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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49화 (49/120)

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49화

약방이 문을 닫은 저녁 시간, 약방의 거실에서 작은 파티가 열렸다.

아이작과 로렌이 새로운 직원이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프레사가 직접 만든 음식 몇 가지와 마을의 빵집에서 산 케이크와 빵, 간식 등이 주메뉴였다.

아이작이 고급스러운 포도주를 가져온 덕분에 술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하필이면 리카온과 제드가 빠지는 바람에 세 명만 참석한 조촐한 저녁 식사에 가까웠다.

원래라면 다섯 명 모두가 모여 지금까지의 일을 공유하고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프레사는 어쩐지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어 포도주만 자꾸 들이켰다.

“아가씨, 우리 착하고 다정한 아가씨…….”

적당한 주량의 프레사와 달리 로렌은 술에 무척 약했다.

포도주가 맛있다며 몇 잔을 쉬지 않고 마시더니, 금세 취해서 같은 말만 반복하다가 소파에 누워 잠들었다.

프레사는 로렌을 간신히 부축해 침대에 눕히고 돌아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나마 시끄럽게 떠들던 로렌마저 잠들어버리자 파티치고는 지나치게 조용해졌다.

리스는 진작 지하실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고, 아이작은 길드와 연락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아이작이 가져온 작은 은색 수정구에서도 잔잔한 연회용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프레사가 멍하니 포도주잔만 들고 허공을 쳐다보는데, 때마침 아이작이 돌아왔다.

“레사 님, 자라라 머리털 연고가 벌써 다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물량을 추가해야 할 것 같은데 어쩌죠.”

고작 이틀 전에 보낸 물량이 동나다니 지난주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였다.

프레사는 탁자 위에 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 둘이나 생겼으니 물량을 더 늘려도 괜찮을 거 같네요. 그렇게 할게요.”

아이작이 맞은편에 자리 잡고 앉으며 넌지시 말했다.

“레사 님의 명성이 판매량에 한몫한다는 거 알고 계십니까?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성공해서 돌아오는 이야기는 꼭 소설 같으니까요. 소프 저택 경매가 있고 나서부터는 더 난리더군요.”

프레사는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작게 웃어버렸다.

소설이라니. 사실 이 세계가 소설 속인 것은 사실이지만, 프레사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엄연한 또 하나의 세상이었으니 프레사의 새로운 인생에서는 그녀가 주인공이기도 했다.

프레사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불쑥 새로운 계획을 꺼냈다.

“다음은 제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볼까 해요.”

“제국이라면 그레나딘 대공님을 통하면 쉽지 않습니까?”

프레사가 만든 쿠키를 집어 든 아이작이 프레사의 눈을 마주 보며 질문했다.

“음. 그렇긴 하죠. 사실 처음에 제안받기는 했었는데,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거든요. 그래서 리카온 씨에게 부탁했어요. 약 몇 개를 가져가서 상단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정도로만.”

당시에는 괜히 리카온이 성과도 없는 사업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평판이 나빠질까 걱정스러웠었다.

“하지만 케이드 씨가 도와주신 덕분에 이제 확신을 얻었어요. 본격적으로 제국의 상단 쪽에 거래를 요청할까 해요.”

와삭, 아이작의 입속에서 쿠키가 바스러졌다.

그는 아무런 말 없이 프레사를 응시하다가, 곧 손을 뻗어 포도주병을 쥐었다.

그리고 텅 빈 프레사의 잔을 채워 주며 나직이 말했다.

“제 덕분이 아니라, 레사 님 스스로 해낸 일이나 다름없습니다만.”

“칭찬해 주시는 건가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조금 늦게 돌아온 대답에 프레사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칭찬 고마워요, 케이드 씨.”

아이작은 프레사를 한참 동안 잠자코 쳐다보고 있다가 다시 쿠키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뜬금없는 주제로 어색한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했다.

“맛있네요, 쿠키.”

“제가 직접 구웠어요. 손재주가 좋죠?”

“……네, 뭐. 나쁘진 않습니다.”

결국 또 프레사를 칭찬하는 쪽으로 돌아오자 결국 포기했는지 아이작은 순순히 수긍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프레사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민망한가 보네.’

아이작은 프레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무르고 순진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길드를 그렇게 키웠는지 모르겠다.

프레사는 아이작의 잔에도 와인을 채워 주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두 사람은 사업 얘기를 나누었다가, 시답잖은 주제를 떠들다가 또 조용해졌다가를 밤이 깊어질 때까지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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