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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가 되었다-100화 (100/154)

〈 100화 〉 빛나는 부등변다면체

* * *

브라운의 집으로 가면서 운전하던 케이트는 보고라도 올라오는 건지 1시간에 몇 번 꼴로 전화가 걸려 왔다.

아직 흑마법사가 찾지 못한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를 회수했다거나 인신 공양 마법진을 만들던 녀석들을 제압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휴우, 도대체 얼마나 뿌려 둔 거야? 미치겠네 진짜."

"언니, 근데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뭐예요?"

"아, 그러고 보니 의뢰인이 이쪽으로 오면 자세히 알려 준다고 말했는데."

"간단합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테러는 저희가 막고, 현재 진행 중인 것들은 당신과 여기 귀염둥이가 맡는 거죠."

"위험하지 않나? 그리고 저 애도 같이 한다고?"

케이트는 그걸 듣고 슬쩍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전할 거라고 장담하죠."

"퍽이나 그러겠군."

브라운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런지 신경이 곤두선 존은 헛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대답했다.

하긴,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무기력했었으니까 그런 기분도 당연하겠지.

처음엔 에반에게 목이 꺾여서 죽을 뻔했다가 브라운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았고, 두 번째로는 구울이 많아서 대화로 해결했고, 세 번째에서는 처음부터 납치당하기까지 했다.

풀려난 이후에도 흑막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어다니는 것을 마무리하기는커녕 그것이 부리는 갑옷을 막느라 시급했고.

그걸 생각한다면 지금 위기에 빠진 브라운을 구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는데 의뢰로 데려온 여자아이와 같이 사건을 해결하라고 하면 얼척이 없을 거다.

어색함으로 가득 찬 자동차는 엔진 소리를 내며 그저 계속 도로를 달릴 뿐이었다.

몇 시간이 지나 브라운이 사는 마을로 도착한 우리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의 거리를 지나 푸른 지붕이 인상적인 2층집에 도착했다.

"…사람이 별로 없네요."

"이곳 근방에서도 실종된 사람이 몇 명 있으니까."

"혹시 그중에 마틴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아니, 아직 경찰이 수사 중이거든. 어차피 도착했으니까 직접 가서 확인하는 건 어때?"

그 말을 듣고 창밖을 살핀 존은 바로 문을 열고 나가서 집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하며 잠시 진정한 후 노크를 했다.

잠시 후 나온 사람들은 기억 속에 있던 브라운의 모습이 아닌 그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었다.

그들은 존의 모습을 살펴보더니 기자면 꺼지라며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고, 그는 문틈에다가 발을 쑤셔 넣으며 그걸 막았다.

"케이트."

"예, 위대한 존재시여."

"일단 돕도록 하지. 결사단의 입장에서도 빨리 끝내야 할 일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인도 옆에다가 주차한 케이트가 밖으로 나가자 나를 안고 있던 이브도 함께 나왔고, 금방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존과 브라운의 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난 아들에게 자네 같은 친구는 들어 본 적도 없네! 쓰레기 같은 찌라시나 쓰는 기자 새끼는 꺼져!"

"아니, 저는 기자가 아니고 탐정이라니까요!"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의뢰를 할 생각도, 돈도 없어요."

존은 간신히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지만,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기 어려운 건지 점점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걸 본 케이트는 그의 뒤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헛기침을 해서 주의를 끌었다.

"크흠! 연방수사국에서 온 케이트 수사관입니다.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할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신분증 같은 걸 보여주자 존과 힘 싸움을 하던 브라운의 부모는 간단히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자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는 여자를 토닥이던 남자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일단 방금 말한 것처럼 연방수사국의 케이트 수사관입니다. 옆에 있는 이분은…."

"영국에서 탐정을 하는 존 왓슨입니다."

"현관에서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타지에 와서 그런지 긴장을 하셨나봅니다."

"그렇군요…. 저, 그런데 여기 아이는…?"

"저는 이브예요!"

"오늘 정부를 수집하러 돌아다니다가 발견했습니다. 부모 모두 납치당해서 보호하기 위해 잠시 동행 중입니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이어나간 그녀는 이곳에 온 목적을 천천히 말했다.

"일단 아드님이 언제, 어느 장소에서 납치되었는지 짐작이라도 가십니까?"

"예, 예에. 마틴은 어제 대학에 챙길 게 있다면서 나갔다가 아직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흑, 훌쩍. 요즘 분위기도 안 좋아서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어흐흑!"

"아드님은 저희가 열심히 찾을 테니 안심하세요."

"잠시만요. 제가 마틴이 다니는 대학 주소라도 적어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이미 다 조사했거든요."

"그러시군요…."

"그럼 저희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마중을 나온 부부에게 부탁한다는 소리를 들은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아, 그런데 언니 수사관도 해요?"

"그건 나도 궁금하군."

"아니, 이건 미 정부에게 받은 거야. 나중에 보고서 올려야 해."

"힘내요!"

"서류 몇 장 추가되는 정도로는 이제 별 타격도 없단다."

케이트는 결사단으로 돌아가면 책상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재앙이 두려운 것인지 담배를 꺼내려다가 옆에 있는 이브를 보고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운전을 해 이쪽으로 오면서 봤던 식당으로 향했다.

"일단 사람은 밥을 먹어야 힘이 나지. 시간 싸움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무언가 느껴지지 않은 걸 보면 괜찮을 거야."

"찾을 방법은 있습니까?"

"일단 들어가기나 하자고."

식당에 들어온 케이트와 존은 치킨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고, 이브는 팬 케이크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삼각형으로 잘린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수정구?"

"짜잔. 내가 왜 정보 수집과 추적의 전문가인지 보여줄게."

"제 팬 케이크가 나온 후예요."

"아, 맞다."

케이트는 팬 케이크가 나올 때까지 커피를 마시며 한쪽 손으로는 묘기라도 부리듯이 수정구를 굴렸고, 그걸 구경하느라 기다리는 시간은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메이플 시럽을 잔뜩 뿌려서 포크와 나이프를 바삐 움직이는 이브를 보던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다.

테러 때문인지 별로 없는 손님들과 무관심한 주인장, 그리고 저기 구석에서 통화하는 웨이트리스까지.

대놓고 마법을 쓰더라도 들키지 않을 듯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손가락에 마력을 모은 케이트가 마법진을 그려서 발동시키자 우리가 앉아 있는 공간이 마치 격리된 것처럼 조용해졌다.

"자, 이제 누구도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를 거야. 안 좋은 점이라면 우리도 바깥의 일을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겠어?"

플래그를 박은 그녀는 주머니에서 꺼낸 비단으로 만들어진 작은 쿠션 위에다가 수정구를 올리더니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름말고 다른 특징은 없나?"

"그는—"

존의 설명을 들은 케이트는 마력을 섬세하게 움직이더니 수정구의 내부가 갑자기 안개라도 낀 것처럼 뿌옇게 변했다.

그러더니 점점 선명해지면서 보여주는 건 많은 사람들 사이에 묶여 있던 브라운의 모습이었다.

흑마법사는 거대한 의식이라도 치를 생각인 건지 아직까지 제물들을 죽이지 않았지만, 시작되기만 한다면 엄청난 사상자가 나올 거라는 건 자명했다.

올라온 보고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보이기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 케이트는 추적을 위한 주문을 만들려고 했지만, 그 전에 수정구에 서서히 금이 가더니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이런. 생각보다 실력이 좋은 모양이네. 엄중한 보안까지 간신히 뚫었는데 금방 들킬 줄이야."

"이젠 어쩔 거지?"

"원래 같았더라면 연계된 주문으로 좌표를 찾았겠지만… 방해받아서 그건 불가능해졌어."

"젠장! 언제 테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침착해. 너 탐정이잖아. 방금 봤던 거로 장소는 추측하지 못하겠어?"

"잠깐만. 후우, 일단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 아직 낮인데 어두웠던 걸 보면 실내야. 그리고… 젠장할."

"일단 여기 근처에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고 마법진까지 그릴 만한 장소나 찾아볼까? 혹시 동굴 같은 건 없겠지?"

"아니, 동굴은 아닐 거야. 인공적인 불빛이 있었어. 일렁이지 않았던 걸 보면 모닥불은 아닐 거야."

"그렇군."

케이트는 일단 주인장에게 여기 근처 지도라도 빌릴 생각인지 식탁에 그려진 마법진을 톡톡 쳐서 해제하자 바깥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샷건으로 겨누고 있는 세 명의 강도들.

그녀의 플래그는 완벽하게 회수된 것이었다.

이제야 우리들이 있는 걸 파악한 그들 중 한 명은 이쪽으로 다가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돈 내놔! 안 그러면 머리에다가 시원하게 바람구멍을 내주겠어!"

"플래그 회수 축하해요."

"에휴, 이래야 미국답지."

"무슨 잡담을 하는 거야! 어서—"

"우와악!"

우리에게 협박을 이어 나가던 그는 옆쪽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고개를 돌렸다.

"씨발! 어떤 새끼가 발목을 잡아당겼어!"

"뭐? 그게 뭔, 크악!"

그걸 놓치지 않은 존은 총열을 잡아 올린 뒤 강도의 출렁거리는 뱃살 대신 고간 부분을 때렸다.

알이 깨지는 충격에 샷건을 놓친 녀석을 잡고는 코트에서 권총을 꺼내 관자놀이에다가 겨눈 후 남은 강도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마! 손가락이라도 움직이면 이 녀석 목숨은 없어!"

"끄어억…."

그러나 강도들은 동료 의식이라곤 티끌 만큼도 없었는지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고, 어쩔 수 없이 존은 총을 발사하고 말았다.

허공을 향해.

"으악! 분명 이상한 곳에다가…."

"이런 씨발! 죽어— 어?"

애꿎은 벽에 맞을 것만 같았던 총알은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방향을 틀더니 멀리 있던 녀석의 어깨를 관통했고, 방금 넘어졌던 강도는 또다시 넘어졌다.

넘어진 것에 짜증 내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브는 배시시 웃으며 한 가지 주문을 더 사용했고, 우연히 샷건이 발사되어 녀석의 고간을 꿰뚫었다.

"끼에에에엑!"

짐승의 멱 따는 소리처럼 처절한 비명소리가 식당 안을 휩쓸고 난 후, 강도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경찰이 와서 수습하는 걸 구경하던 케이트는 옆에 있던 존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

"왜요? 반했으면 다른 데 가서 알아봐요."

"풉, 농담은 거기까지 하시고. 그 권총, 잘만 이용하면 마틴 브라운을 추적하는데 쓸 수 있겠어요."

"…뭐라고요?"

케이트의 설명을 들은 존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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