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79화
프레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지금 그거 귀예요?”
“응?”
뾱.
수상한 소리가 한 번 더 나더니, 이번에는 클로의 뒤쪽에서 기다란 털 뭉치가 흔들렸다.
이번에는 꼬리였다.
치치의 것과 똑같은, 누가 봐도 분명한 늑대의 귀와 꼬리였다.
프레사는 침착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며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클로 씨, 지금 귀랑 꼬리가 생겼거든요. 알고 계세요?”
“아.”
클로는 바구니를 든 채 멀뚱히 프레사를 쳐다보다가, 그제야 제 귀와 꼬리를 만져 보았다.
그리고 금세 경계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봤어?”
“지금도 보이는데요?”
“안 봤을걸?”
“이렇게 잘 보이는데도요?”
“……마탑주한테 혼나는데.”
클로가 곤란한 듯 프레사의 눈치를 살폈다.
‘이래서 리카온 씨가……. 아니 애초에 늑대 귀와 꼬리라면 변신 인간, 그런 건가?’
아니면 오래전에 멸종한 수인족? 그것도 아니면…….
“늑대인간은 위험하니까.”
늑대인간.
굳이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클로가 알아서 본인 정체를 알려줬으니 말이다.
프레사도 늑대인간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전생에서도 숱하게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쓰였기에 모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리카온 씨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알게 됐네.’
리카온의 걱정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클로는 전혀 위험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클로 본인도 늑대인간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늑대인간이 되면 자아를 잃고 짐승이 된다고 했던가.
‘지금은 귀와 꼬리만 나온 형태니까 이성이 남아 있는 거야.’
프레사에 상념에 잠긴 동안에도 클로의 꼬리는 쉬지 않고 좌우로 팔랑거렸다.
프레사는 멍하니 그것에 시선을 빼앗겼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일단 비밀로 할게요. 그러니까 클로 씨도 제가 봤다는 사실을 말하면 안 돼요.”
의도치 않게 리카온을 속이게 되는 꼴이었지만, 모두를 위해서는 그편이 나았다.
리카온에게도, 클로에게도, 프레사에게도.
“응. 비밀로 할게.”
클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도 이런저런 곤란한 일이 분명하니 아마 이 비밀은 잘 유지될 것이다.
다소 어벙한 클로를 보면 미심쩍기는 했지만, 일단은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