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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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에 걸쳐 저번에도 왔었던 브라운이 거주하는 마을에 도착한 존과 케이트는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어째서 바로 정신병원으로 직행하지 않고 그곳으로 간 건지 존은 의구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이봐, 우리 정신병원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
"일단 전투부가 오기 전에 조사부터 먼저 마쳐야지."
"브라운이 지금 감금당했는데 무슨 소리야?!"
"진정해.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예를 들어 네 친구의 불안 증세가 심해져서 착각했다던가."
"끄응….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해가 저물을 쯤이면. 그때 애들이 도착할 예정이거든."
"빠르게 해야겠군."
수긍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 존이 어서 가자며 턱으로 도서관을 가리키자 케이트가 발을 옮겼다.
조용한 도서관에는 간간이 놓여진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이 몇몇 있었고, 둘은 정신병원의 정보를 찾기 위해 신문이 보관된 곳을 찾았다.
최신 것들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며 옆에 회색의 산을 쌓아가던 케이트는 빠르게 넘기던 손을 멈추더니 옆에서 함께 읽고 있던 존에게 자신이 찾은 것을 보여줬다.
"정신병원에서 여러 명이 의문사? 부검 결과 환자의 사인은 모두 뇌출혈로 판단…."
"유가족은 병원장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뭔가 석연치 않아?"
"우연에 우연이 걸쳐져서 벌어진 일이라기엔 확률적으로 많이 낮아 보이네."
"신문에 보도될 정도였으면 결사단에도 보고가 올라왔을 텐데 말이지."
케이트는 다시 기사에 적힌 문자를 하나씩 곱씹으면서 읽었다.
그러고는 조사할 만한 건 전부 찾았다고 여겼는지 신문을 정리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도서관을 나온 둘은 다음으로 브라운의 집으로 향했다.
"내가 받은 문자에선 부모님이 처음엔 입원을 반대했는데, 어제는 갑작스레 동의했다고 하더라고."
"그 설명만 들으면 정신 조작 같은 게 떠오르네."
"흔적이라도 남나?"
"어떤 흔적? 마법적? 아니면 기억적?"
"전부 포함해서."
"안타깝게도 마력이라던지 그런 건 남지 않아. 하지만 기억을 조작하니까 당연히 모순되거나 사라진 기억이 있겠지."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아차리지? 심리학을 대충 배우긴 했지만 전문적인 심문은 못해."
"어떻게든 해야지."
그렇게 대화를 하며 걷던 둘은 어느새 익숙한 모습의 집에 도착했다.
존이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하자 금방 문이 열리며 중년에 다다른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례합니다만, 저번에 왔었는데 기억하십니까?"
"…아! 분명 수사관과 함께 오신 분이시군요."
"네. 며칠 만에 다시 보게 되었네요."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아드님에 관한 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할 수 있습니까?"
"예. 들어오시죠."
남성의 안내를 따라 거실로 들어온 둘은 소파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부인과 함께 커피를 가져온 그는 존과 케이트에게 컵을 나눠줬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어떤 이유인지는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하지만, 아드님을 납치한 테러리스트와 연관되어 찾아온 겁니다."
"혹시 탈옥이라도 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가 심문을 해도 입을 열지 않아서 납치당한 분들께 정보를 얻는 중입니다."
"납치당해서 힘든 사람에게 갑자기 찾아와도 되는 일인가요?"
"어머님, 그건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연방수사국에서도 테러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크흠, 여보! 아들이 힘들어가지고 아내가 예민한 모양입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죠."
"괜찮습니다."
간단하게 거짓말로 찾아온 이유를 댄 케이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아드님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음? 분명 올라온 보고서에는 미약한 정신 질환이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그랬는데… 이틀 전에 증상이 심해지지 뭡니까."
"마치 저희 아들이 아닌 것만 같았어요."
"도대체 어떤 모습을 보였길래 그러죠?"
"그게, 그러니까…. 어라?"
"여보, 기억 안 나? 분명히… 멀쩡하게…?"
부부는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얼굴을 찌푸리더니 작동을 멈춘 기계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옆에서 가만히 커피나 마시던 존은 그 모습에 깜짝 놀라더니 눈앞에서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을 튕기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려 했다.
"저기요? 저기요?!"
"이미 늦었어. 아무래도 심어둔 주문이 발동된 모양이야. 트리거는 아마 아들이 멀쩡했다는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겠지."
"설마 죽은 거야?"
"아니. 그냥 떠올렸던 기억만 다시 억누르겠지."
"휴우. 깜짝 놀랐네."
"네 말을 듣고 오판을 내린 내 잘못이야. 들어오자마자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케이트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이더니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일단 수습이라도 하자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커피를 들고 있던 손가락을 일일이 펴서 컵을 꺼낸 후 주방에 갔다 놓고 부부를 침실에다가 눕혀두고는 둘은 밖으로 나왔다.
"에휴, 아무튼 어떻게 확신을 얻긴 했네."
"그럼 곧바로 가는 건가?"
"그래야지. 그래도 아직 전투부가 오기까진 시간이 남았어."
"그럼 그동안 뭘 해야 하지."
"병원장을 설득하기엔 이미 늦었고, 그나마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네 친구를 빼돌려야 하지 않을까?"
"그 방법이 문제 아닌가?"
"일단 가면서 얘기하자고."
정신병원으로 향하기 위해 차에 올라탄 케이트는 방금 했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빼돌리냐고 했었지?"
"뭐, 신기한 방법이라도 있나?"
"아니. 그냥 면회인으로 찾아가는 거지. 분명 너랑 문자했다고 그러지 않았나?"
"그랬지."
"그럼 그것 때문에 찾아왔다고 말해. 그럼 의심받지는 않을 테니까."
"확실히 그편이 좋겠네."
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폰을 켜서 브라운과 주고받았던 문자를 확인했다.
"이런 문자를 본다면 이상하다고 모두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흠, 그러네. 뭐, 아무튼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정신병원에 도착하면 약 삼십 분 남을 거야."
"그렇게 빠듯하지는 않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빠르게 갈게!"
"우왓, 잠깐!"
—부와앙!
케이트는 최대한 세게 엑셀을 밟았고, 엔진은 그에 응답하며 엄청난 소리를 내며 바퀴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존은 안전 벨트를 메고 있으면서 위에 있는 손잡이를 잡으며 관성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케이트가 예상한 도착 시간보다 십 분은 빠르게 도착한 차는 시동이 꺼지며 침묵했다.
"으으윽… 차라리 나한테 운전을 시켜라…."
"혹시 재미없게 안전 운전하는 건 아니지?"
"속도 제한이 왜 있겠어!"
"독일의 아우토반엔 없어."
"여긴 미국이잖아."
"내 마음은 독일에 있는 걸."
그 말을 듣자 존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후… 인생."
"미안, 장난이야 장난. 한시가 바쁘니까 그런 거지."
"그래…."
영혼 없는 듯한 얼굴로 대답한 존은 고개를 털며 정신 차리더니 눈앞에 있는 새하얀 병원을 쳐다봤다.
"무슨 매일 페인트라도 칠하나? 오래된 병원일 텐데 외벽엔 아무런 손상도 없네."
"외관만 봐도 정신병 걸릴 것처럼 생겼네. 자, 그럼 빨리 갔다 오쇼."
"그래."
코트 안주머니의 권총을 확인한 존은 한 걸음씩 내디디며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안에 들어가 안내 데스크에 있는 간호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면회를 하러 왔는데요."
"면회요? 혹시 어떤 환자분을 보러 오셨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그건 어째서죠?"
그가 그렇게 말하자 간호사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입을 열었다.
"상태가 위험하신 분은 면회자를 공격할 수도 있거든요."
"아아, 그렇군요. 저는 제 친구인 브라운을 보러 왔습니다. 마틴 브라운이요."
"잠시만요. 마틴 브라운이라…."
"참고로 어제 입원했습니다."
"아, 여기 있네요. 음… 환자분과 친구라고 하셨죠?"
"네."
"죄송하지만 병원장님께서 오늘까지는 면회가 금지라고 하셨네요."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존은 데스크를 손으로 내리치며 윽박했다.
"아니, 제가 어제 이런 문자를 받았다니까요?!"
"아, 예. 진단을 보면 심한 정신 착란을 보인다고 했으니,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요."
"한 번만 보게 해 달라고요!"
"이러시면 경비 부릅니다. 빨리 나가주세요."
간호사는 정말로 경비를 부를 것처럼 빨간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리더니 경고했다.
존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젓고는 뒤돌았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차에 기대있던 케이트는 물고 있던 담배를 뱉으며 어떻게 됐냐고 질문했다.
"망했어."
"뭐, 만나면 안된다고 했나?"
"옆에서 들은 것처럼 말하네. 그렇지."
"예상대로구나. 그래도 네가 경비한테 쫓겨나지 않은 게 다행이네."
"무력이라도 행사할까 싶었지만, 간호사가 뭘 알겠어."
"그래. 나머지는 우리 전투부 애들한테 맡기라고. 근데 다른 이야기는 없었나?"
"분명 간호사가 오늘까지 면회 금지라고 했지."
"오늘까지…?"
케이트는 그 말을 듣더니 잠시 생각에 빠졌다.
"왜. 그 말이 무슨 단서라도 돼?"
"어. 아마도 오늘 네 친구한테 수작을 부리려나 본데. 아니면 의식을 벌인다던가."
"의식?!"
"에이, 그렇게 호들갑 떨지 마. 아직 네 친구는 멀쩡하니까."
아무래도 방금 그녀가 담배를 물고 있던 이유는 브라운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느라 그런 모양이었다.
"슬슬 해가 저물어 갈 시간인데도 멀쩡한 걸 보면 밤에 실행하겠지."
"그럼 그 전에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우린 의식 도중에 친다."
"그러다가 위험에 빠지면 어쩌려고."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오히려 방심한 틈을 노려야 맞지."
그렇게 존을 설득하던 케이트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벨 소리에 말을 끊었다.
그리고 미안하다며 걸려 온 전화를 받더니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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