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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가 되었다-20화 (20/154)

〈 20화 〉 수수께끼의 저택

* * *

잠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저택을 살펴봤다.

제임스는 아직 윗층의 방에서 자고 있었기에 나는 다른 방을 살펴봤다.

주방에 식당, 응접실, 손님용 방, 그 이외의 다른 용도의 방도 있었다.

차라리 나도 몸 크기를 조절해서 이곳에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겐 지금의 방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거 관리를 안 해도 되는 건가?"

저택으로 몰래 들어갈 곤충이나 동물은 없으니 거미줄같은 게 생기지는 않겠지만 먼지같은 건 쌓이지 않을까.

게다가 제임스 혼자 살기엔 넓어 보이기도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개조용 인간인 좀 더 사야 하나…. 상점이나 좀 둘러보자."

그렇게 상점을 둘러봤지만 쓸모 있어 보이는 하인은 인외의 존재여서 그냥 개조용 인간을 쓰기로 했다.

포인트도 많으니 여러 명을 사서 저택을 관리하게 해야겠다.

일일이 설정까지 다 하고 저택에 배치하니 이제야 좀 사람이 사는 곳같다.

"서재에는… 평범한 책보단 마도사가 좋겠지. 물론 출입은 못하게 하고."

이전에 상점에서 봐두었던 마도서도 구매해서 서재의 책장에다 꽂아둔다.

이곳에서 사는 건 좀 그렇지만 가끔씩 휴식할 겸 찾아가는 건 나쁘지 않겠지.

멀리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직접 제임스를 만나 보는 것도 좋을 거 같고.

"아, 원래 계획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괴물에게 쫓기는 그런 시나리오였는데."

어느 날 일어나보니 깨어난 곳은 와본적도 없는 수수께끼의 저택.

그리고 그들을 쫓는 괴물과 도움을 주는 의문의 조력자.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엉성하긴 하다.

세상에는 인과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물론 나의 재미가 원인이지만 그들에게 와닿는 원인은 아닐 테니.

"하아, 이렇게 머리쓰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그냥 처음 시나리오기도 하니까 마도서로 실험을 하다가 SAN치가 떨어진 미치광이로 할까?

의식의 실패로 얼떨결에 의문의 저택으로 소환된 사람들.

다이스를 잘못 굴려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미치광이와 영문도 모른 채 그에게 쫓기는 인물들.

일단 저택은 하나 더 사자.

이럴 때 쓰라고 있는 포인트인데 아껴봤자 좋을 것도 없지.

나는 제임스가 잠들어 있는 저택보단 약간 작은 것으로 골랐다.

규모가 너무 크면 단서를 찾기 어려울 테니까.

그렇다면 이제 개조용 인간을 하나 더 사서 미치광이로 만들어야겠군.

그리고 맨 윗층의 방에 잠시 가둬두자.

이제는 지구­006에서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사람이 많으면 난이도가 쉬우니까 두 명 정도가 적당하겠다.

물론 말도 통하게 해야 하고.

돌아갈 때는… 그냥 원흉을 처치해서 돌아가게 되었다—라는 식으로 하자.

귀찮게 주문을 이용해서 돌아가야 하느니 어쩌니 하기엔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게 귀찮다.

그 정도 실력이면 일반인일리는 없으니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게 무작위로 찾아보다가 영국의 어떤 탐정과 미국의 한 대학생이 선택되었다.

"탐정은 이름이… 존 왓슨? 허, 부모님이 셜록 홈즈의 광팬인가 보군. 그리고 대학생은 이름이 브라운인가."

둘을 저택에 로비에 초대한다.

물론 휴대폰이나 무기로 쓸 만한 소지품은 전부 빼앗고.

로비의 대리석 바닥에 웅크린 채로 누워 있는 저들은 올라오는 냉기에 추위를 느낀 건지 오들오들 떨다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눈을 뜨자 보이는 다른 풍경에 당황해하며 서로 경계를 하지만 모두 납치당했다는 것을 깨달고는 자기소개를 했다.

'아, 마도서를 조사한 흔적같은 것도 방에다가 둬야지. 그걸 깜빡할 뻔했네.'

내용은… 무슨 공간 이동 실험으로 하면 좋을까.

시전자가 취소하거나 죽으면 소환물은 돌아가게 된다는 것도 적어두고.

좋아, 이제 2층의 서재에다가 두면 끝이다.

나는 잠시 서재에다가 종이 더미를 두고는 다시 로비를 봤는데 둘이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뭐야. 벌써 조사 시작인가.'

1층을 살펴보니 로비 옆의 식당을 조사하고 있었다.

물론 방금 산 저택이라서 누가 살았던 흔적은 전혀 없고 먼지 같은 것도 티끌만큼 쌓이지도 않았겠지만.

오히려 사람이 없는데 완벽히 청소되어 있는 것에 이상한 점을 느낀걸까.

오싹해 하는 모습이다.

그들은 이어서 식당과 이어진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는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는건지 조리도구와 식칼은 제대로 있었다.

존과 브라운은 식칼을 찾고는 호신용으로 쓰면 좋겠다는 듯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지금이면 슬슬 풀어 줘도 괜찮겠지.

맨 윗층의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 녀석에게 명령을 내려 저택을 돌아다니며 인간을 공격하라고 했다.

문을 열고는 천천히 나오는 녀석.

계속 녀석이라고 부를 수도 없으니 이름이라도 하나 줘야겠는데.

흠… 김철수같은 느낌의 존 스미스로 할까?

아니, 저 탐정도 존이니까 뭔가 따라 하는 느낌이다.

그래, 에반 스미스로 하자.

'가라, 에반! 몸통—이 아니라 사람을 찾아라!'

흐리멍텅한 눈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에반이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전투력은 제임스와 비슷하게 했으니까.

물론 광기 때문에 실제로 맞붙으면 지겠지만 일반인을 상대로는 이길 것이다.

죽일 거 같으면 물러나라고 명령하면 되겠지.

내가 명령을 내리고 에반을 지켜보던 사이에 존과 브라운은 접객실로 향했다.

'집을 너무 안 꾸몄나…. 사실상 서재빼면 쓸모 있는 곳이 없네.'

기본적인 것은 갖춰졌지만 사람이 살던 흔적같은 건 당연하게도 전혀 없다.

물론 그런 분위기도 나쁘진 않겠지만 다음엔 좀 변형을 해야겠지.

에반은 계단을 내려와서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까지 큰 소리를 내거나 하지 않아서 들키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빨리 서재에서 그 종이를 발견했으면 한데….

"오. 이제 2층으로 올라가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고 바로 옆 방이 서재다.

운이 좋다면 한 번에 서재로 향할 거고 운이 안 좋다면… 그냥 죽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행히 그들은 서재로 곧바로 갔다.

'휴, 다행이네.'

서재에 들어간 존과 브라운은 책상 위에 날 봐달라고 말하듯 떡하니 펼쳐져 있는 종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읽더니 얼굴을 서서히 굳힌다.

지금 쯤이면 추격자 역할인 에반이 극적으로 나타날 때인 거 같다.

'서재 옆 방으로 들어가서 난리를 쳐라. 들어갈 때 큰 소리 내는 거 잊지 말고.'

내가 그렇게 명령을 내렸지만 명령이 너무 복잡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잇, 일단 계단을 내려가라. 그래, 거기서 앞으로 직진.'

광기 때문에 복잡한 명령을 이해하지 못해서 일일이 풀어서 말해야 행동에 옮긴다.

'그래, 조금만 더 앞으로. 거기다. 이제 문을 세게 열고 들어가고.'

—쾅!

에반이 서재 옆 방의 문을 발로 차서 들어가고는 가구를 부수기 시작한다.

서재에서 종이를 다시 읽던 둘은 그 소리에 놀랐는지 고개를 움츠리며 옆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존이 조심스레 벽으로 가더니 귀를 대고는 브라운에게 종이에 쓰인 내용의 주인이 옆 방에 있다고 말했다.

종이에 쓰인 내용대로라면 옆 방의 사람을 쓰러뜨려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며 작은 소리로 대화하고 있다.

정확히는 내가 만족할 정도면 다시 돌려보내주는 거지만 그게 그거겠지.

둘 다 주방에서 구한 식칼을 들고는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

한편 에반은 가구를 부수다가 무기로 쓰기 좋다고 생각한 건지 책상 다리를 들고는 다른 가구를 내리치고 있다.

저러면 나중에 치우기 귀찮을 텐데.

'에반. 이제 가구를 부수는 건 멈추고 밖으로 나가라.'

내 명령을 듣고 에반이 밖으로 나가자 몰래 나오고 있던 존과 브라운과 마주쳤다.

아까 내렸던 명령을 잊지 않은 것인지 책상 다리를 존에게 휘두르는 에반.

다급히 고개를 숙여 어떻게든 피했다.

무기를 크게 휘둘러 빈틈을 보이자 그걸 놓치지 않고 브라운이 식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이런 싸움에 익숙하지 못한 건지 무기의 길이를 생각 안 하고 휘두르기만 해 옷에 스치기만 했다.

잠시 뒤로 물러나는 에반.

그렇게 대치하는 셋의 사이로 긴장감이 흐른다.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에반을 둘은 잽싸게 피한다.

책상 다리로 바닥을 내려치자 수명을 다 했는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렇게 조각나며 튀는 나무 조각이 따가웠는지 브라운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존은 코트로 간단히 막고는 식칼로 에반을 찌르려 했지만 광기에 잡아먹혔을 그가 손목을 붙잡고는 식칼을 멀리 날려 버린다.

그리고 그대로 목을 붙잡아 벽에 몰아붙인다.

—쿵!

목이 잡힌 채로 들어 올려진 존은 주마등을 에반의 손목을 잡으며 저항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푹!

하지만 그새 정신 차린 브라운이 뒤에서 식칼로 찔렀고, 에반은 손을 놓고는 찔린 부위를 잡으며 비틀거렸다.

콜록거리며 숨을 쉬려는 존에게 다가간 브라운은 그를 부축하며 윗층으로 향했다.

'그만. 이제 됐다. 너는 다른 저택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될 거다.'

나는 에반에게 멈추라고 명령하고 그대로 제임스가 있는 저택으로 그를 옮겼다.

'여기 하녀들은 응급 치료도 할 수 있으니까 에반은 여기다 두고.'

나는 윗층으로 향한 둘에게 시선을 옮겼다.

존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주변을 살펴보는 브라운.

대화나누는 걸 들어 보니 자신은 분명 녀석을 찔렀는데 돌아가지지 않는다는 말이 들린다.

"하아, 그래. 이 녀석들도 돌려보내야지."

사람이 한 번 찌른다고 간단히 죽는 건 아니라며 아직 죽지 않았을 거라 말하는 존.

뭐, 죽진 않았지만 이대로 둬봤자 재미도 없으니 그냥 돌려보내야겠다.

과다출혈로 죽었다 생각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저 둘을 돌려 보낸다.

물론 바로 보내는 건 아니고 약간 빛이 나는 효과를 더해서 지금 보내고 있어요—라는 느낌의 공간 이동 주문이다.

둘을 돌려 보내고 텅 빈 저택을 본다.

"에휴. 역시 짧은 시간 동안 생각한 시나리오는 별로네.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올까."

그리 말하며 나는 침대에 누웠다.

저택, 저택이라.

역시 신화 생물이 등장해야 재미있겠지.

어딘가의 사냥개라도 풀어둘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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