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83화
라우렐과의 면담을 끝내고 마탑으로 돌아온 프레사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엘리엇 루퍼트의 비리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오르기는 했으나 프레사는 가장 확실한 증거를 찾고 싶었다.
‘상대는 오래도록 황실 약제부를 주물러 온 사람이야.’
일단 어떤 귀족과 거래 중인지를 알아내고, 다음은 엘리엇 루퍼트가 만든 가짜 약을 손에 넣어야 했다.
그리고 그 약이 가짜라는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이건 카를라와 내가 증명하면 되겠지만, 약제부의 다른 사람들이 문제야.’
그들이 엘리엇의 편에 서서 프레사와 카를라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면 곤란했다.
‘역시 리카온 씨에게 부탁하는 방법뿐이려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걱정이 떠올랐다.
리카온은 현재 명목상 프레사의 후견인이었다. 그런 그가 프레사를 도와주면 한통속이라고 여길 것이다.
‘이래저래 곤란하기는 하네.’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느냐?」
세계수 화분 위에서 휴식을 취하던 리스가 포르르 날아와 프레사의 어깨 위에 앉았다.
프레사는 그를 돌아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석 약제사의 비리 증거를 찾고 고발해야 하는데 영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요.”
「그 젊어지는 약을 판다는 인간 말이구나. 어딜 가나 사기꾼은 한두 명씩 있기 마련이지.」
리스가 혀를 끌끌 차며 팔짱을 꼰 채 프레사를 마주 보았다.
프레사는 그의 머리를 톡톡 부드럽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 만든 가짜 약을 찾아야 하는데, 당연하게도 약제부에는 없을 거예요. 저택이나 다른 은밀한 공간에서 만드는 게 분명해요.”
「멍청이가 아니라면 그렇겠지. 그럼 그 저택에 들어가 보는 건 어떠냐?」
“……루퍼트 저택을요?”
「그래. 인간 귀족들은 파티를 자주 여니 어렵지 않을 텐데.」
“파티…….”
확실히 루퍼트 저택에 들어갈 마땅한 이유를 찾자면 역시 파티였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쯤 벤 루퍼트의 생일 파티가 열린다고 했던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여기고 싶었으나 공교롭게도 프레사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들이 프레사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으니 당연했다.
‘파티에 초대받을 만큼 확실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바로 근처에 있었네.’
프레사는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모두가 사랑하는 황제의 약혼자이자 강한 권력을 지닌 집안의 고귀한 아가씨.
바로 아이리스였다.
아이리스라면 분명 프레사를 도와줄 테지.
‘하지만 그냥 파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잠시 고민하던 프레사는 현실적인 문제를 꺼내 들었다.
“온갖 귀족들이 다 올 테니 구분하는 건 어려울 거예요. 구분할 방법이 있다면 모를까.”
「그럼 구분할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느냐.」
“……그렇네요?”
프레사는 무심코 내뱉은 말에서 정답을 찾고 잠시 당황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지?
아무래도 새로운 장소에 와서 생활하느라, 또 검은 덩어리와 세계수 일에 몰두하다 보니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모양이었다.
“루퍼트 부자를 미행해야겠어요.”
꽤 고전적이지만, 나름 효과적이고 비용 대비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큰 방법이었다.
프레사는 씩 웃으며 손뼉을 딱 쳤다.
“변장을 준비해야겠어요, 리스 님. 그리고 협력자가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