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탈주닌자-1화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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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1화. 혹성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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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꿈을 가져야 한다. 술 취한 회사원이 영혼 없이 툭 던지는 것처럼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니다.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왕 목표를 잡을 거면 크고 확실하게 가져야 한다.

그러니 남자로 태어나서 지상최강을 노린다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의 사람들은 어떤가.

­ 노빈아, 컨셉이지?

­ 이게 뭐야? 세계관 최강자가 힘을 숨김? 너 이런 거 보니?

명확한 꿈도 존재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으며, 그저 남들이 가는 안전하고 편한 길만 추구한다.

­ 야, 야. 이 새끼 장래 희망에다 뭐라고 적었는지 아냐?

개씨발럼들. 아무튼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꿈이 있는 착실한 사람들을 비웃으면서 멍청이 취급하기 일상이다.

“...아아.”

그야말로 동심을 잃은 원숭이들.

아침에 바나나 하나로 만족하는 그들은 한 끼 식사보다 더 중요한 이상(理?)을 보지 못한다.

한낱 짐승이 인간의 꿈을 향한 갈망과 고뇌를 알 수는 없는 거다.

유인원들의 칭찬과 갈채는 인간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사회의 인정을 져버렸다.

­ 나의 꿈은...

닌자(Ninja).

최강의 살육 병기에게만 내려지는 칭호.

살인을 직업으로 삼으며 피의 갈증을 견뎌내는 그들은 그림자 속에서 숨어서 목표물을 참살한다.

목표물이 얼마나 굳건한 몸을 가졌는지, 뛰어난 기술을 가졌는지는 그들에게 무의미하다.

목격자의 유무마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수리검과 연막탄, 잘 드는 검 한 자루로 신속하게 목표물을 배제하고 목격자를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만든다.

그런 무적의 병기 중에서 특출난 존재가 있다.

닌자마을을 등진 자, 주군이 아니라 백성을 섬기는 자, 그래서 그토록 강해질 수 있는 자.

무의 화신이자 두려움의 상징.

진정한 사상최강, 탈주닌자.

“닌닌.”

그런 존재가 된다.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 하지만 나는 불가능을 모른다.

불가능을 모른다면 한계를 모르게 된다.

한계를 모른다면 능히 닌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마음먹고 갈고닦은 내 실력은 신조차 두려워할 정도.

“와자뵷!”

신성한 닌자의 외침과 함께 날아올랐다. 닌자만의 신묘한 축지법.

타닷!

날이 갈수록 단축되는 화장실에서 거실까지의 이동 거리.

“부족해.”

내 정신과 육체는 한계를 모른다. 말 그대로 리미트리스.

“더 우아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기술은 어떨까? 지구상에서 종적을 감춘 닌자들의 마을을 찾는 데 실패한 나는 지금까지 독학으로만 인술을 익혀왔다. 오늘따라 전문적인 기술의 부재가 느껴진다.

“존나 시끄러워. 존나 짜증 나.”

쇼파 위에서 투덜거리는 유인원. 짐승으로 태어난 것이 여동생의 잘못은 아니다. 이 또한 인류의 죄악이니까.

“직업도 없는데, 친구도 없어? 왜 집에서 혼자 그러고 있어? 몰라. 아빠 오면 다 말할 거야.”

첨단과학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부작용, 자본주의와 황금만능주의의 득세.

그것으로 인한 정의와 양심의 붕괴로 인해 결과적으로 인류는 지성을 잃고 유인원으로 퇴화하였다.

이 가련한 흉물은 역사의 희생자에 불과했다. 그녀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필연적이다.

유인원의 혹성에서 꿈을 가진 인간이란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감녕 굴구렁이나 오돈토티라누스같은 비현실적인 종족이니까.

사실 나도 그 새끼들이 뭔지 잘 모른다.

“일러바치기, 곤란.”

“지랄도.”

“닌닌.”

그 잔혹한 현실 속에서 닌자들은 마음의 문을 닫고 세계를 수호하기를 포기했다.

이제는 자취를 감춘 닌자마을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들은 이제 희망을 믿지 않는다.

아무튼, 탈주해야 할 닌자마을이 없으니 탈주닌자가 되기는 힘들다.

“쩝.”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로드 투 닌자, 닌자의 길이니까.

그래도 오늘은 좀 휴식이 필요할 거 같다. 닌자는 마음이 허해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속부터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다행히도 내 주머니에는 아직 지폐가 몇 장 있다.

“운이 좋군.”

닌자탈의법과 닌자착의법을 번갈아 사용한 다음 거울 앞에 섰다.

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장이다. 인적이 없는 곳이나 집에서는 상관없지만, 닌자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닌자티를 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닌자는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 상인으로 위장해 암살을 한다.

상인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어느 환경에도 어울리는 자연스러움, 그것이 닌자의 덕목이다.

“대만족.”

빨간 체크무늬 셔츠와 멜빵바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완벽한 조합이다.

선택에 만족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

먹구름이 끼어 어둑해진 하늘은 금세 비가 내릴 거 같았다. 이런 날엔 뜨끈한 라멘이다.

“닌닌.”

‘와자뵷!’을 외치며 달려 나가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닌자는 힘을 숨길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닌힘숨.

하지만 이곳은 골목길.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공간이라면?그곳은 이미 닌자의 무대다. 적어도 골목길을 지날 때까지만 달리자.

그렇게 생각하고 달려 나갈 때였다.

“와자, 어? 악!”

타앙!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승용차가 내 몸을 날려버렸다.

“어? 어? 학생! 괜찮아!?”

당황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튕겨 나가 전봇대 옆으로 내동댕이쳐지긴 했지만, 다행히 의식이 남아있었다.

조금만 더 빠르게 움직였으면 정면으로 들이받을 뻔했다.

“그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떻게, 1, 119, 우선 119에 전화를.”

혼이 빠진 폭주족이 손을 떨어대며 휴대폰을 만진다.

“헥, 헥.”

한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 움직이는 오른팔로 허우적대다 전봇대를 잡았다.

우르릉, 쾅!

“우갸악~!”

그 순간 먹구름 사이에서 쏘아진 번개가 전봇대를 강타했다. 내 몸에 흘러들어온 전류가 선사하는 참을 수 없는 압도적인 고통.

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낯선 천장이다.

“기상. 기상. 침구류를 정리하고 활동복으로 환복한다.”

절제된 말투가 고막을 때린다.

아니 씨발? 죽어서 군대에 끌려왔다고?

고통이 채 가시지 않아 몽롱한 정신, 하지만 거짓말같이 몸은 멀쩡했다.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회귀했더니 SSS급 군바리? 지옥에서 재입대?

특유의 군복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한국의 군대는 아닌 거 같았다.

염라대왕이 빈티지 마니아나 각설이가 아니라면 허접스럽게 재봉된 누더기는 지옥의 군대가 입을 옷도 아니다.

사방이 큰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는 음습한 공간.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조명기구들이 햇빛을 대체하고 있었다.

양옆에 빠르게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10대 정도 돼 보이는 남녀.

‘지하기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엄청난 양의 이질적인 기억이 뇌를 뒤흔들었다.

이곳은 이르갈 왕국, 고아는 긴 흉년을 견디지 못한 마을 모두의 결정으로 씨앗 몇 개에 팔려 갔다.

고아를 구매한 조직은 그에게 살인기술을 가르쳤다.

사갈의 꼬리라 불리는 이 조직은 암살자로서의 육체적인 소양을 갖춘 어린아이들을 구매해 버려진 폐광산 안에서 암살자로 육성시킨다.

난 후보생 567. 감정이 무뎌질 정도의 살인적인 훈련을 받은 예비 살인마.

그렇지만 내 이름은 신노빈이다. 지구에서 닌자마을을 찾아 떠돌던 지상최강의 사나이 후보.

“후.”

강제적으로 주입되는 기억에 닌자호흡법으로 저항해 나 자신을 떠올린다.

정신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한 몸은 자연스럽게 닌자탈의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567의 단련된 육체 덕분인지 평소보다 속도가 빨랐다.

“닌닌.”

작게 말한 거 같은데 주위에서 다 쳐다보니까 존나 쪽팔린다. 무시하고 닌자착의법을 펼쳤다.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탈주닌자가 되지 못한 난 폭주족의 차에 치인 후 천둥번개를 맞고 죽어서 이세계로 왔다.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 그렇지만 반대로 지구에서의 삶은 실패했다는 얘기다.

결국 유인원들의 혹성에서 닌자가 될 수는 없었다.

탈주닌자가 지켜야 할 선량한 백성들이 그곳에는 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절망스러운 진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정제되지 않은 야만과 폭력이 가득한, 과학에 굴복하지 않은 순수한 세계에 수호자로 내가 온 것은 필연적이다.

무엇보다, 드디어 도달했다. 내 원대한 계획의 첫 단추, 이곳은 틀림없는.

닌자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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