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왕실의 가정교사-116화 (116/215)

〈 116화 〉 2­80. 수상할 정도로 근면한 고양이 (1)

* * *

2­80. 수상할 정도로 근면한 고양이 (1)

다른 척후 부대원들이 기다리는 장소에 도착한 클로에. 그 장소의 구석에서는, 마차를 정비하고 있는 네 사람이 떠들고 있었다.

"아. 복귀 첫 작전부터 내가 척후조 지원 담당이라니."

"아직도 반년 전에 다친 상처가 쑤시는데 하필 우리 차례라고?"

"이... 씨발."

"일반 전투병이었으면 차라리 낫지. 척후조 지원 담당이 더 빡세..."

여덟 명의 척후 대원 중 네 사람이 모여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한 사람이 끼어든다.

"이놈들아. 실상은 나랑 선재랑 인환이가 척후조인데, 니들이 뭐라고 그렇게 불평하냐?"

"어허. 너희 셋은 인간이 아니야."

"이 새끼가 입은 뚫려가지고."

"이 새끼라니. 칭찬을 하는 건데 왜 욕으로 받아 듣냐. 하하하하!"

"푸하하! 맞아. 척후조는 인간이 아니라 초인이지. 초인! 하하하!"

혜세국의 군대를 모르는 클로에로서는 그 대화의 맥락을 전부 파악할 순 없었다.

그런 그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인환을 올려다보자, 그가 이유를 설명했다.

"척후 부대는 원래 60명이 있었는데, 7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모두 죽고 나와 저 둘만 남았다."

"아..."

"지금은 일반 부대에서 다섯 명씩 돌아가며 지원을 와주고 있는데... 저 녀석들은 운이 좋은 것도 모르고. 쯧쯧"

"그런...가요."

"네가 척후조에 들 예정이니, 저들이 선행조에 설 일은 없을 예정이거든."

윤흠서의 수하들은 하나같이 혜세국의 전군 출신의 무장들이며, 최전방에서 중검술로 적진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 그들에게 정보는 상당히 중요했으며, 그렇기에 전군은 동방의 오군 중 척후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군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혜세국의 1공주였던 유나가 공식적으로는 죽었다는 소식에 반란을 일으켰던 그들은 대부분이 몰살.

거기다 복수라는 목적을 망각한 형제 단체 조운회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척후병은 세 사람만이 남게 된 것이다.

반면 클로에의 계약에는 윤흠서 일행의 정체를 깊게 파고들지 않을 것과 이름을 대외적인 자리에서 부르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고, 그렇기에 동방의 군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고 있는 상황.

그들의 동료가 죽었다는 사실만을 들은 클로에로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살핀 인환이 말했다.

"척후의 목숨 하나는 다른 수많은 이들의 목숨. 그런 표정을 지으면 그들이 치른 희생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그들 역시 원치 않을 것이야."

"네..."

"그들 역시 근원의 품으로 돌아갔을터니... 언젠가 이 땅에 다시 날 것이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마력은 사후 근원의 품으로 돌아가고, 그 마력은 다시금 대지의 어딘가에 깃든다.

오 개국은 같은 신화를 공유하고 있기에, 에코니아 대륙의 모든 이들은 인환이 말했던 것과 같은 표현을 쓴다.

그리고 인환은 나지막이 덧붙였다.

"거기다... 그들의 생이 목숨만 붙은 우리보다 나았을 수도 있지. 마음속에 의(?), 그 하나만을 품고 기꺼이 근원으로 돌아갔으니까."

아무리 그들이 1공주의 복수라는 대의를 내걸었다 해도, 그를 비롯한 전 모우회가 걸었던 길은 정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탐욕스러운 조운회주의 꾐에 넘어가 쉽고 더러운 길을 택했으니까. 인환은 그 사실을 깊게 후회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감상에 젖어있을 틈은 없었다. 그는 다른 부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다 들린다. 잡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임무 내용이나 확인해라."

순간 모든 이의 이목이 인환과 클로에, 두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클로에. 이미 알고 있는 놈들도 있겠지. 이번 작전에서는 나와 선재, 서준과 함께 척후 조원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클로에. 인사하거라."

"안녕하세요..."

"아이고. 저 어린 것이 그 힘든 일을..."

"그나마 수인이라 괜찮으려나?"

"힘내라. 클로에!"

클로에의 인사에 무언가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지원조 병사들.

하지만 선재와 서준이라고 소개된 척후조 병사들은 다른 느낌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저것들은 괜히 움직이기 싫어서 호들갑 떠는 거야. 걱정하지 마라."

"체력만 있으면 할만해."

두 사람 다 체격은 작지만 다부지게 생긴 이들이었다. 인환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활이 아닌 환도만을 들고 있다는 것.

"인사는 끝낸 것 같군."

"다들 출발하기 전에 망토와 가면도 확실히 챙기고! 이제 출발한다!"

인환의 호령과 함께.

그들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 * *

왕도를 나와 앞으로 나아가는 척후조원들.

그들은 말에 타지도 않고 신체 강화 마법에만 의존하여 척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거리 경주를 하는 속도는 아닌, 장거리 경주자들의 속도와 비슷하다.

시간이 지나 인환이 클로에에게 물었다.

"클로에. 힘들지는 않은가!"

"쌩쌩해요!"

"다행이군. 체력 면에서는 우리보다도 훨씬 나은 것 같으니 말이야."

사실 클로에는 다른 조원들과 다르게, 지금껏 신체 강화 마법에 크게 의존하고 있진 않았다.

`지금껏 장거리 경주는 수인국에서 몇 번이고 해왔으니까. 나중에 힘들어지면 마력을 더 쓰자.`

그런 생각에 마력을 아끼고 있기 때문.

하지만 그녀에게 의문이 있었으니...

"오히려 아저씨들이 이상한데요."

"왜?"

"인족이 달리면서 대화를 안정적으로.."

"하하하! 인족이라고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어디 있나!"

그런 그들의 대화에 나머지 척후 조원들... 선재와 서준이 끼어든다.

"조장. 수인 체력을 뭐로 본 거요!"

"수인임을 참작해도 잘해서 그런다."

"하긴. 예전에 그 멍청이들은 영..."

"몸만 믿고 나대던 그놈들?"

그들의 대화에 클로에는 의문이 들었다.

"저기. 이전에도 수인들과 일해보신 적이 있으신 거예요?"

"혜국에도 수인 용병은 많단다."

"뭐. 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야."

"모두 조용! 전방에 숲이다!"

마차가 수백 년에 걸쳐 지나다녔기에 자연스럽게 생성된 도로 좌우로, 너른 숲이 펼쳐져 있다.

인환이 말한다.

"지금처럼 숲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 숲 안까지 확인해야만 한다. 나와 클로에는 좌측. 나머지 둘은 우측!"

""확인.""

"네에!"

"지도상 이 숲의 길이는 5km! 샅샅이 확인하고 20분 뒤에 만난다! 그럼 이동!"

그의 지시에 산개하는 조원들.

클로에 역시 말없이 인환의 뒤를 따르는데, 그의 실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 진짜 잘 하시는구나...`

마치 자기 종족인 묘인족처럼.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수없이 타고 논듯이.

그는 굵은 나뭇가지를 확인해가며 이리저리 숲속을 뛰어다닌다.

`비록 척후 업무는 처음 하는 일이지만! 나도 저 아저씨처럼 열심히 해서!`

그를 보고 한 가지 다짐을 하는 클로에.

수인국에서는 꽤 평가가 좋았던 클로에였지만... 장벽 밖의 세계에 나와서는 잘했다는 평을 받은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출사는 실패 뿐이었으니까.

수인국을 나온 직후 에퀼리아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첫 의뢰도 실패하지 않았었나.

그렇다고 거리 청소나 봉사를 잘하려고 장벽 밖을 나왔던 건 아니었기에, 하늘 같은 고용주인 시하로부터 받는 칭찬도 그녀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었다.

`이번만큼은 잘했다는 평가를...!`

그런 마음을 품고, 클로에는 묘인족 특유의 점프력과 균형 감각을 이용해 몸을 날렸다.

* * *

20분 후.

숲의 끝 지점.

인환은 한곳에 모인 조원들에게 보고받았다.

"우측 이상 무!"

"잘 했다. 이제 표식을 남겨야겠군."

"표식이요?"

처음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는 클로에.

그에게 숨을 고르는 선재가 친절히 답한다.

"후우우... 이런 숲에는 매복이 많을 수 있거든. 우리가 후발조 놈들에게 남기는 표식을 두면, 그 녀석들이 숲의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 표식을 남기는 거야."

"아아..."

"돌아가는 게 귀찮긴 하겠지만... 녀석들은 숲속을 안 뒤져도 되니 꿀 빠는 거지."

"그렇군요."

"자. 표식은 저기 대장이 하는 걸 봐라."

선재가 가리키는 곳을 보면, 인환이 길 근처의 나무에 푸른 천 하나를 거는 중이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돌아온 인환이 클로에에게 말했다.

"지금처럼 위협이 없을 때는 푸른 천. 유사시에 자신이 일을 직접 처리할 때는 붉은 천. 만약 자신이 처리하지 못할 위협이 있다면 곧바로 후행조에 합류해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숲이라 마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내가 본 묘인족은 땅에 귀를 대고 꽤 멀리 떨어진 거리의 마차 진동을 느끼던데. 자네도 가능한가."

"음... 수인국에서 연습은 해봤는데, 잠시만요."

인환이 요구한 것은 귀의 가청범위가 넓은 수인종들은 어릴 때부터 훈련받는 내용이었다.

지면에 귀를 대고 들었을 때 느껴지는 그 진동, 그 진동을 통해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한다.

클로에는 땅에 엎드려 귀를 대고 있다가... 약간의 갸웃거림과 함께 일어나며 말했다.

"음... 잘 안 들리는 걸 보면 2km 밖에 있는 것 같아요."

"흠. 수인이 있으면 확실히 이 점은 편하군."

"이건 왜 물어보신 거예요?"

"마차와의 거리는 2km 안팎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유사시에 지원받을 수 없어 선행조가 전멸할 수 있는 노릇이니까."

"아..."

설명을 마친 인환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시간도 남았으니, 이 근처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이동하자. 이게 척후조로서 알아야 할 마지막 업무 내용이다."

"제일 높은 곳이요?"

"그래. 후행조와의 거리도 제법 벌어졌으니, 높은 곳에 올라가 전방의 지형을 확인하는 거다. 저기 저 나무가 좋겠군."

"... 그럼 제가 다녀올게요!"

"알겠다. 이건 클로에 너에게 맡기지."

숲을 정찰하며 이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자기 능력을 인정받겠다고 다짐한 클로에였다.

그녀는 재빠르게 인환이 가리킨 나무... 족히 70m는 될법한 거목으로 뛰쳐나간다. 그 모습은 점점 멀어져 순식간에 점이 되어 버렸다.

그걸 보던 척후 대원들이 말했다.

"저 아이는 다른 수인들과 다르구먼."

"어떤 면에서?"

"수상할 정도로 근면한 수인이잖아. 다른 수인 놈들은 업무 사항에 없는 일이라며 배를 깔고 자빠지는데..."

"하하하하! 그건 그렇지."

그 대화에...

"그래. 너무나 근면하지."

인환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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