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7장. 산중마을의 실종 사건(4)(내용추가)
* * *
산중마을. 어느 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들은 각자 흩어져서 마을을 수색하기로 했다.
다만 대도는 촌장 집에서 폴과 함께 남아있게 되었다.
정신을 잃고 있는 여성을 홀로 둘 수 없었거니와, 일반인인 폴을 따로 둘 수도 없었으므로.
비록 전투 실력이 다른 동료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대도 또한 상당한 실력자였으니 제격이었다.
“흠.”
침음성을 뱉은 나는 어두컴컴한 집 안을 훑어보았다.
딱 하나 있는 침상을 쓸어보자 먼지가 풀풀 날렸다.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게 얼마나 됐을까, 회색 먼지가 내려앉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렇게 지금까지 내가 골라잡아 들어간 집들은 전부 텅 비어 있었다.
“꼭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쓸데없이 꼬아둔 수수께끼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데.”
이거 참 문제다.
대체 마을 주민들은 전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지금까지 마을의 절반 정도를 돌았지만, 지금까지 들렀던 모든 집들의 상태는 판이하게 다르지 않았다.
집안 곳곳에 내려앉은 먼지만 없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람이 살 수 있을 것만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역시 이런 건 쥐약이었다.
차라리 촌장 집에 내가 남고 대도가 밖으로 나왔어야 했다.
이건 예상이지만, 아마 다른 쪽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게 분명하다.
별 소득없이 황량한 집을 뒤로하고 나오자, 마침 건너편의 집에서 현자도 나왔기 때문이다.
현자가 빈손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용사.”
“말 조심해. 폴이 들를라.”
“흥. 도둑놈과 같은 취급은 하지 마라. 이 내가 생각없이 지껄일 거 같냐.”
자신이 조심성이 없이 이리저리 쏘다니진 않는다며 현자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보기엔 둘다 그놈이 그놈인데.
곁에 있던 현자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어 보듯 시선을 옮겼다.
“네 모습을 보아하니 결과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겠군.”
그러면서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현자는 별말 없이 이만 가자는 듯 고개짓을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이다. 두 번 말하긴 싫으니, 도둑놈과 합류하고 난 뒤에 하는 게 낫겠지.”
“뭐 찾아낸 거라도 있어?”
“아니.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정확히는….”
현자는 잠시 턱을 움켜쥐고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의뭉스러운 웃음 소리를 냈다.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찾아냈지. 이게 문제야.”
“……?”
뜻 모를 소리를 하는 건 여전하다.
은근히 감추는 듯한 태도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저럴 때의 현자는 상대가 이해하는 걸 전제로 하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녀석치곤 영~ 감을 잡지 못하는 얼굴이군. 하기야 네 전문 분야와는 거리가 있으니 무리도 아닌가.”
그럴만도 하다며 어깨를 으쓱이는 현자.
아무래도 나완 다른 쪽으로 짐작이 가는 곳이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전문 분야라.
“내 전문 분야가 뭔데.”
“썰고 죽이기.”
맞는 말이다.
처맞는 말.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현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간만에 잡아보는 현자의 멱살은 참으로 가벼웠다.
제 주제도 파악 못하고 나불대는 입처럼 말이다.
“어, 어? 으버버버버버벍?!”
멱살을 움켜쥐고 몇 번 허공에서 종잇장처럼 펄럭펄럭 털어줬다.
분이 풀릴 만큼 흔들고 내려주자, 현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비틀거렸다.
“제, 젠장. 이 자식이 속이 울렁거리잖냐….”
“토하지 마라. 더럽다.”
“만일 그렇게 되면 더럽게 찝찝하게 만들어주지.”
현자는 비틀거리면서 불만어린 투로 말했다.
아직 정신이 덜 들었나보다. 따지고보면 자업자득인데 남탓을 하다니.
아무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잠깐이지만 아까 휴식을 취했을 때, 묘한 소름이 돋았다.
어째선지 발의 족쇄가 차가워진 것 같기도 했다.
어디선가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그런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껏 경험으로 보아 불길한 직감은 빗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젠장.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우욱.”
‘저 녀석도 수상해.’
하마터면 아이르에게 큰일 날 뻔한 이후로 잠자코 따라주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같이 지내온 세월이 있어서 그 점이 더욱 부각된다.
현자의 성미를 표현하기에 사자성어 중에 교토삼굴이라는 어휘가 가장 잘 어울린다.
반대로 말하자면 양자택일같은 상황이 닥쳐오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녀석이 대안을 한두가지만 준비해놨을 것 같진 않았다.
적어도 숨기고 있는 꿍꿍이 속이 더 있는 건 분명했다.
‘이번 일과는 관계없어 보이지만… 섣불리 단정 지을 순 없겠지.’
이런저런 가정을 하며 대도의 뒤를 따라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중심지로 되돌왔다.
그런데 현자의 상태가 이상했다. 막 촌장 집 문턱을 넘으려다가 멈춰선 모습.
“무슨 일이야.”
“잠시만 기다려봐라.”
현자가 침묵을 요구했다.
그제야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
촌장 집에 머물러 있을 인원은 정해져 있었다.
대도와 폴, 그리고 마을 주민 다나.
이렇게 세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데 내부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총 넷.
나는 기감을 쓸 수가 없어서 희미하게 느껴졌지만, 그건 확실했기에 현자도 멈춰선 것이겠지.
우리 둘은 잠시 기다렸으나 내부에서 소음이 들려오진 않았다.
현자가 문고리를 붙잡고 말했다.
“들어가자.”
집 내부는 아까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바닥에 눕힌 다나라고 불린 여인이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은 같았다.
그러나 나머지 둘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대도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고. 폴은 제4의 인물의 곁에 붙어 있었다.
제 4의 인물.
추레해 보이는 행색의 노인.
그는 척봐도 상태가 영 좋아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보오. 정신 좀 차려보시오!”
곁에 있는 폴이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는 듯 하나 유의미한 반응은 돌아오지 않는 듯 했다.
현자의 입가가 비뚜름해졌다.
“저건 또 누구냐.”
*
“이 마을 촌장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