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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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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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74화
프레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류를 보여주었다.
“아, 미리 정리해 두면 다른 분들이 편할 것 같아서요. 그럼 안 되나요?”
“수석 약제사님께 말 못 들었어요? 당신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요.”
벤이 신경질적으로 내뱉고 서류를 빼앗듯 가져갔다.
다행히 프레사가 주머니에 챙긴 기록지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프레사는 헤헤 웃으며 벤을 쳐다보았다.
“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정말 아버지 말씀은 틀린 게 없어. 어디서 저런 인간이 들어와서.”
분명 혼잣말인 척하려고 했겠지만, 프레사에게 뻔히 다 들릴 만큼 큰 목소리였다.
벤은 영특한 척 열심히 프레사가 만진 서류를 이리저리 뒤집어보더니 휑하니 사라졌다.
프레사는 그가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알아봐야겠어. 일단 이건 마탑에 가져다 두고. 리카온 씨에게 말하는 게…….’
아니,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대뜸 수석 약제사가 수상하다고 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만에 하나 프레사가 실수라도 한다면 리카온까지 관여되어서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
‘리카온 씨는 내 말이라면 분명 믿어줄 테니까. 언제든 말하면 돼.’
프레사는 그렇게 결론 내리고 로브 주머니에 넣은 서류를 손가락 끝으로 문질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