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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탈주닌자-58화 (58/119)

〈 58화 〉 58화. 광산과 홍삼캔디와 천마 히틀러 (3)

* * *

짝짜라짝짝­!

너무 놀라서 싸대기를 갈겨 버렸다.

“아야앗!”

볼때기가 빨개진 채로 벌떡 일어나는 금태양녀.

“넌 누구­”

“쉿.”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어 입을 틀어막았다.

장갑을 끼고 있어 불결하고 더러운 침이 맨손에 닿지는 않을 거다.

“날 알아보겠나?”

내 불타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년을 노려봤다.

몸을 오들오들 떨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금태양녀.

“왜 날 사칭한 거지? 명예훼손죄와 인상착의강탈죄, 강제적인코스프레행위죄와 불법사제폭탄터침죄가 너한테 적용되는 건 알고 있나?”

도리도리. 닭도리탕.

고민하더니 고개를 젓는 금태양녀한테 빈손으로 꿀밤을 한 대 먹였다.

따닥!

“으붑~”

“지금부터 네 추한 변명을 들어보겠다. 거짓말을 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대답이 나오면…. 알지? 3줄로 요약해서 말하도록.”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금태양녀의 입에서 손을 뺐다.

“에푸엣­ 제, 제 이름은 비앙카입니다. 이름을 빌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 행위에 정의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금태양녀, 비앙카는 설명을 시작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비앙카는 빈민가에서 여동생과 살고 있었는데 검은 로브를 쓴 사람들이 여동생을 납치했고, 광산으로 끌고 갔다.

그래서 구하기 위해 협력을 요청하던 중 흰돌고래 저항군이라는 세력에 합류하게 되었고, 여동생을 납치한 놈들은 붉은고래 마탑의 연구원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놈들은 빈민가뿐 아니라 왕국 각지에서 고아들과 빈민가의 자녀들을 납치해 광산의 비밀 연구실로 보내고 있었는데, 생체실험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이 정보를 저항군에게 알린 양심 있는 마탑 연구원 한 명의 도움으로 계획을 짜 테러를 하는 것에 성공했으나, 폭탄의 위력이 예상을 초월해 혼란이 걷잡을 수 없게 번졌다.

“당신이라면 비밀 연구실에 들어가 제 여동생과 아이들을 구할 수 있겠죠. 전 어떻게 돼도 좋습니다. 부디 아이들만은….”

눈물을 질질 흘리던 비앙카가 무릎을 꿇더니 큰절을 했다.

광산은 염탐을 하기 위해 들어간 건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동생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여자.

야쿠자의 하위 분파인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에게 납치당한 불쌍한 아이들.

마음이 동하지 않을 리 없었다.

“좋다. 안내해라.”

“가, 감사합니다!”

비앙카의 안내를 받아 정보를 건넸다는 그 연구원과 접선하기로 한 곳에 갔다.

“마, 많이 늦었군요. 그, 가능하겠습니까?”

“이분은 진짜 탈주닌자입니다. 믿으세요.”

비앙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연구원이 땀을 닦으면서 아이들이 있는 장소를 향해 안내를 시작했다.

술술 풀리니 좋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어딜 가시나?”

광산의 지하통로에서 6명의 적과 맞닥뜨렸다.

“여, 열두제자…. 벌써 도착한 건가! 여섯 명이나!”

연구원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놈은 성악가수를 하면 잘 될 거다.

“진정해. 내가 처리한다.”

그 새끼들이 뭐 하는 새끼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유검경을 손가락 하나로 털어버린 슈퍼닌자.

질 리가 없었다.

“당신이 그 탈주닌자군요. 아이들을 구하러 온 건가요? 쓸데없는 짓이에요. 어차피 다 죽을 텐데.”

“오늘 밤 술안주는 끝내주겠군.”

“감미로운 비명을 듣고 싶군요.”

내 닌자도와 똑같이 생긴 칼을 들고 있는 새끼도 있었다.

어디 가서 한가락 하던 놈들인 거 같은데, 우습게만 보일 뿐이었다.

“­닌자 포위진.”

6명을 한꺼번에 둘러싸고 칼을 휘둘렀다.

“이, 이런!”

“그런 기술이 있다는 것쯤은 저희도­”

촤라락!

몸만큼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는 여자.

쌍둥이인지 똑같이 생긴 남자 둘.

쥘부채 같은 걸 들고 휘두르던 여자.

지옥참마도 같은 걸 들고 있던 할머니.

모두 칼질 한 번에 한 명씩 죽였다.

좁고 어두운 광산에서 움직이는 닌자. 이건 아무도 못 막는다.

“마, 말도 안 되는….”

클론 닌자도를 들고 있던 남자가 순식간에 죽은 5명의 시체를 보더니, 몸을 벌벌 떨었다.

“그 검, 닌자도인가?”

이걸 물어보기 위해 녀석을 죽이지 않고 살려뒀다.

“...질서유지군은 예로부터 법과 질서의 수호자였다.”

왜 뜬금없이 질서유지군 소개를 하는 거지?

“우리의 수호는 전사 대대로 이어졌지. 네놈은 내 친구들을 죽였으니, 이제 왕국의 적이다.”

“뭔.”

“전사이자 검성회의 일원, 변검경의 열두제자로써 묻지. 네 목을 검성회로부터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 것 같은가?”

“그 검 닌자도냐고 병신아.”

새끼가 대답은 안 하고 헛소리만 하고 있어. 그냥 죽여버려야겠다.

챙챙챙챙챙!

휘릭~

“아아…!”

다섯 번의 칼질 끝에 녀석의 목을 베었다. 날아가는 클론 닌자도 주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공포만이 가득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똥꼬나 빨아주는 삼류 사무라이들이 느낄 마지막 감정으로는 충분하다.

“계속 안내하도록.”

놈이 들고 있던 클론 닌자도를 빈손에 들었다. 이도류 닌자.

이제 닌자도 하나만 더 모으면 조로빈 씹가능이다.

“대, 대단해…!”

“아, 알겠습니다!”

비앙카의 감탄과 연구원의 대답을 듣고 다시 움직였다.

확실히 죽였기에 놈들의 시체는 확인하지 않았다. 노룩패스 닌자.

“이 자식! 어디 있었어! 조셉 님이…. 헉!”

도착한 비밀 연구실. 같이 온 연구원에게 소리를 지르던 남자의 명치에 제트킥을 먹이고 안으로 진입했다.

“끄어억!”

눈에 들어오는 놈들이라면 남자 여자 가라지 않고 죽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전부 다 죽어도 싼 괴물이었다.

“마, 말도 안 되는! 변검경의 제자들이!”

연구실의 중심에는 웬 늙은이 하나와 미니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저, 저자가 조셉 망글로브입니다. 이 모든 걸 계획한 놈이죠.”

“그렇군. 너희는 아이들을 구출하라.”

비앙카와 연구원에게 구출 임무를 맡기고 조셉이라 불린 늙은 마귀에게 다가갔다.

지팡이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마법사겠지. 입을 천천히 움직이는 게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다.

쉭!

“어흑….”

놈의 손목에 수리검을 던져 지팡이를 떨구게 했다.

“자, 잠깐! 이 모든 게 무엇을 위한 일인지 궁금하지 않나? 네놈, 아니, 당신이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거대한 일이네!”

놈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을 인체실험에 사용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판결은 사형뿐이다. 닌자도 두 개를 천천히 휘두르며 놈에게 다가갔다.

“이, 이 무식한! 내 연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덜덜 떨던 조셉이 결심한 듯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빨갛고 동그란 게 딱 봐도 노친네가 먹으려고 아껴둔 홍삼캔디였다.

“이 새끼가 누구 앞에서 전투 중에 홍삼캔디를 빨려고.”

닌자도 하나를 던져 홍삼캔디를 들고 있던 팔을 잘랐다.

이런 쓰레기 새끼는 죽기 전에 캔디로 입가심을 하는 것조차 허락할 수 없다.

“우와아아악~!”

조셉이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았다. 오줌이라도 쌌는지 바지가 축축하다.

놈의 눈앞에서 홍삼캔디를 짓밟았다.

쩌저적.

다시 발을 들어 확인하니 홍삼캔디가 완벽하게 부서져 있었다.

“그, 그게 뭔지 알고…. 이런 미친 자가…!”

피를 콸콸 쏟던 조셉이 허망한 눈으로 사혼의 구슬처럼 쪼개진 홍삼캔디를 바라봤다.

“궁금하지 않아.”

우지끈!

놈의 얼굴까지 발로 밟아 끝장냈다.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파괴와 분노, 고통만을 낳을 뿐,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

뒤진 조셈에게 관심을 끊고 아이들 구출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언니~!”

“흐어엉~”

비앙카가 한 여자아이를 끌어안고 울었고, 연구원이 흐뭇한 표정으로 수갑을 풀고 나오는 아이들을 지켜봤다.

하지만 녀석도 이 끔찍한 실험을 하던 조직, 붉은고래 마탑의 직원.

내 원칙상 살려둘 수 없었다.

한 번이라도 악과 타협한 자는 죽인다. 그게 내 원칙이니까.

그래도, 그래도 혹시 모른다. 신입이었고 이런 짓을 몰랐다 하면 살려둘 용의는 있다.

놈의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움직이다, 파란색으로 빛나는 수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엄청 중요한 물건인지 부적이 다닥다닥 붙은 상태로 강화유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었다.

“이건 뭐지?”

“감시자의 영혼을 담은 유물인데, 아주 위험한 물건입니다.”

감시자. 분명 트리보가 뭐라고 했던 거 같은데.

스리핏­고문 요괴였나? 그렇다면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일터.

내가 가져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박살을 내야겠다.

“위, 위험합니다!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어요!”

“오직 나만이 재앙을 막을 수 있다.”

대충 설명해주고 유리를 깨부쉈다. 포장이라도 해 놓은 듯이 붙어 있는 부적을 벗겼는데…

“그, 그러시면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해요!”

연구원이 급하게 다가왔다.

지이이이잉­!

“앗.”

눈이 깜깜해진 건 순식간이었다. 이런 시발, 이제는 건들기만 해도 스피릿­고문이 되는 건가.

­ 너의 영혼에서 벨카­투나와 하스­샨다의 기운이 느껴진다. 정신방벽이…. 대단하군. 넌 누구냐.

내 몸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공간,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년 아줌마 특유의 나긋나긋한 톤이다.

­ 겁도 없이 우리에게 도전하다니. 그 죄는 죽음으로만 물을 수 있을 터.

새끼가 내 말을 씹는다.

“너, 감시자잖아.”

어두운 공간. 울려 퍼지는 목소리. 패턴이 너무 뻔해서 바로 알아챘다.

­ 내 이름은 포르­페나. 위대한 다섯 성령 중 하나다. 이 행성과 여명기부터 함께 했지.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죽을 준비나 해라.”

이 녀석은 이 공간 어디쯤 있을까.

­ 어떤 방법으로 벨카­투나와 하스­샨다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흡수했는지는 몰라도, 난 그들처럼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너에게 최고의 악몽을 보여주지.

“지랄 말고 덤벼라. 이 겁쟁아.”

­ 가장 어두운 꿈과 마주하는 건 흔치 않은 기회지. 축복이라고도 할 수 있어. 네놈에게 축복을 선사하겠다. 끝나지 않을 영원한 축복을….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이건 또 뭐야….”

정신을 차려보니, 난 끝이 안 보이는 들판에서 홀로 서 있었다.

온몸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하려 시선을 내렸다.

“닌?”

난 닌자슈트를 입은 채 닌자도를 들고 있었다. 새로 얻은 클론 닌자도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까이꺼 하나 정도는 없어도 된다.

완벽한 탈주닌자 모드가 된 나. 이게 왜 악몽이라는 걸까?

뿌우우우­

갑자기 들려온 뿔피리 소리가 정적을 깼다.

쿵­ 쿵­

육중한 발소리가 뿔피리와 함께 들판을 울린다.

“하나의 종족! 하나의 제국! 하나의 천마!”

“이런 시발.”

그 익숙한 표어에 고개를 돌렸다. 펼쳐진 광경은…. 악몽 그 이상이었다.

“Guten Tag.”

나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제트 슈트를 등에 멘 채 선봉에 서 있었으며.

“끼에에에에~!”

캐논포와 같은 온갖 중화기를 몸에 걸치고 있는 기갑­사우루스(요괴 기술로 복원된 고대 생물)등에는 나치 장교들이 타고 있었다.

“killkillkill~!”

사술로 부활한 언데드 사무라이들은 요도 무라마사의 복제품을 손에 쥔 채 중열에서 날뛰었고.

“갈!”

타락한 쿵푸 마스터들은 주먹으로 사이한 기를 뿜어내며 폼을 잡고 있었다.

수만이 넘는 이 군대의 이름은…

닌자 역사서의 삽화로만 봐온 요괴­나치 연합군이 분명했다!

미래의 연합군도, 현재의 연합군도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완벽하게 부활한 악의 세력.

내가 생각하던 가장 끔찍한 악몽이,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닌~~!”

재빨리 가까운 갈대로 몸을 숨겼다.

저것들을 전부 다 죽여야 하나? 나 혼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분으로 온몸이 떨려왔다.

할 수 있나? 당연하지. 난 탈주닌자다.

닌자호흡법으로 정신을 가다듬은 후 다시 연합군의 진열을 바라봤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그 새끼’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녀석들을 뜬그림자 상태로 지켜봤다.

5분이 지났을까. 내 코앞까지 군대가 다가왔을 때, ‘그 새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멋들어진 개량한복을 입고 뒷짐을 진 자.

특유의 바코드 같은 콧수염을 휘날리는 자.

스스로를 제육천마왕의 화신이라 칭하는 자.

­ 요심으로 대동단결.

천마(??) 아돌프 히틀러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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