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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가 되었다-15화 (15/154)

〈 15화 〉 르뤼에에 잠든 자

* * *

지구­004를 끝내고 나는 생각했다.

여태까지 대충 봐와서 지구­004에서 비밀 단체라던지 크툴루를 숭배하는 집단을 찾아보지도 않았다는 걸 말이다.

르뤼에에 잠들어 있다고 해도 세상에 퍼져 있는 딥 원이나 다른 사람들이 신앙을 퍼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약물이나 광기 때문에 르뤼에의 환상을 본 사람도 있을 거고.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존재를 보고는 르뤼에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크툴루를 깨우려는 단체와 그걸 막으려는 주인공.

좋은 그림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구­005는 아무 추가도 없이 시작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개인과 단체의 싸움이면 대부분은 당연히 단체가 이길터.

치트키인 하윤이를 데려올까?

아니 그러면 재미가 없을 거다.

물론 동행이 있다면 구경하는 맛이라도 있겠지만 사건을 빠르게 해결하려고 혼자서 가겠지.

뭐가 좋을까 생각하더 저번에 생각했다가 잊어버린 그것이 떠올랐다.

개조용 인간.

처음에는 신이 보낸 대전사 컨셉으로다가 해 보려 했지만 결국 무산되었지.

이번에 한 번 써봐야겠다.

나는 개조용 인간을 구매하고 여러 가지를 설정했다.

20대 중반의 남성에 대부분의 능력은 일반인보다 뛰어난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

주인공으로도, 조력자로도 뛰어난 역할이다.

하지만 크툴루의 부활을 위해 암약하는 집단이라면 총기를 가지고 있거나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존재도 있을 거다.

딥 원들도 함께 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런 단체 한가운데에 떡하니 던져둔다?

그러면 포인트 낭비나 마찬가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의식을 위해 바칠 제물로 사람을 납치하는 곳도 있겠지.

사람이 갖혀 있는 곳에 몰래 넣어 두면 알아서 탈출하려 할 터.

그렇게 탈출하는 과정에서 진상과 마주하게 되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가 된다.

그렇다면 빨리 사람들을 납치하는 집단을 찾아보자.

그렇게 검색을 하며 찾았더니 내가 생각했던 곳이랑 딱 맞는 단체를 찾았다.

지하 깊이 숨겨진 곳에서 크툴루의 부활을 위해 암약하는 단체.

딥 원과 그것의 혼종도 함께 있고 여기저기 흩어진 납치당한 사람들도 보인다.

납치당한 사람들이 갇혀 있는 컨테이너 중 하나.

모두 아직 잠들어 있는 건지 기절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곳이 좋겠다.

눈을 감은 사람들 사이로 개조용 인간—제임스를 던져둔다.

물론 남들처럼 밧줄로 묶어두는 건 잊지 않고 해 두고.

이윽고 하나둘 씩 사람들이 일어난다.

일어난 사람들은 이상한 곳에 묶여 있다는 사실에 패닉이라도 왔는지 밧줄을 풀어 보려 이리저리 날뛰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런 소란때문에 어느새 깨어난 제임스가 눈을 찌푸린다.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을 테니 당연하겠지.

제임스는 내가 부여해 둔 지식을 이용해 밧줄을 풀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도 풀어 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안에는 외향적인 사람들뿐인건지 대화가 수월하게 이어진다.

모두들 납치당할 때의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데.

들어 보니 모두 납치당하는 기억은 없고 애매하게 끊어져 있다고 한다.

납치할 때 무슨 술수를 부린 건지 아니면 충격적인 것을 봐서 스스로 지워 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제임스도 편하게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기억을 잃었는데 그게 좀 더 심할 뿐이라 생각하겠지.

서로 소개를 마친 사람들은 방 안을 수색하고 있었다.

찾아볼 곳은 캐비넷 몇 개밖에 없었지만.

그 안에도 밧줄과 어두운 색의 모포 여러 개를 빼면 아무것도 없었고.

사람들은 어디선가 쓸모 있을 거라며 그것들을 들고는 문을 열었다.

바깥은 불이 켜져 있는 컨테이너보다 어두웠지만 바닥에 은은한 빛을 내는 돌이 듬성듬성 박혀서는 길처럼 이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모포도 어두운 색상이니 뒤집어쓰고 가면 잘 안보일 거라며 모포를 둘러입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사람들은 바닥에 빛나는 돌을 따라 길을 나섰다.

그렇게 얼마나 길을 따라갔을까.

두 갈래로 나눠진 길이 있었다.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나눠졌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아니면 여기서 누군가를 기다리냐.

그렇게 의견을 나누다가 결국은 어느길 한쪽으로 가기로 정했나보다.

반으로 나눠져서 둘 다 가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이런 공간이라면 평범한 납치범이라고는 생각이 안 들겠지.

그렇게에 더더욱 뭉쳐서 다니는 거고.

그렇게 길을 따라서 가자 컨테이너가 여러 개 있었다.

창문을 통해서 보자 창고인걸 알아차린 그들은 아무도 없는지 살펴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제임스와 다른 남자 한 명은 경계를 하겠다며 밖에 있었다.

창고 안에는 수많은 여행 배낭이나 가방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자신들의 가방도 찾은 건지 내용물을 뒤지고는 무언가를 추측하고 있었다.

안에서 일행들이 그러는 와중 보초를 서고 있던 둘은 창고쪽으로 다가오는 사람 두 명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딥 원 혼종인 거 같은데 돌격소총도 가지고 있었다.

저건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아마도 AK­47인 거 같다.

이대로 창고에 들어가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둘은 혼종들을 제압하려 했다.

함께 있던 남자가 뒤쪽에서 붙잡자 당황한 혼종이 소리를 내고 그걸 들은 다른 혼종이 고개를 돌린다.

그 틈을 타 제임스는 쏜살처럼 다가가 한 명을 순식간에 바닥에 메다꽂았고 그다음에 붙잡힌 녀석의 목젖을 강타해 기절시켰다.

바깥의 소란에 창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제압된 혼종들을 볼 수 있었다.

혼종들의 생김새에 충격을 받은 건지 약간의 침묵이 있었다.

약간씩 나 있는 비늘과 비정상적으로 큰 눈이 인상적인 혼종은 딥 원만큼은 아니여도 충격적이겠지.

정신을 차린 일행은 가져온 밧줄로 녀석들을 묶고는 총을 획득했다.

총 외에도 다른 물건은 없나 살펴봤지만 아무래도 창고에 보관된 가방에서 무언가를 챙기러 온 것인지 무전기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총은 혼종들을 제압한 둘에게 주어진 듯하다.

아무래도 둘 다 건장하기도 하고 제임스에게는 사격 실력도 부여했으니까.

하지만 다른 쪽은….

건장하긴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라 총을 잘 쏠 거 같지는 않다.

한국인이나 다른 총기 허용 국가 출신의 사람이 아니라면 총을 만져 본적도 없겠지.

그래도 총이란 게 총구만 제대로 겨누면 되는 것이니까 드는 게 좋겠지.

그렇게 혼종들을 창고에 가둔 일행은 다른 컨테이너도 살펴봤지만 전부 잠겨져 있어 큰 수확은 없었다.

그나마 자신들의 가방을 챙긴 정도일까.

그렇게 다시 길을 나선 일행은 교차로에 다시 도착했다.

이번엔 안 갔던 길로 향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아무래도 방금 혼종 두 명을 만났으니 경각심이 생겼겠지.

그렇게 길을 쭉 따라가다 보니 큰 공터같은 게 나왔다.

아무래도 의식장같은 곳인 거 같은데.

무언가 새겨진 기둥이 여덟 개가 보이고 그 가운데에 제단이 보였다.

제단에는 사람 같은 게 여러 명이 있었다.

로브를 쓴 딥 원 둘과 경비를 서고 있는 혼종들이 보인다.

일행들도 그것이 보였는지 멈춰 섰다.

총으로 해결하고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납치범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데 도박을 할 수 없었는지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지형을 보면 공터는 좀 더 아랫쪽에 있어서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하고 양 옆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었다.

하지만 절벽의 높이는 상당히 높아서 일반인이라면 올라갈 엄두도 못 내겠다.

그래, 일반인이라면.

제임스는 왠지 올라갈 수 있다고 느낀 건지 밧줄을 허리에 묶고는 등반을 하기 시작했다.

밑에서 일행이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었지만 다행히 잘 올라갔다.

…너무 먼치킨으로 만들었나.

비교 대상이 하윤이여서 그런가 아무리 무언가를 줘도 부족해 보였는데 너무나 유능했다.

하긴 콘크리트 벽도 맨손으로 부수는 사람과 비교하면 누구든지 약해 보이겠지.

아무튼 올라간 제임스는 밧줄을 내려 일행을 올라올 수 있도록 했다.

절벽 위에서 안전하게 가고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제임스가 특수부대 출신이 아닐까—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기억이 없는 그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고.

그렇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절벽을 계속 걷자 어느새 의식장 건너편쪽으로 넘어온 것 같았다.

작은 바위인지 기둥같은 거엔 밧줄 사다리가 묶여 있었고 그 앞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문이 하나 있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을 발견한 일행들은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고는 어떤 여자가 문에 귀를 대면서 엿들어 보더니 TV소리 같은 게 들린다며 몇 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누군가 무전기를 이용해 나오게 하면 어떨까—하고 물어봤지만 음질이 좋으면 들킬 가능성이 있어 기각되었다.

그렇다고 총을 쏘면 총성때문에 아래나 위에서 증원이 올게 뻔한 상황이고.

그렇게 논의하다 나온 결과는 밧줄 사다리를 풀고 문에 노크를 해서 누구든지 나오게 하는 작전이었다.

노크한 후 제압하고 돌입하는 역할은 제임스가 맡기로 하고 문 옆의 벽에 밀착했다.

제임스가 일행을 쳐다보자 다들 끄덕거리면서 어디서 주워 온 돌멩이를 들고 있었다.

이윽고 노크를 하자 누구냐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몇 초 후에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 일행 중 하나가 돌을 던지고 돌바닥에 부딪치자 나는 둔탁한 소리에 나온 사람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고 제임스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손날로 목을 강타하고는 명치에 한 방.

그리고 멱살을 쥐어 잡고는 방패 삼아 방으로 진입한다.

안에는 두 명이 있었는데 두 명 모두 TV를 보던 자세로 당황해하며 무기로 손을 뻗었다.

금방 일어나 권총을 집으려 하고 있는 녀석에게 잡고 있는 고기 방패를 힘껏 던진 후 아직 앉아 있는 녀석에게 달려든다.

그대로 얼굴에 주먹을 날려 주니 눈이 헤까닥 돌아갔고 그대로 자기 위에 엎어져 있는 사람을 치우려는 녀석에게 다가가 머리를 걷어찬다.

그렇게 세 명 모두 기절시키고 방 안을 확인하고는 바깥의 일행에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일행들은 대단하다며 제임스를 추켜세우고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 안을 둘러보면 보이는 TV와 달력.

그리고 책상 위에는 일지같은게 놓여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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