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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가 되었다-21화 (21/154)

〈 21화 〉 수수께끼의 저택

* * *

어제는 조사를 하느라 새벽까지 일을 해서 너무나 피곤해 옷도 안 갈아입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지.

'망할 놈의 탐정일…. 언젠가는 꼭 때려쳐야지.'

잠꼬대를 심하게 부린 건지 등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운 매트리스가 아니라 딱딱한 바닥이다.

"으윽."

온몸이 뻐근하다고 느낀 나는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흐릿한 눈 사이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샹들리에—응?

우리 집 천장엔 전등이 달려 있는데.

갑자기 눈이 확 뜨인다.

급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지만 허름한 집과는 전혀 다른 고급스러운 재질의 바닥과 아까 봤던 샹들리에가 전혀 본 적 없는 곳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쓰러져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이, 이봐요. 괜찮습니까?"

어깨를 두들기며 괜찮냐고 물어보자 눈을 천천히 뜨더니 내 얼굴을 보고는 비명을 지른다.

"흐아악!"

"으악!"

서로 비명을 지르며 살짝 떨어지자 저 청년이 말한다.

"다, 당신은 누구신데 제 방에…?"

"주변을 둘러봐. 이렇게 호화로운 로비가 네 방이라고?"

"어, 어라? 나는 어제 분명히 내 방 침대에서 잤는데? 혹시 납치범?!"

"아니다 이 녀석아. 하루라도 이런 곳에서 살았다면 좋겠지만 말이지."

납치범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런 곳으로 납치하다니.

참 엄청난 부자인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넌 누구냐. 나는 존 왓슨. 영국에서 탐정일을 하고 있지."

"저는 브라운입니다. 지금 미국인이고 지금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납치당할 만한 신분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고?"

"20년 동안 살아오면서 나쁜 일은 해 본 적이 없는데요. 부자도 아니고."

"나도 하루벌고 먹고사는 빈곤한 탐정일 뿐인데 말이지. 일단 묶여 있지도 않으니 빨리 나가기나 하자."

"뭔가 좋은 대책이라도 있나요?"

"저기 대놓고 문이 있잖아."

"아."

브라운이라고 한 녀석에게 그렇게 대꾸를 하고는 커다란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대로 문손잡이에 손을 얹고 그대로 힘을 줘서 내리려 했지만 잠겨 있는 건지 마치 단단하게 굳은 것처럼 전혀 내려가지 않았다.

"잠금장치는 분명히 없는데 말이지. 바깥에서 잠구는 형식도 아닌데 왜 안 열리지?"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문이 안 열린다. 밖에서 무언가로 막아둔 게 아니라 손잡이가 굳은 것처럼 움직이질 않아."

"헉! 그럼 어떻게 하죠?"

"납치한 녀석의 생각이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 저택을 샅샅이 뒤져 봐야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번 로비를 살펴본다.

윗층으로 가는 계단과 옆 쪽으로 보이는 통로.

일단은 여기를 전부 살펴본 후 가는 게 좋겠다.

"이봐, 브라운이라고 했나? 저쪽으로 가지."

"어디로 가는 건가요?"

"그걸 알면 내가 납치범이지. 아무튼 빨리 가자고."

나는 믿음직하지 못한 브라운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여긴 식당인가 보군. 식탁 크기가 열 명은 더 넘게 앉을 수 있겠어. 게다가 이건… 진짜 금인가?"

"재질이 특이하네요. 마치 동물의 뿔같아요."

"어쩌면 상아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고급스러운 식탁을 살펴보며 슥—하고 손가락으로 문질러봤다.

그리고 손가락을 비벼보지만 먼지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좀 이상하군."

"뭐가요? 난 전혀 모르겠는데."

"먼지가 하나도 없어."

"그거야 이 정도 저택이면 메이드라던지 집사가 관리하지 않을까요?"

"로비에서 일어났을 때 사람이 있긴 했나? 이 정도 저택이면 많은 사람이 관리를 해야 할 텐데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았어."

"그건 좀 이상하긴 하네요."

그렇게 식당을 살펴보다 더욱 안쪽으로 향했다.

안쪽에는 커다란 오븐과 가스 버너, 그리고 다양한 조리 도구가 있는 주방이었다.

"냉장고엔… 아무것도 없군. 여긴 혹시 유령 저택인건가. 그렇다기엔…."

"왓슨 씨! 여기 무기로 쓰기 좋은 게 있는데요?"

"그래. 잠깐만 기다려라."

나는 냉장고를 닫고는 브라운이 살펴보는 곳으로 갔다.

"도대체 뭘 찾았길래 그리 호들갑이냐?"

"여기 식칼이요. 이거면 납치범에게도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식칼보단 내가 가진 권총이…응?"

그렇게 말하며 코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지만 만져지는 건 없었다.

"권총이 있어요? 그런데 영국이 총기허용국가던가?"

"애들은 몰라도 돼. 어차피 빼앗긴 거 같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손에 맞는 식칼을 하나 뻬들어 코트 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넣어도 괜찮아요?"

"괜찮아. 여긴 볼게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

브라운은 마음에 드는 식칼을 하나 가져오고는 재빠르게 나를 따라왔다.

식당을 지나 다시 로비로 돌아온 우리들은 계단으로 향했다.

"방이 여러 개 있는데 어디부터 들어갈까."

"일단 눈앞에 있는 문부터 들어가죠?"

나는 브라운의 의견에 따라 눈앞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책장과 그것에 꽂혀 있는 두꺼운 책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종이더미가 널브러져 있었다.

"여긴 서재인가 보군."

"책상에 무슨 종이가 널브러져 있는데요?"

"완전 대놓고 봐달라고 광고를 하는군."

책상을 향해 다가가 종이를 들자 빽빽이 글씨가 써져 있었다.

'공간 이동에 관하여? 무슨 소설이라도 쓰는 건가.'

봐달라고 하는 거치고는 실속있는 내용은 없었다.

"공간 이동? 이 저택의 주인은 마법사일까요?"

"무슨 판타지 소설 속 세계도 아니고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뭐, 그래도 시전자를 쓰러뜨리면 돌아간다는 건 한 번 시도해 봐도 나쁘진 않겠는 걸."

"사실은 믿고 있는 거죠?"

"무슨 헛소리야. 문이 열리지 않긴 했지만… 아, 그래. 여기 창문이 있었군."

나는 창문 가까이로 간다.

밤이여서 그런지 어두운 하늘에 별이 한가득 있었다.

내가 알던 별자리와는 뭔가 다른 거 같은데.

뭔가에 홀린 듯 점점 다가가다가 얼굴을 창문에 부딪힌다.

"윽!"

"뭐 하는 거예요? 갑자기 창문에 얼굴을 박고."

얼굴에 온 충격에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 책상으로 간다.

"창문은 확인 안 해요?"

"됐어. 일단 여기 시전자라는 녀석을 찾고 나서 탈출하자고. 우리를 납치한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다른 종이를 읽어보던 와중 옆 방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쾅!

누가 문을 걷어찬거 같은 소리가 들리고는 옆 방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아무래도 이 종이의 주인께서 옆 방에 행차하신거 같군."

"이젠 어떡하죠?"

"여기 종이에 쓰인대로라면 저 녀석을 어떻게 죽이든 제압하든 해야 탈출할 수 있겠지."

'집주인이면 열쇠 같은 것도 가지고 있을 거고 말이야.'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소근대며 대화했다.

나는 식칼을 들고는 살금살금 문 쪽으로 향하며 브라운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브라운도 나와 같이 식칼을 들고는 따라온다.

문을 살살 열며 누가 있는지 살펴보며 몰래 나왔지만 어느새 잠잠해진 옆 방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나보다도 더 커 보이는 남성의 눈에는 이지라는 게 없는 마치 광견같은 눈이었다.

그리고 손에는 아까까지 그걸 사용해서 가구를 부순 것인지 책상 다리 한쪽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걸 내 머리를 향해 휘두르지만 급히 고개를 숙여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다.

"으아아!"

내 뒤에 있던 브라운은 녀석을 향해 식칼을 휘두르지만 싸움을 해 본 적이 없는 건지 거리도 재지 않고 무작정 휘두르기만 했다.

식칼은 녀석의 겉옷에 스치기만 했고 휘두른 책상 다리를 회수한 녀석은 잠시 뒤로 물러났다.

방금 전은 광견같은 눈이었다면 지금은 사냥을 하는 늑대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는 듯한 살기와 상대를 분석하는 시선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니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책상 다리를 머리 위로 들고는 달려든다.

높게 치켜든 그것을 그대로 내려치는 걸 피했지만,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튀는 나무조각이 시선을 가린다.

나는 코트로 조각들을 막고는 안에 있는 식칼을 역수로 쥐어 빼낸다.

정신 차리지 못하는 브라운을 슬쩍 바라보곤 녀석을 향해 찌른다.

하지만 녀석의 왼손에 잡힌 손목때문에 식칼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고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악력에 오히려 식칼을 놓치기까지 했다.

'무슨 악력이…! 괴물인가!'

떨어진 식칼을 멀리 차내고는 오른손으로 내 목을 붙잡고 그대로 벽으로 밀어붙인다.

—쿵!

"윽!"

그대로 목이 잡힌 채 들어 올려지니 숨도 막히고 혈관도 막혀 점점 정신이 혼미해진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동안 살면서 해온 경험이 눈앞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두 손으로 녀석의 손목을 붙잡으며 풀어보려 했지만 마치 단단한 뿌리를 붙잡는 것처럼 풀리는 일은 없었다.

—푹!

하지만 방심하고 있던 녀석의 등 뒤에서 브라운이 식칼로 찔렀고, 나는 풀려날 수 있었다.

"컥, 쿨럭!"

"왓슨! 괜찮아요? 일단 도망치죠!"

브라운은 내 오른팔을 잡고 부축해서 계단으로 향했다.

맨 윗층으로 올라오고는 브라운이 내게 질문한다.

"왓슨 씨, 상태는 좀 어때요?"

"콜록, 목이 아픈 것만 제외하면 괜찮아."

"그나저나 저흰 어떻게 되는 걸까요. 분명히 녀석을 찔렀는데…."

브라운 이 녀석은 살을 찌르고 들어가는 식칼의 감촉이 불쾌하면서 끔찍했는지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정말 다시는 사람을 찌르고 싶지는 않네요."

"허, 그래도 녀석을 찌르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을 테니까. 고맙다. 네 덕분에 내가 살았어."

"그런데 왜 돌아가지지 않는 걸까요?"

"사람이 한 번 찌른다고 바로 죽는 건 아니야. 심장을 찔러도 몇 분 정도는 살텐데 너는 등 쪽을 찔렀잖냐."

"그럼 그 자식이 쫓아오면 어쩌죠?"

"발소리가 안 들리는 거 보면 녀석도 상처가 심하겠… 음?"

나와 브라운의 발 밑에서 빛이 솟구친다.

"이게 뭐야?"

"혹시 그 녀석을 쓰러뜨려서 그런 건 아닐까요?"

"허,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이야. 혹시 꿈은 아닌가?"

처음엔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깜빡하고 안 했지만 지금 보이는 광경이 너무나 꿈만 같아 볼을 잡아당겼다.

"아야. 역시 꿈은 아닌가보네."

"목도 졸렸으면서 이제 와서 볼을 당기는 건 뭐예요?"

"그것도 그런가? 하하!"

은은한 빛이 점점 우리들을 감싼다.

"돌아간다면—"

나는 브라운이 하려는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이 사라졌다.

그리고—

"하암. 아침인가."

—꿈에서 깨어났다.

나를 반겨 주는 꺼져 있는 전등이 보인다.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나니 비좁은 내 방이 보인다.

"참, 이상한 꿈이네. 브라운이라는 꿈속의 사람과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이라니."

나는 빵을 굽고는 땅콩버터를 바르고 잠시 바깥 풍경을 구경한다.

항상 보이는 건물들이 오늘따라 멋져 보인다.

고소한 땅콩의 맛을 느끼고는 양치를 하러 화장실로 간다.

"잘 때 자세가 안 좋았나? 목이 뻐근하네."

그렇게 뚜둑—소리를 내며 목을 돌리고 양치를 하며 거울을 쳐다본다.

"어라?"

옷 사이로 보이는 목에 보라색으로 물든 피부가 보인다.

마치 꿈에서 붙잡힌 그대로 손자국이 목에 남아 있었다.

—딸그락!

나는 손에 힘이 풀려 들고 있던 칫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럼 그 꿈이 현실이었던 거야?"

나는 꿈의 끝자락에서 브라운이 한 소리를 떠올렸다.

'돌아간다면, 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브라운을 찾아보자.

미국에 사는 대학생이라고 했지.

나는 그렇게 나를 구해준 청년을 찾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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