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왕실의 가정교사-89화 (89/215)

〈 89화 〉 2­53. 최저시급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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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최저시급 보장.

클로에와 루이.

아마도 그런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 게임을 플레이한 지 꽤 많은 세월이 흐르긴 했지만... 스토리간의 연관성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었던가.

각 스토리의 메인 캐릭터였던 자들의 이름과 스토리 정도는 훤히 꿰고 있는 나다.

클로에와 루이 루트의 테마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수인들에게 향하는 수많은 길드들의 횡포.

두 사람은 첫 의뢰부터 용병 길드에게 사기를 당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견제를 받은 것으로 묘사된다. 아일라에게 들은 내용을 생각해보면 지금이 첫 의뢰가 끝난 그 시점이겠지.

아쉽게도 게임에서 두 사람의 첫 의뢰가 무엇이었는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길드에서 신경쓸 정도라면 꽤나 큰 일이었을 것이다.

…….

사실 다른 길드는 둘째 치더라도 용병 길드만큼은 언젠가 꼭 없애려고 했다.

놈들은 용병들을 수상한 임무에 차출해 이 나라의 인적 자원을 계속해서 깎아먹는가 하면...

문제가 많은 용병들을 관리하지 않아 그 부담을 왕도 치안본부에 그대로 전가하기도 하며,

지방 영주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 몇몇 루트에서는 몰래 용병들을 공급하기도 한다.

그들은 살려둬봐야 모든 루트에서 골칫거리가 되는 쓰레기들일 뿐. 나로서는 미래를 위해 용병 길드는 전부 처리해버리는 게 훨씬 낫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치우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현재의 용병 길드는 질 나쁜 깡패들이 의뢰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집단이지만, 과거에는 이름난 용병들이 쌓아올린 역사나 그 조직력만큼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분명 한 번에 확실히 뿌리뽑지 못하면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게임에서도 그 잔존 세력이 이방인을 얼마나 귀찮게 했었던가.

만약 내가 힘도 명분도 확실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을 섣불리 자극한다면?

그 길드를 애용하는 귀족들의 견제를 받는 것은 물론이요, 내 주변 사람들 역시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거기다... 길드 문제가 아니어도 말이지."

지금까지 내가 거둔 이들은 미래에 어느 정도 성장할 가능성... 가치가 있는 사람들 뿐이다.

아모스는 언젠가 심상 마력만 개화하게 되면 칼날을 숨긴 방패가 되어 줄 것이며,

윤흠서는 팔을 잃긴 했어도 한 나라의 장군이었던 자. 언젠가 마련해 줄 의수에 적응만 한다면 큰 전력이 되겠지.

유나는 알렉산더 녀석을 제어해 줄 하나의 수단이자, 동시에 명월주 가문이 쓰는 비술을 익힌 아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모두 내가 리스크를 질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클로에와 루이는 어떤가.

둘은 이방인과 만나는 시점부터 본편이 끝날 때까지 그리 강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켜야 했던 캐릭터라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나중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내가 그들과 접선한다면 용병 길드를 없앨 수 있는 명분 정도는 챙길 수 있겠지.

하지만 이는 가능성의 영역이지 않은가.

결국 도박인 것이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리스크가 훨씬 큰데...

그 순진한 수인 녀석들이 게임에서 말이라도 해줬으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용병 길드의 간부라는 놈들도 하나같이 제대로 된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고...

돌아올 리스크는 불보듯 뻔한데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데, 리턴은 그 녀석들을 만나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니. 참 부조리한 상황이다.

"공작님...?"

"아..."

내가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며 온갖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아일라가 의아하다는 듯 나를 부르고 있었다.

"왜 그래?"

"고민이라도 있으신지요?"

"음... 그런 건 아냐."

"……."

그러고보면 원래 아일라는... 아모스 녀석을 쉽게 영입하기 위한 덤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에 대한 정보는 적었지만, 그녀의 자연 마력 적성은 일반 마법사를 아득히 뛰어 넘은 수준. 나처럼 마력 총량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는 상급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겠지.

어떻게 보면 그녀는 내가 그 게임의 과거 시점으로 왔기에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닐까.

우연히 기회를 잘 잡은 것이다.

기디언 역시 마찬가지다.

타라스 마을에서 죽을 뻔 했던 그 녀석은 지금 적극적으로 변하려 하고 있지 않는가.

모두 내가 과거에 왔기에 벌어진 일이다.

미래를 바꾸려면 무언가 행동해야 한다.

리스크가 두렵다는 이유로 행동하지 않았다면 달라지는 미래도 없었겠지...

"아모스, 아일라. 그 사람들 다음에 만나면 내 저택으로 데려와. 잡일이라도 시키게."

"네?"

"면접은 당연히 봐야겠지. 친구들까지 다 데려오라고 해. 성당에 계속해서 다니다보면 한 번 쯤은 더 만나지 않을까?"

"아... 네. 알겠습니다. 공작님."

지난 3개월은... 조용히 지내려 했다.

당장에 내 밑으로 들어온 모우회 잔존 세력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고, 유나 역시 귀족 사회에 적응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움직일 때다.

내가 그리는 미래는 절로 찾아오지 않으니까.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는 정도로만 가자.

* * *

아카데미 거리 근처의 뒷골목.

클로에와 루이는 그곳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모스와 아일라를 만났던 주말 이후로도 그들은 메번 아카데미 거리에 찾아와 다른 일을 찾았지만... 잘 풀릴 리가 없었다.

클로에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짐꾼 일이라도 받을 수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는 왠지 모르게 우리를 피하는 느낌이 드네."

"기분 탓이겠지...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걸수도 있잖아. 좋게 생각하자."

시하가 알고 있던 대로.

용병 길드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다른 사람을 붙여 클로에와 루이를 감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아카데미 거리에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 용병 길드는 즉시 아카데미 상인회에 연락을 취했고, 상가에는 수인들에게 일을 주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게 된 것이다.

"그래도 좀 이상하잖아. 우리랑 대화조차도 안 하려고 하는데."

"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잘못한거라도 있는걸까. 다들 일을 잘 한다고 칭찬해주셨는데..."

자책까지 시작하게 된 클로에. 이번만큼은 함부로 위로의 말을 꺼낼 수 없는 루이였다.

비록 그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겠다는 작전은 실패했지만... 상대적으로 수당이 쎈 아카데미 거리에서 일하게 되었기에 사정이 나아지나 싶었다.

하지만 한 주도 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되어버린다니,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의 루이라도 의구심이 들게 되는 것이다.

"후우..."

"에휴..."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는 두 사람.

그 순간.

그들에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안녕. 오랜만이네."

연한 금발에 전반적으로 마른 체형의 에퀼리아제 정복을 입고 있는 여성... 아일라였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옆에는 아모스도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당시 큰 결심을 했었지만... 그들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었던 클로에다. 은화 한 장을 받고 자신의 짧은 생각을 얼마나 후회했었던가.

그런데 그 사람들과 다시 마주치게 된다니.

클로에는 어색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지난 주에 은화는 감사했어요. 덕분에 아이들과 식사라도 제대로 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오늘은 너희에게 볼 일이 있어서 왔어."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아일라.

…….

자신들에게 볼 일이 있다니.

설마 지난 주에 준 은화를 돌려받으러 온걸까.

클로에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었다.

"안녕~"

약간은 나른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

아일라의 뒤에서 한 남자가 더 나타났다.

갈색 머리칼의 집사였다.

집사는 클로에에게 말했다.

"너가 이름이... 클로에. 맞아? 옆에 있는 아이는 루이고."

"... 네?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신 거에요?"

"아차차..."

클로에는 분명 이름을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처음 본 집사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더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집사는 난처하다는 듯이 둘러댔다.

"사실 방금 너희들끼리 이야기할 때 살짝 엿들었거든. 계시를 받은 누군가가 너희 이름을 알려줬다거나 한 건 아냐."

"……."

"긴장하지 마. 오늘 우리는 엄청 높으신 분이 말씀하셔서 너희를 데리러 온 거니까."

"높으신 분이라니요...?"

아차.

높으신 분.

데리러 왔다.

긴장하지 말라는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내가 또 무언가를 저질러버린건가...

클로에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한 클로에. 루이는 그녀를 감싸듯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희에게 무슨 일로 오신거죠? 목적을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절대 따라가지 않을 겁니다."

"... 역시. 형님 말대로 해야 하나."

집사는 조금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내 그는 무언가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글자로 빼곡한 수첩...

그는 그곳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었다.

"주 5일 근무. 근무 시간은 규정상 9시간.추가 근로 수당 별도 지급.최저 시급 보장. 점심 제공..."

"유급 휴가 별도 제공. 일 년에 인당 대금화 두 장... 이상. 기타 조건은 면접에서 확인할 것."

다른 말을 들리지 않았다.

들어본 적 없는 단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단어만큼은 들렸다.

""대금화... 두 장?""

자신들이 들은 게 맞나?

클로에와 루이는 잠시 눈을 마주보았고...

헤르만은 그들에게 쐐기를 박았다.

"이 조건으로일하지 않을래?"

""예에?""

동시에.

두 수인의 입에서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오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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