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48화
그렇게 소프 저택이 공식적으로 프레사의 소유가 된 다음 날, 길레스피 백작 저택에도 소식이 전해졌다.
설마 프레사가 소프 저택을 사들일 줄이야.
소프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이제 집을 잃었으니 간신히 끌어모은 재산으로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야 할 터였다.
‘얼마 후면 그 지겨운 거머리들도 완전히 떨어져 나가겠군.’
로완은 신문 기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가뜩이나 소프 가문의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돈을 빌려 달라며 구걸하는 탓에 피곤했다.
저택이 프레사에게로 넘어갔으니 그들의 마지막 보루 역시 프레사가 된 것이다.
로완에게 잘된 일이었지만, 프레사에게는 꽤 곤혹스러운 상황이겠지.
이럴 때 곁에 있어 준다면 프레사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을까.
‘조만간 프레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앨리샤가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곤란하게 됐어.’
프레사가 이렇게 능력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면, 미천한 하녀 출신인 앨리샤가 아닌 프레사와 결혼했을 텐데 후회될 뿐이었다.
‘왜 지금껏 감추고 살아온 거지?’
죽은 척 떠났다가 돌아온 후부터 프레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그녀의 행보를 지켜볼수록 묘한 위화감까지 들 지경이었다.
만약 프레사가 일부러 모두를 속인 것이라면? 도대체 이유가 뭐란 말인가.
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하녀에게 약혼자를 빼앗기는 일을 프레사는 왜 가만히 받아들였던 걸까.
생각할수록 혼란스럽기만 했다.
‘이유를 알고 싶은데 말이지.’
그러기 위해서는 프레사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의 프레사는 로완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애정을 퍼부었으므로 더 막막했다.
값비싼 보석이나 드레스를 선물할까 고민했으나, 현재 프레사의 재력이 소프 저택을 매입할 정도라면 별 의미도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머리만 아프군.’
로완이 프레사 생각에 사로잡힌 사이 앨리샤가 아침 세안을 끝내고 침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서 촉촉하고 투명한 눈으로 로완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로완, 아침 식사하러 가요.”
“그래.”
로완은 저도 모르게 건조하게 대답하고 일어났다.
“무슨 일 있어요? 신문 기사에 안 좋은 일이라도 실렸나요?”
앨리샤가 그러한 변화를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다시 불안해하는 눈치로 조심스럽게 로완의 손을 붙잡았다.
“조금 피곤해서 그래, 리샤.”
로완은 서둘러 앨리샤의 어깨를 감싸 쥐고 이마에 입을 맞추며 상황을 무마했다.
앨리샤는 그 다정한 입맞춤에도 여전히 의심스러운 마음을 지우지 못했다.
빠르게 탁자 위를 훑어본 그녀는 곧 신문 기사 1면에서 프레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로완이 앨리샤에게 싸늘해진 이유가 있었다.
앨리샤는 자연스럽게 로완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아, 잠시 머리 좀 빗고 갈게요. 먼저 식당에 가 있어요.”
“……그래, 천천히 와.”
로완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방을 먼저 빠져나갔다.
앨리샤는 문이 닫히자마자 서둘러 신문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소프 저택을…… 프레사가…….”
가뜩이나 지난번 일을 신경 쓰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프레사가 소프 저택의 주인이 되었다고 하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수도로 돌아올 생각인 건 아니겠지?
앨리샤는 초조한 기분을 참을 수가 없어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이건 전부 멍청한 소프 남매들이 그녀가 제안한 계획에 실패한 탓이었다.
만약 프레사가 소프 저택으로 돌아와서 로완과 가까워진다면 큰일이었다.
이유를 모르겠으나 로완은 프레사에게 확실히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
앨리샤는 프레사를 로완에게서 떼어낼 방법을 골몰하느라 아침 식사를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