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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가 되었다-38화 (38/154)

〈 38화 〉 그림

* * *

브라운이 살고 있는 곳은 알고 있으니 녀석을 영국으로 보낼 방법을 생각하자.

20대에 들어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젊은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과연 신문을 읽을까 의문이기도 하지만.

종이로 된 것이라면 몰라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온라인 신문이라면 읽지 않을까.

만일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 완전히 관심이 없어 그조차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잡지는 읽을 거라 생각한다.

읽을 거리의 주제도 가볍고 재미있게 쓰여 있으니.

물론 구독을 해서 매달 집으로 잡지를 받는 게 아니라면 가끔 서점에 갔다가 표지에 관심이 생길 경우에나 사겠지.

그렇다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표지를 만들어야겠다.

스폰서가 있는 대형 잡지사에서 할지 중소 잡지사에서 할지가 문제인데.

항공사와 관련된 스폰서가 있는 잡지사라면 이야기가 편해질 테고.

완전히 파산할 기세로 쥐어 짠다면 중소 잡지사도 가능할 거다.

직원들이 광기에 빠지는 꼴을 보려면 적당한 중소 잡지사를 찾아 그곳의 사장을 정신 조종만 하면 된다.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라며 날뛸 회사가 날아가게 생긴 직원들을 보면 재미있긴 하겠지만 그런 곳에서 만들어진 잡지는 그다지 관심을 못 받을 거 같다.

오히려 사기를 치는 게 아닐까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알 법한 규모가 큰 잡지사에서 하는 게 좋겠지.

정신을 살짝만 건들어 주면 항공사를 홍보하기 위해서 라고 알아서 생각할 것이다.

화신체를 보내기에는 이브를 가르칠 예정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니 본체로 간단하게 하자.

'스폰서에 항공사가 있는 잡지가…. 오, 여기 있네'

이렇게 찾았으면 다음은 간단하다.

대충 높은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뇌를 살짝만 만지작거리면 행동은 알아서 할 것이다.

이제 나는 이브에게 주문이나 가르치면서 잡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끝이다.

다른 그림도 그리고 여러 가지를 만드느라 시간은 벌써 아침이었다.

갑옷이랑 목각 인형은 그림 속 세계에서 붓으로 만들어내고 나중에 주문만 새기면 끝일 테니 아침이나 챙기자.

잡지가 나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기도 하고.

이곳을 화실로 만드는 것도 나중으로 미루고 나는 방을 나섰다.

***

이브를 깨우고 아침을 챙겨 주고 나서 나는 우선 어젯밤에 알려주지 못한 것들을 설명해주기로 했다.

저택의 구조라던가 그런 것들 말이다.

그다음은 마법과 주문에 대해서 가르쳤다.

가장 중요한 기초.

마력과 정신력이다.

물론 지구의 대부분의 마법사와 아직 마음속에 두려움이 남아 있는 흑마법사들은 마력만 사용하는 주문을 쓴다.

마법사들은 윤리적인 것도 생각하고 '진리'라는 것에 닿기 위해 연구하는 족속이기에, 그것에 닿을 가능성을 줄이는 정신력을 소모하는 주문은 쓰지 않는다.

그리고 미쳐 버리면 어떻게 변해 버릴지 두려워하는 흑마법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흑마법사는 윤리같은 건 이미 어디다가 버려 놓고 다니기 때문에 마법사와는 다르다.

마법사들이 세운 숨겨진 도시.

그리고 그들이 세운 법을 무시하고 다른 길을 걷는 흑마법사.

두 진영은 대립하는 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흑마법사끼리도 별로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뭐.

아무튼 지구에 존재하는 마법사들의 사회를 간략히 설명하고는 마력에 대해 설명한다.

"마력이란 주문이나 마법을 사용할 때 쓰이는 체력과 비슷한 것이란다. 게임 속의 MP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그럼 저도 마력이 있나요?"

"살아 있는, 정신을 가진 것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단다."

나는 이브의 마력을 관찰하며 말을 이어갔다.

"마력과 마법적인 재능은 정신력을 따라가지. 한마디로 타고나는 재능이라는 거다."

"세상은 역시 불공평하네요."

"그래도 마법을 배우다 보면 정신력도 함께 성장하니까. 물론 한계치라는 게 존재해 최대한으로 성장한 사람들은 벽에 막혔다며 징징대지."

"그럼 그 이상으로 성장하는 방법은 없는 거예요?"

"두 가지 정도 있겠구나. 하나는 벽, 한계라는 것을 부숴 버리는 것. 인간을 초월하는 거란다. 다른 하나는 위대한 존재의 장난감이 되는 거지."

"위대한 존재는 뭐예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그레이트 올드 원이나 아우터 갓, 엘더 갓이 있겠구나. 이건 나중에 가르치도록 하고."

나는 마력을 주변에 퍼뜨리며 최대한 마력을 느끼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

"네 몸 안에서 요동치는 마력을 느끼거라. 마치 혈액처럼 돌아다니는 것을."

이브는 눈을 감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고 눈을 찌푸리면서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할 뿐이었다.

"전혀 모르겠어요. 눈을 감고 집중을 해도 심장 박동밖에 안 들리고."

"간단하게 네 몸에다가 내 마력을 불어넣는 방법도 있겠지만 다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일단 계속해 볼게요."

이브는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고 여러 자세를 취하며 최대한 마력을 느껴보려다가 감탄을 내뱉는다.

"아!"

그러고는 양팔을 허우적대며 웃어 보이는 게 아무래도 마력을 느낀 듯하다.

"이게 마력인가 보네요. 뭔가 다른 느낌의 무언가가 피부 아래로 흐르는 게 느껴져요. 그걸 느끼니까 주변에 퍼져 있는 것도 느껴지고요."

"그래.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겠구나."

마력을 알았으면 이번엔 주문을 배울 차례다.

"주문은 처음엔 의외로 간단하단다. 그저 주문만 외우면 알아서 사용되지."

"그래요? 그럼 말을 못 하는 사람을 어떡해요?"

"다음 단계가 있지. 간단하게 마력을 손이라고 비유해 보마."

나는 손이 권총처럼 보이도록 손동작을 하고는 쏘는 듯한 시늉을 했다.

그리고 간단한 주문으로 작은 불씨가 나가도록 했다.

"이런 손동작처럼 마력을 배열한다면 주문을 사용할 수 있지. 물론 어려워서 주문을 외우는 사람도 있지만 기습의 용도로는 아주 쓸 만하단다."

"오오."

이런 식으로 마력을 배열해 술식을 만드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숙달되지 않았다면 말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초보자는 못 쓴다.

다른 인간 마법사들도 이런 거 연습할 시간에 연구라도 하나 더 하려고 노력하겠지.

그럼 이제 선물이나 주자.

내 개인 서재에서 잠들어 있던 마도서.

"이브, 네게 줄 선물이란다."

"책이네요? 제목같은 건 없는데 어떤 책이에요?"

"네가 공부할 주문이 담긴 책이지. 보기보다 튼튼하니 둔기로 써도 괜찮단다."

"이 정도의 두께면 정말 흉기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요?"

약간 무거운지 양손으로 들며 책을 살펴보는 모습이다.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이브에게 자습을 하던 저택을 돌아다니던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그럼 이제 내가 뿌려 둔 씨앗이 어떻게 자랐는지 확인해 볼까.

어느 잡지사의 회의실을 살펴보니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탁자에 빙 둘러 앉아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벽에 걸려져 있는 스크린에는 비행기와 영국의 풍경이 나오는 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행은 며칠이나 보낼지 몇 명을 뽑아야 할지 회의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그림이나 정비할 때다.

나는 화실이 될 예정인 방에 들어와 저기 구석에 골판지 상자에 들은 액자를 살펴봤다.

지금 미리 보내면 반품하겠답시고 우체국에 갔다가 들키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브라운이 영국으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관만 해칠 뿐인 상자는 내 방에다가 두기로 하고 나는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들어갔다.

그림 하나만 걸려 있는 비좁은 방을 나와 복도에 있는 갑옷들을 살펴본다.

그렇게 많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모든 갑옷이 한 명을 쫓는다면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다.

나는 갑옷의 헬멧을 벗겨 안쪽에다가 주문을 새겼다.

바깥에선 보이지 않으니 움직이는 걸 보지 않는 한 그저 장식용으로 생각할 것이다.

복도를 걸어가며 하나하나 주문을 새기니 어느새 마지막 갑옷 앞으로 도착했다.

이것에 주문을 새기고 조종해 보니 검을 들고 앞으로 한 발짝 움직이는 게 절도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목각 인형과 기믹 정도가 남았는데 일단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으로 갔다.

그리고 검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갑옷을 두 개 그려내서 못 내려가도록 막아 낸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틈이나 뛰어서 들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툭 쳐봤다.

겉보기엔 툭 치는 거지만 그 힘은 마치 거인과도 같아서 바위같은 것도 간단히 부술 것이다.

내 주먹이 닿은 갑옷은 살짝 우그러지긴 했어도 뒤로 넘어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기는 갑옷에게 검을 들려줘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겠지.

물론 두 개 모두 찾아야 할 거다.

그렇다면 이번엔 검을 숨길 방법을 생각해야겠군.

아직은 잘 떠오르지 않으니 목각 인형이나 만들면서 생각해야지.

붓으로 대충 그리니 사람처럼 생긴 인형이 만들어진다.

나무로 만들어진 몸은 마치 인형극에 쓰이는 것을 거대하게 만든 느낌이었다.

주문을 새기고는 역할에 맞는 옷을 입혀서 직업을 정한다.

얘는 검은색과 하얀색이 조화로운 메이드복을 입히고 쟤는 튼튼해 보이는 옷과 큼지막한 가위를 들려준다.

메이드와 정원사라.

정원사 인형이 따라오는 것도 무서워 보이긴 하겠다.

새하얀 옷을 입고 대리석 기둥처럼 생긴 모자를 쓰고는 한 손에 식칼을 든 요리사 인형.

검은 양복과 나비넥타이를 입은 집사 인형도 만들어 준다.

메이드와 집사는 생긴 것처럼 공격적이지 않게 하고.

마치 게임의 비선공몹처럼.

저택을 지키는 것은 갑옷.

주방엔 요리사 인형이, 정원엔 정원사 인형이 지키도록 하고.

하지만 상대하기 쉬워 보이는 목각 인형과 다르게 갑옷은 많이 어려워 보인다.

한 시간에 하나씩 점점 풀어 주도록 할까.

나중엔 도망가기도 어려워질 테니 저택을 조사하는데 더욱 다급해질 거다.

저택을 돌아다닐 다른 역할의 목각 인형도 생각해보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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