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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가 되었다-103화 (103/154)

〈 103화 〉 빛나는 부등변다면체

* * *

이곳에 살던 사람과 납치되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이 마치 좀비처럼 쫓아오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원래 같았더라면 케이트가 끌고 온 차를 타고 도망쳤겠지만, 그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어쩔 수 없이 반대편으로 도망치게 되었다.

"젠장! 뭐라도 방법 없어?"

"일단 뛰어!"

"이러다간 언젠가 잡히고 말 거예요!"

"저기요!"

그렇게 도망치던 와중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집과는 다르게 커튼이 쳐져 있는 집의 문이 반 정도 열린 채로 어떤 청년이 우리들을 부른 것이었다.

비정상인들 사이의 정상인이는 점이 매우 수상해 보였지만, 수백 명을 상대하는 것보다 십 수명이 더 낫다고 판단한 일행은 속는 셈 치고 일단 믿기로 했다.

이브에 뒤이어 케이트와 존까지 들어오자 문을 잠근 그는 옆에 있는 창문의 커튼을 살짝 올려서 바깥을 살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히도 더 쫓으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군요. 혹시 여행이라도 오신 분인가요?"

"아뇨, 저는 연방수사국의 케이트 수사관입니다. 실종자를 찾으러 왔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군요."

"그러시군요. 여행을 온 가족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바깥의 사람들과 달리 멀쩡하시군요?"

"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일단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잠시 들을 수 있겠습니까?"

존은 그렇게 말하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약간이지만 표정을 풀었다.

바깥의 사람들처럼 차갑게 식어 있는지 확인한 거겠지.

정상적으로 피가 돈다는 걸 확인한 존은 안심하고 소파에 앉아서 그가 이야기를 꺼내길 기다렸다.

"처음에는 말입니다…."

***

이변이 벌어진 첫날은 언제쯤인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옆집의 매일 같이 부부싸움을 하던 부부가 갑작스레 화기애애하게 지냈을 때?

아니면 앞집에서 파티를 시작했을 때부터일까?

마을에 점점 미소를 짓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것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던 나는 어느 날 친한 친구인 게리에게 마을을 나갈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나는 그게 무슨 헛소리냐며 무시했었지만 점점 비슷한 소문이 들려오면서 한 번쯤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게리가 말하길 투명한 벽 같은 게 막고 있었다고 했으니 교통사고가 날 수 있는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챙기고 나왔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다니는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좋은 일이라도 있었다는 듯이 웃고 있는 그들을 보자 소름이 끼쳤었다.

모두가 걸어 다니면서 나를 쳐다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인물 중에는 내 친구 게리와 마을을 나갈 수 없다는 걸 확인했던 이웃들이 전부 있었다.

그러자 나는 직감했다.

확인하러 가면 안 되겠다고.

끌던 자전거를 다시 차고에다가 넣고 창문에 있는 커튼을 전부 쳐서 밖에서 안을 보지 못하도록 막은 나는 제일 처음으로 쓸 만한 무기를 확인했다.

강도가 나타났을 때를 대비한 샷건과 총알 20발.

나를 제외한 마을 사람들 전체가 변했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터무니없게 부족했다.

하지만 그들이 집으로 침입한다면 써야 할 테니 손이 닿는 곳에다가 샷건을 둔 나는 다음으로 식량을 확인했다.

평소에 마트에 가기 귀찮아서 최대한 많이 산 후 쟁여두는 스타일인 나는 다행히도 얼마 전에 마트에 다녀왔었다.

한 달은 충분히 먹고 살 만한 시리얼과 베이컨, 소시지 등을 확인한 나는 2층에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웃으면서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뒷마당에서 파티를 하는 등 똑같은 행동만 기계처럼 반복하던 그들은 3일차까지 여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4일로 들어서면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나는 즉시 망원경을 챙기고 커튼의 틈으로 바깥을 확인하다가 누군가가 그들에게 쫓기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에 가끔 산책을 나갔을 때 본 적이 있는 그녀는 안색이 파랗게 변한 채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도망쳤다.

이주일이 넘게 관찰한 지금은 이유를 알고 있지만, 아직 그걸 모르던 당시에는 집의 방비를 더욱 철저히 할 뿐이었다.

점점 거리에 미소를 짓지 않은 사람이 줄어들고, 어떻게 해야 멀쩡한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바깥을 바라보던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와 연락처라도 교환할까 싶었던 나는 1층으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상황은 발생했다.

친구라도 발견했는지 어깨동무를 한 그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며 왜 이렇게 차갑냐고 소리쳤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반응한 그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우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별 저항도 하지 못하고 금세 붙잡힌 그는 어디론가로 끌려갔고, 다음날 미소 짓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걸 발견한 나는 하루 종일 그들의 정체를 추측해서 좀비와 비슷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래 봤자 변하는 건 없었고, 매일 같이 방위군을 기다리는 처지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완전히 그들로 가득 찬 거리를 관찰하며 하루를 보내던 나는 언젠가부터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토박이로써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던 나는 그들을 새로운 전환점의 방아쇠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자 FBI의 수사관이 둘이나 도달했고, 지금 내가 겪은 이야기를 말해드리고 있었다.

***

"그렇게 해서 여러분들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고 있었죠."

"흐음, 그렇군요."

"잘 버티셨습니다. 이제 저희가 활동할 테니 안심하시면 됩니다."

"다행이군요. 그런데 이 아이는…?"

"저희가 잠시 보호하는 아이입니다만… 어쩌다 보니 이 마을에 함께 갇히게 되었군요."

"일단 오늘은 저희 집에서 주무신 다음 내일 아침부터 행동하시는 건 어떠실까요?"

"감사합니다."

그는 우리가 쓸 방을 빌려주었고, 방에 들어온 케이트는 문에다가 결계를 만들고는 입을 열었다.

"정말 죽을 뻔했네."

"그래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나는 그가 거짓말하는 거 같지는 않던데, 탐정 양반은 어떻게 생각해?"

"나도 마찬가지야. 다리를 떤다던가 눈썹을 움찔거리는 듯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그럼 정말로 믿을 만한 사람인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커튼을 살짝 열어 바깥을 확인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본 케이트는 그녀가 추측한 그들의 정체를 말했다.

"아마 저들은 좀비일 거야."

"좀비? 하지만 피부가 썩었다거나 그의 증언에 따르면 사람을 물려고 하진 않았잖아?"

"영화화되면서 바뀐 것들이 아니라 부두교의 좀비."

"그건 살아 있는 사람을 마약에 절여서 세뇌하는 게 아닌가?"

"그렇지. 하지만 주술로 시체를 일으켜 세운 부류도 있어. 아마 바깥의 저들은 제물로 쓰인 뒤 좀비로 만들어졌겠지."

"불쌍하군…."

존은 측은한 눈빛으로 바깥을 바라봤지만, 케이트는 그걸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시체가 썩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방부 처리를 했으니까 그럴 거고. 아마도 저들은 의식에 필요한 제물들을 조달하는 용도로 쓰이겠지."

"하지만 어째서 마을을 나가지 못하는 걸 확인하거나 그들이 시체인 걸 알아차린 사람만을 잡아가는 거지?"

"그게 의문이야. 일반적인 흑마법사였다면 마을 하나를 통째로 제물로 쓴 후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텐데."

"그럼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은 그게 가능성이 높겠지."

손가락을 튕겨 결계를 해제한 케이트는 일단 오늘은 체력을 비축하자며 자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이브는 침대에 완전히 누웠고, 존도 벽에 기대서 코트 안의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이거 어떻게 해요."

"아직까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니 난 나서지 않겠다."

"부우, 혹시 첫날에 흑마법사한테 던졌다고 삐진 거예요?"

"아니거든."

이브는 몸을 돌려서 작은 목소리로 도와줄 수 없냐고 물어봤지만 내 대답은 한결 같았다.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어서 삐진 척을 했지만, 그런 모습에 속아넘어가지 않는 나였다.

결국 저녁 시간까지 뒹굴거리던 이브는 식사를 하고 금방 잠들었다.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던 존과 케이트는 만일에 대비해 네 시간씩 나눠서 불침번을 서기로 했고, 의자에 앉아 손으로 수정구를 가지고 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시간을 빠르게 넘겼다.

비디오 테이프를 빠르게 돌리는 것처럼 의자에 앉은 인물이 바뀌고 커튼에 비치는 빛이 점점 밝아졌을 때 다시 흐름을 정상으로 되돌렸다.

찌르르 거리며 노래하는 새도 없이 적막한 마을에 갑자기 시끄럽게 신나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브가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귀를 찌르는 음악에 눈을 찌푸리던 그녀는 나를 터뜨릴 것처럼 꼬옥 껴안으면서 비몽사몽 한 채로 고개를 꾸벅였다.

새벽에 불침번을 섰던 케이트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더니 옆에 있던 이브를 보고 어깨를 흔들며 깨웠다.

"이브, 이브? 일어나야지."

"우웅… 5분만…."

피식 웃은 케이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브를 다시 눕히려고 했지만, 노크 소리에 방해를 받고 말았다.

—똑똑똑.

"혹시 일어나셨나요?"

"네, 들어오셔도 됩니다."

존이 그렇게 말하자 방에 들어온 그는 아침부터 시끄럽게 하는 음악 소리에 대해 설명했다.

"아, 그러고 보니 저거에 놀라서 일어나셨겠군요."

"혹시 매일 같이 저럽니까?"

"네. 일주일이 좀 넘었는데, 덕분에 저도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었죠."

뒤통수를 긁적이던 사내는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린 모양인지 들고 있던 종이를 넘겨줬다.

"이건…?"

"마을의 약도입니다. 체크 표시를 해 둔 집은 아직까지 살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집이고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고생하지 않을 수 있겠네요."

밤새도록 열심히 만든 것인지 그의 눈가 아래로 다크 서클이 보였다.

감사를 표한 존의 곁으로 어느새 이브와 케이트가 다가와 있었고, 일행들은 약도를 유심히 살펴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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