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의 결말은 죽음이었습니다만 107화
뒷모습만 봐도 리카온이었다.
하늘에서 마탑주가 떨어지는 일은 몇 번을 겪어도 여전히 놀라웠다.
어쨌든 프레사는 지금 무슨 사달이 벌어질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리카온의 손가락 끝에 모인 마법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칼리스투스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려는 것이다.
“잠깐, 리카온 씨!”
프레사가 반사적으로 리카온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분은 리스 님이에요!”
“…….”
리카온이 그제야 프레사를 돌아보았다.
그는 분명 프레사의 방에서 터져 나온 음산한 기운을 느끼고 이곳으로 날아온 것이다.
프레사가 생각하기에도 그 기운은 세계수나 정령이 내뿜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
마법사인 리카온에게는 아마 더 그랬을 터였다.
‘게다가 리카온 씨의 영역이니까.’
프레사의 말에 리카온이 딱딱하게 굳었던 표정을 풀고 칼리스투스를 응시했다.
“당신이 정말 프레사의 정령입니까?”
“그렇게 말하니 내가 하위 존재처럼 느껴지는구나, 마탑주여.”
칼리스투스가 미간을 좁히며 되받아쳤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는 풍경은 꽤 흥미진진했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 둘이 서 있으니 보기 좋구나.’
프레사가 다소 가벼운 생각이나 하는데 리카온이 차가운 투로 말했다.
“내 땅에서 무슨 일을 벌인 겁니까? 레사에게 해를 끼치려고 한 건 아닙니까?”
“처음부터 눈치챘지만, 이 인간은 정말 시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너 따위에게 대답해 줄 의무는 없다.”
“대답해야 할 텐데.”
“하게 해 보든가.”
어째 정령과 인간일 때보다 사이가 더 안 좋아진 듯했다.
프레사는 서둘러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럼 이제, 뿌리로 갈 수 있는 건가요?”
“……아직 잘 모르겠구나. 본 모습을 되찾았다고 해서 능력까지 전부 되돌아온 건 아니니.”
칼리스투스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수와의 공명 덕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능력까지는 아닌 모양이었다.
본인의 몸 상태를 가장 잘 느끼고 있을 테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은 요정일 때보다는 더 맑은 기운이 느껴져.’
계약자인 프레사는 리스의 곁에 있을 때마다 종종 기이할 만큼 독특한 기운을 느낀 적이 많았다.
지금은 그보다 더 깨끗하고 순수한, 온 세상의 숲을 이곳에 옮겨 놓은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니 분명 전보다는 꽤 많은 능력을 되찾은 것이다.
프레사가 차차 더 회복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려는 순간, 리카온이 불쑥 내뱉었다.
“무능력하기는.”
“무례한 인간의 주둥이를 조용하게 할 정도의 힘은 있다만.”
둘이 또 서로를 바라보며 신경전을 벌이는 탓에 프레사가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손뼉을 짝 치며 두 사람의 주의를 잡아끌었다.
“자, 일단 점심 식사나 같이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