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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가 되었다-12화 (12/154)

〈 12화 〉 Mi­go

* * *

미고는 희귀한 금속 광맥을 찾아다니면서 광산을 만들고 있었다.

설명대로 지구 정복에 관심이 없는 건지 르뤼에에 잠들어 있는 크툴루를 두려워하는 건지 야욕을 보이진 않는다.

물론 보였으면 내가 손을 썼겠지만.

광산을 만들고 나서는 우주 밖으로 날아가서 가끔씩 찾아왔다.

아무래도 전초기지인 유고스, 명왕성에 있는 거대 식민지로 간 거 같은데 사람이 끌려간 것도 아니고 관심은 없었다.

광산에서 희귀 광물이 떨어지면 다른 광맥을 찾아다녔는데 지구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 아시아에서 사람들에게 들키는 일도 있었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광맥을 찾다가 우연히 사람들에게 발견되었고 우연인지 미고라고 불렀다.

찾아보니 그들의 말로 예티, 설인을 미고라고 부르는 거 같은데 설인이라고 하기엔 생긴 게 좀 다르지 않나 싶다.

1.5미터 정도 길이의 분홍색 생물과 하얀 털의 유인원이 똑같이 보이나 생각해봤지만 전설이란 건 쉽게 바뀌는 법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아니면 최면을 걸어서 다른 생물로 보이게 했다던가 그랬겠지.

이후로 점점 인간들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CCTV같은 게 나와 활동 범위가 줄어드는 듯싶었지만 육체를 이루는 물질이 외계의 것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몸이 특수한 진동수로 공명해서 그런 건지 카메라에 잡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인구수가 많아져서 대놓고 돌아다니긴 어려워졌는지 조심히 다니기는 하지만 종종 발견되어 UFO로 오해받는 일도 많이 있었다.

언제는 세뇌한 사람을 대리인으로 이용해 정부와 거래를 한 적도 있는데 약간의 기술력을 대가로 어떤 지역을 빌린 것이다.

그 지역은 희귀 광물을 채취하기 위한 광산도 있었지만 인간에게 관심이 생긴 건지 실험을 위한 연구소도 있었다.

물론 기술력을 대가로 거래를 했기 때문에 실험소에는 몇몇 인간 연구원도 함께 있었다.

그 연구원들은 처음엔 미고의 생김새에 놀라며 거리를 두었지만 점점 그들의 뛰어난 의학과 생물학에 매료된 건지 처음 보였던 태도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미고가 빌린 광산과 연구소가 있는 지역은 접근금지구역이 되었고 많은 소문과 음모론을 만들어 냈다.

사람들에게 35구역이라고 불리게 된 미고들이 빌린 지역은 광산은 물론 연구소도 지하에 있어 지상에 아무것도 없는 휑한 구역이었다.

하지만 그런 텅 빈 지상을 철조망을 세우고 경고판과 어딘가에서 고용된 경비 병력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미고가 명왕성에 있는 기지에서 식량을 받아오기 위해 비행을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UFO를 봤다고 착각하면서 음모론에 더 살을 붙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35구역의 비밀을 파헤쳐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

내가 지금 관찰하고 있는 사람은 전직 군인인 인터넷 방송인이다.

잠입에 특화된 특수 부대에서 근무를 했었지만 사고를 몇 번 쳐서 전역을 하고 연금을 받으며 사는 중이었다.

관심을 받는 걸 좋아하는지 인터넷에서 방송을 하며 어그로를 많이 끌었지만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방송을 하다가 35구역에 대한 소문을 들으면서 이거다 싶었는지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전 직업에서 했던 일을 되살려 35구역을 제대로 조사해서 인터넷에 올릴 생각인가 보다.

멀리서 35구역이 보이는 곳에서 며칠동안 경비의 순찰 루트를 관찰하던 그는 방비가 약한 장소를 찾았는지 잠입을 위한 도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철조망을 끊어 내기 위한 공구와 캠코더, 그리고 만일을 대비한 권총까지.

이 녀석이 제정신인가 싶었지만 군대에서 사고까지 친 관심에 미친놈인데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총을 써도 잡히는 건 저 녀석이니까.

밤에 잠입을 할 예정인지 어두운 옷과 모자, 마스크까지 가방에 준비해 두고는 출발을 했다.

35구역 근처의 지역까지 차를 타고 가선 옷을 갈아입고는 공구를 들고 봐두었던 곳을 향했다.

경비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철조망을 자르고는 내부로 잠입한 그는 어딘가에 있을 통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십 분 정도 돌아다녔을까.

—저벅저벅

유독 경비원들이 순찰을 많이 도는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경비가 너무 삼엄하다 보니 들어갈 틈이 안 보이는 듯했다.

'그래도 연구소까지는 들어가야 재미있을 테니까 조금은 도와줄까.'

순찰을 돌고 있는 경비 중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은 제외하고 입구 쪽에서 지원을 보낼 만한 위치를 찾다가 딱 맞는 사람을 찾았다.

"정신 착란을 쓸까. 아니면 괴물을 소환할까."

정신 착란을 일으킨다면 경비 전체에게 쓰지 않는 이상 금방 돌아올 것이고, 괴물을 소환하면 시간이 다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목을 끌 것이다.

하지만 경비 업체는 자기들을 고용한 것의 정체—미고의 존재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괴물을 소환한다면 사건이 더 커질 것은 자명했다.

저들은 자신이 그저 그런 기밀 실험실이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역시 정신 착란이 낫겠다. 그럼 빨리 주문을 써야지."

2인 1조로 순찰을 돌고 있는 경비원들.

그들을 대상으로 주문을 시전했다.

"사람의 환각을 보여 주면 침입자인 줄 알겠지. 무장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해야 지원도 부를 거고."

순찰을 돌던 경비는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환상을 목격한 것인지 자신들만의 총격전을 벌이며 지원을 요청했다.

총성과 함께 지원요청이 들어와서 그런지 입구 쪽의 경비 몇 명이 빠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연구소로 들어간 그를 새하얀 복도가 맞이한다.

밤에 잠입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몸을 도배한 그는 하얀 복도와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

복도에 들어서자 가져온 캠코더를 켠 그는 조용히 복도를 거닐기 시작했다.

밤이라서 모두들 퇴근한 것인지 비어 있는 실험실만이 캠코더에 찍히고 있었다.

"이러면 허탕인데…. 뭐를 연구하는지만 찍고 빠져나가자."

이렇게 작은 소리로 말하던 그는 다른 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복잡한 기계 장치들과 연결된 수많은 전선.

이런 기계에는 문외한인 그는 그저 시청자들이 알아보겠지—라는 생각으로 찍는 거 같았다.

그렇게 몇 분 정도 둘러봤을까.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렸다.

"이봐! 나 좀 구해줘!"

갑작스레 들린 말소리에 놀란 그는 캠코더를 놓칠 뻔했지만 어찌저찌 떨어뜨리는 건 면할 수 있었다.

"어디야?! 혹시 나를 놀리는 건가?"

"나는 바로 네 앞에 있다고!"

그 실험실에는 스피커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방을 여기저기 살펴보던 그는 자신에게 말을 건 누군가에게 대답했다.

"어디서 말하고 있는거야? 혹시 이게 사실 빈 공간이었던 건가?"

그는 자기 눈앞에 있는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사실은 빈 공간이 아닐까 생각하는 모양이다.

진실을 마주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게 아니야! 혹시 전선이 이어지는 곳이 보여?"

"뭔데 초면부터 반말이지?"

"젠장! 전선이 이어지는 곳이 보이십니까?"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어딘가로 이어져 있군."

"책상 위를 보시면 전선과 연결된 원통 같은 게 보이실 겁니다."

"혹시 함정은 아니겠지?"

그는 원통을 향해 경계하면서 다가갔지만 그저 무언가가 들어 있는 통이었다.

"뭐야 이거. 도대체 뭐가 들은 거지?"

그는 통을 둘러보며 뭐가들었는지 살펴보다가 유리로 된 부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으아악!"

—무언가의 뇌가 들어 있었다.

깜짝 놀란 그는 넘어졌고 기계 장치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보이십니까? 그게 제 뇌입니다."

"이건… 대박이군."

"뭐라고요?"

"조회수가 십만은 가볍게 넘겠는걸! 아니, 십만이 뭐야 백만도 가능하겠어!"

"이봐요. 지금, 이게 심각한 상황인걸 모르겠습니까? 무슨 외계인도 있었다고요!"

그는 영상을 올린 후의 반응을 상상하는 것인지 귀가 안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상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봐요? 이봐요! 제 말 안 들립니까?!"

"아, 집중깨지게 정말. 뭐 어쩌라는 거야."

"이 연구소 안 어딘가에 제 몸이 있을 겁니다. 빨리 제 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요!"

"아니 통으로 옮겨진지 오래된 거 같은데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죽었겠구만."

"살아 있었다구요! 제가 옮겨지고 몸을 봤을 때도 가슴팍이 움직이고 있었어요!"

"잘못 본 거 아니야? 뇌가 없는데 어떻게 몸이 살아 있겠어. 그건 그렇고 외계인 이야기 좀 해 봐."

"제 몸을 찾아주신다는 약속을 하시면요."

그는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연구소도 더 둘러볼 예정이니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다.

"하아, 그래. 약속하지. 연구소는 더 둘러볼 예정이었으니까."

"그 외계인은 곤충같이 생겼어요. 갑각질의 몸에 여러 개의 마디가 있는 다리, 그리고 무슨 날개까지 달려 있었죠."

"그거 참 신기하게 생겼네. 또 다른 건?"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하더군요. 협박당해서 있는 건지 자발적으로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도 있어요."

"그렇군."

들을 이야기는 다 들었다는 건지 그는 나갈 준비를 했다.

"이봐요! 약속은 지키실거죠?"

"그럴 거라니까. 당신 몸을 여기로 가져오든 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저 녀석,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이겠지.

그렇게 실험실에서 나간 그는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들어간걸까.

새하얀 복도를 걷던 그는 마침내 통 속의 뇌가 말한 외계인이란 것을 만나게 되었다.

생각했던 거보다 더욱 기괴하게 생겨서 그럴까.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권총을 꺼냈다.

"침입자가 있었군."

사람의 말을 완벽히 이해하고 따라 하고 있었지만 뭔가 불쾌한 감이 있었다.

그는 더욱이 불쾌하다고 느꼈는지 총을 발사했다.

"총알이나 먹어라 이 외계괴물아!"

—탕!

총알은 정확히 머리같은 부분에 명중했고 미고는 곧바로 쓰러졌다.

확인사살을 위해 몇 발을 더 쏜 그는 죽었다고 느꼈는지 가까이 다가갔다.

"별거 아니었군."

미고의 사체를 캠코더로 찍던 그는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총성을 들은 건지 미고 둘이서 그를 향해 다가왔다.

미고는 녹색 점액으로 된 그물 같은 것을 입고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저건… 생체 그물 갑옷과 전기총이군. 상점에서 봤었지."

성인 남성의 주먹만한 검은 금속덩어리에 가느다란 철사가 감겨져 있는 생김새를 가진 전기총을 그를 향해 겨눴다.

그는 총을 쏴보지만 갑옷에 막혀 피해를 입지 않는 모습을 보자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전기총에서 발사된 푸른 전기가 그를 무력화했다.

"끄어억!"

전기 때문에 근육이 경련하면서 마비가 된 그는 고통이 엄청났는지 의식을 잃고말았다.

미고들은 죽은 동족의 사체를 바라보더니 그를 어딘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전에 만났던 녀석처럼 되겠지.

예상대로 미고는 그에게서 뇌를 추출하더니 뇌 보관통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추출한 뇌를 넣더니 보관통을 기계 장치에 연결했다.

"이게, 뭐야!"

"우리의 기술을 훔치려는 불청객이 일어났군."

"뭐? 무슨 소리야!"

"변명은 소용없다. 일단 여기서 간단한 처벌을 하고, 유고스로 보내도록 하지."

"그게 무슨, 윽, 끄아아!"

뇌에다가 무언가 연결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고통을 주는 건지 신기했지만 미고의 기술력이겠지.

그렇게 미고가 처벌을 계속하다가 무언가를 보여줬다.

"오, 저건 확실히 엄청난 처벌이겠네."

뇌 보관통과 연결된 감각장치 중 카메라가 달려 있는 곳을 통해 어떤 화면을 보여 준다.

그건 뇌가 빠져나간 그의 시체였다.

그가 자신의 몸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묻지만 미고는 간단한 행동으로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고가 어떤 버튼을 누르자 그의 육체가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스피커를 통해 그가 발광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미고는 신나는 음악이라도 듣는 것처럼 즐거워할 뿐이었다.

지구에서의 간단한 처벌이 끝난 건지 보관통의 소켓에서 전선을 분리한 미고는 유고스로 뇌 보관통을 보냈다.

과연 그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 궁금했지만 지구에서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했으니까.

사실 다른 이유도 있긴 했다.

­지구본 업그레이드 : 1000000pt

"무슨, 이게 얼마야."

0이 여섯 개. 자그마치 백만 포인트.

태양계뿐만 아니라 다른 우주도 관측할 수 있어서 그런 걸까.

지금의 나에게 너무나도 비쌌다.

"이제 슬슬 리셋이나 해야겠다."

내가 지구에 뿌려 둔 종족과 관련된 시나리오도 대충 즐겨봤고.

[리셋하시겠습니까?]

[포인트 : 100320]

[엔딩 ­ 통 속의 뇌]

"오, 십만포인트나 받았네."

역시 지구에 풀어둔 게 많아서 그럴까.

점점 얻는 포인트가 늘어나고 있었다.

[과거의 기록을 저장하시겠습니까?]

­옛 존재들

­유고스에서 온 균체

­르뤼에에 잠든 자

­딥 원의 주인

올드 원과… 미고를 말하는 것이겠지.

크툴루와 다곤도 기록되었고 말이야.

나쁠게 없으니 당연히 저장해 둔다.

"으아— 재밌었다."

나는 기지개를 펴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다음에는 뭐를 사용할지 생각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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