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EP16. 세 번째 내기 (1) 그곳에는 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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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세 번째 내기 (1) 그곳에는 딸이 있었다.
국왕 필레몬 에우데미아는 왕도 근처의 촌락으로 향하는 중이다.
발람이 토벌을 도맡인 나가게 된 요즘, 기사단장 어거스트와 국왕 필레몬은 교대로 출진을 해도 될 만큼 한가로워졌다.
하지만 금일. 국왕은자신의 담당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도 훨씬 증가한 재앙 예보로 인해 출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보대로라면 B급 규모의 재앙이 이 촌락 근처를 배회하고 있어야 했다.
"그거라면 저희끼리 해결했습죠."
"뭐라고?"
촌장의 말에 국왕은 당황했다.
B급 정도의 재앙이라면 농가에서 처리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상급 기사가 소속된 파티가 하나는 와야하는 상황.
"B급 재앙이 아니었나?"
"아닙니다요. 작은 개체였죠."
촌장은 매개가 되었던 쥐 한마리를 보였다.
쥐는 부정의 심상 마력에게 감염되더라도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다. 마력 총량도 적고, 감염이 되었을 때 띄는 특징 역시 위험하지는 않은 부류이기 때문이다.
"마력도 크게 역하지 않았습니다."
"음, 다행이군…"
재앙 경보가 잘못 되었던 건가.
부정의 심상 마력이 크게 모인 곳을 파악하는 재앙 경보. 가끔은 오작동이 일어나긴 하지만 분명 흔한 일은 아니었다.
"폐하, 주변을 살펴보아도 재앙의 흔적이나 부정 마력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돌아가는 게 맞겠군."
오작동은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희생자가 없으면 다행이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국왕은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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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왕성.
국왕은 무난하게 왕성 정문을 통과해, 병사들의 무장해제와 임무 종료를 알리기 위해 서관에 도착했다.
"아카데미 근처 숲에 도적들이 침입했다는 소문이 있어."
"그거 사실이야?"
"왕도 신문에 난 일이야. 여기."
신문을 주고 받는 1군의 병사들.
국왕은 무심결에 귀를 기울였다.
"모우회라니 유명한 놈들 아냐?"
"혜국의 탈주병들이지. 그 놈들 이제는 납치와 인신매매도 한다더라."
예로부터 왕도 아레트는 황룡의 산맥이 북쪽과 동쪽을 지키듯 둘러싸고 있어 천혜의 요새와 같았다.
그리고 그 왕도의 동쪽에 위치한 아레트 아카데미는 산맥 아래 숲을 학생들의 실습장으로 써왔다.
그 숲에는 약간의 야생동물과 마수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말그대로 수련에 알맞는 존재들 뿐이다.
"우리에게 작전이 떨어지지 않는건…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는 거겠지?"
"그저 루머였으면 좋겠네."
문제가 있다면 예로부터 몇몇 범죄자들이 가파른 산맥을 넘어와 아카데미의 숲에 숨은 뒤 기회를 엿보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 숲은 아카데미의 관할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치안본부나 원수부와 협력하도록 되어 있다.
"폐하!"
골똘히 생각하던 국왕에게 왕궁부장 카일 티오리아가 다급히 외쳤다.
"어서 정문 쪽으로 가시죠! 친위대도 동반하셔야 합니다!"
"무슨 일인가!"
"그게… 가정교사가…"
무언가 일이라도 생겼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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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도착한 왕궁 정문.
국왕이 귀환할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아이고… 어떤 썩을 놈들이…"
"빨리! 헬레니아교 성당이나 치유원에 가서 치유사를 불러와!"
그 중앙에는 왕실 가정교사 이시하가 헤르만 티오리아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비켜보게!"
국왕은 인파를 헤치며 다가갔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불안이 올라온다.
"국…왕님…"
"자네 무슨일인가!"
"공주님과 아샤가… 동쪽 숲에…"
이시하는 말하는 도중 정신을 잃었다.
그의 옷은 여기저기 베인 자국이 남아있으며 그 틈으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거기다옆구리는 검에 크게 찔린 듯 했다.
분명 결투에서 그는 다른 세계에서 온지 1달인 것 치고는 꽤나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발람에게 선수를 양보받은 것을 감안하면 중급의 기사에 필적하는 수준. 어떻게 보면 신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이런 모습이다.
"헤르만, 대체 무슨 일이냐!"
"공주님께서 동쪽 상점가에 살 게 있으시다고 하셔서… 함께 가셨던 모양입니다."
"리아는. 리아는 어디 있나?"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여러 단어들이 국왕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공주.
아카데미. 동쪽 숲.
왕도 신문.
혜국의 탈주병.
납치.인신매매.
"카일, 친위대를 끌고 바로 아카데미로 간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그곳으로 향해야 한다.
국왕에게는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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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약간 떨어진 도로.
"첩보에 따르면 도적들은 숲지기가가끔 사용하는 오두막을 점거했다고 합니다."
"학생회가 휴식에 사용하던 그 곳인가…그렇다면 길은 내가 잘 알지. 나 역시 학생회 소속이었으니까."
"놈들은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흠. 인질을 해할 가능성은?"
"없다고 여겨집니다. 공주님께 손을 대는 순간 온 나라의 적이되어 수배될 터이니까요."
이런 위협에 협상은 없어야 한다.
이는 엄연히 에우데미아를 향한 도발이자 테러, 이에 굴복하는 순간 동일한 사례는 수없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흐음…"
분명 정답은 정해져있다. 하지만 만일의 가능성이 두려운 필레몬이기도 했다. 아무리 재앙의 탓이라 한들, 그 역시 한 사람의 가족을 잃은 자. 그렇기에 협상의 장이라도 열어야하나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폐하, 강행하시겠습니까?"
하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의 딸인 아샤가 납치당한 카일은 정론을 말하고 있다.
카일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우, 그렇기에 국왕인 자신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강한 척을 하는 중이리라.
"먼저 은신에 능한 자를 보내두고, 그 후에 우리가 진입해 시선을 끌어보자. 틈이 생긴다면 그들이 아이들을 구조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국왕은 결국, 조금이라도 아셰리아 공주가 안전할 방법을 더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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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구출 작전.
"방패병은 벽을 세워라!"
"최대한 막아야 한다! 마법사, 쉴드!"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숲이라 색적이 어렵습니다!"
아무리 납치법들이 탈영병이라 해도 저항이 너무나 거셌다. 수없이 쏟아지는 화살과 마법에 숲에 들어선 친위대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제길, 이런 상황에서 내 심상 마법은 도움이 되지 않을 건데."
거대한 대검, 왕검 아레트를 한손으로 들고 화살을 쳐내던 필레몬 에우데미아가 말했다.
그의 심상 마법은 대부분 재앙을 토벌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인간에게는 비교적 약한 면모를 보인다.
"폐하, 저희가 이 곳에서 시간을 끌 터이니 강행돌파를 해보시는건…!"
다급해진 카일 티오리아가 외쳤다.
국왕은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방어력과 돌파력이 있는 자신이 길을 뚫는 게 최선이리라.
하지만 이를 선택할 경우 자신만이 가야한다. 이는 엄연히 도박수이기에 국왕인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괜찮겠나!"
"버틸 수야 있습니다!"
선택은 빨랐다.
하나, 이 정도 조직력을 갖춘 적이라면 선발대로 들어간 척후조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이 정도 화력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면, 포위망에 투입된 적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셋, 거기다 본인이 잘 알고있는 오두막이기에 이들 중 누구보다 빨리 도달할 자신이 있다.
그런 계산을 마친 국왕은 전진했다.
"폐하를 엄호하라!"
"돌파진형으로 포위망을 뚫는다"
"저것들과 거리를 좁혀라!"
그리고 그의 뒤로는 십년간 전장의 생사고락을 함께한 친위대가 따랐다.
에우데미아의 시조는 행복을 말했다. 그렇기에 에우데미아의 직계 왕족은 대부분 자라나면서 행복을 고민한다.
왕족 개개인이 쌓아온 행복에 대한 고민은, 점점 그 사람의 마음 속에 형태로 남게 되어 심상마력의 근원이 된다.
필레몬 에우데미아.그는 십년전의 그날 이후로 자신의 심상 마력의 형태가 변화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위협을 쳐내고 부수는 것. 그것이 지금의 그가 그리는 심상 마력의 형태다.
그는 준비 동작을 취했다.
"먼저 간다!"
"알겠습니다!"
카일과 짧은 인사를 주고 받았다.
당장 자신을 자극하는 부정적인 심상 마력이 없어, 지금 발현하는 마력의 크기는 미약하다. 하지만 응용은 할 수 있으리라.
달리기의 주자처럼 몸을 낮추고, 전방을 달려 대검으로 찌르기 위한 돌진 자세를 취한다.
이미 한번 늦어버렸던 그가, 다시는 늦지 않기 위해 만든 심상 마법의 응용이다.
그의 전신에서심상 마력이 사용되는 전조,금빛의 오라가 피어올랐다.
"후읍"
깊게 들이 쉰 숨과 함께… 국왕은 금빛을 남기는 유성처럼 숲의 한 가운데를 돌파했다.
감히 그의 앞을 여러 마법과 장애물이 가로막았으나, 그것들은 금빛의 오라에 힘없이 부딪혀 스러져 갔다.
십년 전 그날, 재앙 앞에서 아이를 품에 안은채 싸우던 자신의 별, 에스더 헬레니아가 떠오른다.
혹시나 자신은 또 늦은건가.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힘없이 자신에게 아셰리아를 건네던 에스더.
추격하면 쓰러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못준 만큼. 너와 루시아가 사랑해줘'
국왕은 그런 유언을 들었기에, 치명상을 입고 멀어져가는 재앙 앞에서 발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싸늘한 주검과 아이만을 품고 돌아왔었다.
아이만큼은 사랑으로 키우겠다 다짐했었다.
하지만…
'제 머리카락의 색은 왜 두 분과 다른가요?'
그 한마디에 지키지 못한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렇기에 그 아이의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이를 너무나 닮은 아이.너무나도 불쌍한 아이.
이제서야 그 아이의 뒷모습이라도 제대로 보게 되었다, 지금와서 또다시 잃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때는 분명 자신은 무너져내릴 것이다.
수많은 생각을 하며 도착한 오두막.
역시 포위망의 적들이 대부분이었나, 작은 오두막의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안에는 누가 있을지 몰랐다.
국왕은 자신의 신체를 보조하는 마법을 다시 한번 새기고, 가픈 호흡을 되돌렸다.
그리고 오두막의 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리아, 어디 있느냐!"
방 구석의 의자, 그곳에 딸이 구속되어 있었다.
국왕은 헐레벌떡 딸에게 달려갔다.
리아가 어느정도 풀어낸 것일까, 딸을 구속하고 있는 밧줄은 다행히도 엉성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네…"
다친 곳이 없다는 말에 안도하는 국왕.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분노가 차올랐다.
"내 이놈들을…!"
주변을 돌아보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소리로 딸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국왕은 서둘러 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왜… 왜 그러니! 역시 어딘가 다치기라도…"
딸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터뜨린 울음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필레몬 에우데미아는 어쩔줄 모르고 당황했다.
"그 놈들이 널 어떻게 한거냐!"
다시금 고개를 가로젓는 아셰리아.
이곳은 적진이다. 어서 나가야 한다.
그런 생각도 들어 아이를 다독이려 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딸과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다.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눈을 마주할때마다 에스더가 떠올랐었다.
하지만 오늘…
그곳에는 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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