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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탈주닌자-17화 (17/119)

〈 17화 〉 17화. 탈주닌자라 불러주오 (2)

* * *

바로 닌자탈착의법을 사용해 새로 산 닌자슈트로 갈아입고 지나의 뒤를 밟았다. 지나에게 볼 일이 있는 기사라면, ‘지나 어깨빵 스노우볼 사건’의 철가재 기사단뿐이다.

그리고 그 새끼들은 기사가 아닌 사무라이들이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스스스슥­

조용하게 지나의 집 지붕 위로 올라가 뜬그림자로 은신했다. 문 앞에는 사무라이가 두 명 서 있었는데, 투구에 가려진 얼굴을 대충 확인하니 철가재 기사단의 일원이 맞는 것 같았다.

솔직히 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맞을 거다. 사무라이니 죽인 다음 확인해도 되지 않을까?

­ 아빠! 기, 기사님들. 왜 이러시는 건데요.

지나의 목소리가 집 안에서 들렸다.

­ 지나 양, 오랜만이군요. 멋진 아버님께 지금까지 대접 잘 받았습니다. 요리 솜씨가 아주 좋으시더군요.

기사단장이라 자신을 소개했던 아일린 뭐시기같다.

­ 제가 그때 사과드렸잖아요.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왜 우리 집까지 찾아오셔서...

­ 지, 지나! 그렇게 말하면 실례잖니! 기사님들. 죄송합니다. 지나가 아직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몰라 그런 겁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디 용서해 주세요.

오랜만에 듣는 지나 아빠의 목소리는 공포와 두려움에 잠겨 있었다. 선량한 백성을 겁에 질리게 했다? 이미 이거 자체만으로 사형 확정이다.

­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런 거 아닙니다. 저희는 단지, 휴식을 취할 겸 평민들의 삶을 살피러 민가에 시간을 보낸 것뿐입니다. 겸사겸사 지나 양과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정식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표할 겸 말이죠.

­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끝난 일이니까요. 이곳은 저와 아버지 둘이서 사는 집입니다. 제가 없는 사이 다짜고짜 찾아와 묵고 계셨다니 많이 당황스럽네요. 이만 가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조곤조곤 사무적으로 말하는 지나. 그녀의 아빠가 그 며칠 동안 이상한 일을 당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지만, 노처녀가 미중년을 건들지 않는 건 나비가 눈앞의 츄르를 먹지 않을 확률보다 낮은 일이다. 그래도 아이를 낳으면 약해진다고 하니 큰일까지는 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 세계의 피임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발전했을 것인가? 기술력에 지나 아빠의 정조(??)가 달렸다.

­ 그렇군요. 그런 이유로 우리 기사단에 독을 탄 음식을 대접한 거군요?

­ 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게 사무라이의 화법인가?

­ 이거 보세요. 음식에 독이 들어가 있잖아요? 애들아, 무장해제 시켜.

­ 지나! 안돼! 기사님들! 안됩니다!

털썩!

무언가를 쪼르르 붓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나 아빠의 울음 섞인 비명이 들려왔고, 누군가가 강제적인 압력에 의해 무릎을 꿇었다.

­ 이,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당신들 기사잖아요.

­ 기사…. 참 힘든 직업이에요. 명예, 충성, 용맹…. 그런 것들을 기사도라 부르며 지키길 강요당하죠. 그런 걸 실제로 지키는 기사가 몇이나 될 거 같나요? 기사도 사람이에요. 강요당한 질서로 인해 억눌린 분노가 있고, 가끔 그걸 해소해야 하죠.

­ 기, 기사님. 제 목숨 하나로 끝내주시면 안 됩니까? 우리 지나는 아직 너무 어립니다. 그, 그래요. 독을 탄 음식을 대접한 것도 제 잘못이니...

직접 보지 않아도, 지나의 아빠가 얼마나 간절하게 빌면서 애원하는지 느껴졌다.

­ 아버님은…. 좀 아깝네요. 지나 양의 아버지가 이런 미남일지 누가 알았겠어요? 처음엔 오빠인 줄 알았다니까.

­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기사님들. 정말로 잘못했습니다. 시키시면 어떤 일이라도 다 할게요. 아버지랑 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늘어난 마나로 강화된 청각은 사람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까지 정확하게 잡아냈다.

­ 잘못이요? 뭘 잘못했는데요? 레이나 어깨를 치고 간 거? 풉, 재밌네. 그런 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같아요? 그냥 우리 눈에 띈 게 잘못인데.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도망친 줄 알았잖아. 그래도 며칠 동안 잘생긴 남자 집에서 밥도 얻어먹고, 좋긴 했다.

­ 으으으…. 제발...

­ 너는 그 길드 소속의 모험가나, 남작가의 삼남과 다르게 아무런 뒷배도 없잖아? 그런 사람 말은 아무도 안 들어줘. 언제 죽어도 신경 안 쓰고. 우리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라서 잘 알거든. 그런 표정 지으니까 너무 재밌다. 네 아빠부터 천천히 죽여줄까?

스릉.

­ 다음 세상에선 필요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 병신같은 천민새끼들아.

사무라이들의 세계에서는 ‘츠지기리’라고 하는 문화가 있다. 새로 산 칼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백성들을 마구잡이로 베는 행동을 뜻하는데, 사무라이들은 이 광기에 찬 살인을 일반인이 먹고 싸고 자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한다.

이 십새끼들이 하는 짓도 츠지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풀리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백성들을 죽이고 다니다니,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기. 판타지 세계에 오락실이 있었으면 조금 나아졌으려나?

아니, 그래도 이 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살인을 일삼을 게 분명하다.

사무라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한다는 건 제육천마왕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 그러니 사무라이는 사라져야 한다.

쾅!

­ 이게 무슨 소리야?

지붕을 발로 내리찍어 부순 후 집 안으로 침투했다. 시간이 없으니 전략이고 나발이고 그냥 들어가서 다 때려죽여야 한다. 기사라고 뻗대는 년들이라면 흩어져 도망치기보다 뭉쳐서 싸우는 걸 선호할 게 분명하다. 새로 얻은 힘을 시험해보기도 딱 좋은 상태.

피슝!

우선 비수로 딱 하나뿐인 조명등을 박살 냈다. 갑자기 찾아온 정전에 당황한 사무라이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곧바로 무기를 들어 올리는 소리가 난 걸 보니 전사라고 칭할 만은 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무라이를 가볍게 견제하려고 비수 하나를 던졌다.

팍!

“에게겍?”

아니? 비수가 사무라이의 투구를 뚫고 머리에 박혔다. 싸구려 호러 영화의 희생자처럼 피를 쥬아악 쏟아내며 쓰러지는 사무라이.

“이, 이게 뭐냐.”

나도 예상 못 한 결과라 헛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게 델라미온의 선물인가? 지나치게 강해진 게 아닌지? 아니다. 진정해야 한다. 이 정도면 그렇게 대단한 편도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마스터 닌자들은 나치의 거대전함을 부술 때 궤도폭격의 술을 사용했다고 정해진다.

“닌자파괴술.”

침착하게 다음 사무라이를 향해 달려갔다. 아직 어둠에 적응 못 한 눈을 껌뻑이다 방패를 들어 올리는 단발의 사무라이.

콰직!

“악!”

주먹이 방패를 뚫고 그녀의 배를 가격했다. 진짜 어이가 없네. 아무래도 델라미온이 준 경험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던 거 같다. 그 요괴가 의외로 영양가 넘치는 훈화 솜씨를 가지고 있던 게 아닐까?

텅!

퓩퓩퓩!

“컥...”

구멍 난 방패를 발차기로 치우고, 비수를 휘둘러 그녀의 머리, 가슴, 배를 정확하게 찔렀다. 판금 갑옷으로 뒤덮인 그녀의 몸이 싱크홀이 생긴 도로처럼 움푹 파였다. 이 정도면 괴력왕 닌자다.

“저기다! 방패 올리고 몰아붙여! 수적으로 우위니, 집만 나가지 못하게 막아!”

고함을 터뜨리며 지휘하는 아일린. 바깥에 있던 두 사무라이도 합류했는지, 10명 정도의 쓰레기들이 방어진영으로 돌격해왔다.

“닌자포위진.”

수적 우위는 너희만 가진 게 아니다. 난 10개 정도의 잔상을 만들어­

샤샤샤샤샥­

“엥?”

아니 시발? 만들어진 잔상의 수가 적어도 20개는 되어 보인다. 갑작스러운 파워업은 닌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다, 단장!”

“이게 대체….”

“사람이 더 잠입해 있습니다!”

적들의 혼란을 틈타 일단 백성들부터 빼내야 한다. 구석에서 서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안고 있는 두 부녀를 찾았다.

“누, 누구신­까악!”

쨍그랑!

설명해줄 시간도, 이유도 없다. 제트킥으로 창문을 부수고 둘을 바깥으로 집어 던졌다. 집 주변이 전부 풀밭이라 안전하게 착지할 거다. 이제 사무라이를 가볍게 요리하는 것만 남았다.

“이, 이것들 인간이 아닙니다! 찌르면 그냥 사라집니다!”

“사악한 주술입니다!”

겁에 질린 사무라이들의 비명은 언제나 달콤하다. 힘에 취해 잔뜩 흥분한 뇌를 진정시키기 위해 기합을 내질렀다.

“와자뵷!!!”

이제 이런 새끼들은 좆밥이라 전략따윈 필요 없다. 시발 아무도 나를 막을 수는 없는 거다! 사무라이들의 방패에 돌격했다.

“닌자 헥토파스칼 킥.”

속도를 유지한 채 발차기를 때려 박았다.

콰앙!

“으아아아악!”

“깨액~!”

“후핫!?”

그대로 터져나가는 방패와 사무라이들. 사람이 순두부 뭉개지듯이 쉽게 부서진다는 건 어느 부분에서는 생명 모독적이다. 하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어긴 사무라이들에게는 합당한 처벌이라 생각한다.

“히, 히야아아아아악!”

겁에 질려 뒷걸음치는 기사들을 따라가 무자비한 구타를 날렸다. 우와, 머리에 주먹을 날리니 투구째로 머리가 날아갔다. 뽀삐도 아닌 찍찍이가 되어버린 사무라이들. 쥐새끼들은 질병을 옮겨 오니 몰살하는 게 당연하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이 엉망진창으로 뭉개줬다.

슉슉슉슉!

“닌?”

“이 미친 새끼! 또라이 새끼가!”

공포와 분노로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아일린의 레이피어가 날 향해 쏘아졌다.

슉슉슉슉슉!

우측에서 좌측으로, 다시 좌측으로 향할 거 같이 손을 놀리더니 일자로 그어버린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척하며 변칙적인 공격을 사이사이에 섞는 아일린. 마법검인지 휘두를 때마다 검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나름 위협적인 기술 같은데, 존나 느리게 느껴져 그냥 동작 하나하나가 다 보였다.

퍼스널 트레이너가 초보자를 가르치는 듯한 친절한 그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따라가 딱밤을 갈겨줬다. 어디서 지금 여유를 부리고 있는 거야.

“너무 느리잖아.”

딱!

“오아악!”

이마에 주먹 크기만 혹이 생긴 아일린이 휘청이며 주저앉았다. 그 와중에도 레이피어를 놓지 않았다는 게 사무라이다웠다.

질질질.

정체불명의 액체가 새어 나와 아일린의 아랫도리를 축축하게 적셨다.

“이 새끼? 오줌을 지리잖아! 기사단장이라는 년이 지금 애새끼처럼 오줌을 지리고 있는 거냐고!?”

“으아아아!”

“흐아아아아!”

슈슝­!

남은 사무라이 두 명이 무기를 내려놓고 울부짖으며 도망가려 하길래 비수를 던져 사이좋게 지옥으로 보내줬다.

“으흐흐…. 대체...”

성큼성큼.

겁을 주기 위해 최대한 큰 보폭으로 아일린에게 다가갔다. 백성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자는 그 이상의 고통으로 응징당해야 한다.

“똑바로 서라.”

“...”

“서라고.”

말귀가 어두운 악당을 용서할 수 없어서, 투구를 가로채 던져버리고 딱밤을 한 대 더 먹였다. 바로 주저앉는 아일린.

“우아아­!”

“조용히 하세요!”

“우으읍...!”

너무 시끄러워서 진정제 대신 배에 정권을 질러줬다. 아직도 몸이 박살 나지 않은 걸 보면 이년도 어지간히 튼튼한 거 같다. 오르페에게 기사라는 직업은 어릴 때부터 살인적인 훈련을 받는다고 들었다. 다른 사무라이들이 한 방에 터져나간 거로 보아 아일린 정도 되면 상당히 강한 편이 아닐까 싶다.

사무라이로 전향하지만 않았다면 더 강해져서 1.0 델라미온이 됐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타락해버렸다. 타락한 전사에게는 죽음뿐이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똑바로 서라 아일린.”

젖어서 축축해진 하체를 일으킨 아일린, 그녀의 레이피어가 덜덜 떨렸다.

“이리 와.”

이마에 큰 혹이 두 개 솟아오른 게 요괴의 뿔이랑 똑같다. 사무라이와 요괴가 협력관계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 비주얼.

“다시 덤벼라. 도망치거나 자살한다면 죽여버리겠다.”

“저, 저는 유검경의 제자입니다. 절 죽인다면.”

“그게 대체 뭔데 씹덕아.”

언젠간 들었던 이름 같은데, 칠검경 중 하나였나? 어차피 죽일 새끼니, 중요한 이름도 아니다.

“한 번만 더 말하게 하면 닌자 딱밤 100대 추가.”

아일린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게 악어의 눈물인가? 단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무라이 따위가 백성들의 진심 어린 눈물을 모방하다니, 이건 백성을 모독하는 행위다.

“우아아아아!”

눈물과 오줌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아일린.

슉슉슉슉...

역시나 너무 느렸다.

난 지구에서 닌자마을도 못 찾아 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 년은 적어도 수십 년 동안 전문 강사 밑에서 과외를 받았음이 분명한데도 실력이 이 정도뿐이었다. 확정적인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 아일린. 이건 참을 수 없다.

“장난하냐고 진짜.”

나비의 입에서 츄르를 빼앗듯이 아일린의 손에서 레이피어를 뺏었다.

우지끈!

“그, 그 검은...!”

그대로 두 쪽으로 부셨다. 파지직 소리가 나더니 완전히 전원이 나간 아일린의 광선검.

“이딴 애새끼 장난감이나 갖고 노니까 실력이 안 느는 거 아냐!”

뺏긴 자세 그대로 멍하니 있던 아일린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몇 번 흔들어준 뒤 바닥과 입맞춤을 선사해줬다.

콰직!

“으어어...”

이빨이 몇 개 나가버린 아일린의 바지를 내렸다. 오줌에 젖어 축축해진 그녀의 볼기짝. 손으로 때리기는 싫어 옆에 있는 부서진 나무쪼가리로 두들겼다.

팡팡팡팡!

“으아아악!”

“너희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해서! 너 같은 울보 오줌싸개를 사람 만들려고! 했겠어! 어!? 그런데! 이 정도 실력으로! 큰소리나 떵떵 치고! 지나 아빠에게! 몹쓸 짓이나 하고!”

이건 지나 아빠와 마지막까지 닌자마을에 가지 못한 지구의 신노빈을 위한 진혼곡이다. 리듬감을 위해 가끔 아일린의 머리도 때려줬다.

팡팡팡팡! 딱! 팡팡팡! 딱! 팡팡팡팡!

“...”

그렇게 정신없이 때리다 보니 아일린이 부처의 품으로 가 있었다.

“음.”

현자의 시간이 왔는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새로 얻은 힘과 너무 약한 아일린에 대한 분노로 좀 정신이 나가 있던 거 같다. 그래도 악에 대한 증오 표출은 올바르다. 불의를 향한 분노가 정의의 기반이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걸 어쩐다?

“닌?!”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이 세계는 닌자라는 개념이 없는 끔찍한 곳. 당연히 닌자에 대한 공포도, 그것을 뛰어넘는 탈주닌자에 대한 경외감도 없을 터, 그래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게 분명하다. 그래선 안 된다. 모든 야사요(16화 참조)에게 알려야 한다. 너희들의 담당일진 탈주닌자가 여기 있다고.

“닌닌.”

그렇게 마음먹고, 아일린을 들쳐멨다.

***

“꺄아아아아악!”

새벽까지 계속된 축제에 지쳐 잠든 도시, 마르톨란을 한 아낙네의 비명이 깨웠다.

“허어...”

“이게 대체...”

허겁지겁 달려간 도시 경비병들이 분수대 앞에서 여자들의 시체가 쌓여 있는 참극을 목격했다.

“어? 이 갑옷, 철가재 기사단 아니야?”

“여기 뭐라고 쓰여 있는데?”

코를 막으며 다가간 한 경비병이 시체 위에 올려진 종이 하나를 들어 올렸다.

­ 무고한 백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자, 누구라도 상관없다. 나 탈주닌자가 죽음으로 처벌한다.

피로 축축해진 종이에 삐뚤삐뚤한 글씨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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