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왕실의 가정교사-186화 (186/215)

〈 186화 〉 2­150. 소원권 배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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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0. 소원권 배틀 (2)

[ 왕이 되는 자. ]

이 게임은 주사위를 돌려 전진하고. 칸마다 벌어지는 이벤트를 통해 능력 카드를 얻어 경쟁자를 처리하는 게 승리 조건이다.

경제 게임에 카드 게임을 섞어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적절한 선택'을 통해 캐릭터의 기반을 넓히고, 경쟁자 제거를 위한 카드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나는 이 원칙을 아이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게임을 이길 생각만 하게 되면 재미가 없으니까. 스스로 부딪혀가며 알아내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이지 않나.

그렇게 말의 지위가 가장 높은 알렉산더가 먼저 주사위를 굴렸고...

"4입니다."

"그렇다면 왕궁에서 출발. 네 칸 전진하시면 되고, 이 카드를 받으세요."

"... 왕자의 7번째 생일. 대신들께 펜과 검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의부님.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하나요?"

"당연하죠. 알렉산더는 뭘 고르실래요?"

"흐음... 검으로 하겠습니다."

알렉산더는 잠시 고민하다가 검을 선택했고. 나는 그 선택에 맞는 능력 카드 한 장을 주었다.

"자. 선택을 마치시면 제가 이렇게 능력 카드를 드릴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시면 손의 패가 읽히는 셈이니 조심하시고요. 어떤 능력을 얻었나에 따라 게임의 판도가 달라집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은 기디언이네요."

"그럼 던지겠습니다."

다음으로 공작가 자제 역할인 기디언이 주사위를 던지니, 숫자는 2가 나왔다.

"왕실 주재의 다과회가 열렸습니다. 참가합니까?"

"네."

"그곳에서 왕자와 공주.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둘 중 누구에게 접근할까요."

"... 왕자님으로 하겠습니다."

기디언에게 적당한 카드를 주고 있으니,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 아샤가 주사위를 굴렸다.

"아샤. 앞 사람 턴은 기다리세요."

"귀찮아..."

"일단 왕자님과 똑같이 4네요. 백작가의 도련님인 당신, 백성들이 기근에 굶주렸습니다. 영지 구제를 위해 헛간을 풀겠습니까?"

"아니."

"왜요?"

"귀찮아."

"……."

과연 이 선택들이 왕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긴 할까. 내가 게임 목표를 대충 설명해준 탓에 모두가 자기 성격이 다 드러나는 선택만을 하는 가운데, 유나의 차례가 되었다.

"5네요."

"주사위가 좋게 나왔네. 여기 카드."

"백작의 비서가 상점으로 찾아와 뇌물을 요구합니다. 당신의 선택은. 1번 뇌물을 준다. 2번 뇌물을 거절한다. 3번 백작에게 고발한다."

"자. 당신의 선택은...?"

"1번으로 하겠습니다."

알렉산더가 유나의 선택에 이의를 제기했다.

"유나. 그런 선택을 하면 자금이 줄어들지 않나. 백작에게 고발하면 손해 없이 끝날 것을."

"... 한 번쯤은 당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유나의 선택이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다만..."

"유나의 자금은 차감. 대신 이 카드를 받으세요."

"흐음..."

룰북에 따라 카드를 건네자, 유나는 그 카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 차례로 아셰리아 공주가 손을 들었다.

"이젠 제 차례인가요."

"네. 아셰리아 공주님."

"6입니다."

"자. 선택입니다. 가난한 농민의 딸인 당신. 마을을 지나던 유랑단의 눈에 들었습니다. 마을을 떠나시겠습니까?"

"네."

"그리고 당신은 유랑단에서 춤을 배웠습니다. 검무와 벨리댄스. 둘 중 무엇을 배우셨나요."

"선생님. 잠시 질문이 있습니다. 검무는 알겠습니다만, 벨리댄스가 뭐죠?"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벨리댄스는 내 머릿속에서 그저 단순하게 벨리댄스일 뿐인데. 밸리는 계곡을 뜻하는 단어이니 계곡 댄스라 말할 수도 없고...

그나마 이 선택지가 게임 안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도는 알 것 같다. 검무를 배워놓으면 춤을 추는 척 연기하다 상대방의 목을 찌를 수 있을 것이고. 벨리댄스는 상대를 유혹하는 루트로 나아가겠지.

나는 최대한 안전한 단어를 선택하여 아셰리아 공주에게 말했다.

"상체와 골반의 움직임을 강조하여 여성미를 돋보이게 하는 춤입니다."

"그럼 벨리댄스로 하겠습니다."

"정말 그걸로 괜찮으신가요...?"

"네."

아셰리아 공주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마치 이것 말고는 '정답'이 없다는 듯, 아주 시원한 답변이었다.

'진짜. 이기려고. 작정한 것 같은데...'

나는 마지못해 카드를 그녀에게 건네었다.

"여기 있습니다. 카드..."

"네. 감사합니다."

그 뒤로도 게임은 계속되었다.

알렉산더는 자기 아버지를 닮은 무투파 왕이 되기 위해 길을 나섰으며, 기디언은 의외로 그런 알렉산더의 편이 되기로 했나보다. 공작가의 자제로 출발했으면 혁명으로 가는 루트도 있는데, 철저히 친왕파로서의 태도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역시 의문을 느꼈는지, 그에게 물었다.

"기디언. 너도 왕을 노려야 하지 않나."

"잘 생각해보니. 저는 선생님께 부탁드릴 게 딱히 없는 처지라... 왕자님을 돕기로 했습니다."

"그런가. 고맙다."

... 그렇지. 기디언의 반응이 정상이지.

사실 나로서는 왜 다들 소원권으로 불타오르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간다. 그나마 아샤는 휴가를 바란다니까 그러려니 싶은데. 나머지 셋은 소원권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와 아셰리아는 애초에 왕족이다 보니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은 다 들어줘야 하고. 유나는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그런 세 사람이 도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고 하는 건지, 이쯤 되면 내가 다 무서울 지경이다.

두 사람의 대화에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유나가 내게 카드 한 장을 내밀어왔다.

"의부님. 이 카드를 사용하겠습니다."

"... 백작가의 치부. 아샤는 사망이네요."

"갑자기 왜...?"

"이 카드로 인해 백작 가문의 치부가 드러났지만. 영지 경영을 소홀히 한 대가로 아샤의 편이 전혀 없어요. 백성 봉기를 막을 수단이 없어 사망했습니다."

"그럴수가..."

백작가 비서의 비리를 두세 번 정도 용인하면서도 계속 상업에만 집중하더니. 아예 백작가를 무너뜨리는 수를 선택한 유나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셰리아 공주가 부패한 재상가에서 벨리댄스를 췄고, 운 좋게도 재상의 눈에 들어 정·재계의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 친분의 목적은 나라의 각종 비리를 캐내는 동시에, 자기 재산을 남몰래 쌓아나가는 것...

어느 정도 기반이 쌓이게 되자. 그녀는 왕자 알렉산더의 앞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다.

"재상과 협력하겠습니까. 아니면 재상가의 치부를 왕자에게 알리겠습니까."

"왕자에게 알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비밀 선택. 다른 사람들 몰래, 이 카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카드의 질문은 '왕자를 진심으로 섬길 예정입니까. 아니면 그를 기만할 생각이십니까.'인데, 아셰리아 공주는 망설임 없이 기만을 골랐다.

그리고...

알렉산더에게 엄지를 척 올리며 말했다.

"오라버니. 저만 믿으세요."

"리아. 너도 우승을 원하지 않았었나."

"제 말이 좋지 않다 보니, 이번 게임은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우승까지 도와드리죠."

"리아까지! 기디언과 리아가 함께라면 이 게임은 충분히 이길 수 있겠지. 남은 적은 유나 뿐..."

"……."

화전양면전술.

아셰리아 공주님은 겉으로 평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칼을 감추고 있는 무서운 아이.

나야 사회자다 보니 저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방금 아셰리아 공주가 지었던 그 미소를 보면 누구나 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후로 아셰리아는 재상가를 배신하며 축적한 재산을 이용해 뒷세계에서 차츰 세력을 불렸고. 유나는 외세와의 교류를 늘리며 병력을 빌릴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키웠다.

'이거. 게임 스토리가 어질어질한데...'

어여쁘게 자라난 농민의 딸이 한 나라를 뒤흔드는 악녀가 되고. 상인이 무수한 소문 공작으로 백작을 실각시킨 뒤 외세와 결탁해버린 상황.

하지만 알렉산더는 오직 정도를 갈 뿐이었다.

"몰락한 아샤의 백작령에 재앙이 출현했습니다. 어떤 분이 막으시겠습니까."

"스승님. 제가 가겠습니다."

"잠시만요, 왕자님. 여기서 병력을 더 잃으면 유나 님의 세력에 밀릴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네가 있지 않으냐. 재앙을 재빨리 물리쳐 민심을 수습하고, 재정비를 마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게 맞습니다만..."

기디언은 아셰리아와 유나를 번갈아 보며 갈등하였으나. 결국 알렉산더의 의견을 따랐다.

"왕자님 말씀대로 하죠."

"그래. 출정이다!"

"확실한가요. 알렉산더?"

"네. 재앙은 당연히 토벌해야죠."

"그럼 주사위를 굴리세요."

"6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왕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왕자님."

"의부님. 저는 넘길게요."

"저도 넘기겠습니다. 선생님."

세 사람은 카드를 아끼기 위함인지 턴을 아꼈고. 다시금 알렉산더의 차례가 되었다.

"다시 알렉산더.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또 6입니다! 운이 좋네요!"

"... 알렉산더의 군세는 아샤의 백작령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재앙은 토벌할 수 있었지만, 그 등급이 높았던 탓에 병력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그.. 그럴 수가..."

"방금 '재앙 경보' 카드를 얻었잖아요. 그걸 미리 써서 적 전력을 파악한 다음 행동하셨어야죠."

"아. 그 카드와 연관이 있었군요. 다음에는 꼭..."

다음 기회를 기약하려는 알렉산더였지만, 그에게 다음이란 없었다.

유나가 카드 한 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의부님. 군대를 빌리겠습니다."

"목적지는 어디로."

"당연히 아샤의 백작령입니다."

"유... 유나."

"알렉. 미안하지만 죽어줘야겠어."

... 이게 애들 게임을 하면서 나올 말인가.

유나의 수에 기디언이 진중하게 말했다.

"왕자님. 왕도까지 후퇴하시면 제가 돕겠습니다."

알렉산더는 유나가 보낸 외국의 군세를 피해 왕도로 도망가야만 하고. 기디언은 자기 군사를 동원해 그런 알렉산더를 지킬 생각이겠지.

하지만.

... 나는 이 게임의 승자를 이미 알고 있다.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아셰리아 공주는 자신의 카드 두 장을 내밀며 담담하게 말했다.

"시하 선생님. 이 카드들을 전부 쓰겠습니다."

"하하.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 무슨 뜻이십니까. 스승님."

"에휴."

"하아. 뭔가 찜찜하더라니..."

알렉산더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낙담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왕도 내에 기디언의 출생에 대한 소문이 돕니다. 공작가의 명성 수치가 5 이하일 경우, 2턴 동안 행동할 수 없게 됩니다."

"돕기만 하다 보니 정작 내 명성 수치가..."

"왕자가 왕도를 벗어나 있는 틈을 타, 괴뢰 정부가 난립했습니다. 2턴 내에 왕자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 시전자가 왕이 됩니다."

"리아... 배신이라니...!"

"오라버니. 게임은 이기는 동시에, 상대방을 짜증 나게 하면 솜씨가 좋은 것이라 배웠습니다."

"... 예?"

"아닌가요. 선생님?"

"……."

내가 어이없는 소리를 흘리자, 아셰리아 공주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저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어떤 인간이 저딴 쓸데없는 지식을 전수한거야...'

유나가 중얼거렸다.

"의부님. 그렇다면."

"네. 유나가 알렉산더를 죽이는 순간, 아셰리아 공주님께서 승리하게 됩니다."

"... 외통수로군요."

분하다는 듯이 중얼거린 유나는 자기 말을 게임판 밖으로 빼버렸다.

"저는 기권할게요. 알렉. 빨리 주사위 굴려."

"뭐?"

"두 턴 안에 왕도에 도착하면 이길 수 있어. 그때가 되면 기디언의 행동 불가도 풀리잖아."

"아..."

백작령과 왕도 사이의 거리는 주사위 12칸. 아셰리아 공주의 승리까지 남은 시간, 단 2턴. 6을 두 번 뽑지 않으면 절대로 돌아올 수 없다.

믿었던 여동생의 배신에 충격을 받았던 알렉산더는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끄덕였고, 비장함이 감도는 동작으로 주사위를 집었다.

"나올 때도 6 두 번이었어... 할 수 있어..."

1/6이 두 번 겹쳐야 하는 확률. 1/36.

퍼센트로 따지면 3%도 되지 않는다.

"하압!"

이상한 기합과 함께 주사위는 하늘을 날았고.

"6이다!"

"와... 왕자님! 할 수 있습니다!"

"오오오오!"

"……."

일단 1/6 확률을 달성해냈다.

그나저나 도대체 이게 뭐라고. 거실에 있는 모든 눈은 주사위를 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헤르만은 목을 쭉 뺀 채 보고 있으며. 설거지를 마친 사아 씨도 유나의 뒤편에서 결과를 고대하는 중이다.

그리고 아셰리아 공주에 이르러서는, 오라버니의 주사위가 6이 뜨지 않도록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간다아아...!"

알렉산더의 주사위는 다시금 하늘을 날았고.

그 순간.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 지금만큼은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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