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탈주닌자-76화 (76/119)

〈 76화 〉 76화. 이세계 탈주닌자 (1)

* * *

지이이이이이이잉­!

부와아아아아아앙­!

브레이크가 박살 난 100t 트럭과 폭주 기관차 토마스의 싸움.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

퍼퍼퍼펑!

부모님 속 터지는 소리와 함께 두 광선이 맞부딪혔다.

“흐읍...!”

서로 조금씩 밀려나다가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궤도 폭격의 술과 ‘진’ 천마 감마 레이 버스트.

예상대로 천마 모니카의 궁극기 위력은 히틀러의 ‘짭’ 천마 감마 레이 버스트를 가볍게 상회하고 있었다.

“우우웃…!”

인공위성 닮은 이상한 기계에 자신의 요괴 파워를 밀어 넣고 발사한 게 분명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또 의문이 든다.

직접 와서 발사했으면 위력이 더 좋았을 텐데, 왜 기계를 이용해 발사한 걸까?

흰돌고래 리더인 릴리아가 말한 마탑주가 방콕하는 이유와 연관이 있으려나?

“끄으으으읏…!”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딴생각이 나는 건 전부 포르노 그 년 때문이다.

너무 긴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요괴­나치 연합군 진영과 싸우느라 그 부작용으로 다중인격이라고 의심될 만큼 생각이 많아졌다.

“응기잇…!”

인격손상법과 일상생활지장끼침법으로 물리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어도 뒤진 년이라 못 하는 게 억울할 뿐이다.

“마, 말도 안 돼. 고래의 숨결과 정면으로?”

“마탑주와 힘겨루기가 가능하다고?”

“이게…. 탈주닌자?”

[우리 고그마그족의 기술에 마나를 실어 출력을 올리다니, 마탑주는 정말 영악한 놈이다. 잠깐. 이 마나의 흐름과 초월적인 기운은... 모니카? 어째서 네가?]

내가 뭐 빠지게 궁극기를 막아내고 있을 사이 주둥아리만 나불거리는 들러리들.

“구경 왔어?!?!”

그들에게 포르노에게 갔어야 할 분노를 쏟아냈다.

아니지. 이게 아니다. 분노는 어디까지나 제육천마왕에게 쏟아내야 한다.

“죽어!!!!!!!!”

난 이세계에 와서 수많은 강자를 쓰러뜨렸다.

­ 이 씨발새끼. 내가 좆같은 기합 넣지 말랬지!

­ 하다 보면 즐기게 된다. 즐기다 보면 잘하게 된다. 잘하게 되면…. 자랑스러워진다.

대머리 교관과 마찬가지로 대머리인 사갈의 꼬리 우두머리.

­ 더 있어요옷~!

삼류 닌자에 닌자도 도둑인 까까시.

­ 난 수천의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종족의 생존을 위해서였다.

­ 내 로열젤리 좀 먹어볼래?

대요괴인 델라미온과 꿀벌여왕.

­ 다음 세상에선 필요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 병신같은 천민새끼들아.

­ 고속 질풍 때리기!

사무라이 아일린과 그년을 쉴드 치던 유검경 아가사.

­ 내 대사가 뭐가 있었지? 나조차 기억이 안 나는군. 로빈, 넌 나를 너무 빨리 죽였어…. 여기 이 홍삼캔디나 빨고 가게.

매드 사이언티스트 조셉.

­ 기억하시오. 우린 빠른 전개의 희생양일 뿐이었소. 심지어 나는 라이벌 구도까지 있었건만…

절검경 제임스와 기억 안 나는 쇼군들.

지금 말한 이놈들은 중간보스 겸 네임드몹에 불과하다.

진짜배기 악당들은 따로 있다.

­ 동료? 그냥 벌레 같은 새끼들일 뿐이야. 어디서나 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쿠자들의 수장인 ‘오야붕’ 델바나스.

­ 인간은 야만적인 동물입니다. 법과 질서라는 등불이 꺼진 순간,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죠.

사무라이들의 수장인 ‘비탄의 쇼군’ 제이드.

그리고...

마라, 천자마(?子?), 천마, 마왕, 파순, 제육천마왕, 타화자재천왕, 마군(??), 마구니(???)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

­ 용사 좋아. 인간 싫어. 아무튼 지배함.

요괴들의 수장인 ‘천마’ 모니카 소버린.

이 녀석만 쓰러뜨리면, 야사요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모두, 나에게 힘을 부탁해.”

마지막 적수의 궁극기, 이걸 막기 위해서는 ‘우정’과 ‘인연’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이는 한자성어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실.

“힘?”

반응한 건 오르페뿐. 나머지는 멍하니 공중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빔 배틀만 보고 있길래 한 번 더 질러줬다.

“빨리 날 응원해!!!”

우물쭈물하던 사람들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어서 해!”

“믿고 있었다고!”

“넌 영웅이야, 탈주닌자!”

“고맙다!”

“수고했어!”

열정적인 응원단이 된 녀석들.

만화처럼 호랑이 기운이 불끈 솟아나지는 않았지만, 고독함을 조금이라도 달랜 것 같다.

응원단은 이후에도 뭐라 뭐라 더 말했지만, 아쉽게도, 내 정신이 인공위성에 팔려서 잘 듣지는 못했다.

뭐, 열심히 재롱부리라고 하자.

“이이익…!”

슬슬 균형이 깨지는 게 보인다. 물론 나한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양의 마나를 인공위성 안에 때려 박았는지는 모르지만, 저쪽은 그 한도가 정해져 있고, 이쪽은 ‘기합’과 '근성', ‘정신력’, ‘응원’으로 마나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상태.

유지력의 수준이 다르다.

“­끝이다.”

조금씩 밀려나는 붉은 빛줄기를 쭉 밀어내니.

푸콰샹­!

힘겨루기에 승리한 궤도 폭격의 술이 패배자를 꿰뚫었다.

푸시시...

연기를 뿜어내면서 밑으로 추락하는 인공위성.

“이, 이겼어! 진짜로 이겼다!”

“우와아아아!”

들러리들이 서로 껴안고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졌다...”

저항군 일원 중에서는 바지에 지린 애까지 있을 지경.

“뻔한 결과였다.”

삭신이 쑤시는 게 한 일주일은 더 쉬어야 할 거 같은데.

뭐, 상황을 보니 계속 싸울 일은 없을 거 같았다.

레이더로 멀리까지 감지해도 아무것도 한 잡혔고, 마법 감지기를 손보던 릴리아도 별말이 없었다.

모니카는 천마 감마 레이 버스트만 쏘고 이 싸움을 끝내려고 했던 거 같다.

날 너무 얕본 것이다.

“로빈!”

부끄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응원하던 오르페가 날 향해 다가왔다.

내 앞에 선 오르페를 한 번 껴안아 준 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황금갑옷을 입어서인지, 아니면 도망 다니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을 해서인지 좀 무겁다.

“으앗!”

하늘에 뜬 채 회전하는 오르페.

잠깐, 헹가래는 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다들 이쪽으로 모여!”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아군을 향해 달려갔다.

꿍!

뒤쪽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 정말…!”

그리고 들려오는 오르페의 목소리.

어쨌든 이겼으니 장땡이다.

***

난 마나 회복을 위해 명상하고, 수련하고, 오르페랑 떠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며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평탄하고 고요하게 하루하루를 보낸 건 아니다.

흰돌고래 리더 릴리아는 이제 적들도 우리를 함부로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기회를 틈타 본진인 붉은고래 마탑을 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탑주만 처리하면 끝나는 게임이라고 했나? 하여튼 그랬던 거 같다.

난 언제나 그랬듯이 위치만 알려주면 혼자 쳐들어가 마탑이든 마탑주든 다 박살 내겠다고 주장했지만, 오르페와 트리보의 강한 만류로(오르페는 다섯 시간 동안 조용히 날 노려봤다) 인해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최종결전이니 닌자무쌍보단 닌벤져스가 나을지도?

어쨌든, 흰돌고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붉은고래 마탑 공격에 참여할 전사들을 모았고, 전국 각지에서 투쟁하던 저항군 조직은 그에 응답했다.

“투명도마뱀 마탑의 마탑주, 티치타크 뒤크요! 거, 아주 든든하게 생기셨구먼 그래!”

지금 나한테 털이 복슬복슬하게 난 손을 내민 중년 아저씨도 그들 중 하나다.

“뒤치닥?”

“티치타크!”

“그렇군. ‘탈주닌자와 아이들’에 온 걸 환영한다.”

털보 아저씨의 손을 잡아주기는 싫어서 인사만 하고 보냈다.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흰돌고래를 지원했다고 하는데, 나랑 상관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투명도마뱀 마탑은 예전부터 폭발적인 화력을 뽐내는 마법사들을 배출해낸 명가였다며 자랑과 함께 침을 쏟아내는 그 모습은 정말 꼴불견이었다.

“버마재비 용병단의 단장, 베아트릭스입니다. 반갑습니다.”

투명도마뱀 마탑 다음으로 합류한 조직은 이마에 이상한 문신을 새긴 여자가 이끌고 있었다.

구릿빛 피부와 큰 덩치, 문신으로 보아 야인족 또는 야인족 혼혈 같았다.

“나도 반갑다.”

그녀가 입고 있는 빛나는 은색 갑옷과 노련함이 담긴 눈이 마음에 들어 이번에는 악수를 받아줬다.

“손이 딱딱하군.”

“굳은살이 좀 많이 배겼지요.”

성숙미 넘치는 어른인 베아트릭스가 내 취향이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용병왕 베아트릭스 님.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만났던 야인족 제사장인 산세리프의 이름을 꺼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오르페가 선수를 쳤다.

용병왕. 들어본 적 있다. 칠검경과 비슷한 경지를 이룬 강자라고 했던가.

오르페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베아트릭스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으로 보아 틀린 소문은 아니었다.

비탄의 쇼군이 되기 전이었던 제이드와 비교하면 좀 딸리지만, 유검경 아가사나 절검경 제임스와 비슷하거나 살짝 약한 느낌?

최고급 전투 인력인 기사보다 한참 떨어지는 직종이 용병인 만큼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하다 불릴 만은 하다.

세 번째로 합류한 조직은 모험가 길드였다. 이 새끼들은 합류한 이유도 이상하다.

마탑이 정권을 잡으면 모험가들은 전부 백수나 비정규직이 된다나 뭐라나.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 윌리엄 16세일세. 나 또한 최고위 마법사니 도움이 전투에 될 걸세.”

간딸프처럼 생긴 할배가 악수를 청했다. 아니, 16세?

“닌?”

저 얼굴로 16살이 가능한 건가.

하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멜리아를 딸으로 둔 제이드도 촉법소년처럼 생겼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판타지 세계에 액면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할배병이나 늙음병 같은 거에 걸린 사람이겠지.

급식 나이에 모험가 길드장이라니, 이 녀석도 상당히 능력 있는 녀석이다.

“그래. 16살인데 대단하네. 잘 부탁한다, 잼민아.”

윌리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잘 못 먹고 자랐는지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다.

“뭔..? 아니, 16세는 16살이라는 게 아니라...! 허, 애초에 나는 릴리아와 마법 학교 동기여…!”

“로빈 군!”

갑자기 횡설수설하는 윌리엄 뒤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오큘 가죽을 망토처럼 둘러 입은, 매드 뮤지션인 무카의 뒤를 잇는 매드 아티스트의 이름은.

“새튼?”

이 자식이 왜 여기서? 소설가를 관두고 모험가가 됐다더니, 아주 말뚝을 박은 건가 싶다.

“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소… 정말 힘들었소…!”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걸 보니 어땠을지 예상은 간다.

멀리서 다른 모험가들이랑 함께 마탑과 맞서 싸우면서 고군분투했겠지.

“이 자식! 성공했네!”

예전의 그 요괴박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성장한 새튼이었다.

반가운 얼굴은 더 있었다.

“두 분 다 오랜만이네요.”

“로, 로빈 씨. 아, 오르페, 가 아니라 그…. 오르페라고 불러도 될까요?”

스윗거인녀 보니타와 흙수저 궁수 지나가 순서대로 나와 오르페에게 인사를 건넸다.

“상관없어요. 우린 친구니까.”

“너희도 살아 있었구나!”

오르페와 내가 동시에 대답했다.

이로써 단풍잎 마을 레이드 5인팟이 다 모인 셈.

대형 도끼를 메고 있는 보니타는 여전했고, 지나는 잘 먹고 잘 쌌는지 안색이 훨씬 좋아진 상태였다.

“아버지는 잘 계시냐?”

지나에게 바로 물어봤다. 패륜적 농담이 아니라 순수하게 안부를 묻는 인사다.

“네. 전부 탈주닌자, 아니, 로빈 씨 덕분이에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마르톨란에 다시 들려 생사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럴 틈이 없었다.

“흠흠, 기뻐하니 다행이네. 탈주닌자와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했던 게 진짜였군.”

아무도 자기를 신경 쓰지 않아 뻘쭘해진 윌리엄이 헛기침을 했다.

“나 새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오. 존경하는 길드장님 앞에서는 더더욱 말이오.”

당당한 표정으로 가슴을 치며 전형적인 간신배 대사를 내뱉는 새튼.

새튼과 보니타, 지나도 무카처럼 탈주닌자빨로 이 무대에 합류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좀 생긴다.

오랜만에 모인 다섯이서 디아나는 잘 지내는지, 모험가 일은 어떤지, 다친 곳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며 토크쇼를 열었다.

“릴리아님, 홍염룡 기사단과 유검경이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중, 그냥 듣고 흘릴 수 없는 정보가 들려왔다.

“아가사?”

이거, 올 것이 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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