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존 왓슨과 기묘한 사건
* * *
꿈 같은 현실이라 해야 할까, 현실 같은 꿈이라 해야 할까.
목에 손자국까지 남았으면 꿈 같은 현실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이상한 저택에 납치인지 소환인지 무언가를 당해서는 미치광이에게 쫓기기까지 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브라운이라는 지금은 내 친구인 녀석 덕에 어떻게든 살아남았지만.
처음엔 생생한 꿈을 꾸었다 생각했지만 목에 남은 흔적때문에 실제로 내게 일어난 일이라는걸 알아차렸고 브라운의 마지막 한마디를 기억해 냈다.
'탈출하면 한 번 만나 보자고 했던가. 덕분에 소셜 미디어를 엄청나게 찾아봤지.'
의뢰가 없기도 해서 아침에 사무실에서 엄청나게 찾아보다가 찾아낸 계정.
익숙한 얼굴이 보여서 메시지까지 보냈는데 시차때문인지 답장이 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었다.
꿈…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경험을 얘기하다 보니 어느샌가 친해져서 매일 연락하는 사이까지 되었지.
'방학만 되면 영국으로 놀러 갈 테니 좋은 장소나 소개시켜 달라니. 내가 여행가이드도 아니고 말이야.'
어제도 시답잖은 이야기나 하다가 늦게 자고 지금 출근하게 되었다.
물론 들어온 의뢰는 없어서 컴퓨터로 간단한 게임이나 하고 있었지만.
잠도 깰 겸 해서 밀크티나 타서 거의 다 마셔가던 와중이었다.
—똑똑.
차 마시던 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하던 사무실에 누군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의뢰인이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질문부터 하자.
"누구십니까."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
"아, 고객이시군요. 저기 소파에 앉으시죠."
나는 소파를 가리키며 의뢰인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그리고 건너편에 나도 앉고는 의뢰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래서 의뢰는 무엇인가요?"
"제가 아는 사람이 실종돼서요. 경찰에게 신고도 하긴 했지만 지지부진한 거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실종자의 간단한 인상착의나 실종된 날의 경로를 알려주시죠."
"금발 벽안의 건장한 남성이에요. 실종된 날에는 도서관을 갔다가 공동묘지에서 무언가를 하러 갔던 거 같네요."
"그렇군요. 저는 의뢰비 1할을 선수금으로 받아서 그런데 비용은 이렇습니다."
"아, 여기 있습니다."
나는 선수금을 받고는 의뢰인을 돌려보냈다.
오랜만에 좀 큰 사건을 받은 거 같아서 기분이 썩 괜찮다.
나는 홀스터에 리볼버를 넣어 두고 옷걸이에 걸려 있던 갈색 코트를 입었다.
곧바로 문을 나선 나는 먼저 도서관을 향하기로 했다.
사람이 많은 길거리를 다니다 보니 저기 멀리 3층 건물이 보인다.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수많은 책장들과 거기에 꽂혀 있는 책들이 나를 맞아준다.
종이와 잉크 냄새를 맡으며 데스크로 향하니 무언가 하고 있는 사서가 있다.
'일단 의뢰인이 말한 남성이 여기 왔는지 물어봐야겠지. 분명 금발 벽안의 건장한 남성이었지.'
"저기 질문이 있습니다."
"아, 책을 찾으시나요?"
"아니요. 혹시 며칠 전에 금발 벽안의 건장한 남자가 찾아오지 않았나요? 기억나신다면 혹시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아십니까?"
"그런 사람은—"
대답을 하다가 갑자기 말이 끊겨서는 멍하니 있는 게 이상해 보인다.
혹시 어딘가 아픈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말을 이어갔다.
"저기요? 혹시 어디 아프신가요?"
"아,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요. 금발 벽안의 건장한 남성이 온 적이 있냐고요?"
"제 친구인데 저번에 본 책을 대신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책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 혹시 어느 쪽으로 갔는지 물어봤습니다.
도서관에 온 사람이 할 일은 책을 찾아서 읽는 것뿐이겠지.
나는 실종자의 친구인 척을 해서 그가 읽었던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은 그다지 할 일도 없으니 직접 안내해 드릴게요. 따라오시죠."
"아, 감사합니다."
사서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 여러 개의 책장을 지나가다가 어느 곳에서 멈춘다.
이곳이 실종자의 발자취가 남은 곳인가.
"이쪽입니다. 저도 책의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네요."
"아, 그래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도서관을 전부 둘러볼 필요는 없어졌으니까요."
며칠 동안 둘러보며 찾아야 할 것을 단 한 책장으로 줄였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꽂혀 있는 책들을 살펴보며 누가 꺼내간 흔적을 찾아봤다.
그러다가 어느 한 책이 눈에 띄었다.
마치 나를 뽑으라는 듯이 말하는 거 같은 느낌이어서 곧바로 손을 뻗는다.
책장에서 부드럽게 뽑힌 책은 겉표지가 화려 했지만 제목같은 건 쓰여 있지 않았다.
책을 펼쳐서 내용을 살펴보니 내용도 무언가 이상했다.
구울의 습성, 구울이 되는 방법, 구울 접촉 주문.
나는 이 책이 꽂혀 있던 자리의 옆에 있는 책을 꺼내서 읽어 봤다.
그리고 다른 책도.
처음 읽은 책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실종자가 여기에 두고 간 것일까?
이런 화려한 겉표지와는 다르게 애들이나 볼 법한…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내용이 많이 어려웠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가상의 괴물을?
설마 이런 괴물이 세상에 존재하는 걸까.
'주문… 주문이라.'
이전의 꿈같은 일이 생각난다.
분명히 공간 이동 주문이었지.
미치광이를 쓰러뜨리고 나서 발 밑에 나타난 은은한 빛과 그 이후 잠자리에서 일어난 것까지.
주문, 마법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괴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이 책은 가지고 가 봐야 할 거 같다.
나는 다시 데스크로 가서 사서에게 이 책을 빌릴 수 있을지 물어봤다.
"친구가 말한 책을 찾은 거 같네요. 일주일 정도 빌릴 수 있을까요?"
"예. 일단 여기 장부를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장부에 이름과 빌리는 기간을 적어두고는 책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다면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향했다는 공동묘지로 향해 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걷다 보니 점점 사람이 줄어들었다.
공동묘지는 분위기가 무섭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으니 그러겠지.
나는 그렇게 사람이 없는 거리를 걸어갔다.
—뚜벅뚜벅.
—저벅저벅저벅.
분명 주변에 사람은 없을 텐데 발소리가 들린다.
내 걸음걸이에 맞춰서 걷는 거 같지만 탐정일을 하면서 미행도 해 본 나에게는 그 발소리가 들렸다.
—멈칫.
확실하게 하기 위해 발걸음을 멈춰 봤다.
—저벅.
그러자 들리는 발소리.
내가 멈출 줄은 몰랐는지 한 걸음을 더 걸었다가 멈췄다.
나는 뒤를 돌아봐서 누가 있는지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좀 무서운데. 어제 늦게 자서 환청을 들은 건가?'
시차때문에 밤늦게 채팅을 하느라 요즘 늦게 자긴 했는데.
의뢰도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랬었지.
일단 공동묘지로 향하자.
그렇게 몇 분 만에 도착한 공동묘지는 역시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칙칙한 색의 묘지때문일까, 아니면 그 묘지 아래 묻혀 있는 고인들 때문일까.
일단 이런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묘지기를 찾아서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람을 찾아봤다.
"누구신데 이런 시간에 공동묘지에는 무슨 일로?"
"아, 제가 사람을 찾고 있어서요. 혹시 며칠 전에 금발 벽안의 건장한 사람이 온 적이 없습니까?"
"내가 그런 걸 왜 알아야 합니까?"
"실종 사건이니 잠시만 도와주세요."
"당신, 경찰이오?"
"그건 아닌데…."
"그럼 귀찮게 여기저기 들쑤시지 말고 빨리 나가쇼. 곧 퇴근 시간이라 나도 나갈 예정이니까."
"그 전에 하나라도…!"
"훠어이 훠이! 빨리 나가라니까. 훔쳐 갈 만한 건 없는데 혹시 도굴꾼이오?"
"탐정입니다! 사람 한 명 살린다 생각하시고 하나라도 대답 좀 해 주세요."
"나는 퇴근해야 한다니까!"
슬슬 그럴 시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질문하는 사람에게 이따위로 대답을 하다니.
나는 부글부글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일단 밖으로 나왔다.
'저 묘지기가 나가면 몰래 들어가 봐야겠군.'
그전까지는 할 일도 없으니 가져온 책이라도 다시 읽어볼까.
도서관에선 대충 읽었으니까.
그렇게 다시 읽어보니 구울 접촉 주문이 눈에 띈다.
'어릴 때는 마법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
이런 생각을 하며 더욱 자세히 읽어 본다.
'실종자는 혹시 공동묘지에서 이 주문을 사용한 건 아닐까? 구울이 자주 나타나는 곳도 무덤이나 지하니까.'
가능성은 높다.
나는 공동묘지의 입구 근처에 숨어서 묘지기가 퇴근하기 만을 기다렸다.
곧 그 짜증 나는 면상이 나가는 게 보이자 높이 뛰어 담을 넘어서는 안으로 들어간다.
어느 정도 깊이 들어왔다고 생각이 들어 나는 책을 보면서 주문을 따라 했다.
주문을 전부 외우자 무언가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현기증이 온다.
"윽."
비틀거리는 것도 잠시, 금방 정신을 차린 나는 무언가의 존재가 느껴졌다.
그 기운은 세 개였고 어떤 지하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따라 길을 가다 보니 무언가 구멍같은 게 보였다.
안쪽으로 달빛이 비쳐서 어두컴컴하진 않지만 사람 한 명밖에 들어갈 수 없는 크기여서 무언가 보이진 않았다.
그저 안에서 고기같은 걸 씹어 먹는 듯한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망설임 없이 그대로 구멍으로 뛰어든 나는 곧바로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자 보인 거의 뼈밖에 남지 않은 시체와 구울 하나, 그리고 뒤쪽에 구울 둘이 더 있었다.
내가 들어온 걸 봤을 텐데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잠시 생각해 보자.
'책에서 설명한 구울은 인육을 먹으며 사는 종족이라던데. 그다지 공격적인 건 아닌가.'
일단 시체 옆에 있는 구울에게 다가가기로 한 나는 만일에 대비해 코트 안에 있는 권총을 쥐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완전히 다 먹어 버려서 백골 뿐인 시체 옆의 구울은 그저 가만히 나를 살펴 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입을 열더니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
'뭐라는 거지.'
일단 나를 공격할 생각은 없는 거 같으니 권총을 집은 손을 빼고는 그 구울에게 다가갔다.
"나, 이 시체, 보고 싶다."
나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 후 저 뼈만 남은 시체를 가리키고는 돋보기를 보는 듯한 손짓을 했다.
내가 제스쳐를 통해 대화하려는 걸 알았는지 저 구울도 내 손짓을 쳐다보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결국, 내 제스쳐를 이해한 건지 알아듣기를 포기한 건지 모르겠지만 뒤로 물러선 구울 덕에 시체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엉망진창으로 흩어진 뼈들을 맞춰 보며 내 의학 지식들을 떠올렸다.
'이렇게 생긴 골반이면… 남성이겠군. 신장도 크니 이 사람이 실종자였던 걸까.'
이 근처에서 가져온 시체일 수도 있지만 이쪽으로 오면서 파헤쳐진 무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의뢰인이 말한 실종자겠지.
'그럼 이걸 어떻게 하지. 신고를 할 수도 없고. 이 녀석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뒤에 둘이 가세하면 위험하다.'
어쩔 수 없이 두고 가야 하는 건가.
경찰에게 알리는 건 무리일 거 같고.
그렇게 나는 토굴을 나가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방금처럼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잘못 들은거라 생각하며 시내로 향했다.
곧 내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사건 기록을 컴퓨터에 작성해 두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브라운과 오늘 의뢰에 대해 이야기를 잠시 하고 일찍 잠들었다.
***
7시에 알람 소리에 잠이 깬 나는 토스터에다가 식빵을 넣어 두고 화장실로 갔다.
잠을 깨기 위해 세안을 하고는 다시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서 땅콩버터를 꺼내서 빵에 발라 먹는다.
그리고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시간이 어느새 30분이나 지나 있었다.
"음?"
그러고 보니 어제 깜빡하고 권총을 코트에 넣고는 그대로 집에 왔다.
사무실로 가면 잊지 말고 금고 안에다가 넣어둬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길을 나섰다.
평소와 같은 사람이 바글바글한 출근길을 뚫으며 사무실로 향했다.
금방 도착한 나는 평소와 같이 홍차와 우유를 데우고는 그대로 섞어서 밀크티를 만들어서 목구멍에 부었다.
차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배를 따듯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하고는 코트를 벗기 위해 옷걸이로 걸어갔다.
—똑똑.
하지만 그 전에 누군가가 사무실로 찾아와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문으로 향했다.
아마 어제의 의뢰인이겠지.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문을 열어 주고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러서 그런지 의뢰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의뢰의 진전은 어떤가요?"
"당신이 말 한 사람은… 아무래도 살해당한 거 같습니다. 미안해요."
"아, 그렇군요."
아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다지 친한 건 아니었던 걸까.
그랬으면 굳이 나에게 의뢰를 넣지도 않았겠지.
그렇다면 도대체 저 태도는 무엇일까.
'아는 사람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그 책에 대해서도 아는걸까.'
나는 잠시 일어나 컴퓨터가 있는 내 책상으로 가서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가져왔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이런 책을 도서관에서 찾았는데 혹시 아십니까?"
"아, 이건 제 책이에요. 왜 도서관에 있었는 지가 의문이네요."
'…네 거라고? 아무래도 내 작은 친구와 함께 대화를 이어가야겠군.'
"흠…. 그렇군요."
나는 사무실로 와서 코트를 벗어두지 않은 과거의 나를 칭찬하며 천천히 조심스레 코트 안자락으로 손을 넣었다.
"이봐, 존. 네 코트 안의 그것은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코트 안에서 뭘 꺼낼줄 알고.
그 전에 어떻게 내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거지?
"…넌 누구지."
"내 초대가 마음에 들었을지 모르겠군. 다음엔 더욱 즐겁게 해주길 바라마."
"설마! 네가 그 저택의…!"
이 녀석은 그 미치광이와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
하지만 내 직감이 말하고 있다.
이 녀석이 모든 것의 흑막이라고.
나는 즉시 권총을 꺼내 눈앞의 녀석에게 겨누었다.
"이런, 정말 무섭군. 하하."
"네 목적은 무엇이지?"
도대체 나와 브라운을 납치한 이유가 무엇인가.
"목적? 방금 말했잖나. 다음번엔 나를 더욱 즐겁게 해 달라고."
"재미? 그저 너의 재미를 위해서 그런 짓을 했다고? 이번엔 사람까지 죽이고 말이야?!"
"하아,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말거라."
재미를 위해 사람을 죽인 것에 격양된 나의 목소리가 시끄럽다는 듯이 손을 휘두르자 속에서 열불이 났다.
나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겼지만 손가락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무, 무슨? 어느 틈에?"
"괜찮은 권총이로군. 이번에는 나를 재밌게 해 줬으니 상을 주마."
녀석은 그런 말을 하더니 총신을 붙잡고 무언가를 했다.
"그래. 쏜다면 원하는 상대를 맞출 수 있는 마탄으로 할까. 식상하긴 하지만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겠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말 그대로 네게 상을 주는 거다. 물론 상만큼 더욱 나에게 재미를 가져다 줘야겠지만. 그럼 나는 가도록 하지."
"뭣, 잠깐!"
나는 녀석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소파에는 그저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권총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이런 걸 바란 적이 없는데."
손을 뻗어서 더 묵직해진 느낌의 권총을 들고는 여기저기 돌려보며 살펴봤다.
"젠장. 다음엔 도대체 무엇이 날 반길지 너무 두렵군. 하아아—"
홀스터에 권총을 다시 집어넣은 후 소파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권총을 다시 꺼내봤지만 화려한 총신은 그대로 있을 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