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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50화 (50/120)

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50화

리카온과 제드가 떠난 후에도 약방은 바빴다.

그들의 부재를 신경 쓸 시간이 없을 만큼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린 탓에 프레사는 새벽부터 일어나 약초를 키우고 약을 만들어야 했다.

로렌이 성실하게 도와준 덕분에 간신히 물량을 채울 수 있었지만, 덕분에 프레사의 개인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소프 저택을 사느라 비었던 금고가 다시 착실하게 채워지는 중이었다.

길레스피 백작 부부에 대한 일은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쪽에서도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치워버린 것이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어느 날, 필츠 왕실의 문양이 찍힌 편지가 도착했다.

바쁜 프레사를 대신해 우편물을 확인하던 로렌이 깜짝 놀라 프레사에게 달려왔다.

“아가씨! 왕실에서 편지가 왔어요! 여왕 폐하께서 보내셨어요!”

“여왕 폐하께서?”

프레사 역시 조금 놀란 눈으로 편지를 건네받았다.

자라라 머리털 연고와 박하수의 숫자를 확인하던 아이작까지 흥미로운 눈빛으로 편지를 쳐다보았다.

프레사는 시간을 끌지 않고 봉투를 열어 내용부터 확인했다.

그리 긴 편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프레사는 여러 번 확인한 후에 편지를 잘 접으며 말했다.

“왕실 연회에 초대하고 싶으시다네. 직접 만나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는데.”

“여왕 폐하께서 직접이요?”

“응.”

프레사의 활약을 익히 들어 알고 있으며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분명 사업과 관련된 일이 분명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작이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왕실과 직접 거래하게 된다면 나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좋은 기회죠.”

프레사는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로렌과 아이작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왕성 연회에 참석하는 것은 꽤 각오가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이런저런 일로 유명인이 되어버렸으니 다들 알아보고 수군거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본인 이야기를 떠드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여왕을 직접 만나게 되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지금껏 프레사는 소프 남매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어 직접 왕족을 만난 적이 없었다.

프레사가 꽤 오래도록 고민을 끝내지 못하자 로렌이 거들었다.

“아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껏 잘해 오셨잖아요. 이건 정말 좋은 기회니까요. 네?”

“고마워, 로렌.”

프레사는 로렌의 손을 꼭 붙잡고 미소 지었다.

로렌의 말처럼 프레사는 지금껏 큰 실수 하나 없이 이 사업을 키웠다.

그러니까 왕족을 만난다고 해서 미리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아무래도 리카온 씨의 빈자리가 컸던 모양이야.’

리카온이 있었더라면 별다른 걱정 없이 곧장 가겠다고 했을 텐데.

아무래도 든든한 뒷배가 버티고 서 있다는 건 꽤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프레사에게는 또 다른 사람이 남아 있었다.

‘케이드 씨가 있었잖아.’

이제는 약방 직원인 모습이 익숙해서 유명한 길드의 마스터라는 사실을 그새 깜빡했다.

프레사는 고개를 휙 돌려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파트너가 필요해요.”

리카온이 부재중이니 같이 갈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케이드 씨, 같이 가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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