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왕실의 가정교사-20화 (20/215)

〈 20화 〉 EP09. 우리 교사님은 확실히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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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9. 우리 교사님은 확실히 수상하다.

(헤르만 티오리아 시점)

“죄송합니다. 저희 도련님께서 저런 걸 두고는 못 보시는 성격이라… 그리고 저 수금하는 불량배들은 오늘 전원 검거할 예정입니다.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그런가요?”

어휴.

어쩌다 내가 이러고 있을까.

“네, 오늘 치안본부에서 대원들을 동원해서 다 정리할 겁니다. 녀석들 본거지도 다 파악을 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건 죄송해서 드리는 위로금 같은 겁니다.”

“이 정도까지는….”

“방금 빵 사신 분이 좀 높으신 분입니다. 받으셔도 괜찮아요. 저도 이게 명령이라 안 받으시면 곤란해집니다.”

“…… 네.”

표류자 출신 가정교사를 보좌만 하면 된다 해서 그냥 꿀이나 좀 빨겠다 싶었다. 그런데 왕궁부 소속으로 일할 때보다 더 바빠져 버렸어.

바쁜 건 둘째 치고, 정신적으로 힘들다.

‘역시 표류자는 뭔가 다른 건가’라면서 납득은 해도 이해가 안 간다. 별별 이상한 일을 시키는데, 하고 보면 좋은 일이라서 그렇다.

예를 들면 이런 일.

저번 주 프로네시스 공작저로 가는 도중에 교사님이 도로 한 곳을 가리키더니, 저 아래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했었지.

그 후로 재상부에 요청해서 도로를 파보니까 밑이 텅 비어 있더라고. 그대로 뒀으면 언젠가 큰 사고가 날 뻔한 거지.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야, 싶어서 어제 내가 물어보니까.

‘그 버그가 실제 기반이었다니. 에코니아 아포칼립스,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네.’

라고 작게 혼잣말을 하는데, 벌레랑 묵시록이 뭐 어쨌다는 거야. 그게 이 대화에서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거기다 미치긴 내가 훨씬 더 미칠 거 같았다. 이런 일이 한둘이라면 모르는데, 지나가듯 툭 던지는 말을 톡 받으면 전부 해결된다니까.

나 말고 정보를 얻는 구석이라도 있나 싶어서 미행해보면, 그런 움직임조차 없다. 정말로 궁금해서 저번에 물어봤더니 뭐라 했더라.

‘교사님, 도대체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우주에서 온 전파를 통해?’

…….

설마 진짜일까.

그냥 진짜로 믿는 게 더 편할 것 같은데.

하……

아버지가 수상한 부분이 있으면 보고하라 했는데, 수상한 걸 넘어서 신기하니까 답이 없네.

“아이들 실수는 어른인 제가 치울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실수에서 눈을 돌리거나 포기하지 마세요. 배울 생각을 하세요.”

“실수해도. 괜찮아요.”

여주인을 진정시키면서도 저쪽 대화가 신경 쓰여서 마법으로 청각을 증폭시켜 두었다. 이제 설교는 끝났나 보네.

왕자님이 착하긴 하지. 매번 토벌을 나가시는 필레몬님이나 정무로 바쁘신 루시아님께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저런 말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긴 했어. 아셰리아 왕녀님도 약간 걱정은 되지만 워낙 잘 하고 계시고 그분은.

참 교사님의 의도나 결과만 생각하면 나쁜 사람은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정작 이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 전부를 지켜본 입장에서는 소름만 돋는달까.

어제 치안본부에서 작전을 짤 때도 미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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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수업’ 하루 전, 화요일.)

어두운 방에 작은 조명이 하나. 테이블 하나를 두고 나와 교사님, 미모스 가주님의 손자 요나스트롱, 치안본부장이 앉아있다.

“저희가 검거할 조직의 내부 지도입니다. 조직원은 대략 70명 정도 될 겁니다. 대부분 인신매매로 팔다 남은 아이들을 키운 거죠. 그런 애들은 큰 전력이 되지는 못합니다.”

교사님이 꺼낸 지도에는 지하가 하나로 연결된 주점 세 개의 위치가 그려져 있었다. 지하는 4계층으로 구분되어 있고, 방마다 예상되는 병력 규모가 적혀있다.

“저희가 주의해야 할 건 옷에 족제비 자수를 한 것들, 대략 스무 명 정도 될 겁니다. 그중에서 다섯 정도는 마법 사용자입니다.”

잠시 조용해지는 분위기.

참 적응들 안 되죠?

나도 그게 안 되더라고.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도대체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확실합니다.”

그건 저도 알고 싶어요. 치안본부장님.

그런데 이거 아마 확실할 거란 말이에요?

이 인간 이상하다고.

“음, 왕실 교사님의 말씀이라면 따라야 합니다만… 저희로서는 확신이 안 서다 보니….”

“그럼 저와 헤르만, 그쪽의 한 분 해서 보스를 잡죠. 제가 가장 위험한 부분에 끼겠습니다. 제 안전을 그쪽에 맡기는 담보라고 생각하세요. 신용이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죠.”

“엥?”

왜 나까지 그래.

“저번에 재앙을 잡을 때는 어쩌다 보니 내가 다 했잖아요? 대인전은 당신 특기니까 이번엔 활약할 수 있겠네요. 설마 못해요, 헤르만?”

…….

살짝 고개를 기울인 저 자세도 열 받네.

은근히 날 잘 안다는 듯이 말하는데, 하나같이 맞는 말로 자존심을 긁는단 말이야.

어쩌겠어.

이번에도 속아 줘야지.

“알았어요….”

“그럼 제가 그쪽에 제가 합류하겠습니다. 이러면 되지 않을까요, 본부장님?”

요나스트롱 녀석이 말했다. 참 성실하단 말이지. 나이는 나랑 같은데 정말 성격이 안 맞아.

“흐으음….”

도시 최고의 근육남, 치안본부장을 이렇게 고민하게 하다니. 역시 우리의 신기한 교사님.

“어쩔 수 없네요. 왕실 가정교사님의 명이라면 받드는 수밖에.”

하위귀족들은 전혀 상관도 없는 일이라 모르겠지만, 이 나라의 왕실 가정교사는 역사적으로 다 엄청나단 말이지.

동방 혜세국의 표류자 대장군님이라던가.

남쪽 헬렌 교국의 차기 교황 후보라던가.

그런 역사도 있고, 실제로 꽤 높은 직위로 쳐준다. 왕비와 재상 바로 아래니까 말이야.

…….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지금 교사님 앞에서는 다 한 수 접어줘야 하지 않을까. 저분들은 행동이 상식적이기라도 할 거잖아.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은 메아리 주점. 이곳이 진입하기 제일 용이합니다. 통로가 넓어서 대원들이 싸우기도 편할 거고, 무엇보다 함정이 없어서 보스에게 도달하기 가장 쉽습니다. 다른 주점들은 치안대를 보내서 입구만 봉쇄한다는 느낌으로.”

“알겠습니다. 다른 유의사항은 있습니까?”

생각에 잠긴 교사님.

“치안대의 기본 수칙은 생포죠?”

“네, 그렇습니다.”

“죽이지 않으면 힘든 녀석이 있습니다. 심상 마력 보류자로 추측하는데, 꽤 성가십니다. 녀석의 정보는 여기 있습니다.”

작은 종이 하나를 건네는 교사님.

치안본부장님은 그걸 유심히 본다.

“수면이라, 특이한 심상 마법이네요.”

“그 녀석의 방은 작은 메아리 주점에서 진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스 룸 앞의 분기점에서 반대편입니다. 카피아 잎을 가루 내서 대원들에게 소지하게 하시고, 이 녀석을 만나면 코에 대고 흡입하라고 전하세요.”

“아…, 네. 준비해두겠습니다.”

“정 생포하고 싶으시다면, 버티세요. 버티기만 하면 자신이 마력에 취해 쓰러질 겁니다. 하지만 카피아 잎 가루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면 전멸할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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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을 생각하니까 또 정신이 아득해진다.

타인의 심상 마력을 알아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대처법까지 아는 거야.

저 뒤로도 함정이라던가, 벽처럼 생긴 문이라던가, 급습용 땅굴이라던가, 그런 것들의 위치를 전부 다 알려줬다.

이 인간 밑에서 수행한 지 딱 한 주인데, 하는 일은 매번 상상을 넘어선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입니다. 넷이서 먼저 왕궁으로 돌아가실래요? 저는 여기서 헤르만과 할 일이 조금 남았네요.”

음, 이제 정말 끝났나 보네.

이제 나한테는 일 시작이겠지.

왕자님 일행은 왕궁 방향으로 멀어진다. 저쪽은 내 동생이 있으니까 별일은 없을 거다.

교사님이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헤르만, 출발합시다.”

“예, 교사님.”

작은 메아리 주점.

그 방향으로 둘이서 걸어가고 있으니, 골목마다 사복으로 위장해있던 덩치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리고 나선 우리 뒤를 따른다.

“교사님, 아지트 근처에 이상징후는 없었습니다. 바로 진압을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힘내보죠.”

전부 치안본부 대원들이다.

요나스트롱 녀석도 합류.

“안녕하세요, 요나스트롱씨?”

“안녕하십니까, 요나라고 불러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정말이지.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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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본부 대원 60명이 동원된 대작전.

30명은 다른 주점의 포위. 30명은 우리와 함께 진입해 소탕과 구출을 병행한다.

주점을 급습한 우리는 빠르게 주점 내부를 정리한 뒤, 바로 지하로 들어왔다.

지하는 마치 갱도처럼 꾸며져 있었다.

걷다 보면 벽처럼 생긴 문이 열리면서 적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런 문이 좀 많네.

아무리 슬럼이라 해도, 왕도에 이런 지하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니. 믿기질 않는다. 거기다 인신매매라는 대죄까지 저지르고 있다니.

그나저나.

“교사님.”

“왜 그러세요, 바쁜데.”

그래, 바쁘긴 하지.

불량배를 때려잡고 있으니까.

우리는 말 한마디에 한 명씩 넘기면서 말을 주고받는 중이다.

“이전! 세계에서, 도대체! 뭐 하셨어요?”

“공부?”

“그런데! 왜! 불량배를… 잘! 잡아요?”

교사님은 잠시 멈추더니 먼 곳을 보았다.

“…. 어린 시절에 사고를 조금 많이 쳐서.”

하하.

표류자님 세계에서는 어린 시절에 사고 좀 많이 치면 말이야. 저렇게 흉기를 든 애들을 관절기로 제압하고 메다꽂을 수 있구나.

저 사람, 저쪽에서는 무투가나 암살자로 살던 사람 아닐까?

암살자일 것 같네. 어제 회의에서 사람을 골라 죽인다는 말도 거리낌 없이 해댔고 말이야.

생각해보면 재앙 앞에서도 겁을 상실한 것 같았다. 원래라면 그 어두운 심상 마력 때문에 겁에 질려야 정상인데.

중요한 건 일단 절대 학자는 아냐…

나와 교사님, 요나 세 명은 그렇게 불량배들을 제압하며 전진했다. 마지막에 나온 족제비 자수들만 요나가 상대한 정도.

족제비 자수를 한 옷을 입은 녀석들도 딱히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마력 사용자라 해도 급은 현격히 다른 법이니까.

이윽고 어떤 문 앞의 보초 두 명을 정리하자, 교사님은 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헤르만, 요나?”

““네.””

“여기 들어가면 보스가 있을 건데, 비열한 자식이거든요? 납작 엎드려서 저를 회유하려 하다가, 제가 틈을 보이면 손목을 제 쪽으로 할거에요. 그때 그 자식의 손을 찍어버려요.”

““예에?””

“둘 다 무기 꺼내시면 들어갈게요.”

19년 살면서 요나 녀석이랑 대답이 같은 적은 처음이다. 그것도 이런 얼빠진 대답으로.

나랑 요나가 눈이 맞는 것도 처음이네.

우린 서로를 멍하게 쳐다보다가, 서로 무기를 꺼냈다. 나는 단검, 녀석은 미모스의 판결봉.

“그럼 들어갑니다.”

그렇게 들어간 방은 조명은 어두웠고, 테이블 하나가 중앙에 있었다. 방구석에는 금고들이 보인다.

금고를 뒤지던 한 남자가 우리를 돌아보았다.

“죄, 죄송합니다! 나으리, 저도 다 먹고살자고 하던 일입니다. 저희가 뭘 해야 먹고살겠습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요! 애들은 좀 살려 주십쇼. 제발 부탁드립니다!”

키가 작은 그 남자는 교사님 앞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채 빌기 시작했다.

양손은 고스란히 모은 채다.

“시키는 일은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제발 용서 좀 해 주십쇼!”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한다고?”

“예! 제가 다 하겠습니다. 네!”

교사님은 약간 뜸을 들였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골똘히 생각하는 자세를 취했다.

시선은 방의 먼 곳.

빈틈을 주는 건가.

“시키는 일이라…. 내가 어린애들을 참 좋아하는데 말이야. 있으려나?”

갑자기 뭐라는 거야 교사님.

“아이고, 어떤 어린아이를 말씀하십니까! 저희가 수인도 취급하고! 엘프도 취급하고! 상품은 많습니다. 말씀만 해 주십쇼!”

키가 작은 남자는 고개를 들면서 교사님께 말했다. 그리고 손을 교사님 방향으로…… 아?

쿠웅.

푹.

판결봉과 단검이 최고속도로 휘둘러졌다.

“끄으으윽…”

남자의 낮은 비명이 허전한 방안을 채운다.

망치에 깔린 손은 바닥에 처박히고, 단검에 찔린 손은 교사님 바로 옆을 향해 있다.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교사님은 내 단검에 찔린 남자의 손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버튼 하나가 눈에 띄는 굵은 펜이었다. 그나저나 밑장빼기는 또 뭐야.

교사님이 벽에 펜 끝을 댄 채로 버튼을 누르니 안에 있던 침이 날아갔다.

아마 독이 발려져 있겠지.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라. 이런 거 안 배웠어? 하긴, 개 짓거리를 안 했다 쳐도 이딴 새끼는 용서고 나발이고 필요가 없지.”

당신 교사야.

나쁜 말 그만둬!

“지가 한 일은 어쩔 수 없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 그런 새끼가 평범하게 먹고 살려는 사람들 등이나 처먹고 말이야.”

…….

자각이 없으신 것 같지만,

교사님은 가끔 표정이 무섭다.

저번에 재앙 앞에서도 이러셨지.

교사님은 남자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거기다 상품이라….사람을 상품취급하는거야?그것도 애들을 말이야. 상품이 뭐 어쨌다고? 이 쓰레기 자식이. 그래놓고 애들은 살려줘? 네 놈과는 다르게 정상인들은 멀쩡하게 생각할 단어 하나로 동정심이나 유발하려는 개자식일 뿐이야 넌.”

방금 이상한 말도 이 자를 낚으려던 거겠지.

무섭다.

하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 아닐까.

거리의 아이들을 보면서 참 눈빛이 아련했지.

지금도 수금과 인신매매에 화난 거고 말이야.

“요나, 이 사람 연행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요나 녀석이 보스를 연행해 나가고,

방 안에는 교사님과 나만 남았다.

정말 정신없는 하루다.

그리고 아직도 난 교사님을 모르겠다.

보스의 행동도 완벽히 예측했지.

애초에 그게 예측이 맞을까.

모두가 교사님 손바닥에서 굴러가는 것 같다.

“교사님.”

“왜 그래요?”

교사님이 나를 본다.

평소의 웃음은 없다.

그저 무표정하다.

마치 아셰리아 공주님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싸늘하다.

“형님이라 불러도 돼요?”

“에?”

싸늘하던 표정이 약간 풀렸다.

우리 교사님은 확실히 수상하다.

"그냥 형님이라 부를게요."

"예에?"

하지만 의심스러워도 뭐 어떤가.

착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친해지면 뭔가 말해주지 않을까.

사실 지금 내가 맡은 임무인 관찰에.

답이 전혀 안보인다거나,

포기하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

절대 귀찮아진 게 아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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