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107화. 모든 시대의 평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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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의 설명을 들은 막시무스는 빠르게 닌자들을 통솔해 지하통로를 통과했다.
“역시, 그 새끼가 그럴 줄 알았습니다! 평화니 공존이니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줄만 아는 새끼!”
“속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세계는 거짓말 위에 있습니다.”
격렬하게 반응하는 후크와 루녹스가 막시무스의 날개가 되어 추진력을 달아줬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움직인 막시무스도 막시무스지만, 10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친 닌자들도 이제는 노련미가 풍겨 나온다.
아마추어처럼 배신감에 치를 떨기보다는 프로처럼 ‘당장 죽여버려야겠다’ 라는 마인드를 가지게 된 거다.
참으로 크나큰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뜬그림자를 사용한 닌자들이 바위성 구석구석으로 침투했고, 막시무스의 신호를 시작으로 몰살을 시작했다.
“우끽!”
“끼아!”
키라도 크고 싶었는지 일찍 잠이 들었던 매직먼키들의 목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우우우우! 아아아아!”
“저주 마법이다! 피해!”
네임드몹처럼 생긴 수염 난 매직먼키들 몇 마리가 막대기로 마법을 시전했으나, 배구공이 날아오는 속도로 오는 마법을 피하지 못한 닌자는 없었다.
“오큘리우스! 피해용! 앙!”
“웩?”
아, 시발.
오큘리우스도 안 쳐맞는 공격을 맞고 멀리 날아간 쪼커 빼고 말이다.
“으게게겍!”
온몸이 가려워지는 병에 걸린 환자처럼 온몸을 비틀면서 비보이 댄스를 추는 쪼커.
“저거 괜찮은 거야?”
“안 죽어! 내버려둬!”
“시간 되면 풀려요!”
그 처량하고도 볼썽사나운 모습에 관심을 두는 닌자는 없었다. 심지어 해주 마법을 걸 수 있을지도 모르는 빅빵댕이마저 무시하고 지나친다.
뭐, 지나치게 까불었던 쪼커의 업보가 아닐까 싶다.
“이 개새끼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죽어죽어죽어죽어!”
매직먼키를 죽이지 못하고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위축되어 있던 후크도 신나 보이니 다행이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다 부서져버리십시와자뵷!”
명대사와 와자뵷을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 루녹스가 흑룡검을 휘두른다. 아니, 이제는 흑룡검이라 부를 수도 없다. 검은 연기가 아닌 하얀 연기가 뿜어나오기 때문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루녹스와 일주일 지내다 보니 검은 이펙트가 하얀 이펙트로 바뀌었다.
루녹스의 닌자다운 마음씨에 흑룡검이 감화된 것일까?
“끼!”
어쨌든 그 백색 기운에 닿은 매직먼키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루녹스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는 매직먼키들에게 우다다 달려나갔다.
“백룡참!”
벌써 기술이름까지 붙인 건가. 이제부터는 흑룡검이 아닌 백룡검으로 불러줘야 할지도 모른다.
“우앗! 아앗!”
하이디를 공격하려던 매직먼키들이 촉수에 찔려 쓰러진다. 하이디가 비명을 한 번 지를 때마다 한 명씩 쓰러지는 느낌이다.
공격을 멈춰라!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알고 있는 건가?
다급해 보이는 매직먼킹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리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약속을 어길 생각인가?
“쑨!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건 너다!”
도끼로 매직먼키들의 머리통을 아작내고 있던 막시무스가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
“넌 사람을 붙잡아 놓고 사육하고 있었어! 아직도 시치미를 뗄 셈이냐!”
분노한 막시무스의 목소리가 매직먼킹의 목소리를 집어삼킨다.
…인간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건 진짜다. 그들은 우리 매직먼키를 사냥하기 위해 바위성 근처를 떠돌던 모험가들이었다. 몇 번 경고했음에도 물러서지 않았지.
정당화를 위한 뻔한 변명이다.
그냥 죽이는 것보단 번식을 시켜 정기적인 식량원으로 쓰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우리는 인간을 습격하지 않아도 되고, 너희는 잡아먹힌다는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
“뻔뻔한 소리를!”
우린 포식자고 너흰 피식자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공존을 원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만! 더는 못 들어주겠다! 와서 덤벼라!”
기억해라. 약속을 어긴 넌 너희들이다. 전부 너희가 초래한 일이다.
아, 진짜 존나게 뻔뻔한 새끼네. 듣다가 화딱지 나게 생겼다.
막시무스든 루녹스든 오큘리우스가 해도 좋으니 빨리 저놈부터 죽였으면 좋겠네.
“하이너다! 하이너를 탄 매직먼키들이 온다!”
어느샌가 도착한 매직먼키 라이더들이 닌자들을 압박했다. 매직먼킹이 라이더들이 정비를 할 시간을 벌기 위해 입을 턴 것 같다.
이래서 난 적을 완전히 개박살내거나 개박살내기 힘든 상황일 때만 입털기를 받아준다.
싸움 도중에 하는 입털기에 굳이 어울려 줄 필요는 없다.
스테로이드를 과다섭취한 점박이 불독처럼 생긴 하이너들은 동물 특유의 야성적인 몸놀림과 크고 단단 이빨, 발톱을 앞세워 공격에서 우위를 점했다.
“끄악!”
미쳐 하이너의 이빨을 피하지 못한 닌자의 어깨가 아직 난다. 이녀석은 후크처럼 장애인이 아니었기에 도와주지 않았다.
닌자가 요괴와 맞서 싸우다 죽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내가 이들을 가르쳤고, 애정이 있다고 한들, 항상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처럼 챙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속 과잉보호를 하며 감싸다가는 닌자가 아닌 응애닌자가 되어 버린다. 응애닌자 따위가 될 바에는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낫다.
야사요를 쓰러뜨릴 수 없고 백성을 구할 수 없는 닌자는 없는 것보다 못하다.
냉정한 마음으로 고통 때문에 눈물 콧물을 쏟는 닌자를 지켜봤다.
“이런 씨!”
다행히 난쟁이 닌자가 다가와 그에게 응급처치를 해줬다. 운 좋게 살았다고 해도 싸움 도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법이니, 안심하기는 이르다.
매직먼키 라이더들과 용주골 닌자들의 격전을 벌일 때였다.
학살자들아!
매직먼킹이 친위대를 이끌고 직접 행차했다.
봐라! 너희가 이곳에서 저지른 짓거리를!
인간이 만든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매직먼키들과 하이너의 가죽을 엮어서 만든 갑옷을 걸친 매직먼킹.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줌을 지릴만한 비주얼이다.
난 평화를 원했고, 공존을 선택했다!
매직먼킹의 둔기같이 생긴 왕홀 끝 부분에 마나가 맺힌다. 본격적으로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나.
단순한 힘법사는 아닌 모양이다.
“닥쳐라, 몬스터!”
하이너의 머리에 보급형 닌자도를 박고 매직먼키 라이더를 떨군 후크가 외쳤다.
절반 이상이 죽었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버티고 있는 매직먼키 라이더 군대. 그들 사이로 친위대가 합류한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팽팽한 승부.
몬스터는 너희들이 아닌가!
매직먼킹이 왕홀로 저주파를 쏘아낸다. 닌자들이 친위대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둥글게 뭉친 장소를 향해서였다.
사실 저주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불길한 보라색 아우라가 넘실대는 공격이니 저주파가 아닐까 싶다.
“모두 제 뒤로 오세요!”
빅빵댕이가 마법봉을 들어 올려 방어막을 펼친다.
방어막을 펼치기 전 마법봉에 부착된 버튼을 몇 개 누른 걸로 보아 바로 시전한 게 아니라 마법봉 안에 내장되어 있었던 마법 같다.
저 마법봉도 내 탈주닌자도와 같은 특급 등급의 아티팩트임이 분명하다. 고위 마법사라는 게 구라는 아닌 모양이다.
방어막은 매직먼킹의 저주파를 전부 막아내자마자 파괴됐고, 때를 노려 빅빵댕이를 덮쳐오는 친위대에 맞서 닌자들이 달려나갔다.
난장판이 된 전장. 그 중심에서는 막시무스와 루녹스가 매직먼킹과 맞서고 있었다.
등급표 4점 초중반인 막시무스와 백룡검을 얻고 5점의 반열에 막 들어간 루녹스, 그 상대는 5점 중간, 그러니까 델라미온급은 되어 보이는 매직먼킹이었다.
매직먼킹, 둔하고 느려 보이는 생김새와 다르게 민첩하다. 놈은 긴 두 팔과 커다란 왕홀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사거리를 이용해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문제는 매직먼킹이 입고 있는 가죽갑옷의 빈약한 내구도였다. 덩치가 너무나도 커 사이즈에 맞는 금속 갑옷을 입지 못한 매직먼킹은 루녹스의 백룡검에 취약했다.
백룡검은 그냥 하얀 기운만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 검에 상처를 입은 대상에게 미약한 상태 이상까지 걸 수 있는…
아, 일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설명하기도 지친다.
그냥 여기부터는 포켓요괴 대전식으로 설명하겠다.
BOSS BATTLE !
매직먼킹은 [왕홀 빠르게 휘두르기]를 사용했다!
막시무스는 [빨리 피하기]로 공격을 회피했다!
루녹스는 [고속 앞구르기]로 피한 후 백룡검을 매직먼킹의 옆구리에 찔러넣었다!
효과는 굉장했다!
가죽갑옷이 뚫린 매직먼킹의 옆구리에 출혈이 일어났다!
백룡검의 효과 때문에 상태이상 ‘지속출혈’에 빠지는 매직먼킹!
기회를 노린 막시무스가 [슈퍼 도끼 내려찍기]로 매직먼킹의 왕관을 박살냈다!
분노한 매직먼킹이 막시무스에게 [집어 던지기]를 사용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 막시무스가 상태이상 ‘스턴’에 빠졌다!
몰래 다가간 루녹스가 매직먼킹의 돌출된 뇌에 [백룡참]을 사용했다!
효과는 개지렸다!
매직먼킹이 머리로 피오줌을 싸면서 쓰러졌다!
루녹스와 막시무스(스턴) 이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렇게 전투가 끝났다.
“괜찮습니까?!”
루녹스가 헐레벌떡 뛰어와 막시무스를 부축한다.
“아, 버틸만합니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면서 비틀거리는 막시무스.
이쁜 여자만 보면 상남자인 척하던 파워드마운틴 고릴라가 떠오르는 모습이다.
난 미래를 만들려고 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매직먼킹.
“이 빌어먹을 요괴 새끼! 닥쳐!!!”
피범벅이 된 후크가 닌자클로로 매직먼킹의 뇌를 헤집었다.
…
천둥벌거숭이 왕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눈깔을 뒤집었다.
“끼끼!”
“우우우우우!”
기세가 꺾인 매직먼키 군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거나 도망을 택했다. 물론 우리 닌자들은 그냥 보내주지 않았지만.
“사망자가 있나?”
막시무스가 난쟁이 닌자에게 물었다.
“세 명 정도 나왔습니다.”
“...그렇군. 부상자는?”
“열다섯입니다.”
사망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적과 마주해 전투를 벌일 때마다 더 많은 닌자가 죽겠지.
하지만 난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다. 그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닌자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야사요와 싸우다 죽는 것 이상의 명예는 없다.
내 가르침을 받은 막시무스가 장례식을 후하게 치뤄줄 거라 믿는다.
관찰을 마치고 오르페가 있을 갈색바위 부족으로 향했다.
오르페. 베아트릭스가 불안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남고 싶다고 했지.
매직먼킹이 요괴왕이라는 내 예상이 맞았던 것처럼, 오르페의 예상은 맞을까?
확인하기 위해 갈색바위 부족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아우…아부부…”
야인족들의 통곡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왜?
재빠르게 부락에 들어가 상황을 살피…
“...!”
산세리프가 분한 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산세리프 옆의 피웅덩이 속에 오르페가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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