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28화
내 집 마련 길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죽은 척 위장하기 직전까지 소프 가문 사람들 모르게 은밀히 드나들었으니, 꽤 익숙할 정도였다.
프레사는 길드 비서의 안내에 따라 응접실에 도착한 후 내부를 훑어보았다.
‘언제 봐도 참 발랄한 곳이야.’
화려하고 눈이 부신 금색 벽지와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든 무늬 그리고 기이한 촉수 모양의 천장 조명까지.
누가 인테리어를 했는지 몰라도 참 취향이 이상했다.
‘보나 마나 길드 마스터겠지만.’
프레사야 이 괴상한 인테리어에 이미 적응했지만, 함께 온 마탑주에게는 아니었다.
“길드 마스터 취향이 참 이상하네요. 뱃멀미가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창백하게 질린 리카온이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리며 병약한 미청년처럼 기침했다.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과 동업해도 괜찮은 겁니까?”
오늘따라 리카온은 불평불만이 너무 많았다.
속으로 혀를 찬 프레사는 따뜻한 차를 한 모금 호로록 마신 후 내려놓으며 말했다.
“리카온 씨, 제가 그래서 혼자 오겠다고 했잖아요. 지금 리카온 씨의 얼굴을 보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요.”
“그 정도는 아닌…… 쿨럭…….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대야라도 구해 줄까요? 토할래요?”
프레사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당장에라도 비서에게 대야를 달라고 말할 기세였다.
그러자 리카온이 단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저 이 정신 나간 것 같은 금색 벽지 때문에 머리가 좀 아프네요.”
“아, 그건 저도 그래요. 가뜩이나 햇볕이 쨍해서 좀 더 그렇죠. 응접실에 커튼도 없고요.”
프레사는 리카온이 왜 힘든지 잘 알겠다는 의미로 중얼거렸다.
응접실에 커튼이 없는 덕분에 그들은 정면에서 내리쬐는 한여름의 햇볕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게다가 직접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더니 약속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길드 마스터는 좀 어딘가 대하기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사람 자체가 굉장히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인다고 해야 하나.
예의는 적당히 차리되 냉철한 말투와 표정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생겼었더라. 꽤 잘생겼던 것 같기도 한데…….
까칠한 말투와 표정은 떠오르는데 막상 얼굴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프레사가 지난번 만났던 길드 마스터의 얼굴을 기억에서 더듬어 보는 그때, 문득 탁자 위에 놓인 신문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소프 가문, 빚더미에 앉아… 이대로 무너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