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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가 되었다-139화 (139/154)

〈 139화 〉 바다에서 불어오는 불길한 바람

* * *

나는 방금 팔을 타고 움직였던 마력의 흐름을 곱씹다가 뒷좌석에 앉아 있는 실종자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원래 계획은 도주였지만 쇼고스도 죽은 마당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녀를 두고 가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 잠깐 손 좀 보여주시겠어요?"

"어? 어어, 그래요."

그녀가 건넨 손을 잡은 나는 천천히 마력을 움직였다.

그러자 긴장했던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지더니 점점 눈이 감기다가 고개가 푹 내려갔다.

나는 차에서 내려 주변에 보이는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와서 그 위에 그녀를 앉혔다.

그리고 괴물로 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니 결사단과 함께 경찰을 부르기로 했다.

—뚜르르르르.

"여보세요?"

"네, 서아 씨. 무슨 일입니까?"

"오늘 실종자 가족을 찾아왔는데, 쇼고스가 이틀 전부턴가? 그때부터 아들 행세를 한 모양이에요."

"상대하기 많이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됐습니까?"

"어떻게 사살은 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무슨 문제죠?"

"옆집의 이웃이 소음 때문에 항의하려 나왔다가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즉시 근처에 파견 중인 결사단원을 보내도록 하죠."

"네."

그렇게 통화를 끊은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아, 잠깐만."

그러고는 서류에서 다른 실종자의 주소지를 찾으려다가 최악의 경우를 떠올렸다.

'70% 정도가 비만이라고 했었지…?'

지금 방문했던 곳처럼 쇼고스가 변신할 수 있는 덩치의 실종자의 모습으로 잠입했다면?

내가 손 쓰기도 전에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심해인의 명령으로 인해 끔찍한 학살극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나는 이곳으로 올 결사단원이 알아서 경찰을 부르리라 생각하고는 급하게 엑셀을 밟았다.

그러자 엔진에서 우렁찬 소리가 나며 바퀴가 빠르게 회전했다.

—부아앙!

옆에 앉아 있던 왓슨 씨는 이런 일이 익숙했는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손잡이를 굳게 잡았다.

나는 그런 그에게 들고 있던 서류를 넘겨주고는 입을 열었다.

"거기 적힌 주소! 실종자가 비만인 거로요!"

"어…. 이거 한글로 젹혀져서 읽을 수가 없는데 말이죠…?"

"엥? 지금 통역 마법 걸어뒀는데요?"

"혹시 이렇게 대화하는 것만 번역되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아아잇! 그럼 전 사고나도 몰라요!"

"왜 내 옆에서 운전하는 사람마다… 우와악!"

한 손으론 운전대를 잡고, 나머지 한 손에 들린 서류를 읽으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던 나는 가끔씩 앞에 차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다가 거의 추돌할 뻔한 일도 있었지만, 옆의 왓슨 씨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핸들을 돌려서 피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주소를 입력해서 운전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 나는 몇 번의 비명을 더 듣고 나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빌라 다음은 아파트인가."

이번에 도착한 곳은 고층 아파트가 모여 있는 단지였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노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일이 수틀린다면 저게 비명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리라.

나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경비원을 대동하고 실종자가 살던 집으로 향했다.

"실종자인 현우 씨는 잘 아시나요?"

"청소하면서 몇 번 오가는 걸 봤었지. 부담시럽게 뚱뚱해서 눈에 잘 들어왔거든."

"그럼 최근에 언제 본 적이 있었나요?"

"음…. 아마 일주일은 더 지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세요? 아,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시간 동안 경비원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띵동.

내가 문 옆에 있는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형사과에서 왔습니다. 실종된 아드님과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돌아가세요."

"네?"

"……."

"저기요? 저기요?!"

돌아가라는 말을 끝으로 묵묵부답이 된 초인종을 바라보던 나는 경비원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에게도 도어락을 열 방법이 없으니 고개를 젓는 게 보였다.

삼고초려라는 말이 있듯이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초인종을 누르면 반응하지 않을까 싶던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오른손으로는 노크를 하고, 왼손으론 버튼을 누르자 나오지 않고서는 못 배길 소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상대방의 인내심이 상상을 초월하는 건지, 아니면 어떤 사정 때문에 나올 수 없는 것인지 문 너머로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쓰읍. 이거 어떡하죠?"

"이렇게까지 거절하면 다음에 찾아와요. 아들이 사라졌으니 심란하겠지."

"왓슨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왓슨 씨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경비원의 뒷목을 후려쳤다.

"커헉!"

그 충격에 눈이 뒤집어진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제 직감에는 바로 들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기절시켰어요?"

"그렇죠."

"다음부턴 말이라도 하세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도어락에다가 총구를 겨누려는 왓슨 씨를 말렸다.

의아해하는 그를 뒤로하고 주먹을 세게 쥔 나는 마력을 움직였다.

도어락을 작게 감싸올린 벽은 외부와 단절되며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후읍!"

그리고 내가 눈을 꼭 감으며 주먹을 휘두르자 무언가를 간단하게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손이 부러지진 않았을까 긴장하며 살포시 눈을 뜨자 박살 난 도어락이 보였다.

아무런 고통도 없이 멀쩡한 팔을 살포시 빼내자 동그랗게 난 구멍이 나타났다.

나는 다시 손을 넣어 반대편에서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장치가 망가졌는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

"흐음, 문의 구조를 생각해 보면 이쪽만 뜯어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그의 조언에 따라 이번에는 손잡이 부근을 통째로 뜯어내다보니 문이 걸레짝이 됐다.

이제는 제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문을 당겨서 안으로 들어가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사지가 사라진 여성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눈앞의 괴물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과 절망에 찬 목소리를 바깥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추고는 잘려 나간 팔과 다리의 절단면으로 기어 다니는 모습은 가축과도 같았다.

쇼고스는 우리가 들어오는 걸 알았으면서도 그녀가 재롱을 떠는 것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내가 그런 모습에 분노하면서 녀석에게 다가가자 발소리를 들은 그녀가 이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눈동자에서 보인 감정은 절망.

지금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것인지,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흐느꼈다.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 마력을 움직이려는데 쇼고스의 일부분이 변하기 시작했다.

"…세요."

"뭐라고요?"

"살려주새요!"

"안심하세요. 저는—"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괜찮은 장난감이었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리고 사지가 잘려 나간 그녀와 똑같은 얼굴이 생겨나며 말을 했다.

"힉! 제발, 제바알…!"

"내가 말했지? 다음 장난감이 찾아오면, 남편과 같은 꼴로 만든다고?"

"싫어! 그런 모습은 되고 싶지 않아!"

"괜찮아. 내가 예쁘게 만들어 줄게. 저기 장난감들을 놀기 편하게 만든 다음에."

완전히 절망에 빠져 텅 비어러빈 눈동자의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져 조용히 눈물을 쏟아 냈다.

"하아…. 처음에 간 집은 이러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빠르게 해결해야겠군요."

"응? 무슨 소리야?"

쇼고스는 만들었던 얼굴을 다시 원래대로 만들며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저항해봤자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자신감인지, 녀석은 천천히 다가오며 기쁘다는 듯이 초록빛을 뿜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위해 마력을 움직이며 커다란 한 방을 준비했다.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레 하던 걸 그만두고 존재감을 보이자 쇼고스는 당황한 듯이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걸 저지하기 위해 왓슨 씨가 여려 번 방아쇠를 당겼지만, 녀석은 가렵지도 않다는 것처럼 무시했다.

거대한 파도처럼 솟아오른 검은 점액질이 나를 집어삼키려 덮쳐들었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미리 영창해 둔 보호막이 녀석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나는 심장의 문장이 공명하는 걸 느끼며 언어라고 할 수 없을 단어를 내뱉으며 주문을 외웠다.

불길함을 느낀 쇼고스는 인질이라도 잡으려는 건지 실성한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이미 늦었다.

이전보다도 더욱 늘어난 마력이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에 현기증이 나는 걸 참으며 주문을 마치자 공간에 천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세상이 비명을 지르며 균열이 점점 넓어졌고, 저 너머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쇼고스는 이에 마찬가지로 촉수를 뽑아내서 반격하려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한 대씩 맞을 때마다 갉아 먹히는 것처럼 몸의 크기가 줄어들더니 마지막에는 완전히 으깨지며 공간 너머로 흡수되고 말았다.

나는 저 균열 속에서 윙크하는 것처럼 반짝이는 별들에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가 떠올랐다.

"아, 괜찮으세요?"

그러다가 균열이 완전히 닫히자 정신 차린 나는 쓰러져 있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극심한 공포에 기절했는지 그녀가 입은 바지가 축축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소파로 옮겨서 눕혔다.

그리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안방으로 추정되는 곳의 문을 열었다가 남편처럼 보이는 걸 발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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