따라오면 편할 거야. 우리 엄마도 네가 며느리로 들어온다면 엄청 좋아하실 거고.’

그가 ‘우리 엄마’라고 칭한 분에 대해 알고 있다.

해인이 유산했을 때 직접 데려가서 몸조리도 해 줄 만큼 해인을 아끼는 분이었다. 그래. 그분이라면 엄마처럼 살뜰하게 해인을 아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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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랬잖아. 넌 환영받지 못하는 곳에서 살기 싫다고. 그래서 헤어진 거 아니었어? 근데 왜 또 그 길을 가냐고.’

환영받지 못하는 곳, 그래서 헤어진…….

그것이 해인에게 그렇게 큰 문제였다는 뜻인가.

전혀 몰랐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진실을 마주하기 싫어서 회피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못났으면 사랑하는 여자가 저런 말을 듣게 할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던 찰나, 해인이 갑자기 친구를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점점 그 강도가 심해져 거의 사람을 잡을 분위기라서 어쩔 수 없이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어색하지 않게 상황은 종료됐지만 제게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게 된 것이다.

결재해야 할 서류들이 쌓여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환영받지 못하는 곳. 널 힘들게 하는 곳.

그곳이 어디인지 아는 까닭에 지훈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려 한 적이 있었던가.

워낙 티를 내지 않는 성격의 해인이기에 알아서 잘 처신하는 정도로만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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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해인은 지훈의 서재 책상에 앉아 노트북에 있던 이미지 파일을 정리했다.

이미지를 그릴 때마다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그것을 클라우드에 올리는 작업을 반복했었다.

덕분에 이미지들이 어떻게 수정되어 가는지 날짜별, 심지어는 시간대별로 변형된 모습이 저장되어 있었다.

안형준은 대체 뭘 믿고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해인의 입장에서 보면 안형준이 한 짓은 기본 자체도 모르는 우매한 짓에 지나지 않았다.

이성을 잃으면 사리 분별을 제대로 못 한다더니 정말 그런 듯했다.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파일 분류작업에 한참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서재의 문이 열리고 슈트 차림의 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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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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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리 좀 하고 있어요. 근데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오늘 일이 많아서 늦는다더니.”

반갑게 웃어 준 해인이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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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 잘 안 돼서 급한 일만 처리하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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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중독인 지훈 씨가 왜 집중이 안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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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럴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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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렇겠죠.”

해인은 지훈의 말을 받아주면서도 그를 바라보지 않았고 손은 마우스를 움직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훈이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사정을 아는 터라 투정은 하지 않았다.

대신 해인이 앉은 의자 뒤로 가서 살포시 해인을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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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제주도 다녀와야 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묵직했다.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달랐지만 바쁜 해인은 그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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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일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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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사업상 중요한 파트너가 오기로 했는데 제주도 호텔에 묵기로 했나 봐. 점심때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수출계약서도 작성하고. 그래도 저녁엔 늦지 않게 올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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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일찍 오면 같이 저녁 먹어요. 그렇다고 무리해서 빨리 오진 말아요. 난 괜찮으니까.”

건성으로 말한 해인이 재빨리 이미지를 복사해 하나의 파일에 집어넣었다. 마지막 저장된 날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해서 혹시라도 잘못해 저장 버튼을 누를까 봐 살짝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 순간 지훈이 해인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아! 이럴 것을 예상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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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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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이 남자는 왜 한창 바쁠 때 이렇게 목소리가 그윽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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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중요한 작업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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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나 지금 가만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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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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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가만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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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평소 그가 하던 짓을 떠올린 해인이 금방 수긍했다. 일단 모른 척하고 작업을 계속해나갔다.

근데 가만있겠다는 사람이 이번엔 손등에 손을 올리더니 자꾸만 간지럽혔다.

얼추 영화에서 보던 장면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더는 작업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노트북을 끈 해인이 일어서서 지훈과 마주 보았다. 지훈이 기다렸다는 듯 해인을 감싸 안았다.

그 찰나 보았던 지훈의 눈동자가 살짝 슬퍼 보인 건 기분 탓일까.

이 남자가 갑자기 왜 이럴까 싶어 해인은 한동안 말없이 그의 품에 가만 안겨 있었다.

한참이나 그렇게 별말 없이 안고만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혹시나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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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무슨 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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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꼭 그럴 거야.”

갑자기? 좋은 말이니 고맙긴 한데 전개가 너무 급작스러웠다. 물론 지금 이런 말을 들을 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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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도 행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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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거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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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근데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사람이 목소리가 너무 슬픈 것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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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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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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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혹시 낮에 옥상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가.

하지만 그 일의 연장선이라면 이런 연결은 뭔가 매끄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안할 일이라면 저에게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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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가 전남편 회사에 먹칠했다고 댓글이 난리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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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들 선처 없이 다 고소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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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악플러로 치부할 수는 없어요. 그중에는 내가 표절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표절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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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악감정 가지고 인신공격하는 것들은 싹 다 고소할 거야.”

험한 말을 뱉으면서도 해인을 바라보는 지훈의 눈빛엔 사랑이 가득했다.

지훈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붉은 입술을 짧게 머금고는 다시 멀어져 해인의 두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뭔가 다른 듯하면서도 키스를 좋아하는 전개는 비슷했다.

해인은 사춘기 소년을 바라보듯 지훈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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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진짜로 날뛰는 사자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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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옥상에서.”

민망해진 해인이 지훈의 가슴팍을 때렸다.

굳이 낮의 기억을 일깨운 건 저였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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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자 말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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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는 했지. 동물의 왕국에서 간혹 본 적이 있는데, 어쨌든 낮에 봤던 사자가 최고였어.”

이 남자가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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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자를 다시 보고 싶은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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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네버. 근데 왜 물어봤어?”

해인이 입꼬리를 잔뜩 말아 올리며 인조 웃음을 만들어냈다. 두 손으로는 지훈의 넥타이를 잡고 목울대까지 바짝 조여버렸다.

덕분에 지훈은 숨쉬기가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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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헉, 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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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를 걸치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하는 그런 짓만 하지 말아요. 그럼 난 충분히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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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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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내가 행복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그래서 미안하다면, 그런 생각도 하지 말아요. 내가 선택했고 내가 결정한 일이에요. 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스스로 얼마든지 행복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것으로 함부로 미안해하지도 말아요. 알아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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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흡, 알아들…….”

목이 막히는 것 같아 지훈은 제대로 말을 이을 수도 없다.

예전에 취향이 이쪽이 아니라고 하던데, 상당히 이쪽 같기도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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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혹시나 바람을 피우다 걸리면, 진짜 날뛰는 사자를 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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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은 추호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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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좋은 자세예요.”

손에 쥔 넥타이를 풀어준 해인이 지훈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먼저 서재를 빠져나갔다.

방금 뭐가 왔다 갔지?

지훈은 해인이 토닥였던 제 엉덩이를 만지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똑같이 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근데 부끄럽잖아. 우리 해인이는 안 부끄러워?

뭔가에 취한 듯 눈동자가 풀린 지훈은 이내 마음마저 녹아내려 한참을 서재에서 나오지 못했다.

먼지 같이 미미했지만 해인의 취향에 의심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 *

제주도에서의 일정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느라 호텔 룸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이 울려서 받아보니 수혁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외치는 수혁의 음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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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거 뭐냐. 이럴 일 없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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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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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한 사진 몇 장 보내줄 거니까 일단 봐 봐.

메시지에 몇 장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수빈과 제 어머니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 그리고 수빈이 제 품에 안겨 있는 사진까지.

헉. 이건 동산 일보 창립 기념회 때의 모습이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제 품에 안겨 버려서 밀어낼 시간도 없었다.

그때 친구들이 재밌다며 사진을 찍은 모양이었다. 각도도 전부 다르게 총 석 장의 사진이었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그 아래 적혀 있는 글이 더 문제였다.

[지훈 오빠 어머님 꽃 미모^^. 어머님이 지훈 오빠랑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임.]

수빈의 SNS 게시물 같았다. 그 글 밑에는 다들 축하한다며 좋아요, 가 엄청 눌려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일단 수혁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사진 좀 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 했다.

그러고는 곧장 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SNS를 안 하니까 아직 모르긴 할 텐데……. 초조한 마음으로 통화가 연결되길 기다렸지만 해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번을 더 해 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마 벌써 본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 일 아니라고,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며 문자를 보내려다가 멈추었다.

안 봤을 수도 있는데 굳이 먼저 알릴 이유는 없지 않을까.

이래저래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건 절대 양다리나 바람을 피우는 그런 류의 것이 아니니까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그 일족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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