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213. If &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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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If & Now
If.
한 소년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
그 모니터에는…
* * *
슬럼가 불량배 조직의 보스 룸.
아모스 : 흐허허허…
덩치 큰 캐릭터가 고개를 숙인 채, 혼자서 우는지 웃는지 모를 탄식을 뱉었다.
아모스 : 결국… 내가 이겼다… 끄윽.
덩치 큰 캐릭터 앞에는, 망토를 깊게 눌러 쓴 누군가가 술을 홀짝이고 있다.
아모스 : 이방인 형씨.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하게 되었는지 알고 있소?
* 대화문을 선택하세요.
1. … 시간이 없다.
→ 2. 차분히 말해봐.
아모스 : 내가 왜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되었는지는 이미 형씨는 알고 있을 거요… 어릴적에는 수금도 못해서 굶는 일이 허다했지.
아모스 : 어느 순간부터 내 덩치가 커져버렸고,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바쳤소. 이제 굶지 않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 마음은 이내 불편해졌소. 거리의 사람들이 나를 보기만 해도 떨더라고. 그 때 내 마음을 뭐라 표현해야할 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그저 싫었소.
덩치 큰 캐릭터는 깊은 한 숨을 내뱉었다.
아모스 : 어느 순간엔가… 내 마음이 더 이상 버티질 못해서, 나는 수금하기를 거부했소. 그 대가로 조직에서 뒤지게 맞고, 독방에 갇히고… 당연히 매번 끼니를 굶게 되었지.
아모스 : 그러던 어느 날, 아일라 누님께서 독방에 찾아왔어. 방금 죽인 비실이 자식을 옆에 데리고 와서는… 수금은 둘이서 할테니, 뒤에서 가만히만 있어달라 하더군.
덩치 큰 캐릭터가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이내 울먹임이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아모스 : 원래 죽을 생각이었고, 나는 죽어야 했소. 하지만 어렸던 시절부터 나를 지켜주던 병약한 누님이 부탁하기에 마음이 약해졌어… 하지만,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선 안 됐지.
아모스 : 내가 그들 뒤에 서있기만 해도 수금은 차곡차곡 진행되었소. 난 차라리 죽고 싶었지만, 아일라 누님이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며 버텼소. 그러던 어느 날, 두 가지 일이 생겼소.
유리잔을 쥔 아모스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내 유리잔은 부숴져 버린다.
아모스 : 앓고 있던 아일라 누님이 죽었소. 사인은 매독. 언제나 장갑에 긴 소매 옷을 입고다녔기에 나는 전혀 몰랐지. 그런데 같은 병을 그 비실이 자식이 앓고 있었소. 나중가서 알아보니… 나를 살리려고 그 놈과 계약을 했다더군.
그는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울먹임과 함께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아모스 : 아일라 누님이 죽은 그 날… 어떤 빵집의 작은 소녀가 나를 가로막는거요. 돈을 바치는 부모의 앞에서, 부모를 지키듯 양 팔을 벌린 채로 떠는 걸 보았소. 그 모습은 마치… 나를 지키던 아일라 누님을 보는 것 같았지. 그때 깨달았소. 결국 나는 누구 하나 지키지 못하고, 남들 돈이나 뜯고 사는 쓰레기였소.
아모스의 손에 유리가 박혀 피가 흐른다.
하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아모스 : 같이 잡혀온 친구들 대부분이 노예로 팔렸소. 남은 친구들 중 절반은 매질을 견디지 못해 죽고, 남창으로 쓰이다 죽은 친구도 있소. 마지막엔 아일라 누님마저 죽었지.
회한에 차 있던 그의 목소리에…
노기가 차오른다.
아모스 : 결국 나만 살아 남았어… 그러니 조금만 더 벌레처럼 살아남아서, 조금이라도 구해보자고 마음먹었소. 만약 기회가 온다면… 이 자식들을 전부 죽여버리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모스 : 때를 기다리며 투기장과 경매장에서 일하기로 했지. 정말 잘 선택한 것 같소. 아이들을 풀어주다가 형씨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아모스 : 그게 3년 전이었나. 아일라 누님이 죽은지는 벌써 7년 되었구만. 참 오래도 됐지…
아모스가 다시 회한에 잠기고 잠시 후,
아지트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
문을 발로 차는 소리, 고함소리가 울려온다.
아모스 : 내가 투서를 넣어두었소. 이제 형씨는 금고 밑 통로로 도망가시오. 어떤 쓰레기놈과는 다르게, 형씨는 혼자서 옮길 수 있지 않소.
* 대화문을 선택하세요.
1. (아모스의 말에 따른다)
→ 2. 함께 도망갈 수 있다.
아모스 : 가시오. 형씨는 그저 내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이지 않소. 당신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결국 지킬 수 없었던 인간이거든…
이방인은 고민하다 결국 자리를 비운다.
그리고 많은 발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보스룸의 문이 열리고, 수많은 치안대원들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그들은 아모스의 주변을 멀찍이서 포위했다.
그 뒤로, 얼굴색이 어두운 회색머리의 청년이 검고 거대한 판사봉을 바닥에 끌며 나타났다.
요나 : 슬럼가의 조직은 조직원간 권력 투쟁 끝에 대부분이 전멸, 왕도 치안본부는 잔존 세력을 정리하여 슬럼가의 평화를 되찾았다.
아모스 : … 그거 참 괜찮은 줄거리구만.
요나 : 아모스, 내가 찾고 있는 그 자식이 어디있는지 말한다면 살려주마.
아모스 : 허허, 당신이 판결을 그 따위로 내렸으니 당신이 직접 찾아야겠지. … 거기다 당신은, 범죄자를 살려줄 생각도 없잖아.
회색머리 청년은 덩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
이내 판결을 내리듯 말한다.
요나 : 사법부장 권한으로 여기서 판결을 내린다. 왕도 슬럼가 내 불법 조직의 간부인 아모스는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기에 사형.
요나 : … 형을 집행하라.
덩치 큰 사내는…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 * *
Now.
내 이름은 올리버 테오도시아.
테오도시아 자작가의 차남… 이었던 자다.
얼마 전, 나는 썩어빠진 왕실 가정교사의 함정에 빠져 가족에게 의절당하고 직책마저 잃었다.
발람 프라시스, 그 멍청이 역시 왕실 가정교사에게 패배하여 남을 챙길 여력이 없는 상황.
이런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오트 쿠튀르라는 에퀼리아 의복점의 점주는 이 몸을 가게에서 내쫓기까지 했다. … 그 오만한 점주 놈. 조금만 기다려라. 이 치욕은 꼭 되갚아주지.
하지만 내 적금은 서서히 바닥을 보이고, 일을 구해야만 했기에 여러 곳에 구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 몸의 가치를 알아보는 자가 없었다.
이건 그 썩어빠진 표류자 가정교사 놈의 농간이 틀림없다. 백작들과 자작들이 이 몸의 가치를 몰라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슬럼가 근처에 있는 제과점 하나가 귀족 후원인도 없는 주제에 장사가 흥행한다는 소문이다.
유망한 사업에는 귀족 후원인께서 붙어줘야 하는 법. 못난 아비놈의 영지에도 후원하는 매장이 두셋 정도는 있었다.
주제를 모르는 평민이 뒷배도 없이 장사를 불리다니. 자비로운 자작가의 차남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 고결한 올리버님께서 직접 후원하고, 그 제과점의 이익을 일정 부분 상납받는다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장사가 되겠지.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슬럼가 근처의 제과점 정도를 후원할 금액 정도는 남아 있다.
대가로는 많은 것도 바라지 않는다. 제과점의 수익 중 매달 소금화 한 장이면 되겠지.
그렇게 도착한 제과점은 소문대로 수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이 몸이 후원하기에 손색없는 인파다.
나는 인파를 물리고 점주를 불러냈다.
"여봐라, 네 놈들의 후원인이 되어주실 올리버 테오도시아 님이시다."
"예…?"
"후원인이 되어주겠다고 하지 않느냐."
"후원인… 이라뇨?"
이 점주는 무지몽매한 평민이기에 후원인의 의미조차 모르는 듯 하다.
"내가 이 제과점을 후원하겠다는 뜻이다. 너희는 일정 기간마다 상납을 바치면 된다."
나는 가지고 온 대금화 한 장을 보이며 말했다.
"많게도 바라지 않는다. 달마다 소금화 한 장씩만 내놓아라."
"소… 소금화 한 장이라니요. 저희 매출은 소금화 한 장이 안 됩니다요…"
"어허, 이렇게 인파가 많은데 어디서 매출을 속이는가. 귀족을 우롱하겠다는 것이냐."
감히 명민한 이 몸을 속이려하다니.
테오도시아 령에서는 검을 뽑았을 일이다.
허나 지금의 나는 관대하다.
그런 폭력적인 일따위 벌이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 구경꾼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후원이라니… 그런 거 요즘은 안하지 않아?"
"한다고 해도 개점부터 돕는 게 아니면… 장사꾼들이 절대로 안 받으려 하지."
"저, 저… 순 도둑같은 귀족놈."
"왕도에서 저 지랄을 떨다니… 신고하자고."
평민들이 감히.
이것은 나를 기만하려는 것임이 틀림 없다.
"어허, 닥치거라!"
내 호령에 근처의 평민들은 입을 다물었다.
"점주, 생각할 시간을 주겠소."
"……."
나는 관용있는 남자.
생각할 시간 정도는 줄 수 있다.
점주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숙고하는 모습이 보기 좋군.
"아저씨 뭐야!"
갑자기 나타난 꼬맹이.
점주의 딸로 보이는 아이가 날 가로막았다.
"왜 우리 가게를 뺏으려는거야!"
"아이고, 그만하거라. 귀족님이시다."
이래서 아이라는 것들은 혐오스럽다.
무지한 주제에 감히 귀족을 막아서다니.
"평민 주제에 부녀가 쌍으로 날 모욕하다니."
검집째로 검을 보이며 약간의 위세를 보이자, 점주는 딸을 뒤로 감싸며 무릎을 꿇었다.
"후원을 받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쇼…"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하하, 잘 생각했다. 계약을 해보실까."
그렇게 나는 제과점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제야 말이…"
"점주, 일어나시오. 왜 무릎을 꿇은 거요."
감히 누가 내 말을 끊는가.
내 말이 오늘 여러번 끊기는군.
목소리의 발원지를 보았더니, 에퀼리아제 의복을 입은 거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거한은 나를 가로막듯 점주의 앞에 섰다.
"겨우 대금화 한 장으로 생색을 내며 한 달 매출을 뜯으려 한다니. 이게 귀족이 할 짓이오?"
에퀼리아의 유력자라도 되는 걸까…
감히 내 앞을 막아서다니.
"네 놈은 누구냐."
"지나가던… 평민이오."
"하! 에퀼리아의 부호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귀족의 행사를 평민이 막는 건 제 정신이냐?"
"제 정신이기에 막는 것이오. 사람들이 땀흘려 번 돈을 내놓으라니, 당신은 귀족이 아니오."
나는 귀족이다.
나는 아직 귀족일터다.
나를 부정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멍청한 평민놈, 이건 후원이라는 거다."
"멍청한 건 당신이 아니겠소. 세상 물정도 모르는 쓰레기가 귀족인 척을 하다니."
"귀족인 척이라니…"
그 못난 아비도 내 가치를 모르는 채, 그저 장남이란 이유만으로 형을 소가주로 세웠지.
그 썩어빠진 표류자 가정교사 놈은 왕실에 고자질을 해 함정을 파지 않나…
나는 그 얼음장같은 공주년이 일 좀 더하겠다고 하여 자문을 구했을 뿐이었다.
그게 비난당할 일이었는가.
절대 내 잘못이 아니다.
전부, 전부 다 그 쓰레기같은 것들이 문제다.
"나를 모욕하는 것이냐!"
앞에 있는 쓰레기부터 치워야겠다.
평민 주제에 날 막아서다니…
나는 검을 뽑아 앞에 있는 거한에게 휘둘렀다.
목숨을 빼앗진 않겠다.
하지만 팔 한짝 정도는 내줘야겠다.
영지에서는 벌금 정도 물면 되는 일이었다.
"아…?"
하지만 내 검의 궤적은 어긋나버렸다.
아니, 옷감에 흘려진 것 같았다.
거기에 내 시야 왼편.
거대한 주먹이 날아온다.
주먹은… 얇고도 검은 막에 둘러싸여 있다.
아.
내가 왜 검을 휘두른 거지.
어쩌다 여기까지 추락했을까…
나는 그대로 무거운 물체에 강타당했고…
그대로 엎어져 땅의 감촉을 느끼게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