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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도 난 엑스트라로 충분하다-24화 (24/30)

〈 24화 〉 24화 ­ 평범함을 꿈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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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 평범함을 꿈꿨다 ­

내가 초등학교 2~3학년 때쯤 있었던 일이다.

아마도, 2교시 쯤 지나고 쉬는 시간이 끝나 갈 때쯤 3교시가 시작 중 선생님이 창문 밖에 계신 어른을 보고서 교실을 나가셨다, 그 후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서 나가보라며, 아버지가 찾아 오셨다 라는 말을 듣고선 나가는 교실을 나갔다.

“XX, 아버지 오셨다, 용건이 있으신 것 같으니 나가 보거라.”

“예, 알겠습니다.”

“아빠?”

“어, 그래 아들아, 수업 중에 불러내서 미안하다.”

“???? 그래서 왜? 오셨어요?”

“아! 다른게 아니고 집키 좀 빌려다오.”

“집키요? 집키 있으시잖아요.”

“아......그게 모르고 잃어버렸단다.”

“그래요?”

나는 그때 아버지의 차림새를 보고 왠 거지같은 꼴에, 얼굴에는 작은 상처와 흉터가 있었던 걸 별로 의심하지 못했다, 분명 위화감은 들었지만, 일하시다가 그러신가보다 싶어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때 아버지께 집키를 드리면 안됬었다.

나는 바지 주머니에 있는 집키를 꺼내 아버지께 드렸다.

“여기요.”

“그래, 고맙다.”

“아빠?”

“왜?”

“오늘 4교시까지만 하는데, 마치고 바로 집갈 거야, 있을 거지?”

“그래, 당연히 집에 있지.”

하지만, 4교시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지만 집엔 방문이 열린 채로 있었고 도둑이 든 것처럼 이리저리 휘저어 있었고, 집엔 아버지가 없었다.

그리고 2~3시간 뒤 형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형이 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물었다.

“야, 어떻게 된거야?”

“그게.....아빠가 3교시쯤에 학교에 찾아와서 집키 달라고 그랬거든.”

“그래서?”

“그래서 줬지, 4교시까지만 하고 집에갈거니깐 계실거냐고 물었는데 집에 계속 있을거라고해서 집키를 주고 집에 돌아오니깐 아빠는 없고, 집이 이렇게 돼있었다.”

“아빠한테 집키를 줬다고?”

“어...... 집키가 없다고 그러셨어.”

형의 표정은 뭔가 심각해보였다, 형은 집에 들어가 이리저리 뭔가 훔쳐간게 없는지 살펴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야, 뭐해? 도와.”

“어.”

그리고 형과 나는 정리를 끝내고 배가 고파졌는지 형은 저녁을 준비해줬다.

“형 뭐해?”

“김치 볶음밥 하려고.”

“와, 배고팠는데.”

“그래, 금방 해줄게.”

형의 요리 실력은 어머니의 요리 솜씨만큼 좋았기 때문에 항상 형이 해주던 요리는 너무나도 맛있었다, 다시 한번 형의 요리인 김치 볶음밥을 맛보고 싶다.

형이 요리를 다 끝내고 김치볶음밥을 그릇에 덜어줬다.

밥을 먹으려할 때 쯤 누가 문을 두들긴다.

똑똑똑

나는 숟가락에 밥을 떠먹으려다 멈췄다.

형이 방문 앞으로 갔다.

“누구세요?”

“위층에 주인집 아줌마야.”

형은 대답을 듣고 문을 열었다.

“예, 아주머니 무슨 일이세요?”

“아, 그게 다른 게 아니고, 너희 아버지에게 공과금(세금)낼 거 대신 낸다고 해서 줬는데, 아직 세금을 미납부 했다고 그래서 말이야, 그게 오늘까지거든.”

시간은 이미 6시를 지날 때쯤이었다.

“어머니가 곧, 오실 겁니다, 그때 여쭤보고 말씀드릴게요.”

“그래, 알겠다, 밥 먹는데 방해했네, 미안해.”

“아닙니다.”

형은 방문을 닫았다.

형의 표정은 생각보다 심각해보였다.

형은 그냥 밥 먹으라고 제스처를 취한 뒤 같이 먹기 시작했다.

“형, 맛있다.”

“그래.”

그리고 7시 쯤 어머니가 집에 도착했다.

형은 어머니가 오자마자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놀란 듯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은 되지 않았다.

“전화를 안 받는다.”

어머니의 표정도 상당히 심각했다.

어머니께서 공장 일을 하셨다, 그때가 월급으로 많이 받아야 110만원 정도였다.

어머니는 위층으로 올라가셨다.

그리고 한 20~30분이 흐르고 어머니는 내려오셨다.

어머니의 표정은 화가 가득해보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굉장히 난감해 하셨고, 통장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푹푹 쉬셨다.

나중에서야 형한테 들었던 애기였지만, 그때 아버지가 세금을 들고 도망간 금액은 무려 30만원이 넘는 금액이였다, 위층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우리 집 사정이 딱하신걸 아시고선, 10만원 깍아서 20만원 정도로 합의를 봤다고 들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3달이 넘어가도록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4달이 흘러갈 때쯤 집에오니 아버지가 있었다.

“아빠?”

“그래, 별일 없었니?”

“세금 때문에 위층에서 난리 났었어.”

“그렇구나, 엄마는?”

“아직, 공장일하고 계시지.”

“그렇네, 집에 돈 될만한 건 없니?”

“집에 돈 될 만한게 어딨어;;;”

그리고 형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형의 표정은 굉장히 심각해보였다, 아버지를 경멸하듯 쳐다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형을 불렀지만, 형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집에 도착했다.

TV를 보고있는 아버지를 보고선 어머니는 기가찬듯한 표정이셨다.

“니가 미쳤구나?”

“왔어?”

“당장 안 나가?”

“집에 왔는데 밥 한끼 정도는 괜찮잖아?”

“지금, 당장 안 나가면, 경찰 부른다.”

“이래봬도 내가 남편인데 이래도되?”

“니가 남편이라고? 법적으로 이미 이혼한지 오랜데 뭔 소리일까?”

“그러지말고, 밥좀 줘?”

“안되겠다, 셋샐 동안 안 나가면 바로 경찰 전화 건다.”

“하나.”

“둘.”

“아...알았다고, 독한 년.”

“뭐....뭐라고? 야이 미친놈아, 니가 가져간 돈이 어떤 돈인 줄 알아?”

“알지.”

“그런데도 그 돈을 가져가서 도박에 날려?”

“.......그래서?”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

“알았다, 대신에 옷이나 내꺼 다 가지고 갈게.”

“필요 없으니깐, 다 들고 가라.”

그것이 내가 본 아버지의 마지막 기억이다.

어머니는 홀로 한 부모가정으로 매일 빠짐없이 공장을 다니며 일을 해 형과 나를 먹여 살렸다, 나는 남들처럼 학원을 제대로 다녀 본적도 외식도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다.

가능한 한 싸고 양 많은걸 찾으며 살아왔고, 남들처럼 하고 싶은걸 하고 배우고 싶은걸 배우며, 즐기고 싶은걸 즐기고 살 순 없었다.

형은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평범하게 좀 살고 싶다고.”

형이 그런 말을 하면 나는 똑같이 말해주었다.

“나도, 그래.”

형은 군대를 다년 후, 대학교를 졸업한 뒤 웹디자이너로 크게 성공해 집을 떠낫고, 나 또한 군대를 다녀오고 공부를 위해 집을 잠시 떠났다.

그리고 몇 년 뒤 형은 한국을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유럽으로 이민을 가서는 영원히 연락이 끊겼다, 형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현실이 그런걸.

아버지 또한 연락은 없었고, 소식 또한 궁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빚을 대략 1억원 넘게 가지고 계신다, 심지어 신용 불량자다.

나중에 상속포기각서나 한정승인을 해야 한다.

형은 그런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더 이상 한국 사람이 아니니 상관없겠지.

형은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형이 종종 내게 말해왔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기까지 형은 앞만 보고 달려갔다.

뒤에서 늘 응원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는 삶이었다.

방법을 몰랐던 걸까? 아니면 남들처럼 그냥 가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믿었던 걸까? 나는 순진 했던 거겠지.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할 곳이 없었고, 나라의 경제는 망했고, 낙동강의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때쯤 가서야 나는 남들처럼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평범한 과는 전혀 다른 정 반대인 길로 나 자신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 그대로 지옥으로 걸어가고 있던 것이다.

어디서부터 꼬였다고 보는 게 맞을까? 아마 그 해답을 찾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폐암말기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늘 내 가슴속에 만약, 내가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너무 부담스러운 것도 그렇다고 너무 부족한 것도 아닌 환경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늘 생각하며 살았다.

내게 죽음이 찾아온다면, 나는 그 죽음에게 묻고 싶었다.

왜? 하루라도 더 빨리 내게 찾아오지 않았냐고? 말이다.

그래도 다음 생이 있다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평범한 인생 속에서 다툼 없이,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 남들과 웃으며 예쁜 아내를 만나고 가정을 꾸리고 애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평범함이었으니까 말이다.

평범함을 꿈꾸며 살았고, 누구보다 더 평범함을 갈망해왔으며,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걸어왔으며, 튀어보지 않게 최대한 자신을 낮추며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믿었지만, 내가 생각하며 걸어왔던 그 평범함은 오히려 나를 지옥으로 떨어뜨렸고,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선사했다, 적어도 신이 있다면,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 인간을 창조한 존재가 있다면, 더 이상 시련에 들게 하지마시며, 고난과 역경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고, 부디,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마시고 평범한 세상에서 누구보다 더 평범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하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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