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89화
“네?”
프레사가 당황해서 리카온을 올려다보았다.
“냄새라니…….”
설마 치치 때문인가? 방금 치치와 함께 있다 왔으니 그럴 가능성이 컸다.
“레사.”
프레사가 어떻게 둘러댈지 고민하는데, 리카온이 넌지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마치 무언가 짐작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어쩌면 리카온은 이미 프레사와 클로의 일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프레사는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가 결국 옅은 한숨과 함께 진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클로 씨를 만나고 왔어요.”
리카온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지만, 그는 섣불리 대꾸하지 않았다.
프레사는 볼을 긁적이며 말을 덧붙였다.
“치치가 아프다고 해서요. 리카온 씨는 위험하다고 했지만, 아직 그런 일은 없었어요. 그리고 클로 씨가 늑대인간인 거 저도 알아요.”
“…….”
리카온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입을 닫고 프레사를 빤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프레사는 힐끔 그의 얼굴을 살핀 후 다시 말했다.
“리카온 씨가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니까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네요. 미안해요.”
굳이 이런저런 변명만 하는 것보다 곧바로 사과하는 편이 나았다.
어차피 조만간 사실대로 말해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으니 차라리 잘됐다.
프레사는 거기까지 말하고 리카온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를 응시하던 리카온이 곧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말할 때까지 기다렸고.”
예상했던 대로 리카온은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하긴, 다른 곳에서 일어난 일도 꿰뚫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마탑에서 벌어진 일을 모를 리 없었다.
프레사는 리카온의 배려 아닌 배려가 새삼스러워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난번에도 그러셨잖아요.”
“아마 평생 그러겠죠.”
프레사는 리카온이 당연하다는 듯 내뱉은 말에 조금 당황해서 한 박자 느리게 물었다.
“……평생 함께 있으려고요?”
“당신은 그러지 않을 생각이었습니까?”
리카온이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프레사는 아연해서 입술을 닫았다.
리카온이 이렇게 솔직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프레사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정말 이상한 사람.
꽤 긴 시간 함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마다 꼭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너무 직설적이라 어색하다고 해야 하나.
‘많은 일을 같이 겪었으니까 가족 같은 거겠지.’
말없이 리카온을 바라보던 프레사는 단순하게 결론 짓기로 했다.
여기서 괜히 이러니저러니 말을 더해 봤자 오해만 깊어질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었는데, 리카온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아무리 리카온 씨라고 해도 이 정도 거리는 문제가 있지.’
프레사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다가 결국 재차 사과하며 주제를 환기했다.
“어쨌든 거짓말한 건 미안해요. 정말 위험한 일은 없었어요. 그냥 치치가 더위를 먹었더라고요.”
“털 짐승이니 더울 만도 하죠. 클로는 그런 건 잘 모르는 녀석이라서. 내가 손을 쓸 테니 당신은 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다행히 리카온은 순순히 프레사가 말을 돌리는 대로 반응했다.
물론 프레사에게 이 일에서 손을 떼라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프레사는 외로워 보이던 클로가 신경 쓰여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대놓고 그럴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리카온은 프레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내 방으로 가죠. 식사를 준비해 뒀습니다.”
어쩌면 리카온은 프레사가 무슨 대답을 할지 알고 있어서 굳이 재촉하지 않은 듯했다.
프레사는 리카온의 눈을 빤히 마주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늑대인간 저주에 관해 리카온 씨에게 묻는 건 힘들겠어.’
그렇다면 프레사가 상의할 수 있는 존재는 한 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